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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4

    <724 – 평화로운 하루(4)>

     

    중간고사를 치를수록 다크노디는 자신의 업보가 깊어짐을 느꼈다.

     

    “사다코 교수의 응보가 두려워서 봐줬더니 시험이 쉽다고 교수를 우습게 보다니…. 오크노디 이 자식, 기말고사에 두고 보자….”

     

    <악마학> 교수 디에몬의 뒤를 이어서 <인생하직일보직전추적피하기> 교수 제리도.

     

    “최고의 도망은 추적자를 죽이는 거라고…? 이 자식… 기말고사에도 어디 죽일 수 있나 두고 보자…”

     

    <인간으로 둔갑한 포식자들> 교수 미호도.

     

    “찔러서 일격에 안 죽고 살아남으면 포식자…? 후, 후후. 재밌네. <그것>에게도 같은 짓을 할 수 있을지 아주 기대가 돼.”

     

    <보스몹레이드> 교수 오버소울까지 교수들이 죄다 빡쳤다.

    기말고사는 그냥 준비된 사형대다.

    원작에도 나오지 않은 초고난이도 시험 따위, 극복할 자신도 없다.

    오크노디라면 원작게임보다 두둑한 보상! 이라며 눈을 빛내고 좋아하겠지만 다크노디는 기존의 시험도 버티기 버거웠던 수준.

    임기응변으로 겨우 극복한 마당에 한층 더 허들을 높인다면 따라가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떠난다고 해도 대체 어떻게… 어떤 식으로 모두의 앞에서 사라지면 되는 걸까?’

     

    작별을 염두에 두니 하루하루가 더 고통스러웠다.

     

    “오크노디! 신입생들 놀리러 가자!”

    “티토. 우리 선배들도 그러지는 않았어.”

    “그치만 시험이 너무 힘든걸! 어딘가에 스트레스를 풀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

    “그걸 견뎌내야 훌륭한 2학년이 되는 거야.”

    “그런 걸까? 오크노디는 어떻게 생각해?”

     

    티토소가와 즈앙의 앞에서 보내는 시간도.

     

    “이번에 엘프이주민들이 대륙 곳곳에 새로운 숲을 만들었는데 드래곤교장님이 숲에 어울리는 몬스터를 뿌렸대! 방학 되면 구경하러 가볼래?”

    “그만 둬라… 적어도 그중에 어느 곳에서 엘프들의 소식이 끊기고 금역이 됐는지 확인하고 나서 가.”

    “하긴 금역이 아닌 숲은 좀 심심하지?”

    “위기의식을 가지란 말이다!”

    “치이. 오크노디는 그런 거 필요 없다고 하네요. 그렇지, 오크노디?”

     

    도로시와 록펠의 앞에서 보내는 시간도.

     

    “오크노디. 주변의 눈치를 보는 것은 나이를 먹은 증거입니다. 의젓해졌군요.”

    “싫어. 오크노디는 언제까지나 영원히 애야. 내 오크노디를 도시락을 받아도 먹기 싫어서 도망 다니는 사춘기 소녀로 만들지 마.”

    “오우. 그럼 이미 사춘기 맞는 거 아니냐?”

     

    지젤과 이사벨, 손오천의 앞에서 보내는 시간도.

    모든 즐거움의 뒤에 청구서처럼 따라붙는 괴로움의 짐이 점점 커졌다.

    마치 하루가 지날 때마다 이자가 붙는 사채처럼 타인의 관계를 빼앗아 짊어지는 짐은 그 무게가 갈수록 신정산처럼 커졌다.

     

    ‘계속하고 싶어. 하지만 도망치고 싶어. 대체 어쩌고 싶은 걸까, 나는?’

     

    편리하게 오크노디의 관계만 취하면서 오크노디가 짊어져 왔던 일상의 부담은 내팽개치고 싶은 어리광 따위, 통할 리가 없는데.

    그런 혼란스러운 다크노디의 여심을 더욱 혼돈으로 만들 만남은 중간고사가 끝나고 어수선한 분위기의 어느 날, 불쑥 찾아왔다.

     

     

    * * *

     

     

    기프트 아카데미는 입학에도 이중시험인 티켓시험과 입학시험을 거치는 만큼 편입 난이도는 살벌하리만치 높았다.

    아스타로트를 위시로 한 온갖 조직의 비밀병기들이 편입생으로 나타난 것도 떠들썩하건만, 한 발 늦게 나타난 뜬금없는 편입생은 관심이 쏟아지기 충분했다.

     

    “들었어? 이번에 오크노디처럼 작은 애가 아카데미에 편입했대.”

    “몇 학년으로?”

    “위어드 교수의 보증으로 3학년으로 직행했다는데?”

    “뭐? 그 아스타로트조차도 2학년이었는데 한 번에 3학년으로?”

    “도대체 얼마나 강하면 그런 일이 가능한 거야?”

     

    편입과 동시에 무성한 소문이 일어났다.

     

    “듣자하니 위어드 교수에게 영혼을 판 드루이드라는 소문이 자자해. 대지정령의 거름으로 벽촌의 화전민 수천 명을 제물로 바쳤을지도 모른대!”

    “교수 앞에서 조교를 죽이고 내가 랩실의 하늘이 되겠다고 선언했을지도 몰라.”

    “위어드 교수의 사생아가 아닐까?”

    “마법학부에 들어오기는 했다는데 애가 좀 미쳤나 봐. 자기가 마법소녀라는 알 수 없는 소릴 한대.”

    “예뻐?”

    “…나이도 오크노디 또래처럼 보이니까 그말 잘못하면 대감옥 직행이다? 뭐, 예쁘기는 한데.”

    “그럼 됐지. 얼굴값 하면 귀엽잖아.”

    “…그말 오크노디 앞에서도 할 수 있어?”

    “요즘은 가능하지 않나? 뭐랄까, 무섭기는 여전히 무서운데 독기가 빠진 느낌이라고 할까.”

     

    시답잖은 소릴 하는 재학생들도 다크노디는 시시한 소문에나 귀 기울이는 허접 취급하지 않았다.

     

    “신입생이 정말 나만큼 작아?”

    “맞아. 그런데…”

    “다음 질문. 그 애 이름이 혹시 크루엘이야?”

    “그런 건 아닌데, 그보다…”

    “다음 질문.”

    “아니, 굳이 포인트 안 줘도 알려줄 거거든? 사람을 자꾸 포인트 넣으면 정보가 나오는 정보자판기 취급하지 말아줄래?!”

     

    1포인트씩 포인트를 내면 정보가 잔뜩 나오는 정보자판기로 열심히 모은 정보를 정리하며 길을 걷던 다크노디가 커다란 다리에 콩하고 머리를 박았다.

    여간해서는 심상찮은 능력치의 다크노디와 부딪치면 상대방이 아얏 하고 넘어지겠지만 오늘은 놀랍게도 다크노디가 아얏 하고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오크노디 2년생도 한 눈이 팔렸군? 천하의 위어드 교수가 애 하나를 주워 왔다는 이야기에. 학년 최강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그 투지야말로 이 플라톤의 인정을 받은 투지답지!”

    “…플라톤 교수님. 몸에 금이 가 계시는데요. 어쩌다가 그렇게 되셨어요?”

    “아아, 별건 아니고 사다코 교수의 부하들한테 집단린치를 당하다 보니 몸이 깨졌다. 원래 이렇게 깨지고 아물고 그래야 몸도 더 튼튼해지는 법이지. 그앗핫핫핫!”

     

    차마 말을 안 걸 수가 없을 심한 몰골이라 참지 못하고 화제를 꺼낸 것이 실수였는지 박장대소하던 플라톤 교수가 다크노디를 덥썩 붙잡았다.

     

    “왜 이러세요, 갑자기!”

    “너도 궁금했잖냐? 소문만 무성한 폭풍의 편입생. 궁금하면 직접 봐야지.”

     

    오크노디는 흥미를 느끼고 다크노디는 흥미 반 공포 반을 느끼는 신규이벤트.

    어쩔 수 없다는 것처럼 플라톤 교수의 손아귀에 머리가 붙잡힌 채로 대롱대롱 매달려서 같이 이동하니, 교수님 너머로 눈이 부신 빛이 번쩍였다.

    조명대를 든 티토소가가 떠오를 정도로 강한 광채였으나, 이내 그것이 편입생의 몸에서 나는 빛임을 알 수 있었다.

     

    “호오. 마치 황금트로피 같은 아이구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죄다 황금빛 광채를 자체 발산하는 아이라. 마력의 순도가 보통이 아니야.”

     

    최강의 금속조각상에 빙의한 철인 플라톤 교수님답게 금속생명체마냥 반짝거리는 편입생에게 대단히 긍정적인 관심을 보였다.

     

    “어이, 편입생! 너 내 제자가 되어라!”

     

    다크노디는 막상 가까이 다가서자 편입생의 복장이 살을 가린 면적과 가리지 않은 면적이 1 대 1 수준의 대단히 망측한 복장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카데미에는 이런 망측한 복장을 곧잘 입고 다니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비키니전사단의 비키니아머를 입는 뾰이였다.

    이건 또 뭐 하는 변태일까 싶어서 잔뜩 긴장하고 있으려니, 자체발광하는 황금빛 편입생 또한 고개를 들어 다크노디를 올려다보았다.

     

    “…괴물한테 습격이라도 당했느냐?”

    “유감이지만 교수님이야. 어떤 의미로는 괴물이 맞기도 하겠지만.”

     

    플라톤 교수의 손에 목이 붙잡혀 그 밑에서 흔들리는 몸통과 하반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시선에 다크노디는 괜히 부끄러움을 느꼈다.

     

    “교수님. 저 내려주세요.”

    “아? 난 괴물이라서 사람 말 모른다만?”

    “…덩치 값도 못 하고 삐지기는.”

     

    이맘때 아이의 매도하는 시선 앞에서 주눅들 수밖에 없는 것이 중년남성의 숙명임에도 플라톤 교수는 거뜬히 버텨내었다.

    얼굴에 철판을 깔다 못해 레어메탈로 빚은 조각상에 빙의했으니, 낯짝이 두꺼울 만도 했다.

     

    “그대여, 오랜 잠에서 깨어난 짐의 귀로 듣기에도 이상하게 익숙한 목소리를 지녔구나.”

    “헌팅이라면 상대를 잘못 골랐어. 집사복이 굉장히 잘 어울리거나 근력 능력치가 100 이상이 아닌 상대한테는 관심 없어.”

    “괜한 걱정을 하는구나. 짐은 여성체로 다시 태어났으니 말이다.”

     

    두 꼬마의 대화는 아무래도 좋았던 플라톤 교수가 속 좁은 어른답게 대화를 끊고 끼어들었다.

     

    “편입생이여. 그렇다면 이 플라톤 교수의 강의를 들어보지 않겠나? 위어드 교수가 데려온 편입생이라면 재능 또한 비범할 터. 그 재능을 단련하고 싶구나!”

    “유감이지만 짐은 황금의 마법소녀로 정진하는 자. 근육 트레이닝은 취향이 아니구나.”

    “그럴 수가!”

     

    힘 빠진 플라톤 교수가 다크노디의 얼굴을 붙잡던 손을 열어 제 머리를 쥐어 싸매며 괴로워했다.

    종족 자체가 에고조각상인 탓에 그 역동적인 자세조차도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아름다워보였지만, 예술작품에게 쫓기거나 걷어차이거나 100m 공중던지기를 당하고 싶지 않은 학생들은 멀리서 기겁하며 가던 길을 빙 돌아서 피해 다녔다.

    지뢰 취급이나 다름없는 교수님과 같이 있다는 사실이 어쩐지 얼굴이 뜨거워질 정도로 쪽팔린 다크노디였지만, 그런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다.

     

    “너는… 그 얼굴은…”

    “?”

    “알겠다. 너는… <그 아이>의 작품이구나?”

     

    오크노디와 같은 얼굴을 보고 아는 체를 하는 편입생의 존재가 다크노디는 어딘지 불편했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저 바깥의 어딘가에서 개척해낸 신규이벤트와 낯선 인연은 마치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타인의 관계에 매달릴 뿐인 자신과 달리, 원본은 언제 어디서나 관계를 개척하기에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결국 원본의 관계에 빌붙고 빼앗을 뿐인 분신, 가짜 따위는 영원히 진짜 오크노디가 될 수는 없다고.

     

    “난 작품이 아니야. 분명한 사람이야.”

    “이런. 화나게 했다면 미안하구나. 짐이 사과하마.”

    “…마음에 안 들어.”

     

    새침하게 돌아서는 다크노디의 머릿속에 마인드링크 마법으로 전송되는 심언이 들렸다.

     

    -짐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위어드 교수의 랩실을 찾아오거라. 그대는 짐을 꺼림칙해할지라도 짐은 그대에게 관심이 무척이나 많으니 말이다. 오크노디의 분신이여.

    -…누구야, 당신?

    -아발론. 황금의 마법소녀이자 세계를 정복할 자. 그리고 그대의 원본과는 진실한 몸과 마음을 받은 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다크노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게… 그게 대체 무슨 소리지?

    진실한 몸과 마음을 받았다니.

    오크노디와 사귀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렇게나 관심 많은 싱과 조나가 곁에 있는데도 저런 어디서 굴러들어 왔는지 모를 정체불명의 수상한 티토소가 조명대 같은 애하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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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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