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720

        

         

       맨해튼(Manhattan).

       인간이 만들어낸 거대한 콘크리트의 숲.

       자신들이 베어버린 거대한 나무들을 대신하고자 콘크리트와 철근을 이용해 올려낸 거대한 고층 건물들의 지역.

         

       그곳에 한 무리가 발을 들였다.

         

       통일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제각각의 의류를 입은 사람들.

       사람이라는 공통점 말고는 딱히 커다란 공통점을 찾아보기가 힘든 그 무리는 오직 하나.

       신앙과 믿음을 얼굴에 띄우고 있다는 유대감만을 품은 채 옛적 마나하탄(Manaháhtaan)이라 불렸던 이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러고는 아무 말도 없이 시선을 마주친다.

         

       나는 너희들이 무엇을 할 것인지 알고 있다는 듯이.

       너희들의 그 시도가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의도를 담아서.

       그렇게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고 서로와 시선을 교환한다.

         

       그 찰나의 순간에.

         

       그러고는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어디서 주워서 입은 것 같은 복장을 한 사람은 노숙자들의 사이로 파고들고, 왠지 껄렁해 보이는 사람은 마약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뒷골목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조금 비싼 옷을 입은 사람들은 마치 쇼핑하러 왔다는 듯, 혹은 관광하러 왔다는 듯 표정을 관리하면서 목적지로 향하였고.

         

       그렇게 뿔뿔이 흩어진 사람 중 첫 번째로 목적지에 다다른 이가 있었다.

         

       노숙자 복장을 한 그의 눈앞에 보인 것은 교회.

       교회보다는 온갖 사치품을 발라서 만들어낸 성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대한 건물의 앞이었다.

         

       지진이 일어나도, 설령 옆 건물이 무너져도 금이 갈 뿐 완전히 깨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고-그에 비례해서 어마어마하게 비싼 특제 강화유리를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사용해서 건물 전면에 발라놓은 것은 물론이요, 중세 시대 성당의 구조를 모방하듯 만들어낸 거대한 지붕에는 실제 보석과 금을 사용하기까지 했다.

       거기에 유리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신상.

         

       ‘그분께서는 우상을 숭배하지 말라 하였거늘 어찌 저리 사치스러운 우상을 만들었단 말인가?’

         

       대리석으로 조각한 신의 아들.

       십자가에 못 박힌 모습을 조각해놓은 조각상은 보기만 해도 신성함을 느낄 정도로 섬세하게 조각이 되어 있었다.

       길이를 따져보자면 사람 셋 정도를 늘어놓은 것보다도 커 보였으니 약 20피트 정도 될까? 큐빗으로 따지자면 약 12큐빗 정도 되는 수치이니, 대리석으로 만든 것 치고는 꽤 커다란 편이라고 하겠다.

       거기에 대리석으로 끝이냐 하면 그것 또한 아니다.

       본래 고난의 상징이어야 할 가시 왕관은 온갖 보석들을 결합해서 만들어낸 물건이요, 흐르는 피를 묘사하기 위해 사용한 것은 붉은색 루비. 거기에 조각상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해놓은 첨단장비들은 어지간한 박물관에 설치되어 있는 보안 설비보다도 더 비싸 보이는 물건이기까지 했으니.

         

       세상에 사치도 저런 사치가 어디에 있는가?

         

       위대하신 그분을 따르고 그분의 말씀을 곱씹고 그분의 가르침을 행해야 할 사람들이 어찌.

         

       어찌 저리도 사치와 향락에 물들어-!

         

       “이 독사의 자식들 같으니.”

         

       저것들이 옛적 신의 아들이 꾸짖게 하였던 자들과 무어 다를 게 있겠는가?

       짓지 말라는 우상을 지어 저리 장식해놓고.

       이웃을 사랑하는 대신에 돈을 사랑하고.

       그것을 부끄러이 여기지 않고 으스대며 이렇게 주위에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언제나 열려있는 성전을 만드는 대신에 성곽을 쌓아 자신을 보호하기에 이르렀으니.

         

       저들이 그저 가르침을 따르는 대신에 그 가르침을 껍데기 삼아 자신의 세를 불리는.

       오직 자신의 이득을 위하여 남을 이용하려는 삿된 것들과 무어 차이가 있단 말이더냐!

         

       “독사. 아니.”

         

       그렇기에 이것은 정당한 일이다.

       이것은 반드시 행해야 하는 일이다.

         

       미루어 왔다지만 반드시 행해야 할 일.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그리하여 타락을 정화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 마귀의 새끼들아. 내가 여기에 와 순교하기에 마음을 먹었느니 그분이 내게 임하사 축복이 나와 함께할 것이로다.”

         

       남자의 눈이 팽글팽글 돌아간다.

       뇌는 과부하라도 된 듯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숨이 가빠온다.

       무거운 숨이 입 밖으로 나오고, 콧김이 세차게 뿜어진다.

       흥분을 이기지 못한 몸이 뜨겁게 달궈지고, 몸이 부르르 떨리고.

       입고 있는 옷이 사라지기라도 한 듯 아무런 감촉이 느껴지지 않으니, 마치 발가벗고 이 자리에 서기라도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머릿속에 담긴 것은 순교요.

       눈에 들어오는 것은 조각상이라.

         

       아.

       새하얀 그분의 조각상에 시선이 임한다.

       찬란한 빛이 세상에 강림하고, 나를 감싼다.

       포근한 깃털 같은 것이 내려앉아 내 어깨에 자리하사 천사와 성령이 이곳에 강림하였음을 나는 알겠다.

       조각상의 얼굴에 생기가 느껴지니 그분이 저곳에 있음을 나는 추호도 의심치 않느니.

         

       그분의 시선이 내게 닿는다.

       그러고는 머릿속으로 말하기를 내 머리에 씌워져 있는 이 보석들을 치워 사치를 경계케 하고 그 보석을 팔아 식량으로 바꾸어 이웃을 배불리 먹이고 그들에게 사랑을 말하도록 하라 또한 이 조각상을 부수어 나를 우상으로 섬기게 하지 말 것이며 오직 믿음과 사랑을 노래하도록 하여라 그리하여 온 세상의 생명이 생육하고 번성케 하며 그들을 평안하게 해야 할 것이니 너는 지금 나의 뜻을 대리하는 자요 너는 나의 가르침을 들은 자요 너는 마침내 행하고자 하는 자이니 그대야말로 성인이라 너는 나의 목소리를 추호도 의심치 말고 마음먹은 일을 행할지어다 거기에는 그 어떠한 망설임도 있어서는 아니 될지니 너는 너 자신에게 믿음을 가져라.

         

       너는 구원받을지어다.

         

       아!

       입에 담으려는 것만으로 목이 메는 것 같습니다.

       차마 입술이 떨어지지 아니하고 혀가 굳어 움직이지 않습니다.

       어찌 당신을 의심하겠나이까?

       마땅히 당신이 하신 대로 행해야 할 일을 행할 것이니.

         

       “너희 적그리스도의 성전을 부수러 내가 이곳에 왔나니 천사여 나에게 축복을 내리소서! 천사의 곁에 나를 세우시어 심판할 적 그분의 앞에 당당하게 서서 나는 행해야 할 일을 행했노라고 하게 해주시옵소서!”

         

       촤악!

         

       몸에 주렁주렁 달린 것들을 감추기 위한 누더기를 찢어발긴다.

       그러고는 뭉쳐놓은 점토를 넣은 듯한 주머니들을 향해 잠시 시선을 주었다가.

         

       씨익 웃으며 기폭장치를 엄지로 꾹 누른다.

         

       “막-!”

         

       “안-!”

         

       죽음을 곁에 둔 자들은 이런 감각을 겪는 것일까?

       마치 테이프를 길게 늘인 것처럼 세상의 시간이 길게 늘어지는 느낌이 난다.

       오감이 강화되고, 평소라면 느끼지 못했을 것까지 느껴진다.

       저 멀리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이들이 보인다.

       다급하게 뛰어오며 무언가를 소리치려 하지만 세상의 시간이 늘어졌기에 그 소리는 채 귀에 닿지 않았고, 오직 그들이 하는 말 일부만이 먼저 도착하여 크게 의미가 존재하지 않는 소음으로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알겠다.

       저들의 다급한 표정.

       나는 제대로 할 일을 하였음을.

         

       늘어지는 시간 속에서 그는 확신하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콰아아아앙-!

         

       점토처럼 보이던 폭탄이 터진다.

         

         

         

        * * *

         

         

         

       두 번째.

         

       “갓 태어난 어린 양이 세상을 모름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갓 태어난 어린 양이 목자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목자를 앎에도 그 뜻을 따라가려 하지 아니하고, 목자의 가르침을 들었음에도 그것을 곡해하여 듣고 행하며, 그들의 길을 따라가는 척하면서 그들을 혼란케 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죄에 속한 것일지니. 그것이 바로 그들을 용납할 수 없는 이유라 하겠다.”

         

       교회와 비슷한 건물의 앞에서 한 사람이 서 있다.

       조금은 낡아 보이는 외형, 쉼 없이 드나드는 사람들.

       미국임에도 마치 중동이라도 된 것처럼 터번을 쓰고 있는 남자들의 모습.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비슷한.

       그렇기에 더더욱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시설과 사람들이 저곳을 쉼 없이 드나들고 있음이니.

         

       그렇기에 그녀는 옛적 십자군이 말하였던 그 문구를 읊조릴 수밖에 없었다.

         

       개신교가 이슬람교를 용납할 수 없는 그 이유를.

       같은 신을 모심에도 저들을 이곳에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될 이유를.

         

       쉼 없이 곱씹었다.

         

       하지만 곱씹는다 한들 마음속에서 켜켜이 쌓여 있던 증오와 혐오가 어찌 그리 쉬이 가라앉을 수 있으랴? 그것도 그 원흉을, 그 원천을 눈앞에 두고 있음에도 어찌 그것을 참고 또 인내할 수 있겠는가?

       다 썩어 문드러진 음식을 코앞에 두고 인상을 찌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은 본능에 거스르는 일이요, 구더기가 들끓는 음식을 먹으라 하는 것 역시 본능에 거스르는 일이라. 마찬가지로 닮았기에 더더욱 역겨운 저것들의 흔적을, 그 생생한 현장을 눈앞에 두고 참으라고 하는 것은 본능에 거스르는 일일 것이다.

         

       다만 기나긴 인내의 끝에 달콤한 열매를 취할 수 있게 되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어찌 그 잠깐을 참지 못할 수 있으랴?

       열매를 따기 위해서는 나무에 올라가 꼭지가 상하지 않도록 잘 딴 뒤 잘 씻어서 먹는 절차가 필요하듯 이것 역시 그와 같음이니.

         

       “너 뱀의 뿌리에서 나온 독사야. 비슷하지만 다른 자들아. 그분을 의심케 하고 그분의 뜻을 따르는 어린 양들을 혼란케 만드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들아. 너희에게 지금 불의 비가 내릴 것이로다. 열매가 튀어나와 불꽃을 뿜어내기에 이르렀으니 너희는 마땅히 그것에 정화되게 되리라.”

         

       그리하여 그는 외운다.

       일찍이 목사가 그에게 들려주었던, 그의 머릿속에 기억하도록 했던 문구를.

       심판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도록 하는 마법의 주문을.

         

       오.

       솟아나는 용기여.

         

       “자, 잠깐. 저거 뭐야?”

         

       “어?”

         

       그리하여 그는 목숨을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를 얻었나니.

         

       “포, 포, 포, 포.”

         

       “폭탄 테러!”

         

       “폭탄 조끼다!”

         

       콰아아아앙-!!!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