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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7

       

        

        

        

        

        

        

        

       “…아무도 안 올 거라는 걸 알았으면 차라리 느긋하게 운반할 걸 그랬구만. 아니면 견인카를 찾아보든지.”

        

       “후, 힘들어 죽겠네. 지금 몇 킬로미터를 뛰어다닌 거야…!”

        

       “대충 남쪽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우리는 하루종일 뺑이만 치다 끝났네.”

        

       “뭐, 아무도 안 다치고 무난하게 끝났잖아. 그거면 됐지.”

        

        

        

        땀이 질질 흐르고, 숨이 가빠온다.

        

        타격팀에서 막노동-팀이 되어버린 아홉 명이 순식간에 조용해진 핸콕 필드 공군기지에서 한숨을 터뜨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들의 직종이 한순간에 공군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파일럿이니 뭐니 하는 것도 아닌, 말 그대로 막노동 – 견인 – 꾼.

        

        물론 그걸 신경쓰는 사람은 없었다. 이번 작전으로 대거 팀은 대당 최소 5천만 달러에 달하는 최신형 무인기를 무려 열일곱 대 가량 회수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수확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에 가장 기뻐한 것은 그 어디도 아닌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였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이걸로 어떻게든 방공망을 수습할 수 있게 됐군요. 대거 팀이 아니었다면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눈뜬 장님 신세였을 겁니다.

        

       “이제 몇 개월만 있으면 연합군들이 벌떼처럼 몰려들테니, 그 전에 최대한 미 본토의 방공망이라도 정상화시켜야만 합니다. 열심히 일해주시지요.”

        

        

        

        화면 너머의 사람이 면목없단 듯 고개를 떨구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메가 바이러스 사태 와중 동부방공구역(EADS)을 싸그리 날려먹은 탓에, 대사건의 방관자가 되었다는 오명을 벗어야만 했던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였기에.

        

        당장 수백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에 위치한 TOC에서 어떻게 무인기를 원격으로 운용할 수 있었던 것도 NORAD의 협조 덕분이었다.

        

        

        바깥은 실로 조용하기 짝이 없었다.

        

        금방이라도 대량의 병력들이 짓쳐들 것만 같았던 비행장은 풀소리와 벌레 우는 소리만이 들릴 정도로 고요했고, 각종 병기들로 가득차있던 격납고의 대부분은 텅텅 비어버린 지 오래였다.

        

        분해정비로 인해 날개 등이 분리되어있던 두세 대 가량의 어벤져 정도만이 여전히 격납고에 한두 대 가량 남아있었지만, 아르테미스가 포기한 이상 해당 기체들이 다시 조립되는 것도 시간문제.

        

        타격팀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얼마 남지 않은 물통을 깔끔히 비워버리며 중얼거렸다.

        

        

        

       “그럼, 이젠 센트럴 파크로 돌아가면 되나?”

        

       “아마 그렇겠지.”

        

       “어디 보자, 대략 8일 정도라. 멀리 온 것치곤 딱히 오래 있지는 않았구만. 브롱스에서도 비슷했던 것 같은데….”

        

       “얼추 그 정도일걸요. 우리 TOC 분들, 그 외의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는지?”

        

        

        

        로렌티나는 머리의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완전히 체력이 고갈되버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변이자들이건 일반인들이건 간에 체력이 그닥 많이 남아있는 사람들은 이글 팀을 제외하면 없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타격팀이 원하는 형태의 작전 진행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목적이 이루어졌다면 그것으로 좋았다.

        

        대거 팀은 사람의 머리에 총알을 심는 과정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만큼 세상을 확실하게 깨끗히 청소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아르테미스의 활동은 식별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혹시나 모를 사태를 대비하여 시라큐스 인근에 존재하는 최중요 시설 등을 밤낮없이 감시 중입니다.

        

       “최중요 시설이라. 이 근처에 뭐라도 있나?”

        

       -나인 마일 포인트 원자력발전소가 있습니다.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는 놈들이니 별도의 병력을 동원해 공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쩔 예정인가요?”

        

       -사이퍼 산탄 미사일을 준비 중입니다. 얼마 전 재생산에 돌입했고, 아슬아슬하게 수요에 맞출 수 있을 듯합니다.

        

        

        

        잠깐의 정적 이후 작전관의 설명이 이어지자, 모두가 어처구니가 없단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미 정부는 산탄 미사일을 말 그대로 모든 일의 해결책인 것마냥 사방팔방에 집어던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당장 과거 브루클린과 브롱스에 내리찍힌 물건도 산탄 미사일이었다.

        

        대거 팀이 절대적인 대체 불가능한 자원으로 변함에 따라, 이들은 미국이 운용하는 온갖 신병기, 그 중에서도 미사일의 정확한 제원도 알게 되었다.

        

        정식 명칭은 다목적 산탄 미사일(MPSM)-1, 호출명은 사이퍼였고, 거점파괴용 및 요새 무력화용 관통탄두 혹은 초토화용 광역살상용 고폭탄두를 다량으로 탑재한 물건이었다.

        

        

        

       “…이미 생산 라인까지 재가동할 수 있는 물건이었습니까?”

        

       -뭐어, 근 10년 동안 국방비 중에서도 무기개발비용이 한참 증액됐으니까요. 뭔가 이것저것 시도를 많이 한 덕분에 성공한 것들도 많은 모양입니다.

        

       “그건 그렇긴 하지.”

        

        

        

        유진만이 이해할 수 없는 사실.

        

       여러 명의 대통령을 레임덕에 빠뜨리고, 심지어는 대통령 중 한 명이 탄핵될 정도로, 이 세계의 미국은 국방비 및 관련 개발비에 상당한 비용을 쏟아부었고, 구체적인 과거 역시도 그녀가 기억하는 것과는 달랐다.

        

        그러나 그게 어쨌든, 지금은 그 덕분에 살아남았고, 미국은 그동안 쟁여두었던 수많은 신무기들을 자국에 아낌없이 쏟아부을 준비가 되었다.

        

        

        이글 팀이 호출한 그리피스 공군 기지에서 이륙한 무인기가 여러 대의 클러스터 밤을 떨어뜨려 반경 내의 모든 것들을 지워버린 후 기지로 복귀하고.

        

        그 자리에서는 조립할 수 없어 덩그러니 남겨진 몇 대의 MQ-20 어벤저가 핸콕 필드 공군기지에 남겨지며, 대거 팀이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뒤늦게 간식 까먹기에 열중하고 있을 즈음.

        

        저 멀리에서부터 한 대의 기체가 이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익숙한 물건이었다.

        

        

        

       “…그래. 이제 더 이상 시라큐스를 돌아다닐 필요는 없다 이거구만.”

        

       “저거 설마 포톤 1인가요?”

        

       “그런 것 같은데. 언제 대거 팀 전용으로 배속되었는지 원.”

        

        

        

        그 말대로.

        

        어디서 많이 본 것만 같은 틸트제트수송기 한 대가 지상을 오시하더니, 주변에 별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닥 멀쩡한 부분을 찾기가 힘든 핸콕 필드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수송창이 열리고, 헬멧을 쓴 조종사 한 명이 거기서 걸어나오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랜만에 보는군요, 대거 팀. 저 기억 나십니까?”

        

       “기억 안 날 리가 있나요. 직접 온 걸 보니 슬슬 여기서 방 빼라는 뜻이겠지요. 이글 팀이 합류하기까지는 꽤 걸릴 것 같은데 말이죠.”

        

       “그쪽으로 제가 직접 갈 예정입니다. 현재 아르테미스는 완전히 물러갔습니다. 센트럴 파크는 현재 시라큐스의 위협을 황색으로 평가했고요. 제가 이글 팀을 직접 픽업하러 갈 정도니 말이죠. 당분간은 문제가 없겠지요.”

        

       “분명히 작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시라큐스 위협 등급은 적색이었던 것 같은데 말이지. 아무튼 그렇다고 하니…은신처로 다시 돌아갈 일은 없겠지?”

        

       “오늘 새벽까지 센트럴 파크로 여러분들을 태워오라는 명령입니다.”

        

       “좋아.”

        

        

        

        그렇다면 더 이상 할 일은 없었다.

        

        은신처에 존재하는 각종 화기-물자들과 중요한 데이터가 든 물건들은 진즉 상자에 넣어놓은 지 오래였고, 해당 박스는 24시간 이상 방치될 시 스스로 불타올라 내부의 모든 정보를 파기할 것이었다.

        

        그나마 남은 것은 음식과 별도의 의료물자 정도였지만, 이는 바깥에 놓여있었고, 마찬가지로 24시간 가량이 지나면 신호탄이 터질 것이었다. 그것을 본 민간인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해둔 조치였다.

        

        아쉽게도, 그것을 원활하게 분배할 수는 없었다. 대거 팀이 이곳에 온 목적은 치안유지가 아니었으니.

        

        

        아홉 명은 수송기에 탑승했고, 그대로 날아올랐다.

        

        능숙하게 허공으로 날아올라 가속한 발키리는 남서쪽을 향해 방위를 돌렸고, 이내 물이 잔뜩 고여있는 데스티니 쇼핑몰의 옥상 방향에 접근하였다.

        

        엔진의 방향이 바뀜과 동시에 기체가 천천히 내려앉을 즈음, 그 아래에서 광학미채포를 걷고 철수 준비를 끝마친 유진과 올리비아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수송창이 열리고, 그닥 오랜만이라고 하긴 어려운 만남이 이어졌다.

        

        

        

       “로건 씨! 작전팀장님!”

        

       “고생했다, 막내. 돌아가자.”

        

       “아래에서 재미 좀 보셨나요?”

        

       “그래. 콜 오브 듀티 하는 줄 알았다, 이 자식아. 퍽이나 재밌었지.”

        

        

        

        작은 투덜거림 비스무리한 것이 이어지고, 나머지 두 명까지 올라탄 순간 수송칸이 닫힌다.

        

        유진은 반쯤 찌그러진 내부 프레임을 손으로 훑었다. 불과 얼마 전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챙겨놓았던 집라인이 걸린 흔적이었다. 부상당한 파일럿과 올리비아, 그리고 본인을 끌어올린 자국.

        

        앞으로 이런 흔적을 몇 번이나 사방팔방에 더 남겨야만 할까. 그것만은 알 수 없었다.

        

        

        대거 팀은, 그리고 미국은 아주 느릿하게나마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다.

        

        한 발자국씩 나아간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몰랐지만, 어쩐지 알 것만도 같았다. 적어도 대거 팀은 그렇게 생각했다.

        

        적색으로 물든 지도가 점점 청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가자. 오랜만에 좀 씻고 싶구만.”

        

       “머리에 아주 기름이 번들거리십니다, 오웬스 팀장.”

        

       “시끄러워, 임마.”

        

        

        

        기체가 가속하기 시작했다.

        

        센트럴 파크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아이씨, 이거 다시 돌려줘야 하나?”

        

        

        

        한편, 그로부터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센트럴 파크 TOC.

        

        대거 팀이 사용한 탄환의 탄피로 만든 목걸이를 만지작대던 라플란드는 화면 너머로 펼쳐진 대거 팀의 활약상을 보고는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에 빠졌다.

        

        이제야 겨우 총 다루는 법을 숙지하고 있는 라플란드에겐 너무 가혹했다.

        

        여름이었다.

        

        

        

        

        

        

        

        

        

        

        

        

        

        

        

        

       “후, 센트럴 파크가 그리워질 줄은 몰랐…뭐야. 주변에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고생하셨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훠우우우!”

        

       “…이, 이게 다 뭐야?”

        

        

        

        작전이 끝나고 센트럴 파크로 복귀했을 때, 수많은 인파가 수송기 근처를 감쌌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벌어졌…다기보단, 또다시 또 한 번, 매듭을 제대로 지었다는 생각으로 인해 긴장을 완전히 놓아버렸기에, 바깥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는지를 아예 모르고 있었을 즈음.

        

        수송기의 후방 램프도어가 열림과 동시에, 바깥을 빼곡하게 메우진 않았지만, 대충 그 정도가 아닐까 싶은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러대고, 박수를 치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순간에도 내 눈은 근처에 몰려든 사람들의 정체를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민간인들은 아닌가?’

        

        

        

        정확하게 말하자면, 작전관, 분석관, 그 외의 다양한 사람들을 비롯하여 이번 작전에 관여한 모든 사람들, 그리고 이 분들을 뒷받침하는…요컨대 센트럴 파크를 굴리는 모든 이들이 전부 모여있었다.

        

        하지만 그걸 이성으로는 느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입은 다물어질 줄 몰랐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여러 의미로 얼떨떨하기 그지없었다.

        

        과거 유-튜브에서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는 건 아니었다. 요컨대 그런 거 있잖은가. 공항에서 미국 군인들에게 박수쳐주는 그런 모습이라든가, 뭐 그런 것들.

        

        근데 이런 걸…이런 곳에서 겪게 될 줄이야.

        

        

        

       “…막내. 가자고. 수송칸에서 잘 생각은 아니지?”

        

       “아, 그.”

        

       “아직 할 일이 많아. 가자고.”

        

        

        

        그와 동시에, 대거 팀이 내 손을 잡았다.

        

        팔을 붙잡은 장갑 너머로 느껴지는 굳건한 손의 감촉. 실압근과는 별개로 툭 치기만 해도 부서질 것 같은 내 얇은 팔뚝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두꺼운 손이었다.

        

        이전에 수행했던 미션들과 비교하면 난이도 자체는 훨씬 무난했음에도 불구하고…아니, 이런 게 아니지. 그냥 솔직히 말해서, 사람들이 나와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와.”

        

        

        

        정말…기분이 묘했다.

        

        기분이 좋니 뭐니를 따지기에 앞서서, 이곳에 느닷없이 떨어진 이후로, 이렇게나 많은 사람을 본 것이 말 그대로 처음이었다. 그동안 주변을 많이 돌아보면서 사람이 드문드문 다니는 걸 보긴 했지만….

        

        헬리포트에서 한 계단씩 내려감과 동시에, 나는 센트럴 파크가 원래…그렇게 큰 장소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아니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나는 어느덧 내가 알고 지내던 한국의, 그리고 도시의 전경보다, 이전까지는 한 번도 와보지 않았던 맨해튼의 전경이 더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무튼, 기분은 좋았다.

        

        

        

       “…이게 다 뭡니까?”

        

       “놀랍게도 여러분을 자발적으로 응원하러 나온 사람들이지요. 브롱스에서 작전을 끝마쳤을 땐 기지로 몇 분 안에 돌아오셨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지금은 준비 시간이 한 시간이나 있었거든요.”

        

       “참…여러 의미로 당황스럽긴 하군요.”

        

        

        

        하지만 그리 말하는 로건 씨의 입가에는 웃음이 지어져있었다.

        

        

        

       “고맙습니다.”

        

       “고맙긴요. 감사를 받아야 할 분들이. 아무튼 시간이 늦었으니 들어갑시다. 저 친구들도 쉬어야만 하니까요. 디브리핑을 위해 비워둔 방이 있긴 합니다만, 필요하실까요?”

        

       “오늘은 괜찮습니다. 간만의 장거리 파견 작전이기도 하고, 취침 시간이 불규칙해서 그런지 컨디션을 다시 멀쩡하게 되돌릴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요.”

        

       “하하,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숙소로 돌아가시게 되겠군요.”

        

       “그렇게 되겠죠?”

        

        

        

        박수와 함성도 잦아들고, 우리를 환영하기 위해 모인 분들이 하나둘씩 해산을 시작할 즈음.

        

        로건 씨의 말을 웃으면서 넘긴 당사자가 덧붙였다.

        

        

        

       “타이밍 맞춰서 도착하셨으니, 가는 길에 숙소로 한 명만 더 데려가시길. 누군지는 아시리라고 믿습니다.”

        

       “…그 멍멍이 말이로구만. 지금 있나?”

        

       “여기서 기다리고 있지요.”

        

       “호오.”

        

        

        

        그와 동시에 건너편에서부터 쫄래쫄래 걸어나오기 시작한…라플란드 씨.

        

        마지막으로 봤을 때가 일주일 가량 전이니까, 내 과거 훈련소 생활에 비추어 미루어보면…입소주랑 첫 주는 그냥 물품 받고, 쓸데없는 정신교육을 했었지.

        

        라플란드 씨는 그런 걸 딱히 할 필요 없다고 가정하면 아마 열심히 화기 공부를 병행하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 그런 상상의 나래로 빠진 순간, 어느샌가 당사자의 자세한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단지…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었다는 점이 가장 큰 달라진 점이었다.

        

        

        물론 그래도 예쁜 건 예쁜 거였다.

        

        

        

       “오.”

        

       “머리 하나 단정해졌다고 꽤 괜찮게 변했구만. 생각해보니 우리는 머리를 묶고 다니는 놈들이 없네.”

        

       “머리 하나쯤 안 묶어도 누구 하나 담가버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요.”

        

       “…아니. 오퍼레이터 분들은 이런 농담이 일반적입니까?”

        

       “농담이라뇨? 사람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면 안 되죠, 후후.”

        

        

        

        …다르게 말하면 진지하게 한 말이라는 소리였다. 동시에 가감 없는 사실이란 뜻이기도 했고.

        

        로렌티나 씨는 언젠지는 몰라도 소리없이 라플란드 씨의 뒤로 돌아갔고, 키가 나랑 비슷한 이 분은 신장만 188cm에 달하는 상어에게 순식간에 뒤를 뺏기게 되었다.

        

        라플란드 씨가 히익 하는 소리를 내며 기겁하는 와중에도 이어지는 말.

        

        

        

       “올리가 당신이 하루빨리 제 몫을 하길 기다리고 있답니다. 열심히 분발하시길.”

        

       “…노, 노력해보겠습니닷.”

        

        

        

        대답은 없었지만, 그 대신 고풍스러운 웃음소리만이 들려왔다.

        

        라플란드 씨 역시도 작전관이었기에, 시라큐스에서의 작전이 무난하게 끝난 이후 별도의 작전이 잡혀있지 않다는 사실 정도는 잘 알 거고…그럼 예상되는 결과는 하나 뿐이었다.

        

        나는 라플란드 씨에게 덧붙였다.

        

        

        

       “괜찮아요. 그렇게 안 힘드니까요.”

        

       “…내가 너희들이 브롱스랑 시라큐스에서 뭔 짓거리를 해댔는지 모를 리가 없잖아, 임마-!”

        

        

        

        물론 의미없는 몸부림이었다.

        

        일주일간 잘 쉬고 있던 라플란드 씨에게 재앙이 찾아오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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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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