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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0

       

        

        

        

        

        

        

        

        

       “또 일하러 갈 시간이 왔네요.”

        

       “그러게나 말이다. 원래라면 너랑 이글 팀만 갔어야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JFK 공항 작전이 완전히 붕 떠버렸으니.”

        

       “그래도 흩어지는 것보단 훨씬 낫죠. 전 이게 더 마음에 들어요. 처음으로 나가는 장거리 원정이라 조금 불안하긴 한데…여러분들은 이런 작전이 더 익숙하시려나요.”

        

       “그래. 정면에서 들이받는 것보다 오히려 이런 게 전문이지.”

        

        

        

        시라큐스로 출발하기까지 20분 전, 오후 10시 30분. 웨스트체스터 군 공항.

        

        6월이었기에 밤이 찾아오는 속도가 느렸다. 물론 대거 팀은 낮에 일하고 밤에 자야 한다는 인간이라는 생물의 동작 방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사람들이었고, 오늘도 우리는 새벽을 가로지를 예정이었다.

        

        왜 미국에서 한국의 시차를 체감하고 있는 걸까 싶긴 했지만, 아쉽게도 지금 세상이 그러했다.

        

        인간을 짐승이라는 카테고리에서 탈피시킨 결정적 증거인 전기가 몇 달 전을 기점으로 극소수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순간, 사람은 다시금 밤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오직 선택받은 자들만이 어둠을 거스를 수 있었고, 혼란을 틈타 우후죽순 봉기한 불순분자이자 포식자의 길을 선택한 변절자들조차 그러한 사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대거 팀을 제외한다면 말이었다.

        

        

        근래 들어 센트럴 파크가 자주 운용하는 V-44TA1 발키리 틸트제트수송기가 아니라, 어쩌면 지구가 망할 때까지 쓰지 않을까 싶은 – 물론 농담이었다 – C-130SH 전술수송기가 활주로에서 우릴 기다렸다.

        

        수많은 짐들이 실리고 있었다. 식량과 물, 전술물자, 은신처 구축용 기계들, 통신기기, 탄약 등등이었다. 센트럴 파크에서 300km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작전이었기에 물자가 꽤 많이 필요했다.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혹한기 훈련 할 때도 이런 느낌이었는데.’

        

        

        

        두돈반에 오만 물자가 다 실리고, 내 동기든 후임이든 선임이든 등짝에 완전군장을 멘 채 집결지로 향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계원들은 지휘부 설치한답시고 열심히 대형 텐트를 치고, 거기에 석유 난로까지 설치해댔으며, 텐트까지 친 후에는 밥이랍시고 비닐밥을 먹게 되었다. 그닥 추억이라고 하긴 힘든 기억이 마구 떠올랐다.

        

        근데 이제는 걸어가는 것도 아니고 군용 수송기를 타고 가다니. 여러 의미로 감회가 새로웠다.

        

        

        아무튼, 우리는 출발 전 마지막 브리핑을 받고 있었다.

        

        시라큐스에 존재하는 핸콕 주방위군 공군기지의 상황은…말 그대로 절충안이라는 단어를 형상화해놓은 것만 같은 기묘한 상태였다.

        

        

        

       “핸콕 주방위군 공군기지의 활주로 상황을 정찰기로 확인한 결과, 활주로 내에 상당히 많은 타이어 자국이 확인됩니다. 자국의 선명도를 감안하면 한 달 가량 안에 발생한 일로 확인됩니다.”

        

       “모든 기체를 전부 회수한 것처럼 보이진 않는데.”

        

       “그렇습니다. 대략 10기 가량의 무인기가 회수 대기 상황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부러 놔둔 건 아닌 듯한데…확실하진 않지만 몇 가지 가설은 세워볼 수 있겠어. 최근에 우리가 아르테미스를 좀 실컷 후드려팼으니, 여력을 벌충하고 싶은 것일 수도.”

        

       “진상은 알 수 없지만, 전부 두들겨 패서 진실을 토해내게 만들면 그걸로 충분하겠지.”

        

        

        

        …뭐라고 해야 하나.

        

        여지껏 같이 지내면서 대거 팀 분들에게 오만가지 파병 썰들을 들어서 알게 된 건데, 이 분들은…여러모로 고삐가 풀렸다. 물리적으로든 규범적으로든 말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과거 미국이 관여한 전쟁에서 미군들은 반드시 오만가지 교전수칙을 지켜야만 했다. 사실 그게 당연한 거긴 하지만 말이다 – 대충 민간인이나 의료인 쏘지 말고 적이랑만 교전하며 고문하지 말라는 그런 것들.

        

        근데 사법부가 공중분해됐고, 적 꼬라지들도 하나같이 가관스러웠다 – 자국을 적성국에 팔아먹은 방산기업에 선전포고도 없이 들어온 적성국 연합까지. 증말 어메이징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하여 신성미합제국의 유일무이한 통치자이신 헨리 황제님은 모든 책임을 적과 자신에게 돌리고, 대거 팀의 고삐를 풀어버렸다.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흑화해버린 미국을 대변하는 처형집행자가 될 것이었다.

        

        

        

       “적군에 대한 심문은 제한 없이 가능하지만, 이번에는 상대를 좀 잘 골라야 할 거야. 이번에 갈 곳에는 민간인들이 꽤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되고 있거든.”

        

       “심심찮게 야생동물들이 돌아다니는 뉴욕 북부니까요.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정신이 나가버린 생존주의자 친구들만 아니면 좋겠는데 말이죠.”

        

       “그런 친구들 입에 물려줄 떡고물이 없는 건 아니니, 잘만 하면 유의미한 정보를 주워들을 수도 있겠지. 물론 정 아니다 싶으면…어쩔 수 없는 거고.”

        

        

        

        그 ‘어쩔 수 없는 거고’라는 한 마디에 어떤 의미가 깃들어있을지를 짐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었다.

        

        더 이상 민간인은 전쟁이라는 단어에서 보호받을 수 없었다. 누구든 잠재적인 적군이 될 수 있었고, 미국은 그 어떠한 후환도 남겨둘 수가 없었으니까. 아마 나 같아도 그랬을 거다.

        

        그래도 다행인 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만 할지언정, 그것이 꼭 그 상황이 그대로 일어날 예정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상공에서 찍은 사진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시라큐스 동쪽에 존재하는 평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연료 대용으로 나무를 사용하는 생존자들이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교섭의 여지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부디 참고하시길.”

        

       “접촉은 최대한 삼갈 거지만, 필요하다면 해야지. 일단 통신이 연결되고 은신처를 구축하는 대로 정보를 수집하고, 제174전투비행단 기지 근방을 정찰하면서 적군 밀집도를 확인해보면 되겠어.”

        

       “일단 가자마자 적 밀집 구역 좌표부터 찍을 테니, 가능하다면 10분 안에 근접항공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줄 수 있나?”

        

       “…노력해보겠습니다.”

        

       “그래. 탄도 미사일은 위력 조절이 곤란해. 공항을 날려먹으면 무인기가 이륙하기 어려워지니 말이야.”

        

        

        

        올리비아 씨는 느긋하게 웃으며 덧붙였지만, 기껏 분위기를 풀려고 쾌활하게 말했음에도 딱히 잘 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열심히 떠드는 사이, 동시에 총기점검을 마친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볼트가 안으로 밀려들어간다. 내가 바닥에 내려놓은 저격총에서 난 소리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타격팀은 로건 및 로렌티나 씨를 필두로 한 전직 더 유닛 분들이었고, 나는 정찰팀으로서 이글 팀 및 이글 팀 작전팀장인 올리비아 씨와 같이 다닐 예정이었다.

        

        

        오늘 들고 갈 총기는 20x102mm 탄환을 사용하는 안치오(Anzio) 대물저격총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M44 LRD-2 대물저격총, 코드네임 타이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참고한 것은 오로지 총기의 크기 뿐이었다.

        

        그러한 이유는 간단했다. 이카루스 기어는 반응물질을 기반으로 삼아 어지간한 대형 원자력발전소만큼의 전력을 생산하는 물건이었고, 그걸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획기적인 전력 사용 방법이 단 하나 있었다.

        

        

        

       “20그램짜리 탄자를 초속 3km의 속도로 발사한다라. 꿰뚫지 못하는 게 없겠군.”

        

       “한 번 쏠 때마다 어깨가 좀 많이 아플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이 정도면 문제없이 버틸 수 있겠어. 총이 버텨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서 문제지.”

        

       “…이거 잘하면 전차도 뚫을 수 있는 거 아녜요?”

        

       “일단 장갑차는 확정적으로 관통할 수 있겠지. 맞히기만 한다면 헬기도 잡을 수 있을 걸.”

        

       “그런 걸 안 끌고 나오길 바라야 하는 게 먼저지, 막내.”

        

        

        

        …그도 그렇긴 할지도.

        

        아무튼 반동제어 및 총기 부속 전력 공급 시스템 등의 존재로 인해 저격총의 무게는 대략 40kg 가량에 달했지만, 사실 우리에겐 그닥 무겁진 않았다. 대신 길이가 좀 많이 길어서 문제였지.

        

        총신을 분해할 수 없었다면 많이 곤란할 뻔했지만, 다행히 그러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이 무거운 쇳덩어리를 들고 다니는 건 언제나 변이자의 몫이었다.

        

        나중에는 들고 다니는 돌격소총에도 레일건 시스템이 적용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미션 목표가 정해지고, 필요한 물자도 다 실렸으며, 이제는 정말 출발하는 것만 남은 시점.

        

        공항 활주로 한복판에 떡하니 존재하는 스크린과 의자, 탁자 등을 작전관들이 회수해가는 사이, 우리는 필요한 물자를 들고는 대기 중인 C-130SH에 탑승한다.

        

        SH는 사일런트 허큘리스의 약자였다. 듣자 하니 프로펠러의 각도를 이리저리 변경하고 별도의 광학미채 등등을 단 덕에 침투용으로도 쓸 수 있다는데, 이런 걸 타고 침투가 되나 싶기도 했다.

        

        이젠 날아오를 시간이었다.

        

        

        

       “작전이 너무 길어지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하니, 길어봐야 2주일 정도 안에 마무리하고 나왔으면 좋겠긴 한데. 가능할지 모르겠어.”

        

       “작전이 그닥 잘 안 풀릴 경우, 탈출은 시라큐스 동쪽으로 50km 가량 떨어진 그리피스 국제공항에서 시행한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다들 잘 기억해두라고.”

        

       “예상 은신처 구축 지점으로부터 좌측으로 7km 가량 서쪽에 상가 단지 및 월마트가 있다. 여력이 생기는 순간부터 드론으로 주변부터 전부 훑자고. 하루이틀 정도는 주변 상황 파악이 필요할 것 같으니.”

        

       “뭘 해야 하는지 아는 놈들밖에 없으니 마음이 다 놓이는구만.”

        

        

        

        나만 이 화제를 못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니겠지…?

        

        하부 램프도어가 닫히고, 십수 톤에 달하는 동체가 활주로에서 벗어나 이륙하는 와중에도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제부터 우리는 30분 가량을 날아 뉴욕 북부로 향할 예정이었다.

        

        부디 뜬금없이 미사일 같은 게 안 날아들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지, 대거 팀 분들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내려가서 뭘 해야만 하는지를 바쁘게 토론…토론도 아니었다. 결과를 정해두고 과정을 건너뛰는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나는 최대한 따라가려고 애썼고, 대강 어떤 느낌으로 앞으로의 일이 돌아가야 하는지를 즉각즉각 배웠다.

        

        

        

       “가자마자 장비부터 설치하고, 주변 위장부터 해. 골프장 근처의 나무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걸 보니 슬슬 이 근처로 활동 반경을 넓히는 존재들이 있는 것 같으니, 일단 지켜본 다음 행동 강령을 새로 세운다.”

        

       “우리 임무는 민간인 구출이 아니라 정찰 및 타격이니, 어지간하면 접촉은 없는 것으로 생각해라.”

        

       “앞으로 가는 곳마다 이럴 확률이 높다 생각하니 머리가 벌써 지끈거리는구만. 슬슬 다 와가니까 준비하자고. 막내도 장비 점검해라.”

        

       “네에.”

        

        

        

        숨을 내쉰 순간, 분위기가 달라진다.

        

        백색 조명이 꺼지고, 호흡기를 착용한 뒤, 그 자리에서 일어서서 행어에 고정되어있던 장비의 클립을 풀었다. 낙하까지 1분 11초가 남은 시점이었다.

        

        인컴을 타고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작전 개시. 시작한다. 자동 고도 센서 500m로 설정.”

        

       “바람 미약. 편차는 거의 없을 거예요. 산소 정상, 낙하산 정상. 다들 준비 됐나요?”

        

       “전 인원 올 클리어. 현 시간부로 램프도어 열겠다.”

        

        

        

        치이익!

        

        그 순간 내부 공기가 일변했다. 새카만 어둠과 바람소리만이 쩍 벌어진 하부 행어를 통해 보이는 모든 것이었다. 고도계는 자동으로 세팅되었으며, 이카루스 기어는 낙하산이 정상임을 알리고 있었다.

        

        그 순간 즈즈즉 하는 소리와 함께 화물이 먼저 떨어지기 시작했고, 머잖아 행어에 열한 명의 오퍼레이터밖에 남지 않은 순간.

        

        뛰어내릴 때가 왔다.

        

        

        

       “다이브, 다이브, 다이브!”

        

       “정찰조 강하한다! 기체 선회 후 원점에 도착하면 타격팀 강하 시작한다!”

        

        

        

        그리고 그 순간.

        

        나와 이글 팀, 총 다섯 명의 인원이 먼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향해 차례대로 돌진했다.

        

        시라큐스에서의 작전이 시작되었다.

        

        

        

        

        

        

        

        

        

        

        

        

        

        

        

        

        

        

       “역시 가까이서 봐야 무슨 상황인지 잘 보이는구만. 불필요할 정도로 잘 보여서 문제긴 한데.”

        

       “벽돌 벽에 모래주머니, 철판에 바위, 부서진 자동차문, 임시 철창까지…무난하군요. 주변을 돌아다니는 사람의 숫자가 생각보다 많은 것도 의외고.”

        

       “그럴 수밖에. 시라큐스에서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이 그렇게 많지가 않아.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여기고. 엄밀히 말하자면 깨끗한 물은 아니겠지만….”

        

        

        

        이론상 반영구적으로 하늘을 떠있을 수 있는 무인 정찰기 한 대가 반경 10km 가량을 마치 손바닥으로 들여다보듯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고고도에서는 찍을 수 없었던 디테일들이 하나씩 드러남에 따라, 대거 팀은 계속해서 앞으로의 방침을 수정하고, 보강하며, 더 나아가 접촉 방법 등등을 모색한다.

        

        물론 대거 팀의 다른 분들이 그러했다는 소리였다.

        

        나는 미국인들이 얼마나 생존주의에 진심인지를 아주 실감나게 느끼고 있었다.

        

        

        

       “…텃밭이 없는 곳이 없네요?”

        

       “이런 일을 대비해서 가드닝(Gardening) 배워놓는 사람들은 제법 흔해. 태양열 발전기도 종종 보이지? 맨해튼에서는 보기 어려운 게 당연하지만, 조금만 교외로 나가도 흔히 볼 수 있을 거야.”

        

       “아하.”

        

       “일반적인 재난 상황이었다면 살아남은 사람들이 꽤나 많았을 거고, 근시일 내에 미국을 다시 재건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지금 상황은 전혀 일반적인 게 아니죠.”

        

        

        

        그 말대로.

        

        현 시점에서 미국을, 그리고 전 세계를 덮친 이 상황은…그저 몇 개월, 혹은 몇 년 가량 버틸 수 있는 식료품과 물자, 연료 등을 준비해놓는다고 해서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재건에 필요한 인프라 자체가 완전히 박살나버렸다. 너무도 복잡해서 고작해야 수천 명, 수만 명, 혹은 수십만 명밖에 되지 않는 인구 집단만으로는 손댈 수조차 없는 기반이 통째로 무너진 것이었다.

        

        재난이 반 년 정도를 간다고 하면,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들은 많을지도 몰랐다.

        

        재난이 1년 정도를 간다고 하면,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들은 꽤 있을지도 몰랐다.

        

        재난이 5년 정도를 간다고 하면, 매우 잘 준비된 사람들은 무난히 견뎌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재난에 의해 무너진 세상이 자신이 죽을 때까지, 혹은 자신이 죽은 이후에도 재건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허나 슬프지만, 그리고 놀랍게도,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대놓고 도심 곳곳에 시체랑 바리케이드 같은 게 널려있는 걸 보면…여기가 어느 세력권의 영향에 들었는지가 확실히 보이네.”

        

       “그러게나 말이에요.”

        

        

        

        아르테미스.

        

        공적의 본사 및 제조공장 등은 시라큐스에서부터 고작해야 50km 가량 서남쪽으로 떨어져있을 뿐이었고, 브롱스를 완전히 말소해버리는 데 크나큰 일조를 해버린 이들이 여기라고 손을 안 댈까.

        

        저 수상쩍은 바리케이드랑 시체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간접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는 판이니, 고작해야 샷건이나 소총 정도로 무장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PMC를 상대할 수 있을까.

        

        그 결과야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당연히 밀리다 못해 쓸려나간다.

        

        

        

       “발호한 아르테미스 놈들이 마음만 먹었다면 진즉 이 도시를 깔끔하게 밀어버리고도 남았을 거야. 아직 그렇지 않았다는 건 모종의 이유가 있단 소린데….”

        

       “이유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지. 실전 데이터를 쌓으려고 그러는 걸수도 있고, 혹은 무인기 운반에 정신이 팔려 다른 곳에 신경을 안 쓰고 있을 수도 있단 소리야.”

        

       “뭐가 됐든 간에 얻을 것만 얻고 빠지자고. 아르테미스가 생존 공동체를 공격하고 있다는 건 좋은 뜻이 아냐. 취약점을 확인한 다음 거길 한 방에 으깨버려야지, 섣불리 건드렸다간 감당도 안 될 걸.”

        

       “당연한 말을. 지금 감청 돌리고 있으니 머잖아 뭔가 하나라도 잡히겠지. 느긋하게 기다리자고.”

        

        

        

        시라큐스 인근 골프장에 상륙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즈음, 대거 팀은 즉시 이 근방의 사람들이 주로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를 알아내었다.

        

        남쪽으로 대략 1km 가량 떨어진 교회에서는 물물교환 혹은 암시장이 열렸고, 서쪽으로 4km 가량 떨어진 곳의 쾰 백화점, 그리고 타깃 백화점 – 백화점 이름이 Target이었다 – 도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곳곳의 저수지 등에 관개수로를 놓아 농사에 이용했고, 정화해서 식수로도 조금씩 쓰고 있는 듯했다.

        

        나름 어떻게든 굴러가고 있는 곳이었다.

        

        아르테미스만 없었다면.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들의 존재가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키는지를 알기 위해선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항생제가 너무 부족해. 우릴 공격하는 정체모를 미친 놈들이 너무 많아! 제발! 우리 아들이 배에 파편을 맞았어! 휘발유 1리터랑 항생제를 교환해줄 사람이 필요해!

        

       -서남쪽에 있는 중학교랑 초등학교 보건실이라도 뒤져봐. 운이 좋다면 아직 남이 안 털어간 물건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얼마 전에 골프장 쪽에서 뭔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인지 아는 사람 있나? 그 근방엔 저수지가 두 개나 있어. 자칫하다간 물 공급이 싸그리 끊겨버릴지도 몰라.

        

       -미치겠군. 슬슬 이 근처에서 계속 머무는 것도 재고해야겠는데….

        

        

        

       “난장판이네요.”

        

       “이런 식의 대화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어. 곧 뭔가 하나쯤은 걸려들겠지….”

        

       “직접적인 접촉은 자제한다. 다들 알고 있겠지?”

        

       “물론.”

        

        

        

        어떻게 보면 저들에게 가혹한 이야기일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 필요한 물자를 제공하는 것보다, 이들이 힘들어하는 원인을 싸그리 뽑아버린다면 그것도 힐링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

        

        

        당연하겠지만, 다들 눈빛을 보니 생각은 전부 비슷비슷한 모양이었다.

        

        누구를 얼마나 죽여야 끝날지 알 수 없는 시라큐스에서의 작전이 이제 시작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미국은 생존주의가 굉장히 보편화된 개념이라고 하더군요

    자료를 조사하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덤으로 selco에 대해서도 그렇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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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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