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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5

       

       

       대진표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하나였다.

       

       ‘왜 저렇게 했을까.’

       

       대체 왜 저렇게 대진표를 짰는가.

       대진표를 맹측에서 건들고 있다는 건 누가 봐도 아는 사실이다.

       

       이는 구태여 인원이 추가됐다고 대진을 바꿀 때부터 알고 있었다.

       

       뭔가 또 수를 쓰겠지. 

       단순히 그를 위한 명분이리라. 그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왜?’

       

       저 대진표는 내 예상에는 없던 일이다.

       

       툭. 툭.

       

       손 끝으로 허리를 두들기며 생각한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신룡은 도왕과 붙일 생각이 아니었나?’

       

       놈들의 수작이야 이미 파악하고도 남은 상태다.

       

       이 무투제의 목적은 신룡과 도왕을 붙이는 것. 그게 준결승이 됐든 결승이 됐든. 결국 그렇게 돼야 했을 일이다.

       

       이건 도왕이 참가한다고 했을 때부터 알고 있던 사실.

       그리고 거기서 신룡은 좋은 결과를 보이고 탈락하며, 도왕이 승리하는 걸로 마무리 되겠지.

       

       그렇게 예상하고 있던 일화다.

       

       ‘도왕이 패배한다는 건 말이 안 돼.’

       

       경지나 실력적인 부분 탓이 아니다.

       

       ‘맹이 하북팽가가 패배하게 두지 않을 테니까.’

       

       팽가는 무림맹을 지탱하는 명가 중의 한 곳.

       그곳의 가주가 무투제에 나와 패배하게 되면 맹 쪽에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었다.

       

       ‘애당초 도왕은 무림맹과 합의하에 나온 것일 터.’

       

       도왕이 병신도 아니고.

       

       아니, 어쩌면 그럴 수도 있으나 아무리 머저리라고 해도 왕급 무인이 무투제같은 걸 나온게 말이 안 되는 일이란 뜻이다.

       

       나와봐야 손해뿐인 싸움에 도왕이 뭣 하러 나오겠는가.

       

       ‘당연히 뭔가 오고 가는 게 있었으니 나왔겠지.’

       

       그게 좋은 조건이었을 수도 있고.

       나올 수밖에 없었을 협박이었을 수도 있다.

       

       하나, 중요한 건 도왕이 나왔다는 것이며.

       

       ‘그걸 이용해 신룡을 띄워줄 의도였을 거란 거야.’

       

       도왕에게 신룡이 좋은 모습을 보이며 패한다.

       

       화경급 무인이라는 이점을 확실히 보여주고, 도왕에게도 어느 정도 싸움을 걸 수준은 된다는 걸 관중에게 보여줄 의도.

       

       내 예상은 분명 그런 쪽이었지만.

       

       ‘이변이 생겼지.’

       

       이변이 생겼다.

       

       ‘도왕이 몰락해버렸어.’

       

       지난 투룡과의 싸움에서 도왕의 입지가 아작이 나버렸다.

       

       지난 십 년간 통틀어 가장 치욕스러운 승리.

       후기지수인 투룡에게 장난감처럼 다뤄지던 것과 기권하던 투룡을 보며 비명을 내지르던 모습까지.

       

       도왕이 간신히 중원에 가지고 있던 입지가 그날 작살이 났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 팽가는 엄청 흔들리고 있을 거야.’

       

       비무를 목격한 상단들이 발을 빼기 시작했을 거고. 흐름을 본 다른 상단들도 하나둘씩 움직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만큼, 계획이 틀어진 맹이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였다.

       

       계획대로 도왕과 신룡을 붙일지. 아니면 다를 수를 쓰게 될지.

       그건 잘 모를 일이었으나.

       

       ‘설마,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는데.’

       

       사차 본선밖에 안 된 시점에 나와 비무를 붙이다니.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

       

       ‘이유가 뭐지?’

       

       왜 이 시점에 신룡과 내가 붙었을까.

       이건 떠올렸던 변수중에 없는 일이었다.

       

       그렇지 않은가.

       

       ‘맹에선 어떻게든 신룡을 높게 올려야 해.’ 

       

       도왕의 꼴이 우스워졌어도 해야 할 건 해야 했다.

       신룡이 상대하기 쉽게. 그러면서도 너무 간단하게 끝나지 않게 말이다.

       

       이미 비무제에서 강한 모습을 보인 당소열이나 몇몇 이들을 제외한다면.

       

       ‘떠올릴 수 있는 인물은 많아 봐야 넷 다섯.’

       

       적당한 경지를 보이는 이들을 뽑자면 딱 그 정도.

       한데 그 안에 나는 없었다.

       

       혹.

       

       ‘내가 약하게 보였나? 그래서 붙인 건가.’

       

       있을 만한 일이기는 하나.

       

       ‘아닐 거야. 무림맹이 아무리 무능하다지만.’

       

       의도적으로 보여준 것이 몇 개인가.

       

       검제와 검선의 눈에 띄었고. 비무에서도 힘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무리 전력을 안 보였다고 한들 내가 약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의문을 품겠지.’

       

       저자는 어느 정도로 강할까.

       

       ‘패존이 일을 쳤으니 더 심하게 생각하고 있을 거야.’

       

       하필이면 존재감 없던 투룡이 거하고 사고를 친 시점.

       모든 후기지수에 대한 기대감과 경계심이 올라가 버렸다.

       

       그런 상황이니 애매해 보이는 날 신룡과 붙이는 건 도박수에 가깝다.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는 도박수.

       

       ‘굳이 편한 길이 있는데 도박수를 건다?’

       

       맹의 입장에선 말도 안 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이해가 안 가는 것이다.

       

       ‘무슨 의도일까.’

       

       머리를 재빨리 돌렸다.

       알 수 없는 변수. 

       이를 대처하기 위해선 어떻게든 이유를 알아내야 했다.

       

       그렇게 머리를 미친 듯이 굴리고 있을 즈음.

       

       “구 소협.”

       

       “…!”

       

       날 부르는 소리에 눈을 키우며 고개를 돌렸다.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하얀 무복에 매화 자수. 화산파의 인물을 뜻하는 표식과 잘생긴 얼굴.

       

       “…영풍 도장.”

       

       화산제일기재. 검룡 영풍이었다.

       

       “하하.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웃으며 다가오는 모습은 언제나 그렇듯 산뜻하다.

       새끼…나이 먹더니 더 잘생겨졌네.

       

       잘생긴 거로 모자라 키도 더 큰 것 같았다. 나는 온갖짓을 다 해서 얻어낸 키건만….

        

       “…예, 저야 뭐 항상 똑같습니다.”

       

       “그러시군요. 아, 위 소저께 인사를 전하긴 했습니다만…. 혹 들으셨는지요.”

       

       “들었습니다.”

       

       그랬던 것 같다. 

       위설아가 저번에 영풍과 내 얘기했다고 하긴 했었다.

       

       “본래 하남에 오자마자 뵙고자 했습니다만…. 일이 있어 이리 늦게 인사를 드리네요.”

       

       “괜찮습니다. 인사야 뭐. 저도 안 했는데요.”

       

       화산파가 하남에 있는 것도 알았고. 영풍이 무투제에 참석한다는 것도 알았다.

       

       알면서 안 찾은 건 나도 마찬가지였으니. 사과할 필요 없는 일이다.

       

       그렇게 몇 마디를 더 주고 받던 중.

       영풍의 표정에 머뭇거리는 기색이 스친다.

       

       “…그리고 그…. 저번 일은….”

       

       “됐습니다.”

       

       떨림을 담아 뭔가 내뱉기에 즉시 막아냈다.

       

       아마 무당에서 있었던 일을 재차 사과하려는 듯싶었다.

       

       “사과 안 해도 됩니다. 이미 잊기도 했고.”

       

       그때 날아든 귀정을 받았던 내게 화내던 영풍.

       감정 조절을 못 해 이상한 상태를 보인 걸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것 같다.

       

       ‘어지간히 이상하긴 했는데.’

       

       영풍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해 못할 모습이었으나.

       깊게 마음에 두지는 않았다.

       

       사과는 받지 않겠다고 하니 영풍은 순간 입술을 오물거리고선.

        

       “…감사합니다.”

       

       사과 대신 가벼운 감사를 뱉더라.

       그것도 딱히 필요는 없는데. 사과보단 나으니 넘어가기로 했다.

       

       “아, 도장.”

       

       “예. 구 소협”

       

       “혹시…. 뭐 밤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거나…. 성깔 더러운 노인네 목소리가 느껴진다거나 그런 건 없으십니까?”

       

       “예…?”

       

       갑자기 뭐 그런 이상한 걸 묻냐는 표정이다.

       

       “저번에도 여쭤보신 것 같은데…. 하하. 전혀 없습니다.”

       

       “그렇군요.”

       

       “이유는 모르겠으나, 걱정마십시오. 저도 나름 도사인지라, 그런 일이 있으면 곧장 제령할 수 있습니다.”

       

       어…. 제령하면 안 될 텐데?

       

       장난스럽게 받아치는 영풍. 그걸 보며 속으로 식겁했다.

       

       ‘당신 선조를 제령하면 어쩌려고.’

       

       큰일 날 소리를 하시네.

       피가 안 이어졌다지만, 저것도 나름 패륜이 아닐까 싶었다.

       

       ‘아무튼. 목소린 안 들린다는 거지.’

       

       화산선검의 후인이 됐다는 영풍이건만, 나처럼 목소리가 들리진 않는 모양이었다.

       오랜만에 노야를 떠올려서 그런가 예전 북해에서 들은 일이 떠오른다.

       

       ‘내가 노야의 환생이라 했던가.’

       

       분명 육체는 그렇다고.

       남궁명이 우혁의 몸을 통해 그리 말했었지.

       

       ‘…’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기분이 더럽다.

       

       ‘그런 성질 더러운 노인네가 내 전생이라고?’

       

       기분이 나빠도 너무 나쁜 일이었다.

       

       “구 소협? 왜 그러십니까? 표정이….”

       

       “아무것도 아닙니다. 갑자기 기분 나쁜 일이 떠올라서요.”

       

       “아…예.”

       

       속이 더부룩해진 기분이다. 재빨리 고개를 저어냈다.

       

       “이건 됐고…. 걔는 잘 지내고 있답니까?”

       

       다른 얘기로 넘어갈 겸 말을 꺼내 들었다.

       

       “걔…라고 하시면?”

       

       “제 동생 말입니다.”

       

       “아, 사고님 말씀이시군요.”

       

       화산에 몸을 두고 있을 여동생.

       구령화에 관한 말을 묻자 영풍이 다소 머쓱하다는 듯 웃는다.

       

       분명 같이 왔을 텐데?

       

       “지금은 처소에 계실겁니다. 조금…. 화가 나신 것 같기도 하구요.”

       

       “화요?”

       

       “그…. 소협께서 안 찾아오신 게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허.”

       

       그 말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웃기는 녀석이네. 지도 안 찾아왔으면서.”

       

       하남에 온 지 며칠이 됐건만, 구령화도 이쪽을 안 찾아온 건 마찬가지였다.

       나야 바빴으니 그렇다고 쳐도. 자기가 화낼 건 뭐란 말인가.

       

       “…저도 그렇게 말씀드려봤는데. 사고께서 말씀하시길. 자기가 거길 어떻게 가냐고….”

       

       “…음?”

       

       어떻게 오긴 뭘 어떻게 와. 그냥 걸어서 오면 될….

       

       ‘아.’

       

       떠올리다 그대로 멈췄다. 

       이유를 뒤늦게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미 부인 때문이구나.’

       

       미 부인.

       그녀가 소지한 처소이자 가까운 곳이니 구령화가 오길 꺼리는 모양이다.

       

       ‘그렇네.’

       

       미 부인과 구령화는 사이가 안 좋다.

       그걸 잠시 잊고 있었다.

       

       ‘이런….’

       

       쯧.

       

       아무래도 한 번 찾아가긴 해야 할 듯 싶다.

       혀를 짧게 차고 있으니 영풍이 얕게 웃음을 품었다.

       

       “제가 말로 불편함을 드린 모양입니다.”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저한테 짜증 난 거니 도장 탓은 아닙니다.”

       

       알고 있어야 할 것을 잠시 잊었다.

       

       그걸 떠올리니 기분이 나빠졌을 뿐이었다. 

       터지려는 한숨을 참고서 영풍에게 말했다.

       

       “…사흘 안으로 찾아가겠다고 말 좀 전해주시겠습니까?”

       

       “꼭 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함을 뱉고 멋쩍게 볼을 긁어댔다. 

       

       이제 와서 뒤늦게 오라비 노릇을 하려는 건 아니다만….

       

       ‘그래도 신경은 좀 써야지.’

       

       아예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씁쓸한 느낌에 입맛을 다시고 있을 즈음.

       

       “아무쪼록. 고대했던 대화인 만큼, 즐거웠습니다.”

       

       영풍이 문득 말을 끝맺으려고 했다.

       

       “가시려구요?”

       

       “예. 아쉽습니다만. 이 정도가 좋을 것 같습니다.”

       

       용건이 끝났는지 영풍 또한 조심히 예를 갖춘다.

       그러면서 진중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남은 얘기는…. 부디 비무대 위에서 다시 나누길 고대하겠습니다.”

       

       그 말에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선전포고인가.’

       

       당신과 만날 때까지 이기고 버티겠다.

       그런 뜻이 숨김없이 느껴진다.

       

       “예. 뭐…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할 수 있다면 어디 해봐라.

       나 또한 이를 말리지는 않았다.

       

       섬서에서 행한 일이 있다.

       우물안에 있던 영풍을 끄집어내기 위해,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으로 남아 주겠다고.

       

       그리 생각했던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다.

       어디 한번 넘어봐라. 나는 여전히 영풍에게 그런 마음이었다. 

       

       ‘덕분인지 나쁘지 않게 됐잖아?’

       

       인사를 끝내고 영풍이 걸음을 옮긴다. 

       나는 영풍의 등을 보며 묘한 시선을 보냈다.

       

       ‘강해졌네.’

       

       영풍은 몇 달 전 봤을 때보다 훨씬 강해져 있었다.

       화경인지 아닌지는 다소 불확실하다. 안 보인다기보단 애매한 느낌이다.

       

       ‘흐음.’

       

       그걸 쳐다보다 옆을 바라봤다.

       

       “야.”

       

       “잉?”

       

       내 부름에 누군가 고개를 든다. 

       봉에 기대 졸고 있던 봉순이였다.

       

       입가에 침을 줄줄 흘리는 걸 보니 없던 정도 뚝뚝 떨어진다.

       생긴 건 예쁘장한데 꼬라지가 저러니 원….

       

       “어때?”

       

       “무어어가…?”

       

       “듣기 싫으니까 발음 똑바로 해.”

       

       “뭐가?”

       

       “쟤. 어떠냐고.”

       

       멀어지는 영풍을 향해 고갯짓하자 봉순이가 흥미를 띠며 쳐다본다.

       

       그러더니.

       

       “오.”

       

       짧게 감탄사를 터트렸다.

       

       “엄청 세!”

       

       “그건 당연한 거고 인마.”

       

       “그럼?”

       

       “이길 수 있을 것 같냐고. 쟤가 네 상대거든.”

       

       “으음.”

       

       이번 무투제에서 검룡과 싸우게 된 봉순이다.

       그녀는 제 상대라고 하니 그제야 조금 더 깊은 눈으로 영풍을 쳐다봤다.

       

       가만히. 그리고 고요하게.

       한참을 보던 봉순이는 조금 멍한 표정으로 내게 물어왔다.

       

       “죽여도 돼?”

       

       “아니.”

       

       즉답했다.

       

       내 대답을 듣고 봉순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럼 몰라. 애매해.”

       

       나름 자기 객관화가 뛰어난 봉순이.

       그녀가 저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 그런 것이리라.

       

       하니 다르게 묻기로 했다.

       

       “그럼, 죽일 수 있으면?”

       

       죽일 수 있으면 어찌 되느냐. 그렇게 묻자.

       

       “그러면.”

       

       멍하니 있던 봉순이의 얼굴에 감정이 깃들었다.

       

       이어 얼굴에 웃음을 짓는데 그렇게 짓는 표정은.

       

       “내가 이겨.”

       

       너무나 소름 끼치는 미소였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사차 본선이 시작됐다.

       

       이번 일정은 평소보다 훨씬 빠른 시작이었는데. 

       이유인즉슨 삼차 본선의 인원이 섞이게 된 것이 원인이었다.

       

       시작을 빠르게 해도 끝나는 시각은 더 늦는다.

       

       날짜를 나누면 어떻겠냐 싶었으나, 맹측에서 그러지 않고 밀고 들어간 걸 보면 일정상 문제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거야 뭐 상관은 없는데.’

       

       시간이 늘어난 건 괜찮다.

       

       날짜를 늘리면 오히려 내 쪽도 문제가 있으니. 이 부분은 개의치 않아도 됐다.

       

       쿠웅–!!

       

       큰 소리가 들린다.

       비무대를 쳐다보니 거한이 바닥에 쓰러지는 게 보인다.

       

       육탄석권(戮彈石拳)이라고 하던가. 

       나름 유명하다는 완숙한 절정의 무인이었다.

       

       그런 그가 상대인 표륙제검(慓六諦劍)에게 패한 모양이다.

       

       “무안표문의 교철인. 승.”

       

       우와아아아아아–!!

       

       심판이 판정을 내리자 환호성이 터졌다.

       며칠 내내 봤지만, 여전히 큰 환호성이었다.

       

       이를 보며 고개를 까딱인다.

       

       ‘괜찮네.’

       

       표륙제검 교철인.

       

       무안표문이라는 들어본 적 없는 문파의 사람이라는데.

       일인전승 문파라던가. 처음 보는 무공을 사용하는 인물이었다.

       

       ‘경지는 화경 직전.’

       

       조금 있으면 벽을 넘을 만한 수준.

       

       아마 오래 지나지 않아 화경에 오를 것이며, 느낌을 보니 백대고수에도 필히 오를 만한 인물이었다.

       

       괜찮은 느낌이다.

       

       나 말고 다른 이들도 똑같은 생각인지, 상단측 인원들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하여튼 빨라.’

       

       재빨리 무안표문과 교철인에 관한 정보를 모으려는 것이다.

       더 빠른 이들은 직접 교철인과 교섭하려 들겠지.

       

       무인의 등장으로 상단이 움직인다. 

       예전에도 그랬는데 적색 마물의 등장으로 더 심해졌다.

       

       ‘저쪽도 이제 슬슬 준비해놓아야 하는데.’

       

       모용희아에겐 이미 말해놨으니 그녀가 준비해줄 테지만. 나도 늦지 않게 판을 깔아두긴 해야 했다.

       

       계획을 떠올리면서 앞에 있는 놈에게 말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네 차례다.”

       

       “예.”

       

       내 말에 성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한 번의 비무가 끝나면. 그 다음이 성율의 차례.

       어딘가 느슨해 보이는 성율을 보며 살짝 시선을 돌렸다.

       

       저 멀리 누구와도 모여있지 않고 홀로 서 있는 청년을 향해서였다.

       

       팽우진.

       지금 나날이 평이 추락 중인 도왕의 아들.

       

       전대 신룡이며 현재는 비성도라 불리는 청년이었다.

       가만히 그를 보고 있으니, 팽우진이 날 쳐다본다.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는 팽우진이 기다렸다는 듯 내게 손을 흔들어왔다.

       

       제 아비의 꼴이 이상해졌음에도 팽우진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인다.

       

       볼 때마다 뭔가 묘하다.

       

       ‘대체 어떻게 도왕에게서 저런 놈이 태어난 거지.’

       

       호부견자.

       내가 살면서 평생 들어온 말이건만, 저놈은 따지자면 반대다.

       

       견부호자라고 하면 될까?

       팽우진은 정말 이질적인 존재였다.

       

       팽가의 혈족치곤 체구도 작은 편이며 성질도 그다지 호전적이지 않다.

       

       생긴건 닮긴 했으니 아들은 맞을 텐데.

       

       뭐랄까. 

       참 이상한 느낌이었다.

       

       “흐음.”

       

       그런 팽우진을 보다 다시 성율을 보고 고개를 까딱였다.

       

       “야.”

       

       “예?”

       

       내 부름에 성율이 날 쳐다본다.

       살짝 반짝이는 황안과 여전히 안쓰럽게 보이는 안색.

       

       그러면서도 어렴풋 편안해 보이는 상판까지.

       곤륜의 문인과 안 붙게 된 게 저리도 편할까.

       

       ‘새끼가. 저런 표정으로 있을 거면 사정이나 말하랬더니.’

       

       앓고 다니는 꼴에 은근 신경 쓰인다.

       

       한데 본인은 절대 말할 생각이 없어 보이니 더 짜증났다.

       

       뭔가 열 받는다.

       그래, 아마 그래서 일 것이다.

       

       “너 나랑 내기 하나 하자.”

       

       “갑자기 말씀이십니까?”

       

       “어.”

       

       “…무슨…?”

       

       다소 즉흥적으로 말을 뱉은 이유가 말이다.

       

       “저기 네 상대 보이지.”

       

       내 손이 팽우진을 가리키자 성율이 따라 그를 쳐다본다.

       

       “예.”

       

       “이기고 와.”

       

       “예?”

       

       “네가 할 수 있는 걸 다 해서라도 이기고 와. 그러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저번에 얘기한 청해일검의 죽음.”

       

       “…!”

       

       말이 꺼내진 즉시 성율의 눈이 커진다.

       

       “그게 왜 무림맹의 탓인지 말해줄 테니까.”

       

       “…”

       

       말하다 말았던 청해일검의 얘기.

       

       그에 관한 얘기를 꺼내 들자. 성율의 표정이 급속도록 차가워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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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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