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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3

       

        

        

        

        

        

        

        

        

       “고작 이것밖에 진전이 안 됐나?”

        

       “송구합니다, 칼튼 이사님. 시체가 워낙 독특한 형태로 남은 탓에 사망 원인과 시기의 파악이 난관에 봉착했고, 이로 인해 병력의 이동 루트를 처음부터 재조정해야 했습니다.”

        

       “지금 늦어지고 있는 무인기 이송도 그 때문이고?”

        

       “그렇습니다.”

        

       “그럼 당장 지금까지 파악한 거라도 말해. 내 인내심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

        

        

        

        뉴욕 주 북부, 시라큐스. 대거 팀이 작전에 돌입한 지 6일차.

        

        유진이 아르테미스가 운용 중인 대형 무인기를 해킹하자는 안건을 낸 후로 이틀 가량이 지나고, 이글 팀이 공장단지 인근을 계속해서 쏘다니고 있는 코드네임 양복쟁이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있을 즈음.

        

        바로 그 당사자이자, 동시에 몇 개월 전 뉴욕 인근에 아르테미스 병력들을, 그리고 그 중에서도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역에 덱스터 박사와 휘하 병력들을 파견했던 ‘상부’인 칼튼 이사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근래 돌아가는 상황 자체가 아르테미스에게 있어서 그닥 호의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점잖게 표현하면 그 정도였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자면,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아직 어벤져를 절반도 이송하지 못했어. 대전략이 시작부터 좌초되고 있다고. 러-중 연합군이 미 북부에 상륙하자마자 내 머리에 총알이 꽂히는 꼬라지를 보고 싶나?”

        

       “아닙니다, 이사님.”

        

       “그럼 누가 얼마나 죽어도 상관없으니, 당장 이 주변을 돌아다니는 벌레들을 잡아서 목줄을 더 채워. 그런 쉬운 것 하나 못하나? 브롱스에 파견된 놈들은 고작 일주일 안에 5천 명 가량을 잡아왔다고!”

        

        

        

        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가 진행하고 있던 계획 중 하나인 MQ-20 어벤져 운송 작전.

        

        당초 센트럴 파크가 예상했던 것처럼, 핸콕 필드 공군 기지에 있던 제174전투비행단은 대략 30기 가량의 무인기와 이를 차질 없이 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것들을 전부 뜯어올 수 있다면 뉴욕 시에서의 손실을 단번에 벌충하고도 남는 장사라는 것은 확실했고, 조슈아 칼튼 이사와 산하 PMC들은 – 물론 PMC도 개조당한 지 오래였다 – 이를 진행 중이었다.

        

        당연하겠지만, 잘 되지 않았다. 대거 팀이 계획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부 방해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르테미스는 멍청이들이 아니었다.

        

        의문의 공격에 의해 시체가 얼마나 끔찍한 형태로 ‘분해’되었건 간에, 주변에 폭발의 흔적 같은 것이 없다면 어떤 식으로 공격받았는지를 얼추 예상할 수가 있었-지만.

        

        문제는 원거리 저격에 의해 공격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근처에서 탄환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설령 50구경이라고 하더라도 시체를 산산이 분해할 수 있냐는 점 정도였다.

        

        그리하여 아르테미스가 헛다리를 짚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현재 분석팀은…이것을 최소 25mm급 탄환에 의한 초장거리 저격이라고 추측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시체의 파괴 형태를 통해 탄환이 발사된 위치로 추측되는 동쪽을 조사하고 있습니다만, 각종 센서가 전부 파괴당한 상태이기에….”

        

       “…무인전투차량(FCSUGV)의 파괴 형태 분석은?”

        

       “그 부분에 대해서입니다만, 사전 예측보다 탄흔이 굉장히 작습니다. 관통 형상을 보았을 때 별도의 무기가 동원된 것으로 추정되어, 분석팀의 예측 데이터와 충돌하는 바람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있습니다.”

        

       “분석팀인지 하는 그 새끼들 전부 죽여버려. 쓸모도 없는 놈들 같으니.”

        

       “알겠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작은 동물의 손목을 비트는 것마냥 손쉽게 내려진 명령, 그리고 그것을 어떠한 안색의 변화도 없이 이행할 예정인 개조된 PMC 인원들까지.

        

        그러는 와중 칼튼의 머릿속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상대방은 최소 3km 바깥이라는 엄청나게 먼 거리에서 아르테미스를 정확하게 요격하고 있었다. 레일건인지 뭔지 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방향성이 같다고 해서, 그것이 정확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 정도의 파괴력을 내는 무기라면 필요한 전력 등이 대량으로 필요할 거고, 저격 위치도 상당히 다양해. 최소 차량 위에 부속된 레일건 비슷한 것일 확률이 높아.”

        

       “해당 변수를 논리 엔진에 추가한 후 정찰기를 별도로 띄워 확인하겠습니다. 차량 바퀴자국이나 열영상을 식별한 후, 정확한 위치가 나오는대로 원거리 파괴를 시도하지요.”

        

       “그래. 이딴 결론 하나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놈들은 빨리 전투병력으로 돌려. 팔다리 싸그리 들어낸 다음 동쪽 훑을 때 총알받이로 써먹는 게 낫겠지.”

        

        

        

        엇비슷했지만 결코 정답은 아니었다.

        

        대거 팀은 단 한 대의 차량도 끌고 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레일건이 필요로 하는 전력을 가뿐히 공급할 수 있는 기어를 보유하고 있었고, 엄청난 무게의 총기를 인력으로 옮길 수 있었다.

        

        차량보다 한참은 작은 존재들이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험지를, 차량이 낼 수 없는 속도로 돌파한 뒤, 목표물을 깔끔히 날려버리고는 복귀하거나 계속해서 정찰을 이어간다. 

        

        그것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로 인해 생겨난 허점을 대거 팀이 찌르지 않을 일은 없었다.

        

        

        물론, 이미 다른 허점을 발견했다면.

        

        혹은 모든 준비가 끝났다면, 대거 팀은 그 무엇보다도 빠르게 들이닥칠 수 있었다.

        

        

        

       “최소 3일 안에 시라큐스 근방의 모든 벌레들을 싸그리 잡아서 동쪽을 이잡듯이 뒤진다. 그래도 아무런 성과가 없다면…그 결과를 내가 입으로 말해줘야 할 필요는 없겠지?”

        

       “알겠습니다.”

        

       “돌아간다. 분석팀 그 새끼들이 제대로 일 못한 탓에 뭔가 일이라도 터지는 순간, 그닥 좋은 일 못 볼 테니까. 최소 3일 안에 무인기 수송 재개한다. 해당 명령들 아래에 전부 전파해.”

        

       “확인했습니다.”

        

        

        

        일방적인 통보가 끝나고, 칼튼 이사는 바깥으로 나왔다.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느껴지는 공기. 구름이 잔뜩 끼어있었고,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만 같은 날씨였다. 공기 중에는 은은하게 젖은 흙 냄새가 섞여있었고, 공장 앞 도로는 여러 의미로 북적거렸다.

        

        완전무장한 병력들과 미군 제식 보병전투차량조차 갖추지 못한 오만가지 휘황찬란한 무인전투차량. 완전히 원격으로 통제되는 40mm 고속유탄발사기와 20mm 체인건, 능동방어장치와 60mm 박격포까지.

        

        사람이 탈 필요가 없었기에 내부무장창 안에는 탄환과 폭발물로 가득했고, 그 무엇보다도 진보된 사격통제장치는 거리에 관계없이 화력지원이 가능한 물건이었다.

        

        그런 것이 최소 세 대 가량.

        

        

        그러나 근래 아르테미스 최신형 무인전투장갑차조차 원거리에서 갈아마시는 장거리 타격 화기의 존재는 결코 경시할 수 없었고, 칼튼 이사가 근방으로 다가옴과 동시에 무인기들은 ADS를 작동시켰다.

        

        제대로 발동되기만 한다면 탄환이 허용하는 한 마하 이상으로 접근하는 모든 물체를 요격 가능한 자동요격시스템 – 레일건 방어는 불가능했다 – 이 작동함과 동시에, 칼튼은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는 자신이 타고 갈 차량을 확인했다.

        

        끼익거리는 소리와 함께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도착하고, 그는 느긋하게 열리는 차량의 문을 눈에 담았다.

        

        

        

       “…음?”

        

        

        

        그 순간 신체에 닿는 기이한 공기의 흐름.

        

        아르테미스에 깊게 엮여있는 이들은 진즉 여러 의미로 인간을 그만둔 지 오래였고, 이러한 사실은 회사의 이사들조차 피해가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그 반대였다. 납품은커녕 미군 고위 장성들조차 존재 여부를 알 수 없는 최첨단 사이버웨어가 사람의 몸에 이식되었고, 칼튼 이사는 이식 수술을 그 누구보다도 많이 받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오만가지 센서와 프로토타입 화기, 신체능력 증강물로 뒤범벅이 된 그의 몸은 아주 미약하게 느껴지는 불안정한 기류의 흐름을 느꼈고, 자연스럽게 해당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것이 올바른 타이밍이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아주 약간의 소음이 멈춤과 동시에, 최후미에 있던 아르테미스 무인전투장갑차가 느긋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지?”

        

       “오작동인가? 가서 확인해봐.”

        

       “아닙니다. 잠깐 연결이 끊긴 것 같은…잠깐. 폴라리스 3과 커넥션이 아예 유리됐습니다. 수동으로 직접 리부팅을 해야 할 것만 같습니…잠깐. 방금 총기가 움직인 것 같은데-”

        

        

        

       ───투두두두두두!

        

       ───퍼엉!

        

        

        

        찰나의 순간 수많은 상황이 교차했다.

        

        20mm 체인건이 한 바퀴 휘돌았으며, 폴라리스 3이라는 콜사인을 지닌 장갑차의 후부에 달린 60mm 박격포가 허공으로 발사되었고, 고속유탄발사기가 병력이 밀집된 구역을 조준했다.

        

        근방에 있는 스무 명 이상의 병력들 중 절반이 한 줌의 핏물이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씨발, 저거 뭐야!”

        

       “공격해, 공격!”

        

       “ADS가 작동 중입니다! 근접 방어 시스템이 기동합니다! 당장 주변에서 떨어지-아아악!”

        

        

        

        퍼퍼퍼퍼펑!

        

        눈 앞에서 불꽃이 튀어오르고, 한순간에 스무 번 이상의 폭발이 폴라리스 3을 감싸듯 터져나왔다. 기체에 설치된 근접방어시스템이 작동하며 클레이모어와 엇비슷한 구조의 폭발물을 일제히 격발시킨 것이었다.

        

        사방에 있는 아르테미스 적군이 폭발하듯 터져나감과 동시에 교전이 시작되었다. 폴라리스 3은 정면에 위치한 폴라리스 1과 2에 선공을 갈겼고, ADS는 60mm 박격포와 40mm 고속유탄을 막기 시작했다.

        

        그러나 선공이 끼치는 영향은 지대했다. 일렬로 대기 중이었기에 폴라리스 1은 폴라리스 3을 직접 공격할 수가 없었고, 폴라리스 2는 방심한 상태였다.

        

        가운데에 위치한 폴라리스 2가 말 그대로 불타는 고철덩어리가 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물론, 폴라리스 1이라고 해서 그닥 결과가 다르지는 않았다.

        

        

        

       ───쿠웅!

        

        

        

        굉음이 한 차례 터져나온 순간, 그 누구도 보지 못하는 속도로 눈 앞을 가로지른 무언가가 폴라리스 1을 말 그대로 통째로 꿰뚫었다. ADS가 박살나고 차축이 통째로 망가졌다.

        

        폴라리스 1이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순간 폴라리스 3이 육중한 소음을 내며 일렬 횡대를 무너뜨리고 옆으로 돌아나오기 시작했다. 체인건과 고속유탄발사기가 돌아가며 한 지점을 겨누기 시작했다.

        

        총구의 끝이 이제서야 상황파악을 끝마친 칼튼 이사의 차량을 겨누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 어떠한 시스템이 적용되어있다고 한들, 차량 한 대 정도는 큰 어려움 없이 걸레짝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화력이 세단을 향해 집중되었다.

        

        20mm 체인건이 굉음을 내며 발사되고, 40mm 유탄이 차량 후부를 강타한 순간, 같은 장갑차에 비견되는 내구성을 가진 세단조차 버티지 못했다.

        

        기동력을 잃은 순간 그를 기다리는 결과는 하나 뿐이었다.

        

        

        

       ───콰아앙!

        

        

        

       “빌어먹을, 이게 도대체 무슨…!”

        

        

        

        그로부터 몇 초나 지났을까, 숯덩이가 되어버린 차량에서 한 기의 사이보그가 굴러떨어지듯 나왔다.

        

        놀랍게도, 화염에 휩싸여 바깥으로 굴러나왔음에도 칼튼 이사의 모습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신 그의 몸뚱이 주변으로 끊임없이 백색의 가루 같은 것이 반짝거리며 떨어졌다. 나노머신이었다.

        

        그는 힘겹게 일어선 뒤 폴라리스 3이 있는 반대 방향을 향해 달렸고, 방금 나왔던 건물 안을 향해 빠르게 들어갔다.

        

        정적이 찾아왔다.

        

        그리고-

        

        

        

       “…당소 이글 팀. 칼튼 이사가 공장 내부로 들어간 것을 확인. 현 시간부로 생포 작전에 돌입하겠다.”

        

       “프로토타입 플라즈마 블레이드 작동 이상 없음. 5분 안에 퇴각 예정.”

        

        

        

        치이익!

        

        푸르스름하게 달아오른 블레이드를 든 이글 팀, 그리고 총열에서 전류장이 번쩍거리는 레일건을 든 유진을 가리고 있던 광학미채가 사라지며, 5명이 공장 안으로 진입했다.

        

        작전이 시작되었다.

        

        

        

        

        

        

        

        

        

        

        

        

        

        

       “몸에 뭘 달고 있을지 모르는 놈이다. 일단 EMP부터 갈겨.”

        

       “스캔한다.”

        

       “주변에 출구가 여러 개야. 어디로 다시 튀어나갈지 모른다. 발레리의 경우를 생각한다면 아예 벽을 뚫어버리고 나갈지도 모르니, 언제든지 폭격이 가능하도록 확인해둬.”

        

       “좋아. 그러면…올리비아 팀장님, 선두 부탁드립니다.”

        

       “후. 하여간 나 없으면 되는 일이 없구만.”

        

        

        

        피이잉!

        

        펄스가 벽과 천장을 두드리며 사라진다. 사방팔방에서 진동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용도의 기계들이 작동되며 나는 소리 때문이었다.

        

        천장에서 밝은 빛을 토해내는 수십 개의 조명들이 대거 팀이 움직일 때마다 그림자를 만들어내었다. 거의 모두가 자연광에 의존하게 되어버린 현 시점에서 실로 드물게 보이는 인공 조명이었다.

        

        공장 내부는 인간이 지나다니기엔 극도로 불편한 구조를 하고 있었다. 애시당초 사람이 지나다니는 것을 상정하지 않은 공간 및 기계 배치가 사방팔방에서 보였다.

        

        그러나 이글 팀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형을 돌파했고, 펄스에 잡히는 결과를 토대로 내부에서 잡히는 인영을 향해 이동했다.

        

        

        

       “뭔가 잡히는 거 없어, 막내?”

        

       “기계가 작동을 안 하고 있었으면 잡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지금은 주변이 너무 난잡해가지고…아무런 것도 안 잡혀요.”

        

       “거의 엇비슷한 타이밍에 건물 내로 들어왔으니, 저쪽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빠르게 몰아치는 게 더 효과적이겠지. 아무리 멀어도 건물 반대편에 있을 거야. 계속해서 찾아보자고.”

        

       “막내는 타이탄 그만 들고 다녀도 될 것 같은데.”

        

       “이게 나중에 쓸모있을 거라니까요, 정말.”

        

        

        

        유진은 이글 팀의 최후미에서 계속해서 주변을 확인했다.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긴 총신이 금방이라도 땅에 닿을 것처럼 허공을 휘돌았지만 결코 닿지 않았다.

        

        대물저격총 ‘타이탄’의 배럴 위에서 은은한 푸른 빛이 맴돌았다. 압도적인 전력량이 총기를 휘감고 있는 것이었다. 금방이라도 사방으로 방전될 것처럼 기이한 소리가 총기에서 들려왔다.

        

        유진은 그것을 그냥 가지고 온 것이 아니었다. 타이탄은 현 시점에서 이들에게 필요한 가장 강력한 화력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인류사에 유래없을 사기-기술인 펄스가 인간의 형태를 한 무언가를 잡아내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맡을까, 막내?”

        

       “…솔직히 조금 불안하긴 한데, 이렇게 계속 경험을 쌓아야 나중에 실수 안 할 것 같아요. 제가 할게요.”

        

       “그래. 허벅지 위 맞추는 순간 생포는 꽤 힘들어질 거야. 절대 부담 주려는 건 아닌 거 알지?”

        

       “….”

        

        

        

        유진의 눈매가 일순간 가늘게 변했고, 올리비아는 눈을 슬그머니 흘기며 은근슬쩍 유진의 시선을 피했다.

        

        올리비아는 그제야 유진의 긴장감이 조금 풀린 것을 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플라즈마 블레이드를 한 바퀴 돌렸다. 공기가 가열되며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펄스는 벽 건너편에서 움직이는 적의 외형을 실시간으로 표시하고 있었고, 그 속도는 가면 갈수록 빨라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스캔당하는 것을 알고는 이동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 사실이 있었다.

        

        

        

       “…펄스에 스캔당했다는 걸 느꼈군. 감이 좋아. 아니면….”

        

       “벽에 여러 번 부딪혀서 효과가 반감됐는데도 그걸 느낄 정도로 예민하진 않겠지요. 그런데도 느꼈다는 건…인위적으로 감각을 끌어올린 거겠지.”

        

       “도핑 같은 건 아닐 거고, 가장 가능성 있는 건 아마…발레리 같은 케이스겠지.”

        

       “뭐, 그걸 아니까 막내가 저런 걸 가지고 온 거지. 아무튼 슬슬 가보자고. 누구 맘대로 도망을 가려고.”

        

        

        

        온갖 기계와 벽면으로 가득찬 탓에 한 번 사격하면 10미터도 나아가지 못하고 주변에 부딪혀 튕길 것만 같은 내부였지만.

        

        유진의 손에 들려있는 대물저격총 타이탄은 거리와 방해물에 상관없이 모든 것들을 관통하고 나아갈 준비가 되어있었다.

        

        과충전된 대물저격총 안으로 특수 탄환이 밀려들어간다. 분절화된 테르밋 실린더를 포함한 탄환이 약실에 완전히 자리잡음과 동시에 수많은 벽을 가로질러 적의 위치가 선명히 보이기 시작했다.

        

        

        유진은 무릎을 꿇었다. 50구경 저격총조차도 달려가면서 쏠 수 있는 알파급 변이자조차도 자세를 갖춰서 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대한 총기가 터질 것처럼 달아올랐다.

        

        노리는 것은 발. 이카루스 기어의 보정을 받은 변이자의 압도적인 동체시력은 인간을 한참이나 벗어난 속도로 움직이는 사이보그의 다리 위치조차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아주 미세하게, 유진의 조준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건물 안에서 태풍이 불었다.

        

        

        

       ───!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굉음, 그리고 터져나오는 섬광.

        

        설령 올리비아조차도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탄도미사일 등을 제외하면 아직 인류에게는 한참이나 이른 속도가 찰나의 순간 허공을 가로질러 벽을 두드린 순간, 두꺼운 벽면이 몇 번이고 종잇장처럼 뚫렸다.

        

        너무도 빠른 탓에 하나로 겹쳐진 굉음이 터져나오자, 칼튼 이사의 발목에 명중한 탄환은 무릎 아래를 깔끔하게 증발시켜버리고 공장 벽면을 통해 빠져나갔다.

        

        

        섬광이 번쩍인 직후 결과가 잇따랐다.

        

        유진이 덧붙였다.

        

        

        

       “…적 오른쪽 다리 소실. 저 맞혔어요.”

        

       “믿고 있었다.”

        

        

        

        하늘이 떠나갈 것만 같은 환호도, 칭찬도 없었다.

        

        그저 이들은 유진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녀는 그 기대에 보답했다.

        

        지느러미가 날아간 대어를 낚아챌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긴빠이(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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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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