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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1

    <721 – 평화로운 하루(1)>

     

    다크노디는 솔직히 후회했다.

    아카데미에 오기 전까지는 몰랐다.

     

    -헤헿. 기능 경험치 오르고 정말 유익한 강의였어!

    -너무 쉬우니까 얻는 게 없네. 교수님을 긁어서 난이도를 올려볼까?

    -앗, 쉬는 시간에 히든풍뎅이 채집시간이다! 대충 1년 뒤에 알려지는 술식으로 점수 받고 얼른 채집하러 가야징!

     

    오크노디는 당연하게 수행해왔던 일상들.

    그것을 유지하는 난이도가 얼마나 가혹한지.

     

    “왜 이렇게 힘든 거야…? 이런 거, 기억 속에서는 전혀 없었잖아…”

     

    이유는 향상심에 있었다.

    오크노디는 강해지는 게 즐거웠다.

    강해지지 못해서 잃어야만 했던 친구들.

    해피엔딩을 개방하지 못한 루트 분기점.

    그런 순간들을 자신의 노력으로 바꾸며 일궈내는 매 순간이 스스로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그러기 위해서 스스로 세계가 멸망하는 엔딩을 찾아보고, 또 친구를 방패처럼 쓰기도 하는 잔혹한 플레이를 하는 건 조금 어떤가 싶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엔딩은 해피엔딩이라는 사실을 다크노디는 기억을 토대로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기억은 그저 기억일 뿐이었고, 그녀에게는 공감하지 못할 이야기였다.

     

    ‘어차피 오크노디가 이미 루트분기점은 다 뚫었잖아.’

     

    어디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광전사 헤스티아가 스스로 자신이 머무를 곳을 파괴했던 배드엔딩은 일찍이 사라졌다.

    북부전선의 위태로움에 전선으로 돌아가 끝내 죽음을 맞이하였을 아이린은 북부전선의 크나큰 진전 덕분에 무사히 아카데미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매스각키 황녀는 최대의 수혜자로 무려 선황의 자리를 물려받으며 제국의 여제로 등극했다.

     

    ‘심지어 남들은 모르고 있지만 이슈타르도 루트분기가 뚫렸고.’

     

    선황을 죽인 자는 반드시 받는 저주를 선황이 황위를 내려놓으며 회피했고, 마왕토벌의 걸림돌이 되는 강력한 사천왕은 연달아 쓰러졌다.

    심지어 용사에게 비우호적인 교단연합은 어느새 개박살이 났고, 용사에게 우호적인 오크노디가 성녀연합회를 만들어 든든한 지원세력도 만들었다.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용사행이 더욱 든든할 것도 자명했다.

     

    ‘그러니 상관없는걸. 내가 없어도. 내가 강해지지 않아도. 전부 <자동>적으로 해결될 문제니까.’

     

    작은 변수가 일어나더라도 충분히 성장한 학생들 선에서 제어될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자신은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강의를 듣고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가혹한 일정을 소화해 내어야 한단 말인가.

     

    “여유를 잃으셨군요, 아가씨.”

    “조나…!”

    “더는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즐겁지 않습니까?”

     

    교수직을 맡았지만 집사의 본분을 잃지 않은 조나가 그런 다크노디의 마음을 헤아렸다.

     

    “아가씨. 저는 아가씨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결코 이 아카데미의 입학을 권하지 말아야 했습니다. 그때의 선택을 아직도 후회하는 날들이 있습니다.”

    “조나…”

    “이사장이 바라는 대로 친구를 사귀고 학업에 열중하며 평범함이 무엇인지 알아버린 아가씨가 그 모든 시간들을 자신의 의지로 저버릴 때, 무엇이 될까. 저는 그것이 두려웠고, 그렇기에 아카데미 교수로 취임했습니다.”

     

    오크노디 이미 아카데미 밖에 놀러 나갔는데…

    다크노디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이렇게 아가씨를 직접 가르치고, 아가씨가 모르는 기술을 전수할 때마다 기쁨을 느낍니다. 몰라보도록 강해진 아가씨에게도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남아있고 제가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실감하지요.”

     

    정작 오크노디는 필요한 건 다 배웠으니까 나머지는 다크노디가 배우라고 했는데…

     

    “아가씨와 함께 보내는 나날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입니다.”

    “…”

    “그러니 언제든지 말씀만 하십시오. 아가씨의 뜻이 아카데미를 떠났다면 저는 기꺼이 아가씨를 위해 교수직을 반납하고 함께 따르겠습니다.”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 상담에 응해주는 조나 앞에서 차마 같이 떠나자고 말할 수는 없었다.

    자신이 멋대로 일을 저지르거든 원본인 오크노디는 화가 날 테고, 분신인 자신에게 피의 보복을 벌이기 시작할 거다.

    조나는 분명 누가 원본이고 누가 분신인지 어렵지 않게 깨닫겠지.

    관계가 소중했기에 이별은 더욱 아플 것이다.

    하물며 원망을 받으며 버려지는 관계란 어떤 배드엔딩, 어떤 종말엔딩보다도 가장 아프고 괴롭고 슬픈 미래가 되겠지.

    그런 미래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아카데미를 떠난다면 끝내 조나의 앞에서도 떠나야만 한다.

    오크노디와의 결착이 그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적어도 자신이 버림받는 일이 없기 위해서.

    조나에게는 잠시 자리를 비운 오크노디가 금방 평소의 기분을 되찾고 싱글벙글 웃으며 돌아오는 모습으로 보이기 위해서.

     

    “…전 괜찮아요. 봐요. 이렇게 건강한걸요?”

     

    애써 씩씩하게 웃음을 지어 보이니 조나는 말없이 그런 다크노디를 안아주었다.

    이런 따스함, 모를 때가 차라리 나았어.

    나를 가짜라고 부르며 분명하게 선을 긋던 선황과의 시간이 차라리 덜 괴로웠다고.

     

    “리프가 오늘은 아가씨를 위해 특제 독경단을 만들어 드릴 겁니다. 오랜만에 함께 저녁 식사를 하시겠습니까?”

    “좋아요. 그리고… 고마워요.”

     

    오크노디와는 명백히 다른 기질과 성격, 타고난 천성 때문에 생긴 조숙함은 다행히도 조나에게는 분신이라는 의혹을 사지 않았다.

     

    “어른스러워지셨군요.”

    “나이를 먹었으니까요.”

    “11살에서 12살이 된들 아이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빠르게 어른이 되지는 말아주십시오. 아가씨를 보필하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히힣. 그럼 가끔은 어리광을 부려도 되죠?”

    “가끔이 아닌 언제나 부리셔도 됩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안 되는 걸 알고 있는데.

    자꾸만 조나가 상냥해지니까 욕심이 생긴다.

    돌려주고 싶지 않다고.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버티고 싶다고.

    오크노디의 자리를 내것으로 삼고 싶다는 그릇된 욕망을 웃음으로 눌러 삼키며, 애써 타협할 수 있는 최저한의 욕심만을 내밀어본다.

     

    “목마를 태워 주실 수 있나요?”

     

    그것은 오크노디의 기억에도 없는 이벤트.

    아버지와 함께 하는 딸이라면 한 번쯤은 겪어볼 수 있는 이벤트.

    ‘원본’이 아닌 ‘분신’인 자신이 먼저 체험하는, 이것만큼은 내가 먼저 행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단란한 일상이다.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조나는 고개를 숙이며 기꺼이 제 목과 어깨에 오르는 일을 허가했다.

    즐거워.

    눈물이 나올 정도로.

    작고 하찮은 시야보다 기억 속에 한층 익숙해진 높이와 시선들.

    혼자이기에 외로운 기억들과 달리, 둘이기에 외롭지 않은 순간들.

    다크노디는 이 순간을 온몸으로 만끽했다.

    분명 지금의 기억은 단순한 기억이 아닌, 남은 평생을 살아갈 소중한 추억이 되리라고.

    언젠가 자신이 오크노디와 자리를 바꾸고, 먼발치에서 홀로 조나를 훔쳐보는 날이 오더라도 지금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며 돌아설 수 있으리라고 말이다.

     

    [다크노디는 왜 이렇게 불쌍한 걸까요?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착한아이 경험치+15]

     

    그 소중한 추억을 멋대로 엿보는 신들의 존재는 꺼림칙했지만, 다크노디는 알고 있다.

    저들 또한 언젠가는 오크노디의 손 아래에 추락할 별 중 하나에 불과함을.

     

    “오셨습니까, 아가씨. 식사 준비를 마쳤으니 손을 씻고 와주십시오.”

    “항상 고마워요, 리프.”

    “…!”

     

    리프가 평상시의 무표정한 얼굴로는 떠올리기 힘든 놀란 얼굴로 눈을 크게 뜨다가 크읏, 하고 입술을 깨물며 뒤돌아 얼굴을 감추었다.

     

    “아가씨가 이런 감사인사를 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나다니…! 운 좋은 줄 알아라, 기프트 아카데미… 교수거주구역에 설치한 독탄의 기폭날짜를 1년은 미루어주마…”

    “그런 짓을 하고 계셨어요?! 위험하니까 그만두세요. 리프가 다친다고요!”

    “아가씨가 제 걱정까지?! 이러지 마십시오. 오늘은 제 생일도, 암살메이드 취임기념일도, 아가씨의 전속메이드 등극기념일도 아닙니다. 이렇게 과분한 선물을 받아버리면 일상이 시시해져서 죽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런?! 칭찬 안 할게요. 앞으로는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칭찬하지 않을 테니까 죽지 말아요!”

    “크으읏… 그건 그것대로 괴롭지만 그 역시 암살메이드 되는 자로서 각오해야 마땅할 운명. 아가씨의 분부대로 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앞으로도 보다 강력한 독의 개발 및 살포에 매진하겠습니다.”

     

    다음 학기에 신설될 아카데미 독물학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강의 탄생 비화를 알게 된다면 다크노디의 멱살을 잡고 왜 그랬냐며 울부짖을 광경이었다.

    하지만 반년 뒤의 일을 알 리가 없고, 당장 같은 시각 일어나는 교수들의 대참사를 알 리도 없는 다크노디는 그저 이 순간이 소중할 따름이었다.

     

    “윽, 무거워…!”

    “아가씨를 위해 집사가 준비한 특제식기세트입니다. 마나운용에 뛰어난 아가씨에게 보탬이 되고자 불규칙적으로 중력계수를 증가시키는 술식이 내장되어 있으니, 변화하는 술식을 감지하고 패턴에 맞는 값으로 대응하며 식사하는 즐거움을 누리실 수 있습니다.”

     

    아, 오크노디는 예전에도 이딴 식사를 했었지.

    근데 이걸 즐겼던 건 오크노디잖아.

    내가 아니라고…

    가혹한 수련이 일상의 식사시간까지 침범하는 괴로움에 다크노디가 눈물을 흘렸다.

    리프가 안절부절못하고 조나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는 오붓한 식사 시간은 저 멀리 플라톤 교수의 집무실이 암흑마나에 집어삼켜지며 개박살이 나는 와중에도 잔잔히 이어졌다.

    평화로운 하루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Tip> 오크노디의 첫 목마는 손오천이 태워줬습니다. 하지만 그딴 건 목마로 인정할 수 없는 여린 마음의 다크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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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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