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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9

    <729 – 평화로운 하루(9)>

     

    마왕군 사천왕 레드 타이드를 잡아온 이후, 황금의 도시에는 사소한 문제가 생겼다.

     

    “영혼을 전부 뽑아서 아발론 님의 다음 육신에 넣을 정보로 삼으면 안 되나요?”

    “그럼 다크노디가 먹을 게 없잖아요!”

     

    아발론 2호기를 자기 취향대로 길들이기 위해 다양한 지식이 필요한 리스크와 다크노디를 위해 거악후보자들을 모으려는 오크노디의 의견충돌!

    악천군 곽조의 눈에는 고대의 거악과 신세대 거악의 숨막히는 자존심 대결처럼 보여서 오금이 저릴 지경이었다.

     

    ‘저 두 사람의 의견이 충돌하면 도시가 반으로 갈라지는 대난투가 시작되는 거 아닌가?’

     

    정말 미친 듯이 쫄린다.

     

    “도시에 그런 불결한 것들을 수집한다니, 심미관에 좋지 못합니다.”

    “그 불결한 것들의 머리를 뜯어다가 쌓아온 지식을 집어넣는 건 안 불결해요?”

    “…유익한 정보를 가공해서 넣는 겁니다. 아발론 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무뚝뚝한 남성의 성격이나 피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함 따위는 제거하고 여리고 겁 많은 소심함과 제게 의존하는 성격, 애교 많고 사랑스러운 부분만 추려서 집어넣을 겁니다.”

     

    크루엘이 옆에서 그게 더 불결하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하려는 것을 곽조가 정말 목숨 걸고 달려가서 입을 틀어막았다.

    사람의 종족을 개변하는 무서운 존재라는 것은 크루엘도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이쪽은 손속에 최소한의 자비라도 있다.

    사람을 무슨 전투기골렘으로 바꾸고 골렘은 골렘답게 숨소리도 엔진소리로 내라면서 혼내는 오크노디나 그에 동조하는 리스크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럴 거면 거악후보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쾌적하게 격리시설에서 지내야 하지 않을까요!”

    “어째서입니까?”

    “위기감을 느끼고 감정적으로 내몰린 사람이 그런 편안하고 약한 모습을 드러낼 리가 없잖아요. 머릿속에서 정보를 추출하기도 어렵고 그 과정에서 인격이 상당 부분 훼손되어서 원하는 만큼 정보를 추출하지도 못했는데 덜컥 백치가 될 거라고 봐요!”

    “정확해…!”

    “해본 적 있어요?”

    “실은 아발론 님의 부활 전에 호기심으로 그런 성격들을 찾아 뒤져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보다 중요한 지식이 모두 소실될 위험이 있기에 두 번 다시 같은 짓은 행하지 않았지만…”

     

    잘 관리된 거악후보자는 약점을 드러내고도 백치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업무효율상으로도 오크노디의 격리시설 건축은 손해될 일이 아니라 역으로 웃돈을 주고 일을 맡겨서라도 자신이 지어야 할 중요시설이 되었다.

    그 말인 즉, 랜드마크 건설하듯이 쑥쑥 올라가는 시설을 아무도 막지 못했다는 뜻이다.

     

    “로시난테도 참~? 모처럼 전투기에 변신로봇처럼 팔다리까지 달아줬는데 한 번에 건축자재 25톤은 옮겨야지, 왜 그렇게 찔끔찔끔 옮겨요!”

    “우우… 팔다리 필요없다… 다시 전투기 되고 싶다… 우우우…”

     

    그토록 인간의 몸을 그리워했던 로시난테가 인간형 변신골렘으로서의 육체를 저주받은 형태라며 두려워할 정도의 혹사!

    그것이 오크노디에게 ‘함부로 대해도 되는 나쁜 사람’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임을 아는 곽조는 감히 제 본성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

     

    “화풀이한다고 철근 하나라도 빼먹을 생각은 꿈도 꾸지 마십시오. 건물이 무너지면 우리 전부 생매장입니다. 건물이 흔들려도 체벌 삼아 어떤 일을 겪을지 모릅니다.”

     

    죄수부대 친위대원 중 하나가 손을 들었다.

     

    “말하십시오.”

    “선황폐하는 왜 놉니까?”

    “…진짜 미친놈인가?”

     

    공사현장에는 선황과 시종장도 있었는데, 당연히 그들에게는 아무 일도 주어지지 않았다.

    오크노디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크프린세스도 눈치를 보는 사람들에게 불만을 품는 배짱은 어떤 면에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저렇게 무식한 지능을 지니고 이 나이까지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대견하군.’

     

    그만큼 재능과 실력은 진짜라는 얘기겠지.

    지금은 그 갈고닦은 재능과 실력으로 오크노디와 크루엘이 만드는 레어메탈을 쌓고 조립하며 건축에 매진할 뿐이지만.

    더럽게 무겁고, 일정수준 이상의 마나를 가하면 형태가 더욱 단단해지고, 복잡한 마법진이 부위별로 새겨져서 올바른 형태로 조립해야 하고.

    일반적인 인부들에게 맡기기엔 빡센 건축과정이기는 했다.

    힘세고, 마법 지식도 있고, 마나반응도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다크노디 친위대는 특수건축인부로는 천직처럼 잘 어울렸다.

     

    ‘설마 이것까지 노린 건가?’

     

    아발론을 부활시켜 자연스럽게 내보낸 덕분에 황금의 무희 리스크는 의지할 곳이 없어졌다.

    그녀의 오랜 목표에 욕망을 더하는 것으로 오크노디는 리스크의 협력을 손에 얻었고, 황금의 도시를 자신의 입맛대로 개조할 수 있었다.

    어지간해서는 외부의 수색과 감시를 받을 걱정이 없는 마경 속에서.

     

    ‘재단의 새로운 거점이 만들어져도 누구도 알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에서!’

     

    이는 오크노디의 이어지는 건축들을 보며 더욱 확신으로 이어졌다.

     

    “원래는 생활시설이 필요 없었겠지만, 지금은 필요해요! 그러니까 내친김에 도시 전체를 외관만 도시가 아니라 실제로 실용적인 기능을 갖춘 도시로 재건축해봐요!”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저희에게 필요한 것은 어차피 거악후보자의 격리구역뿐입니다.”

    “가끔 위험한 일을 시키거나 의욕이 떨어지면 도시에서의 활동도 허가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줘야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죠! 로봇 장난감도 기름칠하지 않으면 관절 부위가 마모되고 고장 나는걸요?”

    “…그 정돈가?”

    “제가 많이 가지고 놀아봐서 알아요!”

    “…!!”

     

    곽조는 리스크와 눈이 마주쳤다.

    대화를 나눌 일도 적은 두 사람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서로의 생각이 일치했다.

    간혹 그런 경험이 있다.

    사이에 수많은 사람이 있어도 눈을 마주친 두 사람만이 한마디 말도 없이 감정이 오가는 경험이.

    심언이 오갈 정도로 생각이 일치하는 경우, 마나파장이 일치하여 벌어지는 보다 내밀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경험이었다.

     

    -다크프린세스가 거악후보자 같은 장난감을 많이 가지고 놀았어?

    -그러고도 남을 분이시기는 합니다. 당장에 저희부터가 분신의 장난감 신세였으니.

     

    역시 다크프린세스.

    해맑은 얼굴과 온순한 행동-악명에 비해서는-과 달리 그 내면에는 거악후보자들조차도 가지고 노는 사악한 다크프린세스의 본성이 숨겨져 있다.

    로시난테를 인간형변신로봇전투기골렘으로 만든 것을 보면 그녀의 장난감들이 무엇으로 만들어졌고, 어떤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어떻게 고장 났을지는 물어서도 안 되고 알아서도 안 될 어둠이다.

     

    ‘진짜 다크노디는 이쪽이었군. 하기야 원본보다 우수한 분신은 없겠지. 사악함에서도 한 수 위인 건 저 장난기 많은 원본일 수밖에.’

     

    그렇게 누구의 방해나 불만도 없이 뜯어고쳐진 도시는 수집도시 못지않은 새로운 <격리도시>가 됐다.

    겉으로 보기에는 제국의 수도, 제도帝都에 못지않은 화려함을 지닌 도시이지만 죄수로 각인된 거악후보자들이 탈출을 시도하면 평범한 건축물이 저들끼리 합체하며 무력으로 진압하거나 건물이 갈라지며 안에서 마법포대가 나와 융단폭격을 가한다.

    일반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라고 해놓고 시민들이 저 안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모를 고위력의 마법이 쏟아질 시설 꼬라지를 보면 그저 두려움밖에 생기질 않았다.

     

    “언더월드에서도 오래 지내느라 고생 많으셨죠?”

    “서, 설마… 저희입니까?”

    “맞아요! 집값도 비싼 세상인데 공짜로 집 한 채씩 얻으니까 좋죠? 헤헹. 얼른 제 자비로움에 감동하고 감사 인사를 올리세요!”

     

    마치 자신은 불쌍한 난민들에게 집을 제공해주었다는 선인이라는 것처럼 뿌듯한 얼굴로 여린 턱을 치켜들며 으쓱해 하는 오크노디.

    그 의기양양한 모습의 뒤에는 언제 죽어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흉악도시의 주민이 될 것을 강제하는 다크프린세스의 민낯이 숨겨져 있다.

    순진하게 기뻐하는 바보 친위대와 달리, 곽조는 울고 싶은 마음을 눌러 삼키며 억지로 기쁨의 감정을 끄집어내며 고개를 숙였다.

     

    “저희 같은 것들에게 머무를 집을 마련해주시다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외부 작전 일정이 잡히기 전까지 기쁘게 휴식을 취하겠습니다.”

    “아, 밖에는 딱히 안 나가도 돼요! 시설이 생각처럼 잘 돌아가는지, 격리술식이 새겨진 거악후보자에게 도시가 어떤 공격을 할지 테스트도 해야 하거든요!”

    “…”

     

    도시에 가두는 것도 모자라서 우릴 격리도시라는 이름의 새로운 감옥에 가두었구나!

    드래곤 교장 뺨치는 사악함에 곽조는 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생각했다.

    이거 재단 이사장 딸이 아니라 기프트 아카데미 교장 딸 아니냐고.

     

    “물론 테스트는 제가 직접 할 거고 여러분은 가동한 술식과 시설이 설계대로 작동하고 계획대로 복원되는지를 확인해 주셔야 해요! 도시에 비축된 물자가 얼마나 소모되는지,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물량과 수급처를 어디로 정할지도 같이 계산하고요. 곽조는 그나마 똑똑한 편이니까 계산 정도는 할 수 있죠?”

     

    곽조에게는 다행히도 다크프린세스가 그의 상상만큼 악마적이지는 않았다.

    사탕과 채찍 작전이라도 쓰는지 도시의 물자를 관리하는 중책까지 맡겼다.

     

    ‘안 시켜도 되니까 내친김에 오작동한 기계로 확 죽어버리면 좋겠지만…’

     

    7위계급 대지포식주문을 “에잇!” 소리와 함께 손가락 하나로 무너뜨리고 날아드는 오색속성마법을 수백 개의 각기 다른 색의 맞춤형 실드로 속성방어를 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꿈이 이루어지기는 영 글렀다.

    하극상은 곱게 단념하고 시설오작동의 럭키펀치도 포기하며 열심히 도시를 관리하던 어느 날.

    익숙한 불청객이 찾아왔다.

     

    쿠구궁

     

    차원관문이 생성되며 발생하는 특유의 공간의 일그러짐이 느껴지는 마나파장.

    급히 달려간 현장에서 다크프린세스와 쏙 닮은, 그러나 이제는 훨씬 온화한 존재임을 확신할 수 있는 분신이 나타났다.

    집 나간 다크노디가 돌아왔다.

     

    “다크노디 님… 지금 울고 계시는 겁니까?”

     

    심지어 눈물을 잔뜩 흘리면서.

    이 꼴을 원본이 보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기프트 아카데미 침공?

    세계대전?

    뭐가 됐든 갈려 나가는 건 자신들이다.

    곽조는 사색이 되어서 손수건을 꺼냈다.

     

    <마취약이 묻은 손수건>

     

    “…”

     

    곽조는 다른 손수건을 꺼냈다.

     

    <미약이 묻은 손수건>

     

    “……”

     

    곽조는 손수건을 전부 양복 안주머니에 다시 쑤셔 넣고 욕실에서 수건을 들고나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심시티에 매진하고 있던 오크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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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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