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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7

    <727 – 평화로운 하루(7)>

     

    아발론은 딱히 다크노디를 울리려던 의도가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의도는 정반대였다.

     

    ‘분신에게 원본의 소식을 전해주면 좋아하겠지.’

     

    지극히 단순한 일차원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호의.

    그리하여 아발론은 말했다.

     

    “분신인 네가 머무를 요람을 준비했단다. 그곳은 나도 오래도록 머물러왔던 곳이지.”

    “돌아갈,,, 돌아갈 시간이 된 거야?”

    “지금쯤이면 준비가 끝났을 터이니 출발해도 늦지는 않겠구나.”

     

    원본이 분신을 잊지 않고 열심히 다녀왔니 짜잔 선물이야 준비를 했다는데 싫어할 리가 없지.

    그런 아발론의 당연한 상식과는 반대로 다크노디가 느끼는 심정은 엉망진창이었다.

     

    ‘아, 원본이 내 복귀를 명령할 대리인을 보냈구나.’

     

    오크노디로서의 내 인생은 여기까지구나!

    참을 수 없는 슬픔에 다크노디의 얼굴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의식하지 않은 눈물은 언제나 아름답다.

    표정이 흉하게 무너지지도 않고, 마치 여배우들이 카메라 앞에서 흘리는 눈물처럼 슬픔과 동시에 예쁨을 느낀다.

    이 광경을 몰래 엿보는 이슈타르의 마나감지망에는 오크노디가 두 배로 불쌍하게 보이는 원인이었다.

     

    ‘저년이 오크노디를 울렸어!’

     

    아발론은 진땀을 흘리며 오해를 풀고자 노력했다.

     

    “요람이 어찌하여 요람이겠느냐. 흔들리지만 움직이지 않는 안락함으로 아이를 어여삐 감싸기에 요람이 아니겠느냐. 네게 딱 좋을 곳이니 슬퍼하지 말거라.”

    “…!”

     

    다크노디의 눈에서 수도꼭지가 더 크게 돌아간 것처럼 눈물이 왕창 쏟아졌다.

     

    ‘아, 오크노디가 다시는 떠날 수 없는 나만의 감옥을 만들었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애기도 아닌데 요람을 만들고 ‘움직이지 않는 안락함’을 운운할 이유가 없다.

    기적은 어디까지나 한 번이기에 기적이다.

    오크노디는 두 번이나 같은 교체를 허용할 정도로 허술한 고인물이 아니었다.

     

    ‘얘, 뭔가 엄청나게 오해하고 있지 않아?’

     

    아발론이 황금빛 광채 아래로 곤란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자신의 마력광을 견뎌내며 진실한 육체를 꿰뚫어 볼 정도로 눈이 좋은 자는 몇 없다.

    표정관리를 하지 않을 이유로는 충분했으나, 티토소가의 마력광 때문에 마력광에 익숙해진 다크노디에게는 그조차도 위협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 울기만 하면 짐이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 않느냐. 너는 요람에 머물던 나를 살 수 없는 곳에서 살아왔던 존재처럼 여길 작정이느냐?”

    “실례, 실례했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라서 그만…”

    “그리 슬픔이 가시질 않으니 짐의 자부심에도 상처가 생기는구나. 잘 듣거라, 짐의 요람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그곳은 외적의 침입을 수백 년간 완벽히 방비할 정도로 대단한 방위력을 자랑한단다. 인세의 어떤 왕의 치소도 이를 넘어설 수 없지.”

     

    아, 오크노디가 마왕을 담글 정도의 스펙으로도 탈출할 수 없는 덫을 팠구나!

    원본의 뜻이 이리 강경하거늘, 살아서 무한한 절망을 느낄 터인데 더 살아 무엇하랴!

    마나로 끈을 생성하여 목에 거는 다크노디를 보며 아발론은 환장할 것만 같았다.

     

    ‘요즘 세대 젊은이들은 왜 이리도 심지가 약하고 툭하면 울고 죽으려고 드는가!’

     

    오는 길에 보아온 위어드 교수의 실력을 보며 교수의 실력도 확실하게 분석했는데, 그런 교수에게 집단으로 레이드를 건 학생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내심 자살방법도 참신하게 고른다고 생각했던 아발론이었다.

    그런데 그런 자살쥐 같은 학생에 그 오크노디의 분신까지 해당이 됐다니.

    아카데미가 학생들을 아주 오냐오냐 키우고 심약하게 만든 것이 틀림없었다.

    마음 같아선 아주 불같이 굴리고 싶다.

    그것도 눈앞의 다크노디를 어찌하고 나서의 얘기지, 수틀리면 자살할 기세에 아발론이 진땀을 흘리며 급히 다크노디를 불러세웠다.

     

    “멈추거라!”

    “어떻게든, 어떻게든… 사라지기만 하면 되잖아. 적어도 사라질 방법 정도는… 그 정도는 내가 고를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대체 왜 그리 성질머리가 고약하단 말이냐? 원본이 너를 만들면서 나를 대신할 분신을 만들었으니 더 살아 무엇하랴!를 외치기라도 했느냐?”

     

    훌쩍.

    코 막힌 소리를 내며 다크노디가 고개를 저었다.

    아발론이 재빨리 마취술식을 새긴 마력손수건을 날려 다크노디의 코풀기를 유도했다.

     

    “자, 킁! 한번 하고 진정하거라. 킁!”

     

    쏟아지는 눈물에 콧물이 더해졌다.

    아름다움은 개뿔도 없는 추한 모습이지만 그렇기에 살고 싶은 의지가 더 크게 느껴졌다.

    이는 아발론의 손수건을 쓰지 않았다는 뜻이었고, 다크노디는 원본의 마나술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생긴 안목으로 마취 술식을 파악했다는 의미였다.

     

    ‘아, 은밀하게 나를 속여 잠재우려고 했으니, 이는 죽음조차 통하지 않는 요람에 날 잠재워 보관하다가 죽을 때가 되면 풀어서 이용하겠다는 뜻이구나!’

     

    아발론이 사태를 수습하려고 노력할수록 다크노디는 죽기 싫다며 눈물콧물을 더욱 쏟아내는 악순환!

    이는 마치 순욱의 최후에 대한 고사와 같았다.

    한 왕실의 부흥을 위해 노력하던 조조가 조정의 대신들을 모두 쳐내 쓸모를 다한 순욱에게 그의 충정이 텅 빈 왕실을 감싼 도시락과 같다 하여 빈 찬합을 보내니.

    이를 받은 순욱이 크게 웃으며 “승상이 빈 찬합을 보내셨으니, 더 살아 무엇 하겠더냐!!”라며 독을 마시고 자결하는 일화가 있었다.

    아발론의 요람이 곧 빈 찬합이 되었으니, 충분한 시간을 들이면 오해를 풀 수라도 있었겠지만 하필이면 이 자리에는 요람파문을 목격한 목격자가 있었다.

     

    쾅!

     

    갑작스레 문을 박차고 난입한 이슈타르가 아발론을 향해 생애 가장 농밀하게 빛을 내뿜은 성검을 겨누며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외쳤다.

     

    “이 쓰레기 같은 년, 당장 오크노디한테서 떨어져!”

    “…오해다. 짐과 분신의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미숙했다 하여 쓰레기라니, 말이 심하지 않느냐. 무엇보다 그대는 어찌하여 남의 사담을 엿듣다가 기물을 파손하며 난입하고도 그리 뻔뻔하게 구는가?”

    “뻔뻔함에 기가 질린 건 내 쪽이야!”

    “하아. 아무튼 잘 되었다. 분신의 친구라면 분신을 달래고 설득하는 일을 돕지 않겠느냐? 너는 원본과 같은 ‘재단’ 소속이라고 들었다. 속한 곳이 같다면 나를 도울 이유는 충분할 것이다.”

    “역시…”

     

    이슈타르의 성검이 기습적으로 아발론을 향해 절명기를 쏟아내었다.

    사방팔방에서 쏟아지는 절명기들을 감흥없는 눈으로 마주 전개하는 마법진으로 쳐냈지만, 능숙한 실력과 별개로 아발론의 당혹스러움은 더욱 커졌다.

    친구 보고 애 좀 달래달라고 했는데 얘는 왜 분신보다 더 급발진을 한단 말인가?

     

    “그래, 이제 이해가 됐어. 재단, 재단, 그놈의 재단!! 너희가 하는 일은 결국 이딴 거였어. 잠깐이나마 오크노디에게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지. 다시는 너희를 믿지 않을 거야. 이 아이도 맡기지 않아. 너흰 최악의 조직이야!!”

     

    아발론이 내가 뭘 했다고 그런 심한 말을 들어야 하냐며 상처받은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유유상종인가? 저것에게 물이 잘못 들어서 애가 이렇게 감정적으로 과격해졌다면 수긍이 갈 정도로 난폭하구나.”

    “난폭해? 살고 싶은 의지는 누구에게나 있어. 순순히 인형처럼 죽어줄 생명을 원한다면, 그딴 건 이 세상에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해서도 안 돼!”

     

    이슈타르는 성검의 마와 악에 대한 특효속성이 최대치로 발현되는 것을 보며 눈앞의 존재가 악이라는 사실을 더욱 확신했다.

    그것이 한때 세계정복을 꾀하였던, 지금의 제국이 탄생하기 전부터 존재했던 고대의 거악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알 길이 없었지만.

    아발론은 위어드 교수의 호의를 받아 머무르라고 허락받은 시설을 죄다 파괴하며 이 괘씸한 아이들을 끝장을 내겠다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이는 위어드 교수에게도 배은망덕한 짓이고, 원본에게도 배은망덕한 짓이다.

    상대는 은혜를 베풀어 목숨을 살려줬거늘, 애지중지하는 분신이 말 좀 안 들었다고 덜컥 죽여버리는 짓은 키우던 개를 집으로 돌려보내려는데 입질을 했다고 대뜸 목을 졸라 죽이는 싸이코패스나 할법한 짓이 아닌가.

    적어도 장차 세계를 정복할 정복자에게 어울리는 일화는 아니었다.

     

    “후우. 오늘은 이만 물러나겠지만 고집을 부려도 그 아이가 돌아갈 곳은 이미 정해졌음을 명심하거라. 내 선에서 끝나지 않거든 다음은 더한 수순이 이어질 것이니라.”

     

    특효공격의 절명기를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완벽하게 방어해내며 유유히 떠나는 아발론.

    애들의 치기어린 공격에 휩쓸리지 않고 어른스럽게 의젓하게 방어했다며 뿌듯해하는 아발론이었으나, 이슈타르가 느낀 감정은 절망이었다.

    만일 상대가 방어가 아닌 공격을 했다면 자신과 오크노디가 어떤 꼴이 되었을지는 상상하기도 싫었다.

    만신창이가 되어 주저앉은 자신.

    부러진 성검.

    그리고… 눈앞에서 끌려가는 오크노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은, 다시는 머릿속에 담고 싶지 않을 끔찍한 광경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조조노디와 순욱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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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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