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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0

    <720 – 불쌍한아이(20)>

     

    사다코 교수가 언데드에게 좋은 시체지네와 암흑내성이 상승하는 어둠의 정수, 리빙아머의 금속핵을 녹여 빚은 물리내성이 상승하는 금속경단을 꺼냈다.

     

    “맞고 다니지 말고 먹어.”

    “괘, 괜찮습니다.”

    “몸도 작아. 근육도 부족해. 애들이 못 먹고 자라서 맞고 다니면 기분이 나빠져.”

    “정말로 괜찮습니다… 그게, 다이어트 중이라서요.”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사람 환장하게 만드네. 먹고 자라도 모자랄 시기에 무슨 다이어트야.”

     

    오크노디는 배불러도 다음에 먹는다고 식품배낭에 주는 음식을 차곡차곡 쌓기라도 하지, 오크노디보다 허약한 주제에 몸을 사리는 헤스티아가 더욱 마음에 들지 않는 사다코 교수였다.

    헤스티아는 헤스티아대로 곤란했다.

    소문만 무성한 공포의 사다코 교수.

    같은 별칭인 공포의 벨벳이라 불리던 서귀연 현역 최강자조차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며 꺾어버린 진정한 공포의 화신이 이런 손녀만 보면 밥 못 먹여서 안달인 할머니 같은 사람이었다니!

     

    “저보다는 오크노디가 걱정입니다. 최근 강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지 표정이 정말 좋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저희가 사다코 교수님의 카타콤까지 이렇게 선배들의 힘을 빌려 찾아왔겠습니까.”

     

    헤스티아의 시선이 문득 벽 앞에서 나란히 무릎 꿇고 두 손 들고 앉아있는 해골교관들에게 닿았다.

     

    -뭘봐, 이씨.

    -눈 안 까냐?

    -뒤진다, 진짜.

     

    “…”

     

    이게 양아치야, 교관이야.

    심어까지 써가면서 협박질을 해대는 교관들의 뒤통수를 사다코 교수의 등 뒤에서 뻗어나온 새카만 어둠의 주먹이 두개골을 한 대씩 쿵 내리쳤다.

    고개가 꺾이거나 머리뼈가 뚝 떨어져서 바닥을 구르는 것은 예사요, 어느 두개골은 금이 가거나 머리통이 깨지기까지 했다.

     

    질질질.

     

    박살 난 시체들이 암흑의 손에 붙잡혀 관짝에 처박히는 꼴을 본 교관들이 바닥에 떨어진 두개골을 두 손으로 집으려다가 벽처럼 거대한 암흑장막에 맞아 전신이 으스러졌다.

     

    “누가 손을 내려도 좋다고 했지?”

     

    가루째로 석관에 끌려가는 동료교관의 모습을 본 다른 교관들이 흐를 리 없는 식은땀을 암흑마나로 흘려대며 두개골을 스스로 굴려 끼워맞췄다.

    사다코 교수의 살벌한 교관교육을 직관하며 헤스티아는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려 시선을 피했다.

    이 무서운 교수님의 심기를 거슬렀다가 “석관이 하나 비었네?” 소리라도 들으면 그 자리에서 졸도하고 석관에서 깨어날지도 모른다.

     

    “잘도 여기까지 왔네.”

    “가, 감사합니다?”

    “칭찬 아니야. 파손된 층이 37개. 시설수리에 드는 총 비용만 3022만 포인트. 카타콤 재개장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25일. 덕분에 4학년 견학코스 개장일이 미뤄져서 교장에게도 혼나게 됐어.”

    “…”

    “어떻게 책임질 거야?”

     

    책임지지 않으면 오크노디에게 대신 책임을 지라며 좋다고 언데드로 만들고도 남을 교수님이겠지.

    자신들의 노력이 오크노디에게 지금보다 더한 참사를 도래시킬 바에야,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은 자신이 지는 것이 도리에도 맞을 것이다.

    헤스티아는 굳은 결심을 다지며 속으로 소중한 인연들을 떠올리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안녕, 모자 친구.

    당신에게 받은 위로들은 잊지 못할 거야.

     

    잘 있어, 응애 만드라고라야.

    격투기 교본은 네 새집에 두었으니 열심히 읽고 권신의 경지에 오르렴…

     

    응애스톤골렘아.

    응애 만드라고라한테 격투술도 잘 배우고 야생에서도 잘 자라서 훌륭한 자이언트 스톤골렘이 되렴……

     

    롯토, 넌 더러운 성격만 고치면 훌륭한 귀족은 몰라도 훌륭한 무투가는… 무투가는…

    음, 솔직히 그건 무리고 시집은 갈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오크노디.

    부족함 많은 나와 주말마다 페이퍼던전에 놀러 다녀주어서 항상 미안하고 고마웠어.

    더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

    난 여기까지인가 봐……

     

    “제가 오크노디 대신 언데드가 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오크노디에게는 이 이상 가혹한 벌을 내리지 말아주세요.”

    “…너, 날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겨우 새내기 신입생을 벗어난 2년생을 언데드로 만들 리가 없잖아.”

    “…벌을 주지 않으시는 건가요?”

    “지금 언데드로 만들면 엘리트 철혈강시에 그칠 신체가 3년만 더 묵히면 알아서 천혈강시로 승급하고, 10년만 더 지나면 금강불괴 만혈강시에 도달할 텐데 그걸 못 기다리고 미리 언데드로 만들 정도로 자제심이 없지는 않아.”

    “………….”

     

    결국 언데드로 만들기는 하시는구나!

     

    “멍청한 낯짝… 그 얼굴만 봐도 알겠어. 이상한 생각은 그만 둬. 직접 죽이지 않아도 아카데미 학생들은 그 부족한 힘이라도 써보겠다고 삐약거리다가 어디서 멋대로 죽어 시체로 돌아오는 일이 흔하니까. 그렇게 돌아온 시체들이… 어디에 안치되겠어?”

     

    헤스티아는 무서운 진실을 깨달았다.

    교관들의 너머에서 나타난 사다코의 안식실.

    이곳은 그저 사다코 교수가 쉬던 공간일 뿐.

    카타콤에는 아직 더욱 깊은 문이 남아있다.

    4학년, 조교, 교관.

    넘버즈 교관들.

    이들을 넘어서 졸업 후에 세상을 떠돌다가 명을 달리한 역대 졸업생들의 시체를 보관한 문이.

     

    전력의 규모 자체가 다르다.

    아카데미의 모든 시체를 지배하고 관리하는 자.

     

    사다코 교수는 마음만 먹으면 지상의 교수들이 모두 힘을 합쳐도 그중 일부는 혼자 담가버릴 수 있는 압도적인 비대칭전력의 소유자였다.

    이것이 제국이 한 분야의 세계제일이라며 마도학문을 잘게 쪼개어 심어놓은 ‘선황픽 교수직’이 아닌, 드래곤 교장이 친히 세계를 떠돌다가 거두어 심어진 ‘교장픽 교수직’의 강함.

    제국이 아무리 많은 교수와 졸업생을 만들어도 감히 아카데미 타도를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이유였다.

     

    “복을 걷어차는 것도 제 운명이야.”

     

    사다코 교수는 오크노디라면 침 흘리며 달려들 진수성찬을 꺼려하는 헤스티아에게 더 이상 기회를 선사하지 않았다.

     

    “그리고 절을 두 번 반 하지 마. 그건 제사 지낼 때 하는 짓이야.”

    “죄, 죄송합니다! 이미 죽은 언데드한테는 어떤 인사를 드려야 할지 헷갈려서…”

    “이것도 가져가. 나한텐 필요 없으니까.”

     

    헤스티아의 조악한 공양품마저 돌려주자 화가 난 사다코 교수에게 벌이라도 받는 줄 알았던 헤스티아가 울상이 되었다.

    그러나 눈을 질끈 감은 채로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각오했던 고통은 찾아오지 않았다.

    살점이 부패하는 부패의 저주도, 신체 일부가 폭발하는 사멸의 폭발도, 생기를 상실하는 뱀파이어릭 터치도 무엇 하나 일어나지 않았다.

    슬그머니 눈을 뜬 헤스티아는 어느새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며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새카만 긴 생머리 사이의 새빨간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쳤다.

    사람 하나 잡아먹히고도 남을 무시무시한 귀안 앞에서 오들오들 떠는 헤스티아를 빤히 들여다보던 사다코 교수가 까드득까득 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앞장 서.”

    “어, 어디로요?”

    “도와달라며? 오크노디.”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도와주겠다고 하신 건가?

    사다코 교수가?

    이렇게 우리가 난장판을 피웠는데?

    이분, 사실은 좋은 사람인가?

    근데 10년 뒤에 나 죽으면 언데드로 만들 거라고 선언한 사람이 좋은 사람 맞나?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헤스티아의 머리를 새카만 암흑의 손길이 덥썩 붙잡았다.

    그녀의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이 손의 위력은 해골교관의 두개골을 일격에 가루로 만들고도 남을 수준이었다.

    그 가공할 만한 힘이 실린 손길이 그녀의 머리에 얹은 손에 힘을 주어서…

     

    빙글

     

    180도 반대편.

    카타콤의 출구방향을 가리켰다.

     

    “강의 때문에 힘들어 한다며.”

    “교, 교수님이 강의를 살살 하면 되지 않을까요…?”

    “다른 방법도 있지.”

     

    사다코 교수는 교육에 관해서는 꽤 엄격했다.

    홀로 아카데미의 모든 시체를 독식하는 자.

    밤의 주인이자 언데드의 주인.

    살아서도 죽어서도 만인의 공포 위에 군림하던 절대자에게 타협은 없다.

    타협을 모르는 여왕이 선언했다.

     

    “나를 제외한 다른 교수들의 모든 강의난이도를 강제로 낮추는 것.”

    “?!”

    “그러니 당장 앞장서. 오크노디를 가르치는 다른 교수들의 교무실로.”

     

    사다코 교수의 오크노디 가르치는 교수 도장깨기가 시작되었다.

     

     

    * * *

     

     

    교수 vs 교수.

    멀리서도 보고 싶지 않은 상상만으로도 두려운 광경을 본의 아니게 가장 가까이에서 직관하게 될 헤스티아는 엄청난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이 순간, 자신만큼 불행한 사람은 오크노디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불행한 사람은 많다.

    카타콤 복구 비용의 지불을 요구하는 사다코 교수의 청구서가 날아온 벨벳도 그런 불행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

    [사다코 교수의 영혼청구서]

    사다코 교수는 ‘벨벳 벨렛’에게 카타콤원정대에 의해 파손된 카타콤의 복구에 필요한 비용을 다음의 방식 중 하나를 따르는 것으로 청구한다.

    ①10일 내로 3220만 포인트 지불

    ②1년 내로 7위계 급 시체 10구 지불

    ③2년 뒤 찾아오는 필연적인 죽음

    ━━━

     

    “…”

     

    이거, 돈 내든가 사람 담가서 시체 내놓든가 니가 죽으라는 뜻이잖아.

    나가서 전쟁이라도 벌일 작정이 아니고서야 포인트가 필요했다.

    그것도 아주 많은 포인트가.

    낼 돈이야 있지만…

    이걸 내면 졸업 후에 넘버즈 아티펙트를 대여하고 서부삼국을 위해 큰일을 저지르려던 미래설계가 모두 무너지게 된다.

     

    -선배, 나중에 크게 한탕 하고 싶으면 찾아오세요! 공략하려고 미뤄둔 아카데미 비밀던전 있음!

     

    궁지에 몰린 벨벳이 떠올린 것은 오크노디의 제안.

    이 사달이 일어난 원인이 오크노디였음을 감안하면, 오크노디에게도 이 사태에 다소의 책임이 있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오크노디 때문에 생긴 손해.

    오크노디의 힘으로 다시 메우자.

    벨벳은 비밀던전 공략을 결심했다.

     

    “4년차 졸업 던전을 털자고요?!”

    “…네가 제안하지 않았나?”

     

    원본 이 미친년아.

    다크노디는 속으로 절규했다.

     

    “그럴 수는 없어요.”

    “왜?”

    “플라톤 교수님한테 붙잡혀서 특훈을 받아야 해요…”

    “…그거라면 괜찮을 거야.”

    “왜요?”

    “사다코 교수가 나설 거니까.”

    “?”

    “애들은 몰라도 돼. 아무튼 괜찮으니까 넌 얌전히 던전공략이나 준비해.”

    “……”

     

    모두의 의도와는 반대로 다크노디의 아카데미 생활은 나날이 힘들어졌다.

    고통을 즐기는 미치광이 성장광 게이머의 기억이 있어도 그걸 즐기며 따르는 기질이 없는 것이 다크노디의 불행이었으니…

    친구들과의 해피해피 아카데미 라이프나 집사 조나의 나데나데만을 바라던 그녀에게는 하나도 즐겁지 않은 파워업 이벤트만 줄지어 엄습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나날이 쌓이는 대적자 스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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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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