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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4

       

        

        

        

        

        

        

        

       “끄아악…!”

        

        

        

        쿠당탕!

        

        엄청난 소리와 함께 시속 40km가 넘는 속도로 달려가던 칼튼 이사가 그 자리에서 엎어졌다. 무언가가 오른다리를 스치고 지나간 순간 달려나가는 속도 그대로 자리에 엎어져버린 것이었다.

        

        피부가 마찰하는 소리 대신 두꺼운 플라스틱과 합금이 바닥에 갈리며 불꽃이 터져나왔다. 그러고도 속도가 남은 탓에 몇 번이고 바닥을 굴러간 뒤 바닥에 처박혔다.

        

        일어설 수가 없었다. 그는 그제야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확인했다. 오른다리 무릎 아래가 완전히 증발한 것이었다. 피해 집계 시스템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바로 도망가야만 했지만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상황에 의문이 먼저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도대체 어떻게?’

        

        

        

        분명 레일건을 계산 범위에 넣긴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차량에 달린 것을 전제로 한 상황.

        

        아르테미스에게 필요한 물건을 생산해내는 공장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인간이 내부를 돌아다니는 것을 상정하지 않은 형태로 되어있었고, 레일건이 달린 차량을 안으로 끌고 올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랬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파괴력을 낼 수 있는 무기가 달리 무엇이 있단 말인가. 폭발물이었다면 에너지 역장이 막아냈을 것이었고, 그 외의 다른 것이라면 이 정도의 화력을 낼 수가 없다.

        

        

        그래도 다행인 점이 있다면, 칼튼 이사의 다리는 천천히 재생되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다시금 움직일 수 있는 최소한의 지지대인 뼈를 나노머신으로 다시 형성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속도가 워낙 빠른 탓에 흡사 허공에서 백색의 기둥이 모이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대거 팀이 더 빨랐다.

        

        펄스가 허공을 관통한 순간, 모종의 공격에 의해 증발해버린 오른다리 아래에 형성되고 있던 뼈가 모래알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키이잉!

        

        

        

       “감지에 걸렸다!”

        

       “교전 돌입. 팔다리를 먼저 노려!”

        

       “어떤 이상한 짓거리를 할지 몰라! 허튼 짓 못하게 해!”

        

        

        

        EMP가 방출되고, 하얗게 작열하던 나노머신이 더욱 반짝거리며 하얀 분말이 되어 바닥으로 흩어졌다.

        

        그것을 눈으로 담은 칼튼 이사의 안색이 하얗게 변하는 사이, 건너편에서부터 군홧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차라리 사신의 발걸음에 더욱 가까웠다. 

        

        지향성 펄스가 방출됨과 동시에 칼튼 이사는 자신의 몸뚱아리가 제대로 안 움직여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MP 내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근거리에서 맞은 순간 일시적인 기능정지에 빠진 것이었다.

        

        그리고 대거 팀은 그 ‘일시적’인 상황을 기다려주기엔 너무나도 빨랐다.

        

        

        청색으로 발광하는 근접무기를 든 사신이 해일처럼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런 빌어먹을…!”

        

       “저깄다!”

        

       “가까이서 보니 양복이 아주 번쩍거리는구만. 시라큐스에서의 외유는 즐거웠나? 이제부터는 그닥 즐겁지 않게 될 거야.”

        

        

        

        그 말이 사실이 아닐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칼튼 이사는 몸 곳곳에 달린 자세제어용 출력 분사기가 다시금 작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고, 이들을 어떻게 하면 죽이고 이 자리를 빠져나갈 수 있는지를 궁구했다.

        

        공격용 레이저와 유탄발사기, 와이어 블레이드 등. 아직 방법은 무궁무진했고, 그는 분노를 숨긴 채 최대한 비굴한 표정을 지으면서 시간을 끌기로 작정했다.

        

        

        

       “내, 내가 협조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하지. 부디 일말의 자비를 보여주게.”

        

       “그러시구만. 어디 한 번 뭘 할 수 있는지부터 들어볼까.”

        

       “귀…귀관들이 찾아온 이유를 알아. 분명히 아르테미스에 대한 데이터를 캐러 온 거겠지. 그렇다면 말해줄 수 있는 것이 꽤 많다. 일단 자세만이라도 조금 잡게 해주면 좋겠군.”

        

        

        

        다섯 쌍의 눈동자가 칼튼 이사를 훑었다.

        

        빳빳하게 뒤로 빗어 고정한 백색의 머리카락은 엉망진창으로 흩어진 상태였고, 정장은 제멋대로 찢어진 상태였다. 누가 보아도 난장판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외형이었다.

        

        고작 몇 초만 더 있으면 리부팅이 끝날 예정이었기에, 그는 주변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누구를 가장 먼저 공격해야만 할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애시당초 잘린 발목에서 피가 새어나오지도 않고, 딱히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무언가 자비를 보여줄 이유는 당연히 없었다.

        

        올리비아가 화사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그래, 그래도 걱정하지는 말고. 어차피 좀 있으면 아는 걸 전부 나불댈 기회가 있으니 말이야. 굳이 여기서 말 안 해도 상관없다는 건 몰랐지?”

        

       “…뭐라고?”

        

       “뭘 모르는 척을 하고 있어?”

        

        

        

        그리고 그 순간.

        

        푸르게 빛나는 무기가 호선을 그렸다.

        

        

        

       “…!?”

        

        

        

        신체이식물을 통해 인간을 한참이나 뛰어넘은 사이보그조차도 아슬아슬하게 따라잡을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빠른 궤적이 멈춰선 곳은 팔의 건너편이었고, 칼튼은 그제야 자신의 오른팔이 떨어진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두 번째 EMP가 방사된 탓이었다. 신체 곳곳을 대체한 사이버웨어가 파지직거리며 고장나고 다시 재부팅될 정도의 위력이었다.

        

        그 즈음 이글 팀은 남은 팔다리를 싸그리 잘라버렸고, 순식간에 형용하기 어려운 몰골이 되어버린 칼튼 이사의 눈이 기이할 정도로 커졌다.

        

        발악이 시작되기 전 여러 조치가 이어졌다.

        

        

        

       “몸을 아주 제멋대로 바꿔 끼우셨구만. 인공근육은 예사에 티타늄 보강 심장, 호르몬 조절기…덕분에 일이 편해지겠어. 그런 정체모를 걸 몸에 주렁주렁 달았으면 해킹 대비도 하셨어야지.”

        

       “끄, 으아아아악…!”

        

       “발레리인지 하는 그 사람은 적어도 센트럴 파크에서 난동이라도 부렸지, 이 사람은 무지하게 쉽게 잡혔네요. 일단 어…심장박동 절반으로 줄이면 되죠?”

        

       “그래. 자폭 기능 같은 건 싸그리 꺼버려. 관리자 권한 리셋하고.”

        

        

        

        즈즈즈즈즉!

        

        그 자신조차도 전부 파악하지 못한 사이버웨어의 온갖 기능이 전부 차단당하고, 통제권이 남김없이 회수당하고 있었다. 장기의 통제권 전부가 남에게 헌납당한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었다.

        

        혈류량이 인공적으로 조절되고 오만가지 조치가 취해지는 순간 칼튼 이사는 말 그대로 무게가 좀 무거울 뿐인 무력화된 인간형 쇳덩이가 되었고, 대거 팀은 미리 준비해둔 듯한 박스에 그를 담았다.

        

        발레리가 적어도 덱스터 박사의 구출 언저리까지는 성공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칼튼 이사는 현 시점에서 대거 팀에게 멍청하게 잡힌 사람들 중 TOP 3에는 들어갈 수 있을 터였다.

        

        물론, 부동의 1위는 핵잠수함을 무려 두 척이나 헌납한 러-중 분견대 친구들이었다.

        

        

        

       “현재 내부 돌입 후 정확하게 3분 경과. 아르테미스도 슬슬 냄새 맡은 것 같습니다.”

        

       “좋아. 총알같이 뛰자고. 막내는 그 저격총 나 주고, 이 더럽게 무거운 상자 들어. 이제부터 퇴각 지점으로 이동한다.”

        

       “사륜바이크 바깥에 준비 완료. 그리피스 공군기지에서 스카이셉터 지대공 미사일이 혹여나 모를 드론 이상의 아르테미스의 공군 전력에 대비해 대기 중인 상태입니다.”

        

       “그래. 어디 한 번 부릉이 끌고 잽싸게 도망가보자고.”

        

        

        

        짐이 하나 추가됐을 뿐, 더 이상 교전을 할 필요조차 사라진 이글 팀이 다시금 바깥으로 빠져나오기까진 그리 오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무도 탑승해있지 않은 사륜바이크 네 대가 저절로 움직이며 공장의 출구로 빠져나온 이글 팀 앞에 멈춰선 순간, 올리비아는 대물저격총 타이탄의 총열 고정핀을 비틀어 뽑아내곤 실었다.

        

        목적지 설정과 자동 조향이 이카루스 기어에 의해 끝난 순간, 올리비아는 이곳으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아르테미스 병력들을 확인하고는 못박힌 듯 멈춰선 폴라리스 3을 움직였다.

        

        

        아군 사격 기능이 작동되고, 폴라리스 3의 네트워크에 띄워진 ‘아군’의 정확한 위치는 그대로 목표물로 변경되었다.

        

        활성화 버튼을 내리치듯 작동시킨 올리비아가 웃으며 덧붙였다.

        

        

        

       “어디 한 번 할 수 있는 만큼 활개쳐보라고.”

        

        

        

        부르릉!

        

        사륜바이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가속력. 엄청난 힘이 바퀴를 돌리고, 바퀴는 지면을 밀어내며 순식간에 시속 70km 가량으로 가속한다.

        

        완벽하게 잡힌 무게중심은 자그만한 바이크가 결코 넘어지지 않게끔 만들어주었고, 순식간에 네 대의 사륜바이크는 공장 부지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닥 쉽지는 않았다.

        

        

        

       -[알림 : 드론 스웜 감지. 거리 3.16km. 33초 안에 접근 예정.]

        

        

        

       “그럴 줄 알았지.”

        

        

        

        올리비아는 허벅지에 장착되어있는 점착폭탄 발사기를 꺼내들었고, 디코이 역할을 하는 폭발물을 장착함과 동시에 이카루스 기어의 지향성 EMP 기능을 충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흡사 새떼를 방불케하는 드론 스웜이 이글 팀을 식별하고는 저만치에서부터 날아들기 시작했-지만.

        

        

        

       ───퓨웅!

        

        

        

        점착폭탄이 허공으로 날아든 순간 그것은 수백 개 가량의 자탄 파편으로 변했고, 드론 스웜은 마치 홀린 것처럼 그 자리에 이끌리기 시작했다.

        

        수백 대의 드론이 허공에서 멋대로 터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뒤따르던 이글 팀의 일원들 역시 비슷한 대응을 이어갔고, 족히 천 대 가량의 드론이 지상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아직 여분은 많았으나, 백 미터 가량을 접근하기도 전 방사된 EMP에 의해 또다시 대부분이 사라진다.

        

        그리고 그럼에도 쳐내지 못하는 것은-

        

        

        

       “망할, 이젠 드론을 총으로 쏴서 요격하게 되는구만, 어지러워 죽겠네…!”

        

       “당소 이글 1! 현재 퇴각 중! 대량의 드론 스웜이 이쪽을 공격 중이다!”

        

       -산탄 미사일을 요청한다면 지금으로부터 최소 3분은 더 필요하다. 빠져나갈 수 있나?

        

       “젠장, 확신이 없는데…유진! 그 망할 양복쟁이 좀 꺼내서 관리자 권한 오버라이드해!”

        

       “지금요!?”

        

       “씨발, 그럼 지금 아니면 언제 하는데!”

        

        

        

        욕지거리를 시원하게 얻어맞은 유진은 혼비백산한 채 꼬리를 움직였고, 이어 사륜바이크 뒤에 실려있는 상자를 빠르게 개봉했다.

        

        이카루스 기어가 바이크를 원격으로 조작하는 동안, 유진은 꼬리에 감긴 시체에 이카루스 기어를 갖다대었고, 뭔지는 몰라도 올리비아가 시키는 대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행했다.

        

        그리고-

        

        

        

       -[알림 : 아르테미스 관리자급 권한 인식…. // 조슈아 S. 칼튼 전무이사를 확인.]

        

       -[알림 : 드론 스웜에 의한 얼굴인식 완료. 드론 스웜의 작동 정지를 식별.]

        

       -[알림 : 공격 종료.]

        

        

        

       “…끝났나?”

        

       “저렇게 말하니 불안하긴 한데, 그래도…멈춘 것 같구만.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거라고는 예상 못 했는데, 잘 됐어….”

        

       “후, 아드레날린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구만. 빨리 돌아가자고.”

        

        

        

        부르릉!

        

        바이크는 시원하게 가속했고, 드론 스웜은 물러갔다.

        

        아르테미스가 즉석식품 하나가 다 데워질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전무이사를 잃어버린 날이었다.

        

        

        

        

        

        

        

        

        

        

        

        

        

        

        

        

        

       “…그래서. 얘가 그 양복쟁이인가 하는 그놈이냐? 사이보그 다리를 저격총으로 날려버리고 팔다리를 자른 다음 그대로 납치해왔다고?”

        

       “그렇게 앞뒤 다 잘라먹고 말하면 이상하잖아, 로건. 데이터 수집 결과 도출해낸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고. 생포 중간에 확인했는데, 신체를 개조해도 지성이 그대로 남아있는 놈이었어.”

        

       “직위도 꽤 높고, 권한도 상당하겠구만. 관찰 기간이 이틀이었나? 인텔 수집 기간이 짧은 것치곤 거물을 건져왔어.”

        

       “자세한 데이터는 심문으로 캐자고. 사이보그인 걸 감안하면 기존의 방법론이 잘 안 통할 것 같긴 한데, 일단 뭐…USB 포트라도 찾아봐야 하나?”

        

        

        

        그린레이크 골프연습장 내부, 대거 팀 하이드아웃.

        

        오랜 정찰 및 저격을 마치고 복귀한 이글 팀이 꼬질꼬질하기 그지없는 옷을 벗어던지고 몸을 새로이 단장하고 있을 무렵, 팔다리가 몽땅 잘려버린 칼튼 이사가 깨어난다.

        

        그러나 그것이 이성을 되찾았다는 뜻과 동치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대거 팀도 차라리 그것을 바라고 있었다. 깨어났다간 무슨 짓을 할 지 몰랐기에.

        

        계속해서 말이 이어진다.

        

        

        

       “일단 막내가 아르테미스 관리자 권한을 기어에 오버라이드했으니, 거기부터 손대보자고. 신체 곳곳을 기계로 싸그리 갈아버린 놈이니 충분히 해볼 만하겠지.”

        

       “오버라이드가 그렇게 쉽게 됐다고? 웃긴 놈이구만. 온갖 신기한 물건으로 몸을 도배한 놈이 보안에는 하나도 신경 안 쓴다는 게 말이나 되나?”

        

       “홍채 인식도 눈을 통째로 뽑아오면 바로 뚫리는 거랑 같은 이치지, 임마. 아무튼 이 자식 의식이 각성하는 일은 막아보라고. 꼬라지 보니 협조할 일은 절대 없을 것 같거든.”

        

        

        

        그 말대로였다.

        

        이 중에서 그 누구도 사이보그가 협조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 이들은 아직까지 칼튼 이사의 이름을 몰랐다 – , 마찬가지로 협조한다고 해서 딱히 살려둘 예정도 아니었다.

        

        오웬스는 근처에 있던 노트북 한 대를 가져와 두들기기 시작했다. 이카루스는 이미 아르테미스에 대한 여러 분석에 돌입한 지 오래였고, 발레리 및 볼복스는 그러한 분석의 진전을 크게 앞당겼다.

        

        그 결과, 노트북 화면에는 아르테미스 네트워크 접속창이 진즉 떠있는 상태였다.

        

        화면에 떠있는 코드 입력창. 거기에는 볼복스의 두뇌를 분석하여 얻어낸 코드가 미리 입력되어있었지만, 오웬스는 그걸 지우고는 덧붙였다.

        

        

        

       “자. 이 자식으로 뭘 할 수 있을지 한 번 보자고.”

        

       “안면 인식, 홍채 인식, 손가락…은 없긴 한데, 애시당초 팔다리를 싸그리 갈아엎었으니 별 의미는 없을 거고. 관리자 코드 같은 건 있나 모르겠네. 일단 전부 시도해보면 되겠지.”

        

       “막내 왔다. 하나씩 해보면 되겠어.”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유진이 꼬리를 살랑대며 방 안으로 들어온다.

        

        진즉 기절해버린 칼튼 이사의 눈동자가 대거 팀의 손가락에 의해 우악스럽게 벌려진다.

        

        실로 놀랍게도, 아르테미스의 사이버웨어에 이러한 상황을 대비한 해킹방지 시스템이 단 하나도 설치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대거 팀 전원이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족히 다섯 개가 넘는 인증 방식이 대기 중이었지만, 대거 팀은 고작해야 5분도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인증 방식을 통해 자신들이 잡아온 인물의 이름은 칼슨, 직책은 전무이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볼복스의 경우와는 완전히 다를 정도로 화려하면서도 압도적인 UI, 그리고 다종다양한 정보들이 노트북에 띄워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적나라하게 까발려진 아르테미스의 내부 네트워크를 보면서, 이들조차 난색 혹은 아연실색을 표할 뿐이었다.

        

        

        

       “…이게 이렇게 쉬워도 되는 건가?”

        

       “호프먼 연결해봐. 지금 연결할 수 있나? 또 어디서 작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모르지. 일단 호출한다.”

        

        

        

        오히려 기만이 아닐까 할 정도의 기이한 상황.

        

        그리하여 대거 팀은 한때 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의 언더커버 에이전트였던 호프먼 빈슨에게 연락하였고, 교신은 고작해야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연결되게 되었다.

        

        그리고-

        

        

        

       -의아할지도 모르겠지만, 의외로 정상입니다.

        

       “…예?”

        

       -도대체 어떻게 아르테미스의 최상층부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인원을 낚아오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애시당초 그런…사이버웨어 같은 물건들은 이론만 어느 정도 제시된 것들 아닙니까.

        

       “그렇겠지요.”

        

       -아직 사람 몸에 무언가를 이식해 전투력 같은 걸 증강시킨다는 개념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은 시점에 저런 걸 혼자서 만들어 쓰고 있는 정신나간 놈들입니다. 남이 알아봐야 상관없단 마인드겠지요.

        

       “우리가 저 자식을 납치해오지 않았다면 말이지.”

        

       -그렇습니다.

        

        

        

        요컨대, 다시 말해.

        

        이번에도 ‘전혀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적당히 돌아다닌 결과라는 것.

        

        그 말을 들은 대거 팀의 어처구니가 사라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으나, 머잖아 이들은 납득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애시당초 전쟁이란 누가 덜 멍청한 짓을 하는지에 따라 승패가 갈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대거 팀은 이미 선례를 알고 있었다.

        

        

        

       “…우리가 너무 빠른 걸까, 혹은 저 놈들이 멍청한 걸까?”

        

       “대충 둘 다라고 칩시다. 그리고 이렇게 실수라도 안 해줬으면 많이 곤란했을 거예요. 아직 갈 길이 엄청 먼데 여기서부터 가로막히면….”

        

       “틀린 말은 아니구만.”

        

        

        

        상대방이 멍청한 짓을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멍청한 짓을 했을 경우, 그 실수로부터 얼마나 큰 이득을 볼 수 있느냐였다.

        

        적은 두 번의 치명적인 실수를 했지만, 그걸 만회하고도 한참은 여력이 남아있을 것이었다. 그것이 사실인지의 여부는 상관없었다. 그것을 가정하고 행동하는 것만이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었기에.

        

        그리고 그것을 감안했을 때, 대거 팀은 자신들이 다음 행동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화면 위에 떠있는 여러 작전 진행도 중, 오로지 칼슨이라는 사람만이 열람 가능한 작전 진행도.

        

        MQ-20 어벤져 이송 현황.

        

        대거 팀이 그토록 찾아헤메던 그것이 바로 눈 앞에 있었다.

        

        

        

       “드디어 무인기 회수 작전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하는구만.”

        

       “시라큐스에서 꽤 오래 있었죠.”

        

       “그러게나 말이다.”

        

        

        

        로렌티나는 작게 웃으며 중얼거렸고, 오웬스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시라큐스를 떠나는 날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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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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