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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8

    <728 – 평화로운 하루(8)>

     

    아발론과 다크노디의 대화를 엿듣던 이슈타르에게 그들의 대화는 정말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요람이 어찌하여 요람이겠느냐. 흔들리지만 움직이지 않는 안락함으로 아이를 어여삐 감싸기에 요람이 아니겠느냐. 네게 딱 좋을 곳이니 슬퍼하지 말거라.”

    (네 쓸모는 다했다. 재단의 감옥으로 돌아와 순순히 요람처럼 안락한 수용시설의 격리 절차를 맞이해라.)

     

    “그리 울기만 하면 짐이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 않느냐. 너는 요람에 머물던 나를 살 수 없는 곳에서 살아왔던 존재처럼 여길 작정이느냐?”

    (재단의 실험실에서 만든 ‘두 번째 걸작’이 나다. 내가 있으니 넌 이제 필요 없다.)

     

    “실례, 실례했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라서 그만…”

    (살고 싶어. 살려줘… 힝잉잉. 이렇게 갑자기 재단에 끌려가고 싶지 않아. 으앙앙앙.)

     

    “그리 슬픔이 가시질 않으니 짐의 자부심에도 상처가 생기는구나. 잘 듣거라, 짐의 요람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그곳은 외적의 침입을 수백 년간 완벽히 방비할 정도로 대단한 방위력을 자랑한단다. 인세의 어떤 왕의 치소도 이를 넘어설 수 없지.”

    (우는소리 해도 늦었다. 넌 좆됐다. 재단의 최중요 수용시설은 황제를 담근 용사도 공략할 수 없을 정도로 엄중하다. 제국의 힘을 동원해도 그럴 것이니, 다시는 태양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모든 희망을 버린 채 순순히 끌려가라.)

     

    “멈추거라!”

    (네 목숨은 재단의 것인데 어찌 멋대로 죽을 수 있다고 믿느냐?)

     

    “어떻게든, 어떻게든… 사라지기만 하면 되잖아. 적어도 사라질 방법 정도는… 그 정도는 내가 고를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재단에 다시 끌려가기는 너무 무서워. 차라리 내가 좋아하는 바깥 세계에서 죽을래요.)

     

    “대체 왜 그리 성질머리가 고약하단 말이냐? 원본이 너를 만들면서 나를 대신할 분신을 만들었으니 더 살아 무엇하랴!를 외치기라도 했느냐?”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엄청나게 심한 말)

     

    몰래 엿듣던 이슈타르가 붙잡고 있던 벽면이 손 모양으로 움푹 파였다.

    자동으로 수복되어야 할 아카데미 시설이 복원되지 않을 정도로 고밀도의 마나가 이슈타르의 분노를 따라 복원 술식을 훼손시켰다.

    빡칠 수밖에 없었다.

    하는 짓을 보라.

    재단에서 파견된 오크노디의 ‘대체자’는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함으로 저 가녀린 아이가 눈물 콧물 다 쏟아내어도 이용할 생각만을 보이지 않은가.

     

    “자, 킁! 한번 하고 진정하거라. 킁!”

    (순순히 마취당해라. 잠시 눈을 감고 일어나면…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갈 터이니.)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한계였다.

     

    “이 쓰레기 같은 년, 당장 오크노디한테서 떨어져!”

     

    정체불명의 티토소가 조명대처럼 빛을 내뿜는 녀석을 티토소가처럼 무해한 조명 취급하며 오크노디와 접촉하게 두었던 자신이 어리석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무리해서라도 오크노디가 만나지 못하게 저지해야 했다.

     

    삶의 희망을 앗아가고 있어야 할 곳을 빼앗는다.

    이건 숫제 자살지령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자살지령이 차라리 낫다.

    목숨을 거두면 절망도 남지 않을 테니.

    그녀의 전부를 빼앗고 목숨은 남기겠다니, 그게 실험데이터를 회수하기 위해 케이지 속에 갇혀서 살아야 하는 실험용 쥐와 뭐가 다르단 말인가!

     

    “그래, 이제 이해가 됐어. 재단, 재단, 그놈의 재단!! 너희가 하는 일은 결국 이딴 거였어. 잠깐이나마 오크노디에게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지. 다시는 너희를 믿지 않을 거야. 이 아이도 맡기지 않아. 너흰 최악의 조직이야!!”

     

    전부 이해했다.

    위어드 교수는 재단과 결탁한 또 다른 스파이다.

    아발론은 재단이 보낸 오크노디의 대체자다.

    이사장은 오크노디의 쓸모가 다했다고 보았다.

    그딴 건 아버지도 뭣도 아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딸에게 죽음보다 더한 절망을 안겨주는 지령을 보낼 수 없다.

    이딴 건 가족이 아니다.

     

    물론 아발론도 억울하고 위어드 교수도 억울하고 이사장도 억울할 소리였다.

    아발론은 분신에게 호의를 베풀었을 뿐이고, 위어드 교수는 재밌는 제자를 집어 왔을 뿐이고, 이사장은 열심히 핵 개발을 하며 어느 나라에 핵을 발사하며 자신의 위용을 드러낼지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을 뿐인데 이 무슨 끔찍한 음해란 말인가!

     

    물론 이슈타르는 그 사실을 모른다.

    그렇기에 아발론은 정당한 억울함을 느꼈고, 이슈타르는 정당한 분노에 사로잡혔다.

    모두가 정당한 싸움 앞에서 다크노디는 어마어마한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안 돼.’

     

    이슈타르가 날 위해서 싸우다니.

    진짜도 아닌 가짜인 날 위해서!

     

    “후우. 오늘은 이만 물러나겠지만 고집을 부려도 그 아이가 돌아갈 곳은 이미 정해졌음을 명심하거라. 내 선에서 끝나지 않거든 다음은 더한 수순이 이어질 것이니라.”

     

    먼저 물러선 것은 아발론이었으나, 다크노디의 귀에는 명백한 협박으로 들렸다.

    아발론의 시선이 자신에게, 그리고 약간의 텀을 두고 이슈타르에게도 향했으니까.

    그 뜻은 명백했다.

     

    ‘죽이려는 거야, 이슈타르를…’

     

    평화의 시대를 대표하는 용사 이슈타르의 대체재는 이미 아카데미에 등장했다.

    전쟁의 시대를 대표하는 용사 아스타로트.

    그가 있는 이상, 이슈타르는 보다 열악한, 낮은 잠재력을 지닌, 없어져도 상관없을 ‘더미’에 불과하다.

    마치 원본의 더미인 자신처럼.

    이슈타르도 자신과 같다.

    그렇다고 그 최후마저 같아도 될 리가 없었다.

     

    -기분이 나아지게 하는 <평화의 시간> 마법이야.

    -…뭔가 배신감 들어.

     

    성격 나쁜 자신을 끌어안고 진정시켜주던 착한 용사.

     

    -마법에 익숙하지 않고 마나량도 부족했던 시절에는 꿈도 못 꿀 이야기였어. 그래서 소꿉친구 유피랑 같이 용사행을 다닐 적에는 밤마다 이렇게 머릿결을 가다듬어 주기도 했고.

    -자고 일어나면 엉망이 되는데?

    -새벽에 눈을 뜨면 다시 힘든 하루가 시작되니까. 잠이 안 오는 밤에 그랬어. 유피가 노곤하게 잠드는 소리가 들리면 나도 잠이 왔거든.

     

    원본인 오크노디도 모를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며 두 사람만의 추억을 쌓은 특별한 용사.

     

    -내일이 걱정될 때는 눈을 감고 상상해 봐.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나를.

    -…

    -언제나 어제보다 나을 수는 없지만 가끔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어제보다 나은 내가.

     

    나만의 신규이벤트.

    나만의 용사.

     

    -이렇게 얌전히만 있으면 참 천사 같은데.

     

    이 사람의 앞에서는 천사가 되고 싶은.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은.

    그런 나만의 친구.

     

    “이제 됐어, 오크노디. 내가 널 지켜줄게.”

    “그만!”

     

    그러니까 그 이름으로 날 부르지 마.

    난 오크노디가 아니야.

     

    “난 진짜가 아니야. 나 같은 건 가짜야. 모두가 원하는 아이가 아니라고.”

    “오크노디…”

     

    그래도 네게는, 결국 오크노디일 뿐이겠지.

    아프다.

    솔직히 가슴에 멍울이라도 진 기분이다.

    그러니 더욱, 이슈타르는 내게 특별한 사람.

    잃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인연.

    나 혼자에게만 특별한 보물이다.

    이슈타르가 나를 통해서 다른 사람을 바라보더라도, 나는 그저 올곧게 이슈타르만을 바라보고 있다.

    조나도, 리프도,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쌓은 인연은 나만의 것이야.

    원본에게는 나누어주지 않아.

     

    “그러니까 막지 않아도 괜찮아. 돌아가기로 결정했어.”

    “거지 같은 소리 집어치워! 낳아서 책임져야 할 건 양육의 책임이지, 목숨까지 거두어 갈 책임은 어디에도 없어! 그딴 건 부모도 아니야!”

     

    그런 이기적인 욕망에 내지르는 일갈은, 다크노디에게 천둥보다 더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진짜 번개에 맞더라도 정수리부터 발치를 관통하는 이 짜릿한 충격에 비할 수 있을까?

     

    ‘부모가 아니야…?’

     

    오크노디는 내 부모가 아니라고, 나를 인정해 주는 거야…?

    역시 용사.

    내 정체를 눈치챘는데, 그런데도 날 지켜주는구나!

    그 상냥함, 정말 용사답다.

    그 어설픔, 정말 용사답다.

    이슈타로트만큼 완벽하지 못해도, 냉혹하지 못해도, 이슈타르의 부족함에는 진심으로 위안을 받았다.

     

    ‘그러니 더욱, 그렇기에 더더욱.’

     

    이래선 이슈타르가 오크노디의 보복을 받겠지.

    역시, 나는 떠나야만 한다.

     

    “나 있지, 요 며칠간 굉장히 즐거웠어. 진작에 이런 관계가 되었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싶을 정도로.”

    “왜 자꾸 작별인사 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 보내지 않아. 보내지 않는다고!”

    “트윈테일은 좋았어. 나도 해본 헤어스타일이지만 남이 만져주는 헤어스타일이 더 자연스러웠어.”

     

    내 의지로 펼쳐낸 암흑마나가 나를 향해 다가서려던 이슈타르를 본능적으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용사의 정직한 본능에 물러선 한 걸음만큼, 이슈타르의 얼굴에 분노가 떠올랐다.

    그것은 자신의, 용사로서의 본능을 향한 분노였다.

     

    “안녕.”

    “오크노디이이이!!”

     

    암흑마나를 가르며 달려오는 이슈타르의 모습을 차원관문에 반쯤 걸친 몸으로 돌아보았다.

    역시, 늠름해.

    다크노디는 마지막 추억을 머릿속에 새기며 관문을 통과했다.

     

    깡!

     

    관문은 뒤늦게 암흑마나를 헤치며 도달한 이슈타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크노디와 달리 언더월드의 사악한 존재들을 거침없이 죽이고 질 낮은 암흑마나도 닥치는 대로 쌓아온 다크노디의 마나총량은 오크노디의 배를 상회했다.

    차원관문의 강도도, 용사를 배척하는 반발력도 모두 이슈타르의 인지를 아득히 뛰어넘는다는 뜻이었다.

     

    땡그랑.

     

    성검이 바닥을 굴렀다.

    용사가 무릎을 꿇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평화의 시대의 용사는 자신만의 평화를 잃었다.

    긴 하루가, 평화로운 하루가 끝을 고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으앙앙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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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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