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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8

       

        

        

        

        

        

       “…부, 분명히 저를 가르치기에는 여러 의미로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거야 그렇긴 하지. 그런데 그건 시간이 없으니까 그렇게 말한 거고, 시간이 많을 때는 이야기가 다르지, 이 자식아. 중대장이 너 하나만 붙잡고 가르치는 것도 다른 의미로 시간 낭비야.”

        

       “…옙, 알겠습니다아.”

        

        

        

        점점 따가워지는 햇살이 숙소의 창가를 느슨하게 밝히는 오전 열 시, 짙은 커피 향 사이로 라플란드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작전이 없는 날의 대거 팀은 이토록 느긋하고 느슨했다. 슬슬 적응될 때도 됐건만 라플란드는 신기하리만치 그 광경에 생경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도 반복적으로.

        

        자신이 작전관으로서 종사하고 있을 때 화면으로 보이는 모습과 지금 이곳에서 보여주는 갭이 극적으로 달랐기 때문이다…라는 무미건조한 이유는 그녀의 감정을 전부 설명할 수 없었다.

        

        그야-

        

        

        

       “아우, 어지러워라…간만에 많이 잤네.”

        

       “그 폭력적인 몸뚱아리로 브래지어도 안 입고 셔츠랑 빤쓰만 달랑 입은 채 돌아다니는 건 좀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로건?”

        

       “그렇게 돌려서 말 안 해도 안 만지게 해줄 거야, 이 자식아.”

        

       “정신이 나가버렸군요.”

        

        

        

        이런 기괴망측한 짓이 알파급 변이자 숙소에서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었으니까.

        

        라플란드 자신도 여자의 몸에 적응했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면 아직은 잘 모르겠다-같은 반응을 할 수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볼 때마다 여러 의미로 심장이 철렁거리는 광경을 계속 보는 것도 좀….

        

        거기까지 생각한 라플란드는 고개를 휘휘 내저었으나, 아쉽다면 아쉽게도 이미 꼬리가 뒤에서 붕붕 돌아가고 있었다. 감정이란 걸 도통 숨길 수가 없는 개과의 숙명이었다.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던 로건이 실실 웃었다.

        

        

        

       “뭐야. 또 이상한 상상 했지, 너.”

        

       “그렇게 대놓고 보여주고 있으면서 너무 가혹한 기준을 적용하는 거 아닌가요, 로건.”

        

       “…알았어, 알았어. 입으면 되잖아. 솔직히 브래지어 입는 거 창피해 죽겠다고.”

        

       “언더웨어 착용보다 그러고 다니는 걸 덜 창피하게 여기는 것부터 정신이 나갔단 거예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가 몇 번 오가고, 로건은 끙끙대며 언더웨어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이러한 기묘한 광경의 근본적인 원인은, 남에게 자신의 몸뚱아리를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도 있는 테스토스테론 넘치는 특수부대원의 성별이 한순간에 정반대가 되어버렸단 사실 그 자체였다.

        

        스스로를 극도로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이 신체의 굴곡과 구조를 가리는 것을 미학으로 삼는 여자가 되었지만, 압도적인 신체능력을 덤으로 함께 얻은 탓에 하는 일이 달라지지도 않았다.

        

        그 결과, 스킨만 여자인 남자들이 탄생해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자면, 하는 일이 달라졌거나, 모종의 계기로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체감해버린 존재는 결코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라이커 섬에서 빠져나온 지 얼마 안 됐을 즈음 신체가 바뀌어버린 라플란드는 몇 번이고 자신의 성별이 여성이라는 것을 체감해야만 했고, 거기에 더불어 센트럴 파크에 와서도 전투랑은 연관이 없었다.

        

        당장 그녀의 손에 간신히 들어온 직책의 이름이 견습작전관이라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이러다가 전달사항도 못 말하겠어….’

        

        

        

        라플란드가 알파급 변이자 숙소에서 머물기 시작했을 즈음부터 이카루스 기어로는 그닥 말할 필요가 없는, 혹은 기어를 통해 전달하기에는 상당히 까다로운 내용들은 그녀의 입을 통해 전달되었다.

        

        대거 팀이 시라큐스를 돌아다니고 있을 동안, 센트럴 파크는 외부에 결코 발설되어서는 안 되는 여러 별도의 조치 및 안건을 입안 및 실행했고, 그 중 하나는 대거 팀에게 별도로 전달되어야만 했다.

        

        라플란드는 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듣게 될지는 몰랐으나, 대거 팀이 언제 어디로 가야만 하는지를 알려줘야만 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방금 전 광경으로 인해 잊어버릴 뻔했지만.

        

        

        그녀는 힘겹게 제정신을 차렸고, 안구에 새겨질 듯한 방금의 광경을 억지로 떨쳐낸 다음 입을 열어 오늘 대거 팀이 어디로 가야만 하는지를 알려주었다.

        

        잠깐의 정적이 이어지고, 변이자들은 침대 위에 걸터앉으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감도 안 잡히는구만.”

        

       “어디 저 멀리 보내버리려고 하는 건 아닐 것 같고…뭐어, 직접 들어야 알 수 있는 종류의 안건이겠지요. 시라큐스에서 꽤 시간을 보냈으니 그동안 상부에서도 뭔가 이것저것 결단을 내려놨을 거고.”

        

       “작전 관련 이야기만 아니면 좋겠구만. 돌아온 지 얼마 안 됐으니 쉴 시간은 줘야지.”

        

       “일단 들어보면 되지 않을까요?”

        

       “그래, 막내도 슬슬 옷 입고 준비해라.”

        

        

        

        다행이다.

        

        라플란드는 은근슬쩍 대거 팀의 눈치를 보았다. 방금 전까지 그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대거 팀의 집중교습’이라는 안건이 자연스럽게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녀로서는 아직 기초군사교육을 막 이수하고 있는 시점이었고, 거기에 더불어 작전관으로서 공부해야만 할 것도 산더미처럼 많았다. 

        

        물론 하라고 하면 하지 못할 것은 아니긴 했다. 단지 누구 말마따나 자신이 대거 팀의 교육을 따라잡지 못할까 걱정과 부담이 드는 것에 가까웠다.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언젠가는 알게 되리라.

        

        라플란드는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야. 뭔가 했더니 태스크포스 추가 창설 관련 논의인가? 하기야 이 즈음이 아니면 논할 타이밍이 애매하지. 굳이 대거 팀까지 불러야 하나 싶긴 한데.”

        

       “올리 당신, 저 친구 데리고 정찰팀 만든다면서요. 대충 그런 거 아닐지.”

        

       “그런 이야기도 나올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그것만으로 끝은 아니겠지. 그럴 거였으면 나한테 간단하게 언질만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뭐, 가봐야 알겠죠. 일단 준비합시다.”

        

       “….”

        

        

        

        적어도 올리비아가 대놓고 대거 팀이 모이는 이유를 말하지 않았더라면 그러했단 소리였다.

        

        라플란드의 눈이 크게 떠졌다. 회색 눈동자가 반짝거렸으나, 올리비아는 별 신경도 쓰지 않았다. 라플란드는 그것이 ‘어차피 자신의 밑으로 들어오게 될 거니 상관없다’라는 자신감의 발로임을 눈치챘다.

        

        그녀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지만, 올리비아는 별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덧붙였다.

        

        

        

       “쟤도 데려갈까?”

        

       “농담은 그만 해요, 올리. 저 친구를 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으려면 아직 한참은 남았을 거예요.”

        

       “…뭐, 그건 그렇긴 하지. 그럼 아예 별도의 태스크포스 창설이 더 가능성이 높겠구만. 우리가 현장 경험이 제일 많아서 부르는 게 아닐까 싶은데. 창설 및 운용 간 조언을 구하려는 건가?”

        

       “아마 그럴 확률이 제일 높겠지. 지금 센트럴 파크는 우리 말고 믿을 구석이 없을 테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현 시점에서 대거 팀은 센트럴 파크의, 그리고 미 정부의 무력을 대행하는 유일한 대행자였다. 누가 보아도 불가능해보이는 여러 작전을 성공시켰으니 조언을 구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라플란드가 순식간에 쏟아지는 정보를 어떻게든 머릿속에서 갈무리하려 애쓰고 있는 와중에도 대거 팀은 추후 창설될 팀에 도대체 어떤 조언을 해줘야만 할지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여러 의견이 오갔지만,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은 하나였다.

        

        운.

        

        

        

       “여태까지 성공한 작전들 중 일부는 요행 아니면 운이었기도 하고, 까놓고 말해서 몇몇 상황은 변이자 아니면 헤쳐나가는 게 불가능하지 않았나?”

        

       “볼복스나 타이탄도 그렇고, 날아오는 박격포나 유탄, 로켓 런처 같은 거 총으로 쏘아 맞추는 것도 얼추 비슷하긴 하지요. 혹시나 모를 이상한 돌발 상황이 너무 많아서 문제인데.”

        

       “앞으로는 더하겠지. 뭐가 있을지 모르는 판에.”

        

       “그럼 그런 걸 제때제때 대비하려면…태스크포스도 그렇지만 일단 서포트 오피서랑 즉시 투입 가능한 재래식 화기 같은 게 있어야할 걸. 레이저 쏘는 드론 같은 건 안 나오나?”

        

       “뭐, 언젠간 개발하지 않을까요.”

        

        

        

        드르륵, 스윽.

        

        아까의 나른한 모습이 거짓이었다는 것마냥 순식간에 복장을 갖춰입은 네 명이 나갈 준비를 끝마치는 사이, 언제나 그렇듯 라플란드는 또다시 남겨질 위기에 처했다.

        

        그래도 큰 문제는 없었다. 그녀는 머잖아 제107헌병중대가 있는 사격장으로 이동할 예정이었기도 하거니와, 이런 부분에서 자신이 할 게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불과 하루 전 작전을 끝내고 돌아온 대거 팀이었기에 평소와 달리 기상 시간도 굉장히 여유로웠고, 라플란드는 평소에 비해 굉장히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섰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대거 팀과 함께 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녀오면 몸에서 화약 냄새 많이 나겠군요. 그게 당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란 거예요.”

        

       “…네에.”

        

       “참고로 어지간한 특수부대원은 최소 수십만 발의 사격을 한답니다. 부지런히 따라오시길.”

        

       “….”

        

        

        

        …그거 따라잡을 수 있기나 한 건가?

        

        무엇보다 적에게 쏘는 것도 아니고, 사격연습으로만 수십만 발을 쓴다고 하면 군수담당관이 얼마나 분노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 사람들이 말하는 거니까 믿을 수밖에.

        

        대강 그렇게 생각한 라플란드는 고개를 끄덕였고, 머잖아 대거 팀과는 가는 방향이 갈렸다.

        

        누군가는 온 몸에 화약 냄새를 묻히러.

        

        누군가는 센트럴 파크가 나아갈 방향을 듣기 위해.

        

        

        

        

        

        

        

       “결론부터 말하지. 귀관들은…태스크포스 대거는, 유사시 타 태스크포스의 구성원이, 혹은 태스크포스 전체가 변절하게 될 경우, 이들을 처형하는 역할을 별도로 부여받을 예정이다. 이해했나?”

        

       “…처형, 말씀이십니까?”

        

       “방위산업체 하나가 통째로 국가를 배반했고, 1차투입요원 중에서도 연락이 닿지 않는 자들이 늘어나고 있지. HQ는 이카루스 기어를 수령한 오퍼레이터마저 배반할 가능을 염두에 두고 있네.”

        

       “….”

        

       “이해했나?”

        

        

        

        한편.

        

        태스크포스 대거가 방으로 들어간 지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이들은 귀를 의심할 정도의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되었다.

        

        

        

        

        

        

        

        

        

        

        

        

        

        

        

       “…시작부터 태스크포스의 변절을 예상하고 있다니. 상당히…예상 밖의 말이로군요.”

        

       “그렇게 보였나? 하지만 슬프게도 이건 예상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지. HQ가 과도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우려의 방향성이 조금 엇나간 것 같구만.”

        

       “….”

        

        

        

        그 순간, 태스크포스 대거의 입이 꾹 닫혔다.

        

        침묵은 곧 이해였다. 대거 팀은 그 순간 HQ가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경험으로 깨달았다. 이들은 문득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변절자의 피를 끝도 없이 묻힌 손이었다.

        

        PTSD는 아니었다. 이들은 얼마든지 손에 더 많은 피를 묻힐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센트럴 파크가 어째서 그런 선택지를 골랐는지에 대한 증거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을 뿐.

        

        그러나, 대거 팀이 난색을 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럴 거면 차라리 시계에 폭탄을 매달아놓는 게 어떻습니까?”

        

       “농담은 그만두게. HQ가 원하는 건 통제와 감시가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뿐이지. 그 두 가지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최악에 가까운 차악을 감내해야만 해.”

        

       “…그렇습니까.”

        

       “그리고 이렇게나 직접적으로 말했음에도 그 이상의 반응을 보이지 않는 걸 보면, 귀관들도 방금 언급한 선택지의 필요성을 아주…잘 이해하고 있는 듯하군.”

        

        

        

        또다시 입이 닫혔다.

        

        정곡이었다. 이해와 납득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이긴 했지만, 적어도 이해를 했다는 순간 절반 가량을 넘어온 것이나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열한 명의 인원들은 각자 자유롭게 시선을 교환했고, 이어 고개를 끄덕거렸다.

        

        납득하기 어려운 것과는 별개로, 현재 HQ에서 가장 고도화되고, 전문적인 교전 지식을 갖추고 있는 이들은 본능적으로 해당 안건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었다.

        

        요컨대, 이런 것이었다.

        

        

        

       “…오메가 바이러스 사태가 터진 지 고작해야 반 년이 좀 더 지났지만, 그 사이 정말 무수한 일들이 있었고…보통 이런 경우에는 상정했던 최악의 상황만이 골라서 닥쳐오더군요.”

        

       “그 말대로. 그리고 말했다시피, 미증유의 사태에는 미증유의 해결책이 필요하지. 그리고 HQ는 몇 개월간의 경험을 통해 귀관들이 그…해결책이 되어줄 수 있을 거라고 여기고 있고.”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지요.”

        

       “하지만 이미 스스로의 성과를 증명한 대거 팀과는 달리, 앞으로 만들어질 태스크포스에게 어떤 결과가 닥쳐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대거 팀이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동안, 대거 팀을 호출한 고위 공직자는 손가락으로 별도의 신호를 보냈고, 그 순간 대거 팀과 정부 요인만이 있어야만 할 방 안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비교적 평범한 외형. 가슴팍에는 조던 D.로이든이라는 이름이 써있었고, 그 옆에는 DARPA 선임연구원이라는 글자가 같이 적혀있었다.

        

        의자를 끌어와 앉은 그가 입을 열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반갑습니다. 국방고등연구계획국의 선임연구원 조던 로이든입니다. 자랑은 아닙니다만 이카루스 기어 및 기능 개발에 있어서 꽤 많은 부분을 담당했지요.”

        

       “반갑습니다. 대거 팀의 생명의 은인이로군요.”

        

       “그렇다니 다행이군요. 아무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지금 말씀드리는 데이터는 앞으로 여러분들의, 그리고 HQ의 페일세이프 스위치이자, 최고기밀 중에서도 특히나 중요한 데이터로 지정되어있단 점을 명심해주시길.”

        

       “….” 

        

        

        

        연구원이라 그런지 중요한 안건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데에 일가견이 있었다.

        

        대강 그리 생각하는 와중, 그는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겼고, 그 순간 벽면에 홀로그램이 띄워졌다. 열한 쌍의 눈동자가 화면을 향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그리스 알파벳 –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제타, 에타….

        

        그 중에서 대거 팀은 델타에 올라가있었다.

        

        

        설명이 이어졌다.

        

        

        

       “현재까지 이카루스 기어에 에너지 등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이카루스 기어의 최중요 개발자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까?”

        

       “짐작하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에너지 등급이 올라갈수록 기어는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신체 강화와 같은 기능도 어렵지 않게 재현할 수 있죠. 하지만….”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꽤 클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잠깐의 정적.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라 뭉뚱그려 설명했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변이자들이 이카루스 기어를 처음 착용했을 때 어떤 부작용을 겪었는지를 모르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에너지 등급이 격상할수록 신체에 어마어마한 부담이 가해질거란 사실을 연상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계속해서 말이 이어졌다.

        

        

        

       “등급이 올라감에 따라 에너지 실드의 용량이 커지고, 신체 강화 역시도 가능해지지요. 이는 여러분들이 이카루스 기어를 착용한 기간이 길기 때문입니다.”

        

       “그리 말하는 걸 보니, 추후 만들어질 태스크포스는 그렇지 않다는 거겠지. 페일세이프 스위치라고 말하는 이유를 알겠어.”

        

       “이해가 빨라서 좋군요. 카탈로그 스펙 상 여러분들이 타 태스크포스에 밀릴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 정도로군요.”

        

       “…그럼 오래 착용할수록 그 이상의 등급으로 계속해서 올라갈 수 있는 건가?”

        

       “아마도 그럴 겁니다.”

        

        

        

        아마라는 단어.

        

        대거 팀은 질문 대신 침묵을 택했고, 조던 연구원은 람다 등급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부터는 시뮬레이션이 불가능합니다. 입실론 등급 이상부터는…확실하지는 않지만, 여러분들은 더 이상 인간의 형태를 유지하게 될 필요가 없을 겁니다. 인간의 형태를 탈피하게 될 테니까요.”

        

       “…오늘 들은 말 중 가장 충격적인 말이로군.”

        

       “등급이 높아질수록 이카루스 기어가 인간의 모든 신체활동 및 내부 기전을 전기신호로만 대체하게 될 것이고, 종국에는…글쎄요. 그 이상은 확답을 드리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잠깐의 정적.

        

        그리고 누군가가 말했다.

        

        

        

       “앞으로 뭘 해야만 할지를 듣게 될 거라 생각하고 왔더니, 인간을 그만둘 예정이라는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구만.”

        

        

        

        어떻게 받아들여야만 할까.

        

        확실한 건, 이번 정적은 꽤 오래 이어졌다.

        

        조던 연구원이 황급히 부가 설명을 이어가기까지 10초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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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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