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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5

       

        

        

        

        

        

        

        

        

        

        

       “…작전 끝난 지 고작해야 몇 시간도 안 지났는데, 이걸 다시 바로 들어가는 게 맞나 싶긴 한데. 이성적으로는 납득할 수 있어도 뭔가 좀 찜찜하단 말이지.”

        

       “반대로 지금 아니면 찌르기도 애매해지지. 쉬어도 상관은 없어. 사실 그래도 괜찮지. 우리가 받은 임무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정찰이니까. 무인기 회수는 가능하다면 하는 거고.”

        

       “그리고 회수가 가능할 것 같으니까 가는 거겠지.”

        

        

        

        시라큐스 동부 그린레이크 골프연습장, 대거 팀 하이드아웃. 오후 7시 반.

        

        짤깍거리는 소리와 사각거리는 소리, 옷깃 스치는 소리 등등이 울려퍼진다. 테이블 위에는 수백 개의 탄창과 사용법은커녕 뭐에 쓰는지도 알 수 없는 오만가지 폭발물들이 널려있었다.

        

        검지손가락만한 죽음의 씨앗이 가득히 심어진 탄창이 방탄조끼의 탄창 파우치에 힘겹게 들어가고, 수류탄과 유탄, 점착폭탄 등등을 비롯한 오만가지 폭발물이 수납되었다.

        

        

        시라큐스에 발을 들인 지 일주일 가량이 지났지만, 이제서야 제대로 된 교전을 맞이하게 될 예정이었던 타격팀이 비장한 표정과 함께 무장을 이어가는 와중.

        

        아직 전투의 흔적이, 그리고 며칠씩 외부를 싸돌아다닌 흔적들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방탄복을 그대로 입고 있는 올리비아는 눈을 안대로 덮고는 접이식 침대에 누운 채 부족한 잠의 보충을 끝마쳤다.

        

        이글 팀이 팔다리가 싸그리 잘려버린 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의 사이보그-전무이사와 함께 복귀한 지 고작해야 3시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래서, 준비는 어디까지 됐는데?”

        

       “원격조종 모듈이 이글 팀이 쉬고 있는 사이 드론으로 배송되었지요. 이따 핸콕 필드 공군기지 격납고에 있는 MQ-20 어벤져의 뚜껑을 따서 그걸로 바꿔 달아야 하니, 미리 확인해두시길.”

        

       “교환하는 방법이랑 함께 어벤져 설계도도 같이 업데이트됐으니, 이따 이카루스 기어로 확인하고 직접 시뮬레이션해봐.”

        

       “할 게 많구만. 어으, 졸려라….”

        

        

        

        안대를 풀어헤친 올리비아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몸에 활력은 넘쳤지만 몸에 피로가 없지는 않았다. 거기에 연이은 작전이 또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러모로 곤란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현재 입안된 작전이 어째서 필수불가결한지를 아주 잘 이해하고 있는 그녀였기에, 올리비아는 한숨을 내쉬면서도 이런저런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아까도 말했듯 핸콕 필드 공군기지, 목적은 기지의 격납고 내에 보관된 십수 대의 MQ-20 어벤져. 시라큐스에 대거 팀이 온 이유였다.

        

        

        

       “아르테미스 동향은?”

        

       “이미 정보는 싸그리 빼내긴 했지만, 아예 네트워크에서 칼튼 이사의 접속코드를 유리시켰어요. 그럴 것 같긴 했어요. 그런 부분을 고려해보면 지금도 모종의 조치를 열심히 벌이고 있겠죠.”

        

       “말이 도망가고 나서야 마구간 문을 닫고 있구만, 저 자식들은. 하긴, 머릿속에 교훈을 때려박아주기엔 최적의 타이밍이니 지금 공군기지에 쳐들어간다는 작전을 세웠겠지.”

        

        

        

        그 말대로.

        

        이글 팀이 칼튼 이사를 말 그대로 납치해온 지 고작해야 3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대거 팀이 또다른 작전에 돌입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아르테미스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미 대거 팀이 전부 데이터를 빼내긴 했지만, 아르테미스는 칼튼이 납치된 후 그의 접속코드를 네트워크상에서 폐기시켰다. 칼튼이 진두지휘하는 어벤져 회수 작전에 차질이 생긴 것도 당연했다.

        

        

        앞으로 아르테미스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이 있다면, 아르테미스는 누군가가 회사를 극도로 체계적인 방식으로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시라큐스는 해당 방위산업체의 본진이었다.

        

        아르테미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없이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었고, 칼튼 이사가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통해 규모 미상, 정체 미상의 적군이 핸콕 필드 공군기지의 무인기를 노리고 있단 것도 유추할 터.

        

        다시 말해, 오랜 시간 시간을 끄는 것만으로 대거 팀은 손해를 볼 확률이 높았다.

        

        거기서부터 도출되는 결과는 단 하나 뿐이었다.

        

        

        

       “지향성 EMP 방출기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이 레드스톤 병기창에서 시라큐스에 도착하기까지는 10분 가량이 걸리지. 하이드아웃을 떠나는대로 발사가 시작될 거야.”

        

       “그리피스 공군기지의 무인기 조종사들도 준비가 끝났고, 칼튼이라는 고철덩어리 덕분에 아르테미스의 세력권이 정확히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도 알 수 있었죠.”

        

       “좋아, 이제 그걸 토대로 폭격만 하면 된단 소리구만. 다른 놈들은? 다 깼나?”

        

       “막내랑 너만 준비된다면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어.”

        

       “…지금 좀 어지러우니까, 달달한 거 하나만 줘.”

        

        

        

        부스럭.

        

        그와 동시에 올리비아는 테이블 위에 놓여진 사탕 하나를 받아들었고, 그것을 입 안에서 오물오물 굴리기 시작했다. 달달한 감각이 입 안을 가득히 메우기 시작했다.

        

        스트레칭을 한 뒤 달달한 음료수 등을 섭취하며 정신을 일깨운 올리비아는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고, 자신이 들고 다녔던 총기가 깔끔하게 청소되어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걸 지켜보던 로렌티나가 덧붙였다.

        

        

        

       “워낙 곤히 자고 있어서 당신더러 작전 전 청소하라고 말하긴 조금 그랬거든요. 부득이하게 손을 댔답니다. 영점이 틀어지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 정도는 양해해줄 수 있죠?”

        

       “…다음부턴 차라리 날 깨워.”

        

       “그러지요.”

        

        

        

        철컥.

        

        올리비아는 깔끔히 손질된 자신의 총기를 찜찜한 표정으로 받아들었고, 작동 상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슬링을 조절해 그것을 목에 걸쳤다.

        

        타이탄 레일건을 보유하고 있는 유진과 올리비아는 EMP로도 무력화되지 않은 병력을 제거하기 위해 저격을 이어갈 예정이었고, 혹시나 모를 아르테미스 드론 준비도 완벽하게 된 상태였다.

        

        노트북 위에서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카운트는 03:33을 표기하고 있었다.

        

        그걸 바라보며 테이블 위의 탄창과 폭발물 등을 파우치에 수납하던 올리비아를 향해 설명이 이어졌다.

        

        

        

       “너희들이 주변을 싸돌아다니는 사이, 우리도 나름 이것저것 한 일이 많지. 가령 시라큐스에 남아있는 민간인들에게 간단하게라도 패러데이 새장을 구축하는 법을 알려줬다거나 말이야.”

        

       “…패러데이 새장? 잠시만. 그러면 이건 설마….”

        

       “그래. 아까 말한 거랑은 별개로, 이미 탄도미사일 한 발이 이리로 날아오고 있어. 정밀하게 계산된 EMP 폭탄이지. 정찰용 무인기는 고장나면 안 되니 미리 착륙시켜놨어.”

        

       “…밤이 낮이 되겠구만.”

        

        

        

        말이 정밀하게 계산된 EMP 폭탄이지, 다르게 말하면…저위력 핵탄두를 허공에서 기폭시킨다는 뜻이 아닌가.

        

        작전 초반에나 나왔던 말이 기어코 씨가 되다니. 올리비아는 기껏 차렸던 정신이 다시금 아득해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지만…눈 앞으로 떠오른 피해 반경과 기폭 위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고고도에서 폭발한 핵폭탄의 방사능 물질들은 대기권 밖으로 날아가는 것이 기본이었고, 높은 고도에서의 10kt급 핵무기는 지상에 후폭풍의 여파가 닿지도 않을 정도로 작았다.

        

        폭발의 규모가 규모인만큼 EMP의 출력도 약한 것도 마찬가지.

        

        오로지 시라큐스 상공에 떠있을지도 모르는 아르테미스 정찰 드론만을 제외하면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은 없을 것이었다.

        

        

        

       ‘…그렇다곤 해도, 정신이 좀 많이 나가버린 선택지라는 건 변함이 없지.’

        

        

        

        핵무기 격발을 통한 EMP 공격보다 더 낫고, 세련된 선택지는 얼마든지 있을 터였다.

        

        핵무기를 사용함으로서 야기되는 단점 – 자국 상공 위에서 핵무기가 터졌다는 사실이 타국에 알려진다든지, 혹시나 모를 방사능이라든지, 시라큐스의 기지국 및 무선통신탑 타격이라든지 – 도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지금의 미국은 그런 후폭풍을 일일이 계산할 수 없었다.

        

        자국의 영토 위에서 핵무기를 격발시켜서라도 일을 해내야만 했다. 정치적 여파나 국제적 여파 따위는 더 이상 미국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올리비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어느덧 은신처 내부에는 열한 명으로 이뤄진 대거 팀 전원이 중무장한 채 모였다. 작전 형식이 빠르게 브리핑되었고, 대거 팀은 폭발 이후부터 움직일 예정이었다.

        

        

        

       “10kt급 핵무기 폭발 이후 10분 안에 지향성 EMP 방출기가 달린 탄도미사일이 공역에 도착할 거다. 그 전까지 작전 시작 지점으로 향한다. 사륜바이크가 준비되어 있으니 다들 자기가 뭘 타는지는 숙지해.”

        

       “맨눈으로 폭발 터지는 거 보려는 미친 놈들은 없길 바란다. 대신 간접적으로는 볼 수 있으니 볼 사람은 보고, 말라면 말라고.”

        

       “후, 자리부터 잡아야겠구만. 팝콘 없나?”

        

       “하여간 나사빠진 놈들 같으니.”

        

        

        

        모두의 움직임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 은신처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대거 팀은 많은 물자들을 특수 상자 내부에 차곡차곡 집어넣었다. 별도의 조치가 없다면 상자에 담긴 물건들은 자동으로 소각되리라.

        

        그러는 사이 테이블 위의 노트북의 잔여 시간은 어느덧 1분 미만으로 줄어들었고, 대거 팀은 해당 노트북마저 상자에 집어넣었다. UI 위에 남은 시간이 떠올랐다.

        

        대거 팀은 느긋하게 사륜바이크가 있는 곳으로 향했고, 열한 명의 인원이 차례차례 자신에게 할당된 바이크 위에 탑승했다. 변이자들은 무게중심 문제로 인해 혼자서만 탑승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바깥으로 뛰쳐나갈 준비가 다 되었을 즈음, 기어를 통해 레드스톤 병기창에서 지향성 EMP 방출기가 달린 탄도미사일이 발사되었다는 소식을 확인한 오웬스가 하늘을 느긋하게 바라보았다.

        

        모두의 고개가 같은 방향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

        

        

        

        짙은 구름이 끼어있던 하늘 위.

        

        마치 거대한 번개가 번쩍이듯 엄청난 불빛이 사방으로 뿜어져나오더니, 일순간 구름이 걷히며 작은 은빛의 구체가 엄청난 빛을 흩뿌리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한순간이지만 하늘 위에 태양이 다시 강림한 것만 같은 광경.

        

        방사능 입자가 대기권으로 날아가기 시작하고, 폭심지로부터 반경 수십 킬로미터 가량이 EMP 여파에 휩싸일 무렵.

        

        

        

       “…좋아. 하늘은 깨끗하다(Sky is clear). 살충제를 쳤으니 아르테미스 드론 벌레들이 더 이상 하늘 위를 싸돌아다니는 일은 없겠지. 다시 정찰 드론을 띄우자고.”

        

       “정찰 드론…내부 회로 손상 제로. 갑니다.”

        

       “대거 팀, 출발한다. 아직 절반도 운송 못했다던 무인기를 한 번 훔치러 가보자고.”

        

        

        

        부르릉 소리가 약하게 터져나옴과 동시에, 여덟 대 가량의 사륜바이크가 골프장을 내려갔다.

        

        잠수함에 이어, 아르테미스 손에 넘어가기 직전인 무인기 십수 대마저 훔칠 예정인 대도둑들이 시라큐스 북부를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지향성 EMP 방사용 탄도미사일이 시라큐스에 도착했습니다. 감속 종료를 확인. 외부 단열재 분리, 선회궤도 설정, 반응로 작동 시작, 예상 체류 시간 30분.”

        

       “대거 팀 신호가 잡혔습니다. 통제권 공유 확인됩니다. EMP 충전 완료까지 1분 23초. 펄스 반사경 지름 조정 중. 태스크포스가 요청한 방사지점을 최우선으로 공격하기까지 1분 30초.”

        

       “시라큐스 잔여방사능 측정 결과 엑스레이 수준입니다. NPP 원자력 발전소는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거 팀, 핸콕 필드 공군기지까지 500마이크. EMP 방사 시작합니다.”

        

        

        

        일주일 가량 허공을 체류한 후, EMP로 인한 손상 방지를 위해 잠시 지면에 발을 디뎠던 무인정찰기가 다시금 하늘로 떠오름과 동시에, 아홉 명으로 이뤄진 타격팀이 E. 몰로이 가를 가로지른다.

        

        대략적으로 1.7km 가량 이어진 직선의 아스팔트 길 곳곳은 갈라져 터진 채 사이에서 풀들이 자라고 있었고, 주변 건물의 공구상, 트럭 대리점, 정비소 등에는 이미 인기척이 사라진 지 오래.

        

        단 한 명의 사람도 없는 도로를 대거 팀이 빠르게 가로지르는 사이, 낮에는 파쿼슨 대위의 아래에서 오만가지 필요한 정보를 배우고, 밤에는 견습작전관 노릇을 하는 라플란드 역시 그 광경을 바라본다.

        

        

        대거 팀이 띄운 정찰기와는 별개로, 시라큐스의 어두운 창공 아래를 빙글빙글 도는 비행체가 몇 번이고 지면을 향해 펄스를 뿜어낸다.

        

        칼튼 이사의 머리를 파헤친 덕분에 아직 이송하지 못한 무인기의 위치는 전부 밝혀진 지 오래였고, 펄스는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해 격납고를 피해 전자기 펄스를 조사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라플란드가 툭 던졌다.

        

        

        

       “…그건 그렇고, 저기 있는 비행기들. 연료는 있습니까? 그거 없으면 날 수도 없을 텐데.”

        

       “놀랍게도 연료가 아주…꽉꽉 들어차있다는데. 대거 팀이 시라큐스에 도착하기 얼마 전에 아르테미스가 직접 주유했다더군. 직접 이륙시켜 회수하려고 시도했는데, 무인기의 발착을 보고 민간인이 몰리는 바람에….”

        

       “…그래서 저기에도 아르테미스가 납치한 사람들이 많았던 거군요.”

        

       “그 말대로다. 거기에 대거 팀이 주변에 흩뿌려져있던 정찰팀을 싸그리 철거해버리기까지 했으니, 무인기 회수 작업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있나. 타이밍을 잘 골랐어.”

        

        

        

        마치 사슬처럼 이어져있는 인과관계가 드러날수록 작전관들의 표정에는 어처구니가 사라진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느덧 대거 팀은 핸콕 필드 공군기지의 코앞까지 도착했고, 본래라면 초소와 망루, 그리고 그곳에 달린 터렛과 경계병들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터렛은 마치 목에 깁스라도 한 것마냥 뻣뻣하게 굳어있었고, 터렛을 조작하고 침입자들을 식별해야 할 망루 내 아르테미스 초소병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초소병들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지향성 고출력 EMP를 얻어맞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듯 편하게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굳게 닫혀있는 문.

        

        대거 팀은 철창과 철조망에 흐르는 전기가 완전히 끊어져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플라즈마 블레이드를 꺼내들었고, 그것이 철창을 느긋하게 파고든 순간 철이 달아오르며 끊기기 시작했다.

        

        사람이 드나들기에는 충분한 구멍이 뚫림과 동시에 아홉 명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변이자 두 명은 단독으로, 그리고 남은 일곱 명은 각각 2,2,3명으로 조를 이루었다.

        

        일반적인 항공 지도로는 보이지 않는 격납고가 이들의 주요한 목표물이었다.

        

        

        

       “…시라큐스 남서쪽에서부터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드론 스웜은…아닌 것 같습니다. 대대급 규모의 기계화보병으로 보입니다.”

        

       “불벼락 한 번 쏟아부어주면 참 좋겠는데, 민간인들이 어디 숨어있을지를 모르니 뭘 할 수가 없군. 별 수 없지. 비행체 궤도 바꿔. 손이 빈 우리가 발을 묶어줘야지.”

        

       “대거 팀에게 상황 공유 중. 비행체 궤도 전환합니다.”

        

        

        

        구우우우!

        

        센트럴 파크 TOC 한쪽, 오늘 밤에 벌어질 가장 중요한 작전의 키워드 중 하나인 무인비행체 조종사가 비행기 조종간을 닮은 스틱을 느릿하게 잡아당기며 페달을 밟은 순간 궤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적잖아 지름이 수십 킬로미터가 넘는 선회궤적을 그리던 마하 6의 비행체가 남서 방향으로 기동 루트를 바꾸었고,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십수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도달했다.

        

        EMP 충전이 완료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파직!

        

        

        

        혹시나 모를 정찰 드론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했던 10kt의 핵탄두가 터지며 생겨난 펄스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전자기 펄스는 이미 750kV/m라는 – 반사재 덕분이었다 – 출력에 도달한 상태였다.

        

        범위를 희생하고 – 사실상 딱히 희생도 아니었지만 – 출력을 극도로 끌어올린 펄스는 온갖 종류의 기술력이 적용된 아르테미스 보병들이 그 자리에서 주저앉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물론 오만가지 보호기술이 적용된 무인전투차량 혹은 장갑수송차 역시도 여파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한 번이 안 되면 여러 번이라는 명목 하에 단시간에 초고출력 펄스를 조사당한 차량이 하나둘씩 멈춰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지대공 미사일 락온 감지. 어떻게 할까요?”

        

       “슬슬 아무거나 다 꺼내는구만. 일단 최대한 버텨보자고. 전자기 펄스에 지대공 미사일이 얻어맞으면 어떻게 되는지 꽤 궁금했는데.”

        

       “차라리 안 맞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일단 최대한 사정거리에서 벗어나겠습니다. 반대 방향으로 가속합니다.”

        

        

        

        기이이잉!

        

        이카루스 기어에 탑재되어있는 반응로와 동일한 것을 탑재한 덕분에 비행체는 연료 걱정 없이 속도를 훨씬 높임과 동시에 느긋하게 선회했고, 시라큐스 남동쪽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마하 8이라는 속도를 자랑하며 십수 초 안에 고도 30km 언저리까지 치솟은 비행체는 크게 선회하며 다시금 속도를 줄였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발전하던 압도적인 재료공학조차 견디기 힘든 악조건을 연속으로 맞이한 탓이었다.

        

        락온이 풀리자,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파일럿에 의해 조종되는 비행체는 다시금 시라큐스 아래로 내려가 본연의 업무를 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 대거 팀은 어느덧 비행장 곳곳에 흩어진 격납고에 도착한 지 오래였다.

        

        데이터 링크가 이어진 순간, TOC 한복판에 있던 30개의 적색 불빛 중 다섯 개 가량이 녹색으로 점멸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백했다.

        

        

        

       -방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아주 쾌적하고 좋군. 아르테미스가 공짜로 기체 정비까지 해준 모양이야. 비행은 문제가 없을 듯하니, 격납고 문을 열겠다. 남서쪽에 지대공 미사일이 있는 것 같으니 그건 주의하고.

        

       “확인했습니다. 견인차가 필요할 듯한데, 그건 괜찮습니까?”

        

       -후, DARPA 놈들한테 말해서 다음부터는 견인차 없이 혼자서 움직이는 무인기 좀 뽑아달라고 그래. 어디 한 번 있는지 찾아봐야겠구만. 없으면 뭐…우리가 직접 끌고 나갈 테니까 걱정은 마라.

        

       “…예?”

        

       -이미 로렌티나랑 로건 쪽은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으니 말이야.

        

        

        

        그리고 그 순간, TOC 중 일부 인원이 벽면 한쪽에 가득한 화면 중 하나를 보았다.

        

        무언가를 견인하기 위한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연료 공급용 관을 앞바퀴에 휘감은 다음 당긴다. 그 순간 최소 5톤이 넘는 비행기가 어떠한 저항도 없이 끌려나온다.

        

        스트롱맨조차 36톤 비행기를 44초만에 25m를 끌 수 있다면, 인류 최강을 한참이나 뛰어넘은 완력에 이카루스 기어의 행동 보조까지 받는 알파급 변이자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 결과가 눈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월마트에서 쇼핑카트 끌고 다니는 사람도 카트를 저렇게 쉽게 끌지는 못할 것 같은데.”

        

       “누가 아니래요.”

        

       “라플란드. 너도 저거 할 수 있냐?”

        

       “…전 아마도 못할 것 같은데요.”

        

        

        

        분명히 같은 변이자인데, 왜 저 사람들이 하는 건 저렇게나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일까.

        

        라플란드는 오늘도 정신이 멍해진다는 게 무엇인지를 여실히 느꼈다.

        

        오늘도 세상은 기이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지금부터 이 무인기를 운반한다!

    도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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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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