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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2

       

        

        

        

        

        

        

       “…70명이라. 생각보단 많지만 생각보단 적구만.”

        

       “어제 했던 말을 진지하게 여긴 사람이 없었던 건 아니라는 거지. 다들 아주 난리도 아니군. 나노머신 정도로만 끝나는 외상이 많아서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나.”

        

       “치열이랑 소화기관이 멀쩡한 사람이 없구만. 경구수액이랑 베타딘 좀 더 가져와! 소독 좀 도와주고!”

        

       “그래, 금방 가지.”

        

        

        

        뉴욕 북부 시라큐스, 작전 4일차, 오전 9시.

        

        대거 팀이 머무는 대형 은신처로부터 남쪽으로 1km 가량 떨어진 운영이 중지된 한 스키장에 대량의 사람이 몰렸다.

        

        민간인들의 모습은 가관에 가까웠다. 옷은 꼬질꼬질하다 못해 불결했고, 머리카락에서는 개기름이 번들거렸으며, 치아 상태도 그닥 좋지 않았다. 뚱뚱한 몸을 가진 사람들은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러나 그것 뿐만이었다면 차라리 다행이리라. 감염은 흔했으며, 손가락이나 팔 일부가 없는 사람도 흔했고, 패혈증 증상에 시달리는 이들도 어떻게든 마지막 희망을 붙잡기 위해 대거 팀에게 향했다.

        

        

        민간인들이 입은 크고 작은 상처는 어김없이 감염의 온상이 되었고, 스키장 내부는 순식간에 불쾌한 냄새로 가득찼다.

        

        이글 팀과 유진이 시라큐스 북부를 누비고 있을 동안 타격팀이 맞이한 상황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소독액이랑 붕대 같은 걸 지금의 두 배 가까이 더 챙겨올 걸 그랬구만. 이 꽉 물어! 좀 많이 아플 테니까!”

        

       “끄으으으윽…!”

        

       “의료용 나노머신 투입 중. 감염된 부위에 소독액 좀 더 팍팍 뿌려보라고.”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대거 팀은 기적을 행했고, 치유를 받은 이들은 자신이 시시각각 목전으로 다가오고 있는 죽음에서 빗겨나가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닥 상태가 좋지 않은 음식의 섭취가 일반적인 탓에 설사와 구토 등으로 고생하던 이들은 경구수액을 통해 신체에서 빠져나간 전해질을 보충했으며, 그보다 심한 상처들도 빠르게 치유되기 시작했다.

        

        근미래적 총기를 연상하게 만드는 의료용 나노머신 주입기가 감염된 상처와 가까운 곳에 틀어박히고, 그 위로 소독액이 쏟아지다시피 한 순간, 사람들은 출혈과 고름이 멈추고 고통이 사라짐을 느꼈다.

        

        

        온갖 방식으로 고통받던 민간인들은 신체 내부를 거의 즉각적으로 회복시키는 미래의 의료기술에 감탄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감염으로 인한 고열에 시달리던 자식을 힘겹게 업고 대거 팀이 있는 스키장까지 도달한 사람들은 자식들이 걸어서 병원 밖을 돌아다니는 광경을 보았고, 혀가 아릴 정도로 단 긴급식량을 맛봤다.

        

        대거 팀의 말이 거짓일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줄기 가능성에 모든 걸 맡기고 스키장에 도착한 사람들은 거의 즉각적으로 열렬한 신봉자가 되었고, 자발적으로 질서를 지켰다.

        

        물론, 감사가 그 모든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아니었다.

        

        

        

       ───기이잉!

        

        

        

        벽면 등에 설치된, 주변을 언제든지 벌집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터렛 여러 대.

        

        어디 특수부대를 메인으로 삼는 대중매체에서나 나올 정도로 중무장한 – 방탄복과 탄창 등은 기본이었거니와, 몸 곳곳의 전선과 한 번도 보지 못한 기기, 홀로그램까지 – 대거 팀의 외형.

        

        어깨에 붙어있는 미국, 그리고 각 부대의 패치 등등까지. 그 누가 보더라도 야전의료교육 정도는 기본적으로 이수한 최고의 인력들이었고, 몸에 매어져있는 총기와 단검은 사람들이 다른 마음을 품는 것을 막았다.

        

        

        그렇게 대략 2시간 간의 의료-전투가 성공적으로 끝난 이후.

        

        대거 팀은 본격적으로 오늘 이런 자리를 마련한 이유를 행하기 시작했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런 류의 총상은 흔하지 않습니다. 어디서 입으셨습니까?”

        

       “부, 북쪽, 월마트 방면에서…몇 주일 전까지만 해도 교류하던 다른 공동체 사람들과 물물교환을 하려고 했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도망쳐 나오는 과정에서 옆구리를 스쳤습니다….”

        

       “체스터는 계속 봐주고, 모리슨. 지도에 위치 표시해. 또 다른 특이사항은 없습니까?”

        

       “제, 제가 알고 있습니다.”

        

        

        

        그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사람들이 한두 마디씩 부연설명을 붙이기 시작한 순간 그럴듯한 인텔이 완성된다.

        

        전반적인 내용들은 대거 팀이 예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르테미스는 브롱스에서 그랬던 것과 같이 또다시 음험한 짓거리들을 벌이는 중이었고, 그 여파는 민간인들이 고스란히 얻어맞고 있었다.

        

        모리슨은 사람들의 말을 기반으로 계속해서 지도를 그려나갔고, 대거 팀은 고작해야 10분도 지나지 않아 얼추 그럴듯한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었다.

        

        예상한 대로였다.

        

        

        

       “그럼 그렇지. 핸콕 필드 공군기지를 자기네들 앞마당으로 쓰고 있었구만. 여길 기반으로 근방을 지나다니는 놈들을 낚아챈 거야. 브롱스에서도 보던 수법이구만.”

        

       “그 사람들이 머리에 이상한 기계를 달고 있었습니까?”

        

       “아, 아뇨…자세히는 못 봤어요. 잘 모르겠습니다. 보통 물물교환을 시행하기 전엔 벽 뒤에서 상대방이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한 다음에 몸을 드러내는데, 그땐 총부터 갈기더라고요….”

        

       “알겠습니다.”

        

        

        

        제각기 말은 달랐지만, 결국 결과는 한 점으로 수렴했다.

        

        그러나 대거-타격팀의 위치는 민간인들이 언급한 지역으로부터 남쪽으로 꽤 떨어져있었고, 사람들이 말한 지역은 오히려 이글 팀과 무척이나 가까웠다.

        

        더욱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는 좀 더 발품을 팔아야만 했고, 대거 팀은 이곳에서는 필요한 데이터를 전부 수집했음을 얼추 짐작했다. 다시 말해, 여기서 두 번 일할 필요는 없단 뜻이었다.

        

        

        그렇게 정보 수집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을 즈음, 대거 팀은 반대로 질문공세에 시달릴 준비를 끝마쳤다.

        

        

        

       “그래서, 군인 양반들. 아직 정부가 살아있단 건 무슨 뜻입니까? 나라가 망한 게 아닙니까?”

        

       “정확하게는 멸망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미 본토를 어떠한 선전포고 없이 공격을 시도했으나 불발되었고, 2만 명 이상의 탈옥수와 갱단이 뉴욕을 혼란에 빠뜨리려다 저지되었습니다.”

        

       “…무, 뭐라고요?”

        

       “몇 시간 전에 말씀드렸듯이, 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가 온갖 군사기밀을 팔아넘기고 미군 내의 방공망을 무력화했으며, 현재 회사와 연관된 전 인원이 내란죄로 공소시효 없는 추살령을 적용받았습니다.”

        

        

        

        그 누구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발언들.

        

        대거 팀은 그 무엇보다도 잔혹한 사실을 아무런 감정 없이 읊었고, 세상의 진실을 전해들은 사람들은 정신이 나가버렸다. 그러나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민간인들은 어째서 공권력이 동작하지 않는지, 그리고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물자들이 어째서 공급되지 않고 있는지를 알아버렸다.

        

        과도하게 쏟아지는 충격적인 정보들은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기엔 충분했다.

        

        

        서서히 사람들의 입에서 말소리가 사라지고, 붕대 자르는 소리와 의료용 나노머신을 놓는 치익-소리만이 들려올 즈음, 대거 팀은 어느덧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을 닫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이들이 해줄 말은 없었다. 현실은 그 무엇보다도 잔혹했고, 그 어떤 말로도 사람들을 위안해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어지는 말.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시라큐스의 아르테미스를 전부 축출해낼 예정입니다. 적어도 누군지도 모르는 놈들에게 사망하는 일은 없도록 보장하지요.”

        

       “…그 다음엔, 당신들은 어디로 갈 겁니까?” 

       

       “글쎄요. 어디든 가게 될 겁니다. 전투가 있는 곳이라면. 미국이 다시 원상복귀가 될 때까지 끊임없이 손에 피를 묻히게 되겠지요.”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그건 모릅니다. 하지만….”

        

        

        

        꾸욱!

        

        소독약을 뿌린 후, 허벅지에 붕대를 감은 체스터가 별반 특별한 일도 아니라는 듯 덧붙였다.

        

        

        

       “그게 대거 팀이 만들어진 목적입니다. 모든 적을 말살할 때까지 저희들이 멈추는 일은 없을 겁니다.”

        

       “….”

        

        

        

        그 결연하고도 광기어린 말.

        

        하지만 반대로, 그 정도의 마음가짐이 없다면 미국을 수복하는 일은 요원하리라. 그 사실을 어렴풋하게 체감한 사람들은 입을 닫았고, 그저 숨을 내뱉으며 작게 덧붙였다.

        

        

        

       “…힘내십쇼.”

        

        

        

        대거 팀은 대답하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마지막 한 명까지 응급처치가 끝난다. 어느덧 스키장 내에 가득히 찼던 고약한 부패의 향취조차 소독약 냄새에 덮이고, 민간인들은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표정과 함께 고개를 내저었다.

        

        태스크포스 대거는 결코 사람들을 구원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죽음의 천사였다.

        

        

        스키장 내부로 들어올 때만 하더라도 삶 그 자체에 의해 고통받던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기 직전이 되어서야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이들을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한 명이 고개를 숙이며 왔던 길로 돌아가고, 그렇게 두 명이, 네 명이, 열 명이, 스무 명이,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70명 가량이 모두 사라진다.

        

        대거 팀은 근래 가장 구하기 어려운 자원 중 하나인 식수를 아낌없이 써서 피와 고름, 소독약으로 더러워진 손을 닦아내었고, 그렇게 다시금 정적이 세상 위에 깔렸다.

        

        다음 의료지원이 언제, 그리고 어디서 열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대거 팀은 그것이 머잖아 벌어지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마침 이글 팀도 뭔가 확인했다고 하니, 조금만 기다리면 뭔가 결론이 나오겠지. 은신처로 복귀한다. 인텔 수집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지요. 저 사람들이 변이자를 보고도 안 놀란 건 제법 놀랍다고 해야만 할지.”

        

       “목숨이 급한데 그런 게 뭐가 중요하겠어.”

        

        

        

        진실은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세상은 여전히 난장판이었다.

        

        시라큐스 위엔 소름끼칠 정도로 찬란한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아, 당소 이글 팀. 현재 이스트 시라큐스 미노아 중학교에서 서쪽으로 3km 떨어진 물류창고 및 공장단지에서 정장을 입고 있는 인원을 관측했다. 현 시간부로 해당 인물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겠음.”

        

       “저기 위에 EMP 터뜨리면 공짜로 업어올 수 있지 않을까요?”

        

       “과감한 제안이었어, 막내.”

        

        

        

        한편, 그로부터 수 킬로미터 북쪽으로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글 팀 역시도 무언가를 인지했다.

        

        아르테미스의 수난은 이제 시작이었다.

        

        

        

        

        

        

        

        

        

        

        

        

        

        

        

        

        

       “하루종일 드론이랑 저격총만 번갈아 보다보니 정신 나갈 것 같네요, 진짜.”

        

       “정찰팀이 하는 일이 다 그렇지. 좌표는 잘 따고 있지?”

        

       “네에. 이젠 좌표 설정 안 한 곳이 없을 지경이에요.”

        

        

        

        다 무너져가는 건물 천장을 이불 삼아, 부서진 책걸상을 베개 삼아, 그리고 주변을 흔하게 굴러다니는 이름 모를 사람의 해골바가지들을 친구 삼…지는 않은 이글 팀은 오늘도 무난했다.

        

        듣자 하니 타격팀은 무슨 의료지원인지 뭐시긴지를 했다고 들었는데, 별의별 일도 다 있구나 싶다. 그래도 다행인 점이 있다면 움직이는 적들을 저격하고 다니는 것 외엔 딱히 할 일이 없단 것 정도.

        

        그게 왜 다행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 같은 심약한 사람들에게는 무소식이 곧 희소식이었다. 올리비아 씨 같이 바스트-힐링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오로지 한 명 뿐인데 부담되는 일은 많았으니.

        

        

        여전히 하늘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정찰기는 하늘 아래를 낱낱이 훑었고, 우리는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었다.

        

        올리비아 씨와 이글 팀은 내가 특수정찰 시 중요 인력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여러가지를 알려주었지만, 그 중 아-주 기본적인 방법 하나는 바로 옷차림이 튀는 사람을 찾는 것이었다.

        

        그리고 하늘을 백수십 시간씩 떠있는 정찰기가 가장 잘 하는 것이 바로 그런 종류의 일이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이런 상황에서 정장이라. 시대착오적인 미친 놈이거나 진짜로 수상쩍은 미친 놈이거나지만…붙잡아서 몸에 물어보면 되겠지. 좀 많이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근데 생포하는 게 하나도 안 쉬워보이는데.”

        

       “당연하지. 쉽기는커녕 여태까지 대거 팀이 성공시켰던 미션 중에서도 난이도로 따지면 많이 하드한 편에 속할 걸. 일단 저놈이 어떤 부분에 흥미를 가지는지도 하나도 모르는 판이니까.”

        

       “그러게요.”

        

        

        

        당연하겠지만, 누군가를 생포하려면 일단…여러가지 사전 작업이 필요했다.

        

        일단 첫 번째로 타깃과 함께 다니는 적군을 거의, 혹은 전부 사살해야 했고, 두 번째로는 퇴로를 차단해야 했으며, 셋째로는 적이 자결하거나 도망치지 못할 정도의 신속함이 필요했다.

        

        하나를 충족하기도 어렵지만, 세 개의 조건을 전부 만족하는 것은 더더욱 끔찍하게 어려웠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하나의 단서가 있었다.

        

        

        

       “확실한 건, 저 양복쟁이가 저기까지 온 이유가 있을 거야. 지금 저 친구가 있는 곳은 핸콕 필드 공군기지에서 동쪽으로 3.5km 떨어진 한 공장이니, 저기서 뭔가 확인할 게 있는 걸지도 모르지.”

        

       “아까도 말한 것 같긴 한데, 공장에 뭔가 하나 떨어뜨리면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요?”

        

       “…그것도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지.”

        

        

        

        호출명 양복쟁이가 어째서 여기까지 왔을까. 그 점을 고려해봐야 했다.

        

        그러나 이유야 얼마든지 갖다붙일 수 있는 것이었기에, 반드시 어떠한 방법이든 동원해 상대를 흔들어놔야 또 다른 단서를 흘릴 확률이 높았다-는 것이 기본적 골자였다.

        

        일단 세 가지의 전제를 각각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생각해보도록 하자.

        

        

        

       ‘적을 줄이는 방법은…뭐, 직접 사살하는 게 가장 편한 방법이겠지만, 그러다가 역공을 맞을 수도 있을 테니, 뭔가 이이제이 같은 걸 할 방법이 없으려나….’

        

        

        

        그나마 생각나는 방법…이라기보단 그게 가능한 세력이 있으려나 모르겠다…만.

        

        가능성이 있는 건 어쩌면…머리에 기계 단 놈들 정도일까. 요컨대 아르테미스가 강제로 잡아들여 개조해버린 민간인들이 반기를 들게 만드는 방식이라든가, 뭐 그런 것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사실 그닥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말이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안 그래도 불행한 결말을 맞이한 분들을 마지막까지 소모시킨다는 소리 아닌가.

        

        효과적인 동시에 비윤리적인 방식은 내 생각보다도 많을지도 몰랐다.

         

        

        아무튼, 그런 생각을 접어두고, 우리는 계속해서 공장 근처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적의 규모와 이동경로, 무장의 정도 등을 파악한다면, 굳이 이이제이 같은 껄끄러운 방식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방식을 찾을 수….

        

        잠깐만.

        

        

        

       “…올리비아 씨. 저희 그…해킹 툴 같은 건 없나요?”

        

       “아마 정찰기에 한두 개 정도는 있을 걸. 그건 왜?”

        

       “아, 적이 좀…무인기나 전자화된 병기들을 굉장히 많이 들고 다니는 것 같아서요. 장갑차 같은 거에 달아서 주변에 있는 적들한테 막 쏘면…좋지 않을까요?”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올리비아 씨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표정에서 약간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것으로,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약간의 입술 호선, 그리고 최종적으로는…옅은 웃음까지.

        

        올리비아 씨가 ‘포상’을 주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으브브븝…!”

        

       “그거 괜찮네. 최대한 아군 전력을 아낄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확실히 우리 막내가 잔머리 하나는 잘 굴린단 말이지.”

        

       “수, 숨막혀요오….”

        

       “팀장님. 거 다음엔 저도 좀 해주시면 안 됩니까?”

        

       “시끄러, 이 자식들아. 너희들도 기똥찬 방안 한두 개씩 가져오면 생각해볼 테니까 가서 일해!”

        

       “진짜죠? 방금 말 녹음해놨습니다.”

        

       “나가!”

        

        

        

        …그래, 어쩐지 이렇게 될 것 같았어.

        

        올리비아 씨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 씩씩대며 이글 팀 분들에게 일갈했고, 다른 분들은 낄낄대며 방을 빠져나갔지만, 멘탈 치료를 받은 나는…이렇게 말하긴 뭐했지만, 자부심이 조금씩 차올랐다.

        

        그걸 구체적으로 무어라 설명해야만 할지는 조금 애매한 감이 있었지만, 최대한 의미가 비슷한 형태로 정의해보자면….

        

        

        

       ‘…인정받았다.’

        

        

        

        내가 짐덩이가 아니라는 점에서부터 오는 안도감.

        

        나는 그것을 잠깐이나마 즐겼고,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올리비아 씨가 입을 열기 전까진.

        

        

        

       “그럼, 우리 막내가 제시한 안건이니, 작전 진행에 대한 부분도 막내에게 어느 정도 위임하면 되겠어.”

        

       “…네에?”

        

       “일단 어느 차량을 어느 때에 노려야만 하는지부터 한 번 고심해보자고. 타격팀 측에도 작전안 공유하고. 작전 진행에 있어 별도로 더 필요한 물자 있으면 요청해, 막내.”

        

       “엣, 에엣.”

        

       “가만히 있기도 꽤 지루했는데 슬슬 움직일 시간인가. 뭐부터 시작할까?”

        

       “…우, 우에에….”

        

        

        

        유, 유진이는 아무 것도 모르는 응애야….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그 순간. 나는 너무나도 당황한 나머지 머리 안이 새하얗게 물들어 아무 생각도 나지 않게 되었다.

        

        내가 그런 반응을 보이자 올리비아 씨는 장난이라면서 푸하하 하고 웃으셨지만…나는 언젠가 이런 날이 내게 실제로 다가오게 되리라는 사실을 직감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나도 어엿한 오퍼레이터로서 자립할 줄 알아야만 하겠지…만.

        

        

        

       “너무해!”

        

       “어, 어라? 막내? 잠깐만. 막내? 어디 가는 거니? 유진!?”

        

       “몰라욧!”

        

        

        

        그래도 삐진 건 삐진 거였다.

        

        올리비아 씨 미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응애는 응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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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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