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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2

        

       연속해서 쓰러지는 도미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 것인가?

       넝쿨의 끝에 딸려 나오는 것은 과연 무엇일 것인가?

         

       그것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수면 아래 숨겨져 있던 광기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던 사람들도.

       수면 아래의 극히 일부의 광기만을 알고 있던 사람들도.

       그 광기 본인도.

         

       그리고, 그 광기가 드러나게 만든 원흉마저도 말이다.

         

       그래.

       이 도미노를 쓰러뜨리기 시작한 바로 그 사람.

         

       박진성마저도 이 광기가 얼마나 잠재되어 있는지 다 알지는 못한다.

       이 도미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조차도 그저 무엇이 있을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을 뿐이고, 보고 듣고 경험했던 것으로 어떠한 광기들이 있는지만 알고 있을 뿐 그 실체에 대해서는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것은 마치 해충의 소굴과 같은 것이라서.

       회귀 전의 미국은, 그리고 지금의 미국은 바로 그 해충의 소굴과도 같은 것이라서.

       해충 한 마리가 보이면 수천, 수만을 넘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미치광이들이 가득한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박진성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보고도 무덤덤하게 중얼거릴 수 있었다.

         

       “생각보다는 덜 나왔군.”

         

       생각보다 덜 나왔다고.

       생각보다 도미노의 효과가 약했다고 말이다.

         

       지금 진짜로 미쳐버리기 일보 직전인 정부 측 사람들이나, 진지하게 자경단을 조직해서 외부의 위협에 대응하려고 하는 미국의 시민들, 그리고 광신도들의 난리 통에 등이 터진 것에 열받아서 눈이 벌게져 있는 미치광이들이 박진성이 지금 중얼거린 말을 들었으면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그러고는 박진성의 현재 몸뚱이- 동양인이기에 서양인보다도 더더욱 어려 보이는, 그들을 기준으로는 손을 대는 것조차도 조심스러워지는 아기라고 할지라도 짜증에 얼굴을 팍 찡그리면서 멱살을 휘어잡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하지만 박진성이 한 말에는 그 어떠한 조롱의 기운도, 비웃음도 없었다.

       그저 담담하게 사실을 늘어놓는 것일 뿐이었으니까.

         

       회귀 전.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났다고 하였던가.

         

       그 전쟁이 괜히 일어났겠는가?

       전쟁의 불씨가 있었다고 한들 그것이 괜히 타올랐겠는가?

       그 전쟁 속에서 미치광이들이 갑자기 하늘에서 솟아났겠는가?

         

       그렇지 않다.

         

       그 모든 것들은 시간을 들여서, 차근차근 쌓아 올려진 것이다.

       전쟁의 불길을 퍼뜨릴 장작은 무에서 유로 창조된 것이 아니며, 시간과 함께 퇴적되며 불씨와 함께 폭발한 것뿐이다.

         

       미치광이들 역시 마찬가지.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존재해왔고, 언제든 기회가 된다면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존재였다.

       그저 전쟁이 그 계기가 되었던 것뿐이지.

         

       그리고 그런 미치광이들은, 장작들은 전 세계에 퍼져 있었다.

       국력이 약하고 강한 것은 상관이 없이.

       말 그대로 전 세계에 말이다.

         

       국민이 하루 살기 버거워서 진흙으로 쿠키를 구워 먹는 나라부터 우주에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강대국까지. 그 모든 나라에 기름을 먹인 장작들이 가득 쌓여있었단 말이다.

       박진성은 그 장작들을 보았고, 해충들을 본 사람이다.

       용병이라는 직업 특성상 많이 마주하기도 했고.

         

       이것이 바로 세계 3차 대전을 막을 수 없다고, 반드시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다.

         

       인과가 너무나도 촘촘하게 짜여 있어서.

       일개 인간의 힘으로는 풀어내기는커녕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도 해결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거늘 어찌 나라와 나라들이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겠느냐? 돌멩이 사이에 자갈이 채워지고, 자갈 사이에 모래가 채워지고, 모래 사이에 먼지가 채워진 병과 같은 촘촘하고 복잡한 인과를 어찌 정리하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할 수도 없으니.

       그것을 하려고 하는 것은 오만이로다.

         

       초월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니.

       이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이라.

         

       다만 박진성의 목표는 세상의 평화를 바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서.

       그런 허황하고 불가능한-오만하기까지 한 목표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서.

         

       그저 그는 초월을 원할 뿐이다.

       주술을 탐구하고, 주술을 연구하고.

       그저 그는 주술의 끝을 보고 싶어 하고 있다.

         

       그렇기에 박진성이라는 이름의 한 주술사는 옛적부터 지금까지 초월을 원할 뿐이라 하겠다.

         

       “아직도 미치광이들이 많이도 남아있음이야.”

         

       그런 의미에서 미국이라는 나라는 참으로 눈엣가시라 하겠다.

         

       마치 밭이라도 되는 것처럼 미치광이들을 잔뜩 길러내고 품은 나라.

       이렇게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들끓는 벌레들이 튀어나오는 나라.

       나중에는 고독의 항아리와 같은 꼴이 되어서, 캐나다가 극단적인 방법을 쓰면서까지 국경을 넘어오지 못하게 필사적으로 막았던 나라.

         

       그렇다고 평화로울 때는 도움이 되는가 하면 그것 또한 아니다.

       네오콘들이 힘을 잡고 있어서 우경화되고 있으며, 고립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심화하고 있다. 그에 따라 자신들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으로 힘을 휘두르고, 그 때문에 마치 잠잠한 샘에 손을 휘저어 흙탕물로 만드는 것처럼 세계의 정세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지.

       그리고 여기서 더 시간이 지난다면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일들도 많을 것이다.

         

       그래. 회귀 전에 그러했듯이 말이다.

         

       죽음의 상인들.

       막강한 로비와 인맥으로 무장한 전통적인 강자들.

       전쟁이 일어나고, 세상 곳곳에 죽음이 들끓어야 큰돈을 벌어들이는 그들.

       미국 정부에서부터 국민까지, 각자 생각은 다르지만, 필요악이라 여기면서 반드시 품고 가려는 그들에게 돈을 안겨주기 위해서 말이다.

         

       회귀 전 죽음의 상인들은 전쟁을 부추기고 무기를 팔아치웠었다.

       심지어는 소강상태가 된다 싶으면 장작을 더 불어넣거나, 직접 요인들을 암살하면서까지 전쟁을 심화시키거나- 끝나려는 전쟁을 이어지게 만들어서 무기를 더 팔아치우려 애를 쓰기도 했었지.

         

       그걸 어떻게 아냐고?

         

       ‘암살, 사보타주 의뢰들이 그런 것들이었지.’

         

       알 수밖에 없다.

         

       그 일을 했던 것이 박진성이었고, 용병들이었으니까.

       의뢰자는 당연히 수뇌부만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뇌를 빼고 다니는 게 아닌 이상에야 어디에서 의뢰가 왔는지 짐작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때 용병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말했더란다.

         

       무기상인 놈들이 몸이 달아올랐다고.

       발정이 난 개새끼처럼 허공에다가 허리를 흔들면서 난리를 피우고 있다고.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본진에까지 전쟁의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지만….

       어찌 되었던 그들이 세계 전체를 휩쓴 전쟁이 이바지한 것은 적지 않았다.

       불꽃이 죽으려 들 때마다 지속해 장작을 집어넣은 것은 그들이었으니까.

       그들이 한 짓 때문에 전쟁은 쉽게 휴전할 수도 없고, 사람들의 앙금이 쉽게 풀릴 수도 없는 상태가 되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절대적인 악인 것은 아니다.

       그들의 행동 역시 정부의 묵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들은 고립주의와 함께 세계의 패권을 다시금 얻으려는 미국의 행보에 탄 것뿐이다.

         

       세계를 다시 통제하에 두려는.

       세계의 경찰이니 뭐니 하는 허울 좋은 타이틀에 집착하지 않고, 경쟁자를 찍어누르고 앞으로 경쟁자가 나타나지조차 못하게 하려는 네오콘들의 의지. 그리고 다시 위대한 미국이 되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총아.

       그 모든 것들이 있었기에 죽음의 상인들이 그리 활개 칠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다.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고독의 항아리처럼 변해버렸던 회귀 전의 미국을 생각해본다면, 그야말로 블랙 코미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생충들이 제 내장을 파먹는 것조차도 모른 채로 눈이 벌게진 채 검을 휘두르고 다닌 꼴이니.

         

       아니, 어쩌면 그 기생충들은 변명할 것이다.

       자기 숙주가 자신을 박멸할 약을 만들고 있노라고.

       그러면서도 아주 무르고 틈이 너무나 많기까지 했노라고.

       그렇기에 일어났고, 그렇기에 미국을 죽였노라고.

         

       그렇게 말할 것이다.

         

       ‘미국, 미국. 고독의 항아리. 독충의 변명.’

         

       하하하.

       가구 하나하나, 틈새 하나하나에 독충들이 빼곡하게 자리 잡은 방이라.

       그렇게 생각하면 징그럽기까지 한 상황이지만-

         

       뭐.

       나쁘지는 않다.

         

       숙주를 죽일 수 있는 기생충들이 존재하는 것은.

       미국을 뒤집어엎을 힘을 가지고 있는, 혹은 기르고 있는 미치광이들이 미국에 있다는 것은.

       어쩌면 참으로 잘 이용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

       외부인에 지나지 않으며, 미국은 반드시 회귀 전과 같이 고독의 항아리처럼 변해버린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박진성에게는- 그 독충들은 그저 수단에 불과한 것이었으니.

         

       잘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이오. 인과의 끝자락에 모두가 좋게 된다면 더더욱 좋은 일이라.

         

       뭐. 이 정도면 손을 대지 않아도 충분한 혼란이 일어날 것이니. 이제 돌아다녀도 되겠구나.’

         

       박진성은 그리 웃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는 인공위성이 빛나고 있었다.

         

       별은 속삭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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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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