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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4

        

       피조물은 제 창조주를 닮기를 갈망하나니.

       그리하여 마침내 사람은 신의 영역에 손을 뻗기 시작하였다.

         

       ‘보고서를 작성한 자가 신학을 공부하였나.’

         

       눈을 잡아끄는 문구.

       박진성은 그것을 보며 보고서를 작성했을 과학자를 떠올렸다.

       어릴 적 신학을 공부했을지도 모르는, 어쩌면 신의 섭리를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신실한 어떤 사람의 모습을 말이다.

         

       ‘곡식을 갈망하는 이들의 손짓보다 땅과 어우러진 농부의 손짓이 더더욱 많은 곡식을 추수함은 우리의 머릿속에 각인된 사실일 것이다. 흔들리는 감정은 실수를 부르고 많은 것을 간과하게 만드니, 우리는 타성에 젖은 이의 손짓이 효율화가 되어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며, 작금의 인간이 기계로 문명을 지탱하고 발전시키는 까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여러 관점이 있어야 하는 과학자로서는 이러한 감정의 동요는 참으로 커다란 장애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관측하고 실험하는 순간 나 자신 또한 그 일부가 되어버리는 모순.

       그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한 우리가 연구의 실마리를 잡기는 요막한 일일 것이다….

         

       ‘혹자는 말한다. 다 밝혀지지도 않고 이해한 자도 별로 없는 양자역학의 이야기를 이곳에 가져올 이유가 무엇이냐고. 그저 면피를 위해서가 아니냐고 말이다. 하지만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진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앞서 진리를 얻고자 피를 토하면서도 제 목숨을 재료로 실험을 거듭하였던 선대들보다도 앞서가고 있음을. 그들의 시체를 디딤돌로 삼아 망망대해 위를 걸어가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어둠 속에서 우리가 의지해야 할 것은 오직 하늘 위에 반짝이는 별자리뿐이며, 우리의 발걸음은 그 별자리가 허락한 공간 안에서만 허락되는 것이다. 그것이 선대가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거대한 한계이며 우리가 맞이할 수밖에 없는 거대한 방벽이다….’

         

       박진성은 그 문구들을 보며 이 보고서를 작성한 존재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연금술사로군.’

         

       에테르(Æther)라 불리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능력자.

       무생물의 구조를 바꾸는 능력을 사용하는 이들이다.

       또한 현대 문명의 상징인 ‘기술’ 쪽의 기둥과도 같은 이들이라 할 수 있겠다.

         

       과학자, 마법사와 함께 문명을 미친 듯이 발전시키고 있는 시대의 주도자들.

       화학에서부터 로봇까지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능력자들이다.

         

       ‘그리고 꽤 오래전부터 활동했던 이들이기도 하지.’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고, 심지어 연금술사들의 학파에 따라서도 주장하는 바가 다르다.

       어떤 이들은 연금술은 유대교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다고 주장하였고, 어떤 이들은 매머드가 존재할 적의 이집트 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화 속에 나온 돌과 바위로 만들어진 거인이 연금술사의 창조물이라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고, 성서에 나오는 동방박사들이 실은 진리를 찾아 세상을 돌아다니는 연금술사라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중국에서는 중국 신화에 나오는 ‘반고’가 연금술로 만들어진 보패이며 그 보패를 창조한 선인들이 봉선대전(封禪大典)에서 패배한 뒤 세상에 퍼지게 된 것이 연금술의 기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하나같이 주장일 뿐이고, 학계에서는 제대로 된 연금술사가 나온 것은 중세 시대라고 보고 있다. 물론 ‘에테르’라는 개념이 태동했던 때도 그렇고, 그리스에서 에테르에 관해 탐구했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중세에 연금술사가 태동했다는 것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원리의 탐구와 그것이 제대로 적용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도 하니, 아예 이해 못 할 것은 아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최초의 증기기관인 ‘아에올리스의 공(Aeolipile)’은 고대 이집트에서 발명되었는데, 증기기관이 실제로 문명에 적용되기까지는 어마어마하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가.

         

       문명이라는 것은 끝없이 위로 올라가지 않는 법.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고, 끊겨버리기도 하는 것이지 않던가.

         

       그렇기에 학계에서는 열린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현재까지 발견된 기록물들을 기반으로 연금술사가 중세 시대에 나타났다고 여기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연금술사의 태동에는 중동지역의 학자- 달리 말하자면 이슬람 과학이 어마어마한 영향을 주었으며, 그들의 역사와 연금술사의 역사는 떼어놓을 수 없다고도 여기고 있었고.

       당연히 이는 신실한 기독교 문명의 사람들, 혹은 서양 중심의 사고관을 가진 이들에게는 반감을 품을만한 이야기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반발한다고 해서 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과거 이슬람은 찬란한 과학 문명을 가지고 있었으며, 연금술의 뿌리가 내려앉았던 땅이다. 또한 현대 과학뿐만 아니라 인간의 문명 전체에 커다란 이바지하기까지 했다. 그렇기에 연금술사들은 기독교 문명의 영향을 받아 이슬람교를 증오하면서도 그들의 지식에는 탐욕을 감추지 않았으니, 이 또한 그들이 종교라는 이름으로 계속해서 싸우게 만든 욕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러한 욕망도 시대의 발전…. 그리고 철저하리만큼 자행된 중동지역의 파괴와 이슬람교에 대한 탄압이 이어지며 지식이 끊기거나 소실됨에 따라 희미해져 버렸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본다면 영국은 참으로 대단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행한 약탈과 학살을 통해 수많은 연금술 지식의 맥을 끊어버렸으니까 말이다.

         

       이것이 바로 현대에도 중동지역에 연금술사들의 세가 강하지 않은 이유이며, 중동지역에 연금술사 대신 무인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아지게 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진실은 변하지 않으며, 특히나 ‘변하지 않는 진리’를 탐구하고 찬양하는 연금술사들 특성상 이러한 것을 잊을 리도 만무하였으니. 그렇기에 수많은 연금술사는 자신들의 역사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며, 학파에 따라서는 아예 자신들의 뿌리가 중동의 어느 지역- 혹은 이슬람교의 어떤 학자에게 왔노라고 당당하게 공언하고 다니며, 중동지역을 지원하기까지 하고 있었다.

       그렇게 연금술은 세상과 잘 어우러지며 발전하는 능력이었지만….

         

       모두가 그럴 수는 없었다.

         

       ‘모든 연구가 그러하듯, 선이라는 것은 유혹이 되며 그 너머의 풍경에 정신이 팔려 선을 넘어 돌아올 수 없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니. 길을 벗어난 사람이 조난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할 수 있겠다.’

         

       생명을 가지고 노는 위치크래프트를 사용하는 마녀가 그러하듯.

       효율성을 면피로 삼아 지름길로 가기를 갈등하는 과학자가 그러하듯.

       연구만을 생각하다가 뒤틀린 사고를 하게 되는 마법사가 그러하듯.

         

       연금술사 역시 이러한 유혹에서 예외는 아니었음이니.

       특히나 주술과 연금술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심지어 위치크래프트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었던 초창기의 연금술이었다면 더더욱 이러한 유혹에서 벗어나기는 요원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때 수많은 금기가 탄생하였고, 그 금기를 범한 수많은 불경한 자들이 나타났다.

       생명력과 그 생명력으로 변이되는 생물의 비밀을 알기 위해 마녀에게 협력을 요구하고, 때로는 마녀를 실험체로 삼아 연구하기를 바라는 광기에 물든 이부터 시작해서, 진리를 파헤치기 위해서라는 명목하에 금기시되었던 인신 공양 주술에도 가차 없이 손을 대었고, 평생의 동반자가 되어야 할 소환수를 하잘것없는 실험용 생쥐처럼 다루는 이들까지도 나타났다.

       신성주술에 크나큰 관심을 가지는 이들도 있었고, 성지를 순례한답시고 돌아다니는 여행자나 도시의 빈민들을 가지고 실험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진리는 신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라며 신학에 투신하며 사회적인 힘을 가지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반대로 ‘신의 행사조차도 의문을 가져야 한다.’라며 ‘금기’라는 요소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진리를 탐구해야 하노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인간은 신을 닮은 형태로 창조되었으며, 씨앗이 자라나 어미와 같은 형태가 되듯 인간 역시 신과 닮게 되어 마침내 창조를 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고 하였음이니.

         

       그렇게 수많은 이들에게 배척당한.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배척당하고 있는 하나의 학파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속칭 ‘생명창조학파’.

       호문쿨루스(Homunculus) 연구에서부터 시작해 인간 품종개량, 유전자 편집, 인간 복제 등 굵직굵직한 일들에 연관된 학파였다.

         

       역사에 적혀있는 굵직한 사건 중 이들이 깊게 연관된 일이라면…. 그래.

       나치 독일의 휘하에서 우생학 연구, 인간 품종개량, 특정 인종의 효율적인 말살 방법 연구 등을 한 것이 있었다.

         

       ‘나치 독일이 패망하기 직전까지도 연구했다지. 그중 하나가 유대인의 유전자를 가진 이들이 불임이나 기형 등의 천형(天刑)을 가지고 태어나도록 하는 연구였다고 했고….’

         

       그야말로 미쳤다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라가 망해가는 와중에도 유대인의 말살을 위해서 귀중한 연금술사들에게 그딴 연구를 시키는 나치 독일도, 그리고 배가 가라앉고 있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시킨다고 그걸 좋다고 계속했던 생명창조학파도 말이다.

         

       그런데….

         

       ‘이 작자들은 합성생물학 쪽에 많이 있지 않았던가?’

         

       여기서 의문이 하나가 든다.

         

       박진성이 알기로는 이 생명창조학파는 합성생물학이나 유전자 조작 쪽에 많이 있을 터인데.

       그리고 그 연구가 꽤 성과를 보여서, 3차 대전 중에 ‘키메라(Chimera)’나 ‘바이오 부스터(Bio Booster)’, ‘바이오 임플란트(Bio Implants)’ 등의 생물학 병기 쪽으로 크나큰 존재감을 드러내었던 것으로 아는데….

         

       인공지능 쪽에 관심을 보인다…라?

         

       생체컴퓨팅 기술과 탄소-규소 융합 컴퓨터를 개발하면서도?

         

       ‘하하.’

         

       박진성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지하 깊숙한 곳에 있기에 당연하게도 천장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닿지 않는 별빛이 속삭이는 듯했다.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맞노라고.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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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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