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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

        

       

       

       

       “…….”

       

       리브가는 심각한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 내 동생.

       

       올리비아의 말이 머릿속을 쉴 새 없이 헤집고 다니는 탓이다. 도무지 미사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미사는 여신께 바치는 신성한 의식. 그런 의식을 행함에 있어, 집중하지 못하고 딴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불경이었지만…….

       

       – 사석에서도 언니라고 불러줄 수 있겠니?

       

       그 울림이 너무나도 달콤했다.

       

       ‘……그냥 좋다고 할 걸 그랬나.’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텐데.

       

       리브가의 미간이 점차 일그러져 갔다. 본인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사소한 균열이었다.

       

       물론 허락하지 않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성녀라는 직책을 가진 자로서, 다른 누군가를 친근하게 부를 수 없는 것이 첫째요, 올리비아의 제안이 너무나도 달콤했던 것이 둘째였다.

       

       – 혹시 내가 동생이라고 부르면 싫니?

       

       그건, 유혹에 가까웠다.

       마치 악마들의 그것처럼.

       

       ‘…….’

       

       리브가의 낯빛이 두려워하는 사람의 그것처럼 바뀌었다.

       

       악마, 라니.

       

       세상에는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은 물론이요, 생각해서도 안되는 말들이 있었다.

       

       방금 것처럼 말이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기억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악몽이 되살아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부모님의 목숨을 앗아간 악마와 관련된 기억.

       

       -■■■■■.

       

       그것이 무어라 말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얼굴도, 주변 풍경도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유일하게 기억하는 것이 있다면.

       

       ‘……목소리.’

       

       굉장히 상냥하지만, 듣다 보면 함정에 빠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목소리.

       

       ‘아니야.’

       

       리브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올리비아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수없이 많은 대화를 나누었기에 안다.

       

       오해다.

       

       분명 오해일 것이다.

       

       ‘……그냥 물어본 것뿐이잖아. 동생으로 불러도 되냐고.’

       

       리브가는 고민에 잠긴 듯 묵묵한 얼굴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올리비아의 말에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문제는 오히려 자신에게 있었다.

       

       고작 말 한마디 때문에 사람 한 명을 악마라고 생각하다니.

       

       “…….”

       

       리브가가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저녁 미사는 어느새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고요한 회당에 설교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오늘 미사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금일 마침 예식은 성녀님께서 진행하시겠습니다.”

       “…….”

       “성녀님?”

       “……아.”

       

       리브가의 입에서 새된 소리가 흘러나왔다. 

       

       수많은 시선이 한순간에 쏠렸다. 리브가의 목울대가 울렁거렸다.

       

       리브가는 최대한 당황한 티를 내지 않은 채, 빠른 걸음으로 단상 앞으로 나아갔다.

       

       “전능하신 아이테르님. 오늘 저희가 이 자리에 나와…….”

       

       리브가는 전심을 다해 기도문을 외웠다.

       

       

       

       *****

       

       

       

       그런 리브가를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당신은 현재, ‘성녀 리브가’를 관전 중입니다.]

       

       바로 올리비아였다.

       

       다른 무엇보다 미사를 중요시 여기는 리브가가 저 정도로 집중을 못하고 있다는 것은……작전이 주효했다는 의미였다.

       

       악마.

       리브가에게 악마는 단순한 종교적 의미로의 주적을 넘어, 부모의 목숨을 앗아간 원수였다.

       

       그것이 리브가가 악마와 상종하지 않는 가장 주된 이유였다.

       

       그래서 올리비아는 악마 역을 택한 것이다.

       

       리브가가 진심으로 분노할 수 있는 상대는 악마뿐이므로.

       

       철저한 악. 

       그 리브가마저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한 악인이 되어야만 기억을 성공적으로 덮어씌울 수 있다.

       

       그런 올리비아의 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남은 횟수 : 3회]

       

       ‘아무리 봐도 너무 사긴데?’

       

       관전하는 중에 타이머가 흘러가지 않는 건 정말로 엄청난 메리트였다. 

       

       ‘리브가의 반응도 즉각적으로 알아낼 수 있고.’

       

       올리비아는 몇 분간 미사를 더 지켜보다가, 망설임 없이 돌아섰다. 여기서 더 머무른다고 한들 리브가와 만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리브가는 오전에 봉사를 하는 만큼, 대부분의 업무가 저녁과 새벽에 몰려 있다. 

       

       물론 올리비아가 만나자고 하면 만나주기야 하겠지만, 그런 것도 많아야 한두 번이다.

       

       성녀로서 맡은 임무를 다하는 것과, 올리비아를 만나는 것. 리브가가 둘 중에 무엇을 더 중요시 여길지는 정해져 있었다.

       

       괜히 들이댔다가 호감도라도 떨어지면 큰일난다. 

       

       이쪽이야 악인을 자처할 생각이니 상관 없지만, 몰살회차의 올리비아까지 쌍으로 덤터기를 쓰는 게 문제다.

       

       아무리 이쪽에서 악역을 충실히 수행한다고 한들, ‘올리비아’의 호감도가 깎이면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올리비아’가 리브가의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기 전까지는, 지금처럼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단순한 언니 동생 관계를 넘어, 정신적인 지주이자,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가게 될 때.

       

       자신이 악마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는 건 그 이후가 되어야 했다.

       

       [관전 상태가 종료됩니다.]

       – 남은 시간 : 1분 20초

       

       리브가가 위치한 대성당과 멀지 않은 곳에서 관전을 해제하자 다시 타이머가 흘러갔다.

       

       앞으로 3번 더 관전 상태로 전환할 수도 있었지만, 기껏해야 1분 남짓한 시간을 세 번으로 나누어 사용할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곧 잘 시간인데.’

       

       자는 사람을 관전해서 무슨 정보를 얻겠는가.

       

       올리비아는 그대로 서서 타이머가 다할 때까지 기다렸다.

       

       [단서 #3 제국력 993년의 기억]

       – 제한 시간이 종료됩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이끼 낀 참회동 내부였다.

       

       천천히 고개를 내리자 자신의 무릎을 베게 삼아 누워있는 리브가의 모습이 보였다. 

       

       분명 바닥에 눕혀놨었는데, 혼자 뒤척이다가 여기까지 굴러온 모양이다.

       

       올리비아는 무의식 중에 리브가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댔다.

       

       [아직 단서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 금일 단서 사용을 완료했습니다.

       

       “…….”

       

       주변은 고요했다. 해는 진작에 저물어, 빛이라고는 오직 여신상을 비추는 촛불 뿐이었다.

       

       올리비아는 잠시 망설였다. 리브가를 옆으로 밀어낼지 말지 고민하는 것이다.

       

       ‘그냥 땅바닥에 눕히면 되기는 하는데…….’

       

       올리비아의 시선이 정확히 여신상이 있는 지점에서 멈췄다. 사방이 어두운 와중에 오직 여신상만 빛나고 있으니, 뭐랄까. 감시당하는 기분이였다.

       

       ‘……돌아버리겠네.’

       

       이미 한 번 기절시킨 마당에, 돌바닥에 한 번 더 눕히는 게 뭐가 대수겠나.

       

       하지만…….

       

       ‘미리 예행 연습이나 해둘까?’

       

       나중에 리브가의 기억을 덮어씌우는 작업이 끝나면, 지금처럼 무릎에 뉘이게 되는 경우가 생길텐데, 그때도 지금처럼 거부 반응을 보일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한다는 생각으로…….

       

       올리비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본인의 팔자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아침이 밝을 때까지, 올리비아는 리브가에게 무릎을 허락해 주었다.

       

       

       

       *

       

       *

       

       *

       

       *

       

       *

       

       

       리브가는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그녀는 크게 하품한 다음 몸을 일으켰다. 가볍게 세안을 마치고 금세 잠옷을 성녀복으로 갈아입었다. 몇 번이나 완독했던 성서를 다시 꺼내어 읽고, 저녁 미사 때 낭독할 기도문을 적어나갔다.

       

       수 년간 이 작업을 반복했던 사람처럼.

       

       그렇게 새벽 일과를 마무리한 리브가는 두꺼운 로브를 챙겨 바깥으로 나갔다. 

       

       새벽, 심지어 한겨울인 탓에 공기가 차가웠지만, 온몸에 신성력을 두르니 버틸만 했다.

       

       “오셨습니까. 성녀님.”

       

       대성당 정문 앞에서 프란츠와 조우했다. 둘은 하루의 시작을 축복하는 형식상의 인사를 나눈 다음, 북서쪽으로 향했다.

       

       도시의 변두리로 갈수록 도로가 좁아졌다. 지평선 너머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었지만, 외곽 변두리인 이곳은 아직도 밤처럼 캄캄했다.

       

       “프란츠. 오늘도 여기서 기다리세요.”

       “예.”

       

       리브가는 이제 혼자 걸었다. 골목은 갈수록 좁아졌고, 동시에 어두워졌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자, 다음 분 오세요.”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

       

       여느 날처럼 먼저 와서 빈민들을 구제하는 올리비아를 보고, 리브가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지난 3일 동안 있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 싫은 거구나.

       

       그날 이후로, 올리비아는 단 한 번도 ‘동생’이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았다. 그 단어를 입에 담는 것 자체가 무례인 것처럼.

       

       “…….”

       

       리브가의 얼굴이 굳어졌다. 

       

       자신의 선택에서 비롯된 결과임에도, 어느새 서운함을 느끼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 탓이다.

       

       인간의 마음은 이토록 간사한 것이다.

       

       “왔니?”

       

       리브가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올리비아가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아…….”

       “괜찮니? 무슨 일 있어?”

       “아, 아뇨! 괜찮아요!”

       

       올리비아가 걱정스럽다는 얼굴을 짓자 리브가가 손사래를 쳤다.

       

       “진짜로 아무 일도 없어요.”

       “…….”

       

       잠시 침묵이 흘렀다.

       

       “리브가.”

       

       올리비아가 그렇게 속삭였다.

       

       그 기분 좋은 울림에, 리브가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

       

       올리비아는 말없이 리브가의 머리를 몇 차례 쓰다듬었다.

       

       따뜻했다. 

       

       “혹시 며칠 전에, 내가 했던 말 기억하니?”

       “무……무슨 말이요?”

       “알잖니.”

       

       올리비아의 목소리는 굉장히 상냥하면서도, 위험했다. 

       

       수백 마리의 독사가 혓바닥을 낼름거리며 귓가를 파고드는 것처럼.

       

       “이번에는 허락해 줄 수 있겠니?”

       

       저번과 같은 상황이었다.

       

       마치 덫으로 유인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착각이 아니었던 것이다.

       

       리브가의 목울대가 울렁거렸다.

       

       올리비아의 푸른 눈동자는, 이번이 정말로 마지막 기회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 안 되는데.’

       

       받아들이면 안 된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리브가는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지금 수락하지 않으면, 죽는 그날까지 ‘동생’이라고 불리지 못할 것만 같았다.

       

       리브가는 한참을 고민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허락……할게요.”

       “잘했어. 내 동생.”

       

       올리비아가 리브가를 끌어안았다.

       

       ‘아, 아아…….’

       

       독은 너무나도 달콤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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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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