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728

        

         

       테라 인코그니타(Terra Incognita)!

       옛적 모험가들이 꿈꾸고 상상하였던 미지의 땅.

       사악한 맹수와 사람을 잡아먹는 흉포한 풍습을 지닌 원주민들이 즐비한 곳.

       전혀 다른 문화와 풍습을 가지고 있는 알지 못하였던 세계.

         

       모험가들은 테라 인코그니타를 탐험하기를 원하였고, 그곳을 거닐고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기를 간절하고도 간절하게 바라왔을 뿐이니. 그리하여 수많은 용기 있는 자들이 세상을 돌아다니며 그 기록을 남기고, 그 기록과 함께 자신의 무훈을 역사에 남기게 되었음이라.

       거대한 배를 타고 온갖 곳을 돌아다녔던 동양의 환관이 그러하였고, 세상의 끝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랐던 모험가들이 그러하였고, 얼음과 추위가 가득해 사람이 발을 디딜 곳이 아니라 여겼던 북극과 남극마저도 제패하지 아니하였던가.

         

       다만 미지라는 것은 탐험하면 밝혀지기 마련이요, 미지는 무한한 것이 아니라 유한한 것인지라.

       그리하여 미지는 점점 밝혀지기에 이르렀고, 우주에 과학으로 만든 눈을 띄우기까지 한 지금에 이르러서는 미지의 땅이라 불릴 곳은 거의 남지 아니하였다.

         

       아. 혹자가 말하기를 우리는 미지의 땅을 탐험하기에는 너무 늦게 태어났고, 우주를 탐험하기에는 너무 이르게 태어났음이니. 그리하여 열렬하였던 탐험 정신은 과학의 발달만을 기다리며 억눌리는 처지가 되었음이니 탐험가들에게는 그만한 불운이 없을 것이니라.

       다만 어쩌겠는가.

       시대의 흐름이 그러한 것을.

         

       다만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우주를 탐험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지구를 탐험하기에는 충분히 발달한 과학의 능력으로도 닿지 않는 미지의 땅이 있었으니.

         

       하나는 바다요.

       또 하나는 지하라.

         

       그 둘은 친숙하디 친숙하지만 알기에는 한없이 힘겨운 곳인지라.

       그리하여 그곳은 지금까지도 무지의 공간에 속한 것이다.

         

       ‘우주보다는 바다일 가능성이 클 것이다.’

         

       박진성은 아나엘이 어디 있을지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주는 미지에 속해있지만 적어도 지구의 주변에 있는 것만큼은 완전한 미지가 아닌지라. 그것은 어두운 동굴의 안에 횃불이 하나둘 설치되어 밝혀지는 것과 같음이니 아무리 깜깜한 어둠이 안에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할지라도 종국에는 그 끝에 도달하였을 때 설치된 횃불이 동굴 전체를 환하게 밝히는 것과 같이 될 것이니라.’

         

       우주는 확실히 미지의 땅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이다.

       당장 달조차도 인류가 완벽하게 자신의 영역으로 만들지 못하였으니 무엇을 더 말하리오?

         

       하지만 모든 것은 계단을 밟듯이 차례차례 진행되어야 하는 법.

       인류는 우주를 정복할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었고, 미약하지만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었다.

       특히 인공위성과 관련된 기술은 눈이 부실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으니…. 그런 점을 생각해본다면 슈퍼컴퓨터를 쏘아 올려서 지구 주변을 빙빙 돌게 만드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감시용 인공위성이나 관측소, 심지어는 우주를 관찰하기 위한 망원경에도 포착될 수 있다는 것이니까.

         

       ‘그리고 우주에 쏘아 보내면 유지보수가 힘들 것이니, 이 역시 문제가 되겠지.’

         

       유지보수를 위해서 사람을 우주로 쏘아 보낸다….

       누가 보더라도 수상하고 눈에 띄는 일이 아니겠는가?

         

       우주 개발에 관심을 가졌다는 단순한 핑계로는 둘러댈 수 없는 수상함이다.

         

       아니, 설령 그 핑계가 사람들에게 통한다고 할지라도 국가의 눈을 피할 수는 없으리라.

       우주 개발은 힘 있는 나라에서 행하고 있는 국책사업이며, 우주라는 거대한 무대로 하는 패권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얽히는 무대였으니까.

         

       그렇다면 바다는 어떤가?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지.’

         

       바다는 이미 공공재처럼 사용되고 있는 공간이다.

       컨테이너를 짊어진 배가 오가고, 기름을 품은 배들이 오간다.

       고기잡이하기 위한 배가 오가고,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요트를 타고 돌아다닌다.

         

       아니, 해상뿐만이 아니다.

       해저에는 아예 잠수함이 돌아다니고 있으며, 바다 아래에는 전 세계를 하나로 엮어주는 네트워크의 핏줄, 해저 케이블이 있지 않은가.

         

       몇몇 나라에서는 해저터널을 건설해 사용하고 있으며, 세간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위급상황에 피신해 지낼 수 있는 자그마한 규모의 해저도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도 있었다. 마도과학을 사용해 개발한 해수 담수화 기술과 지열발전 기술, 좁은 면적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식물을 기를 수 있는 첨단농장 기술과 인공육과 성형육 기술을 아낌없이 퍼부어서 만들어낸 고기 생성 장치까지.

       그야말로 세상이 망하더라도 견딜 수 있는 낙원을 건설하는 것을 목적으로 그러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했는데….

         

       ‘허허. 물귀신 때문에 실패하였지….’

         

       여러 국가와 권력자들이 비밀리에 투자해서 진행한 그 프로젝트는 좌초되고 말았다.

       바다를 돌아다니는 귀신들 때문이었다.

         

       사람을 끌어들여 익사시키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물귀신들.

       그리고….

         

       ‘악귀.’

         

       그 물귀신 중에서 특출난 하나의 개체가 극히 낮은 확률로 악의를 졸이고 응축하기를 반복하며 진화해 악귀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음이니.

       하나만 등장해도 난리가 날 괴물이 사람에게 배타적인 바닷속을 유유히 오가게 되었으니 무슨 일이 일어났겠는가?

       심지어는 사람을 죽이지 못해 안달난 악귀의 성정에 더해, 귀신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표독하고 사악하며 끈질기다는 물귀신의 성질까지 겹치기까지 하였음이니.

         

       당연하게도 프로젝트가 좌초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물귀신들은 쉴 새 없이 인부들을 홀리고, 악귀는 사람의 탈을 뒤집어쓰고 잠입해 그들을 목 졸라 죽이거나 물 밖으로 집어 던지기를 주저하지를 않았다. 심지어는 최적의 타이밍을 노려 격벽을 붕괴, 시설 자체를 통째로 수몰시켜서 대량 학살을 하기까지 했으니.

         

       그러한 까닭에 프로젝트는 멈추고야 말았다.

       진행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설령 해저도시를 무사히 만들었다고 할지라도 악귀가 존재하는 한 안전하다고 할 수 없는 상태였을 테니까.

         

       그렇게 어쩌면 인류의 역사를 바꾸었을 프로젝트는 끝나버리고 만 것이다.

       어쩌면 해저도시를 만든 것을 물꼬로 삼아서 바다 아래에 인공 건축물을 건설하는 프로젝트가 여럿 생기고, 미지 그 자체였던 바닷속을 그대로 정복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흐음.’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오히려 좋은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숨겨야 할 것이 있는 사람에게는 말이다.

       특히 그 숨겨야 할 것이 거대한 시설이며, 많은 전기를 사용하며, 어마어마한 열을 발산하기에 냉각이 절실하기까지 했다면 더더욱.

         

       차가운 바다의 수온은 뜨겁게 달궈진 서버의 열을 식혀주었을 것이요.

       거대한 시설은 바닷속에 가라앉아 위장하였을 것이고.

       많은 전기는 거대한 금력과 로비로 어떻게든 무마할 수 있었을 것이니.

         

       루카스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을 터.

         

       그래.

       바다일 가능성이 더 큰데….

         

       하지만 아나엘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박진성이 떠올린 생각을 안 했을 리는 만무하다.

       세상 전체를 뒤졌는데도 찾기 힘들다면 당연하게도 바다와 우주를 떠올리는 것이 순리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런데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래.

         

       어디 해저 동굴 안에 몰래 시설을 만들었던가, 거대한 산호초 섬 자체를 위장막으로 삼아 시설을 만들었거나, 해저에 땅을 파서 시설을 묻었거나.

       혹은 쉽게 탐험할 수 없는 곳에 넣거나.

         

       ‘어디인지 알겠다.’

         

       박진성은 회귀 전에 인상적이었던 장소 하나를 떠올릴 수 있었다.

         

       물귀신이 어마어마하게 들끓었던 위험지대.

       잠깐은 관광지였다가 실험장소로, 나중에는 폐기물을 몰래 버리는 장소가 되어버린 비극의 장소.

       전쟁이 터진 후에는 물귀신들이 들끓어 접근하는 족족 죽어 나갔던 불길한 곳.

         

       ‘벨라돈나의 뿌리.’

         

         

         

        * * *

         

         

         

       눈이 뜨인다.

       새까만 어둠과 코를 간지럽히는 매캐한 탄 냄새.

       생전에 불에 타 죽어버렸던 귀신 특유의 냄새가 코끝을 넘어 뇌를 침범하려 한다.

       하지만 제가 뱀이라도 되는 것처럼 검은 잿더미는 코끝을 간지럽힐 뿐 그 안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다만 물에 들어가 노는 이의 발을 해초가 간지럽히는 것처럼 그렇게 박진성의 코를 가벼이 희롱하며 그가 깨어난 것을 축하해줄 뿐이다.

         

       “땅의 아래에 불이 타오르는 곳이 있어 그곳에서 죽은 이의 영혼이 불에 타들어 가매 그 몸은 잿더미가 되어 흐드러지며 그 터럭부터 발끝까지 꺼진 불꽃의 열기가 남아 그를 괴롭히나니 다만 죄인은 죽음으로도 도망칠 수가 없어 심판의 그날이 올 때까지 불타오르며 자신의 죄를 후회하고 속죄할 따름이니라.”

         

       위는 천국에 가깝고 아래는 지옥에 가까우니.

       박진성이 거니는 빌딩의 아래쪽은 지옥과 흡사한 성질을 띠게 되었음이라.

       그런데도 박진성은 만족하지 아니하고 귀신들을 끌어들이며 그 자리를 채워 지옥과 흡사하게 만들기를 바랐으니, 박진성에게 달라붙었던 소사(燒死)한 귀신 역시 바로 그 지옥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였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지옥의 성질을 뚜렷하게 만들고, 지옥의 성질이 뚜렷해지면 천국의 성질 역시 뚜렷해져 박진성이 머무는 거처가 더욱 안전해지기까지 하였으니. 이러한 귀신들을 굳이 모으지 않을 이유가 어디에 있었겠는가?

         

       ‘벨라돈나의 뿌리…. 물귀신이 잔뜩 창궐하였더랬지.’

         

       박진성은 생각했다.

         

       ‘쉬이 갈 수 있겠어.’

         

       여러 위험이 있을지도 모르는 벨라돈나의 뿌리를 너무나도 쉽게 탐험하고 점령할 방법을.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