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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3

        

         

       세상이 어지러워지면 도적이 들끓는 것은 당연하고도 당연한 이치인지라.

       그것은 마치 혼수모어(混水摸魚)의 계가 바로 이것이라 하겠다. 정도와 기이가 뒤섞이고 비어있고 차 있는 것이 뒤섞여 있으니 어찌 거기에서 진실함을 찾아볼 수 있으랴?

         

       다만 사람이란 참으로 무력하기 짝이 없는 존재인지라.

       무엇이든 꿰뚫는 눈이 없어 혼탁해진 물속을 훤히 살펴볼 수 없음이니 이것이 사람의 한계요, 손을 뻗는다고 할지라도 쉬이 물고기를 잡을 수 없음이니 재주가 없음을 한탄할 일이로다. 거기에 혼란한 곳에 몸을 던져 뿌연 흙탕물 속으로 들어온다면 구분이 없고 기이와 정도가 뒤섞인 것이 물 안에 있는 고기와 무어 차이가 있겠느냐?

       그렇기에 사람은 지혜를 짜내어 그것을 이용할 계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어부가 혼탁해진 물속에 그물을 던지는 것처럼.

       때죽나무를 이용해 물고기를 줍거나 배터리로 물고기를 기절시켜 쉬이 그것을 쓸어 담는 것처럼.

         

       혹은 그래.

       원하는 것을 주어 걸음에 방해가 되는 것을 내쫓고자 혼란을 일으키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그가 가장 먼저 발을 움직인 곳은 한껏 혼란에 빠져있는 연구소였다. 그것도 무려 크게 두 방을 얻어맞아서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곳 말이다.

       박진성이 웜 시리즈를 가동함으로써 조직 자체를 혼란에 빠뜨렸으며, 광신도들이 들여보낸 첩자가 자료들을 외부로 유출하고 빼돌리는 등의 행위를 함으로써 다시 한번 대혼란에 빠져있게 된 집단.

         

       기계 교단의 연구소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계 교단에 속해있는 한 기업의 연구소.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을 연구하고 있는 연구소였다.

         

       어째서 이곳으로 왔냐고 한다면….

         

       ‘나뭇잎이 달리지 않은 가지에 꽃이 피어나지 않는 것을 유추하는 것과 같음이니. 직관은 크나큰 이해와 이유가 필요하지 않음이라.’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굳이 이유를 꼽으라고 하면 몇 가지가 있기는 했다.

         

       일단 기계 교단 소속의 ‘인공신경망 연구소’라는 점이 수상했으며, 회귀 전 박진성이 찾아와본 적이 없는 곳이기도 했다. 거기에 광신도들이 빼돌린 자료 중 ‘합성생물 커넥톰을 사용한 인공신경망 연구’라던가, ‘신경세포 인공 배양을 사용한 인공 뉴런 적용 방법’, ‘합성생물의 생체전기를 사용한 생체컴퓨팅 시스템 구축’ 등의 척 보기에도 위험하고 살벌해 보이는 제목들이 있었기도 했고.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이유를 말하자면…. 그래.

         

       이곳이 위험하지 않으며, 허술하기 때문이라 답하겠다.

         

       마치 혼탁해진 물속에 무엇이 헤엄치고 있다고 한들 바깥에선 알아차릴 수가 없듯이.

       심지어는 같은 물속에 있는 존재조차도 자신을 스쳐 지나간 것이 괴물인지 치어(稚魚)인지 알아차리기가 힘들 듯이.

       이곳 역시 그러하였기에 박진성이 방문한 것뿐이다.

         

       그 증거로, 보라.

         

       너무나도 쉽게 연구소의 심장께까지 들어오지 않았는가.

         

       ‘허허. 상황이 어지러우니 자잘한 것은 확인하지 않게 되었구나.’

         

       박진성의 현재 몸은 어린아이의 몸.

       하지만 그것을 구성하는 것은 일반적인 세포가 아닌 해충들이다.

       당연하게도 자기 몸을 부숴서 해충의 상태로 바꿀 수도 있음이요, 그 해충들을 전부 사용하지 않고 일부만 사용하여 들여보내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박진성은 자기 몸을 부숴서 절지동물에 속하는 것들을 하수구와 환풍구를 통해 집어넣었으며, 사람의 몸이나 짐 사이에 들러붙게 만들어서 은밀하게 연구소 안으로 잠입시켰다. 그러고는 들여보낸 해충들을 움직여 방충(防蟲) 시스템을 망가뜨렸으며, 그 후에는 망가진 방충 시스템 사이로 유유히 몸체를 부숴서 들여보냄으로써 쉬이 연구소에 잠입한 것이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옛적에 몇 번이고 해봤던 익숙한 일이기도 했으니까.

         

       박진성은 꽤 많은 연구소를 방문했었다.

       용병 시절에 의뢰받아서 행하기 위하여, 혹은 은원을 해결하기 위해서, 혹은 자신이 원하는 주물이나 주술을 찾기 위하여.

         

       그렇게 연구소를 방문하는 경험이 쌓이자, 박진성이 자연스럽게 깨달은 것이 있었으니.

         

       ‘기이한 일이지. 변수를 통제하고 청결을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연구소임에도, 정작 그것에 신경을 쓰는 곳은 그리 많지 않으니.’

         

       연구자라고 할지라도 원리원칙에 집착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으며, 오히려 그러한 규칙을 혐오하거나 은근히 외면하는 이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거기에 그것이 ‘청결’이나, ‘약간의 위험’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더욱 그것을 외면하는 비율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쩌면 그것은 익숙함에 젖어서, 타성에 젖어서 생기게 되는 하나의 병마일지도 모른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기에, 그렇기에 도리어 그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너무나도 가볍게 여기는 것일지도 모르지. 혹은 그것의 행동이 너무나 가볍게 느껴지고 그 대가가 쉬이 찾아오지 않기에, 찾아온다고 할지라도 그리 크나큰 위협으로 느껴지지도 않는 것이기에 더더욱 그러할지도 모른다.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방충 작업 잘못해서 거미 한두 마리 들어오고, 지네 몇 마리 들어오는 것에 무어 신경을 쓰겠는가? 빨래를 며칠 안 하고 몸을 며칠 안 씻는 것 정도에 크게 난리를 피우겠는가?

       벌레 따위에 신경을 쓴다면 벌레나 보고 겁먹는 겁쟁이로 취급받게 될 것이요, 몸 조금 불결하다고 난리를 피우는 것은 결벽증 환자로 취급받을 일이니.

       아무리 연구자이며 과학자라고 할지라도 사람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이러한 일을 부르는 것일지도 모르지.

         

       박진성은 그 틈을 아주 잘 이용했다.

       사람들의 방심을 이용해서.

       그들이 간과하는 경계의 사각을 사용해서 말이다.

         

       이것은 어쩌면 맹수보다는…. 그래.

       그가 ‘기생술사’라고 불렸던 것처럼, 기생충을 닮아있을지도 모른다.

       약간의 방심, 감각의 사각.

       그 모든 허점을 찌른 뒤 몸 안으로 들어가 자신만 이득을 챙기는 기생충의 그것과 말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자연의 섭리가 그러하고, 사람은 자연을 모방하는 존재가 아니겠는가?

         

       그러하니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득을 봄이 기생(parasitism)의 생태이니. 박진성 역시 그러한 이치를 따른다고 볼 수 있겠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흐음. 보자. 사람의 세포를 증식시켜 인공육을 배양하는 실험에 착수하였으나 그 결과가 좋지 못하였다. 인공육 배양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하여 신경망을 충분히 확보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박진성은 연구소의 심장부에서 은밀하게 자료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보안을 위해서 아날로그…프린트된 종이에 적혀있는 연구 결과를 말이다.

         

       ‘인육 배양을 통한 인공신경망 연구를 위해서는 인공육 배양 연구에 힘을 쓰거나 혹은 다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오. AI를 통한 접근도 있었군. 하지만 이것은 다른 중요한 연구를 하는 중이라 연산을 따로 빼줄 수가 없다고 반려되었고…. 보자. 흐음. 여러 관점으로 접근하였어.’

         

       박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논문을 읽어내렸다.

         

       ‘헬라 세포(HeLa cell)를 활용한 연구도 있군. 암세포를 재료로 신경망을 형성하려 했군? 하지만 이것 역시 실패했고…흐음. 아무래도 돌연변이 쪽으로 방향을 튼 것 같은데…. 기계 교단 소속의 병원과 연계해서 적합자를 찾아내려는 시도…라? 흐음.’

         

       그가 모르는 용어나,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 있기는 했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알 것 같았다.

         

       이 연구소는 생체컴퓨팅에 관한 주제를 연구 중이었으며, 나아가 생체컴퓨팅 기술과 인공신경망 기술의 융합-‘탄소-규소 융합 컴퓨터’라 불리는 물건을 만들기 위하여 힘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논의되었던 ‘통속의 뇌’, 즉 인간의 뇌를 컴퓨터로 활용하는 발상과 AI 연구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일종의 혼종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따져보자면 윤리적으로는 아슬아슬하게 선 안에 있는 주제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을 재료로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람의 세포를 재료로 연구하고 있는 것이며, 인공육으로 인육을 배양하며 연구하지만, 그것을 요리해서 먹는다거나 클론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지도 않았으니까.

         

       보고서에 적혀있는 것처럼, ‘잘린 머리카락이나 손톱을 주워서 배양액에 담가서 기르는 정도’라고 변명할 수 있을 수준이라 하겠다.

       물론 병원과 연계해서 유전자 정보를 멋대로 수집하거나, ‘적합자’를 발견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표본을 확보하라는 명령은 명백히 선을 넘은 것 같기는 하지만…. 뭐, 그렇다고 쳐도 다른 곳에 비해서는 크게 대단한 것이 없는 수준이라 할 수 있겠지.

         

       미국 땅에서 사람으로 실험하는 곳이 한두 군데던가.

       다른 곳에 비하면 뭐…. 크게 특별한 것도 아니다.

         

       박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종이를 계속해서 넘겼다.

         

       그리고….

         

       ‘호오.’

         

       아주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교단에서는 여러 인공지능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존재하며, 그 중 아나엘(Anael)의 경우 강인공지능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지닌 가치가 높은 인공지능이다. 그렇기에 최우선으로 아나엘을 입수해야 하며….’

         

       인공지능 아나엘(Anael).

         

       ‘…아나엘의 소유자 루카스 메타트로니우스 골드스미스는 안전과 관련된 강박증이 있으므로 그 점을 잘 고려한다면 아나엘의 이용권, 혹은 아나엘의 자료를 공유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루카스 메타트로니우스 골드스미스에 관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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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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