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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9

        

         

       벨라돈나의 뿌리.

       물귀신이 가득 넘실거리는 위험한 땅.

       용기를 넘어 만용의 경지에 다다른 이들이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고 스쿠버 다이빙을 했다가 죽어 나갔던 그 관광지. 보기에는 들어갔다가 나오기 좋아 보이는 동굴이지만 조류 때문에, 혹은 갈수록 휘어지고 좁아지는 통로에 끼어서, 혹은 착시 때문에 거리를 가늠하지 못하게 만들어 산소 부족으로 죽이기도 하였던 그곳.

       그리고 결국에는 사람이 너무나 많이 죽어 나가 관광지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로 결정이 내려지고, 비키니섬과 마찬가지로 위험한 폭탄을 터트리며 일대가 오염되며 통제구역으로 지정된 곳.

         

       혹자는 물으리라.

       어찌 그런 곳에 가야 하는가?

       아나엘이라는 인공지능이 무엇이길래, 유전자를 기워 붙이고 생물끼리 접붙이는 것을 좋아하는 놈들이 대관절 무엇이길래 굳이 그곳까지 발걸음을 옮겨야 하느냐고. 그 독하다는 물귀신이 넘실거려서 위험할 것이 분명한데다가, 가는 길도 한참이나 멀고, 심지어는 아직 채 제거되지 않은 위험물질에 피폭당하거나, 무단 투기한 폐기물에서 흘러나오는 중금속과 독성 물질- 그리고 그 물질에 적응해버린 기괴한 생명체들에게 해를 입을 수도 있는 그 공간에 굳이 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 있겠냐고 말이다.

         

       하지만 그래 그 이유를 묻는다면.

         

       ‘그곳에 무언가가 있음이니라.’

         

       그곳에 산이 있기에 산을 올랐다는 등산가의 말을 따라 함도 아니요, 그저 마음이 동하였기에 일을 행할 것이라는 한없이 자유로움을 품은 사람의 말도 아니다.

         

       그것은 직관이요 직감이라.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주술을 찾아 세상을 떠돌았던 보잘것없는 한 사내의 경험이 말해주는 것이요, 그의 마음과 더불어 단련되었던 하나의 직감이 그를 그곳으로 인도함이라. 그것은 위험한 곳에 발을 디디기 전 섬찟함을 느끼고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벗어나려 하는 사람의 본능과도 닮아있는 것이요, 혹은 하늘의 별을 바라보면서 방향을 지레짐작하는 것과 같음이니라.

         

       아아.

       무엇을 인도하려 하는가?

       직감은.

       그의 경험은.

       그가 만났던 한 주술사의 귀띔은.

       그를 어디로 인도하려 하는가?

         

       그것은 미지의 것이요 회귀 전에도 알지 못하였던 것이라.

         

       하지만 안다.

         

       박진성은 알고 있다.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는 기꺼이 미지에 발을 디뎌야 할 것이며,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면 그 미지 속에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그렇기에 사람은 위험과 귀찮음이라는 커다란 장벽을 넘어서라도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며, 풀숲에 뱀이 들어있을지 낙과(落果)가 있을지 모름에도 굳이 수풀을 헤쳐서 확인해보아야 한다는 그 사실을 말이다.

         

       ‘회귀 전에도 알지 못했던 곳이라.’

         

       세계 대전이 터지기 전이나 초창기에는 용병 일을 하느라 엮일 일이 없었음이요.

       용병 일을 그만둔 이후에는 굳이 그곳에 갈 이유가 없었기에 가지 않았음이라.

         

       아.

         

       ‘세상이 이렇게나 넓고도 내가 가지 않은 곳이 많으니. 옛적 탐험가들이 세상을 방황하였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니겠는가?’

         

       이제는 교과서에서나 나올법한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들의 심정이 이해된다.

       다만 그래.

         

       그의 천성은 탐험가와는 달라서 여행 그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그 과실을 탐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음이니. 그렇기에 그가 하려는 것은 취미도 아니요 그 자체를 즐기는 것도 아니라. 비유하자면 물고기를 느긋하게 낚아 올리고 그 물고기를 먹는 것을 취미로 삼는 낚시가 아닌, 전기를 물에 풀어서 물고기를 둥둥 띄우기 위한 효율적인 일에 가까울 것이었다.

         

       ‘물귀신, 물귀신이라. 허허허.’

         

       물귀신이 독하다 한들 제 놈들 못지않은 것들이 두셋씩 달라붙는다면 어떨까?

         

       그러고도 그것들이 귀찮게 그에게 달라붙을까?

         

         

         

        * * *

         

         

         

       시시오도시(ししおどし)라는 것을 아는가?

         

       일본 영화나 드라마, 혹은 애니메이션 같은 것을 보았다면 한 번쯤 보았을 법한 물건.

       물론 그 자세한 이름은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저 ‘일본 정원에 있는 소리 나는 대나무 그거’ 같은 느낌의 애매하기 짝이 없는 이미지로 기억하는 경우가 대다수일 테지만 말이다.

         

       토-옹.

         

       비스듬하게 잘려진 대나무에 물이 떨어진다. 그리고 그 물은 대나무의 속을 채우며 시소처럼 설치되어 있는 대나무를 기울이고, 바닥에 닿으며 토-옹 하는 소리를 낸다. 그리고 다시 물이 받아지기 좋은 각도로 움직이고, 물이 흘러가면 다시 기울어지며 산짐승을 쫓기에 걸맞은 소리를 낸다.

         

       그것은 풍류(風流).

       전통적인 일본 정원에서라면 빼놓을 수 없는 풍류였다.

         

       화조풍월(花鳥風月)이라!

       자연을 축소해서 옮겨놓은 일본 정원에 저러한 것이 없다면 어디 운치가 있다 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현대에 이르러서도 조금 분위기가 있다 싶은 곳에서는 시시오도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저 시시오도시가 오롯이 풍류만을 위해서 설치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얼핏 그냥 멋을 위해서, 혹은 산짐승을 쫓아 보내기 위해서 설치된 것 같은 저 단순하기 짝이 없는 전통적인 조경 용품은- 놀랍게도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토-옹.

         

       쪼르륵.

         

       토-옹.

         

       반복되는 소리.

       변수가 없다면 기복이 없는 시간의 간격.

       일정한 속도, 일정한 시간마다의 반복.

         

       그것은 주술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토-옹.

         

       자연에는 수많은 소리가 존재한다.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 새의 울음소리, 날갯짓 소리, 짐승의 울음소리, 물이 흐르는 소리, 천둥이 칠 적에 터지는 굉음, 바람이 동굴을 스치며 내는 섬찟한 소리, 죽어가는 생명이 내는 단말마, 싹이 움트는 소리….

         

       인간은 이러한 소리에서 규칙성과 조화를 찾아내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어 붙이고, 자르고, 그렇게 조합하면서 소리를 엮어 또 다른 소리를 창조해내기에 이르렀으니.

         

       이것이 바로 음악이다.

         

       옛적- 자연 속에서 살아남는 것조차도 급급하던 그 시절의 인류가 품고 있었을 경외심. 동물에, 거석에, 자연현상에, 조상에, 혹은 자신들이 창조해낸 어떠한 개념에 경외와 공포를 담아 그들은 신앙을 표현하기를 바랐고, 그렇게 그 신앙을 표현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이러한 소리의 조합이라.

         

       그래.

       음악은 종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음악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반복’은…. 그 자체로 주술적 의미를 지닌다.

         

       어쩌면 그 주술적 의미, 혹은 인류의 초창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흔적은 인류의 머릿속에, 유전자에 깊숙하게 자리를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인류는 항상 음악을 탐하고, 음악과 함께 살아온 것이다.

         

       어쩌면 반복되는 소리를 들으며 트랜스 상태에 들어가는 것도, 혹은 명상에 빠지는 것도 이러한 영향이 있을지도 모른다.

       인류의 육신…혹은 영혼 어딘가에 음악이라는 것이 단단히 각인이 되어있을지도-

         

       토-옹.

       토-옹.

       토-옹.

         

       “끌끌끌끌.”

         

       그렇기에 누군가가 이렇게 쉽게 주술에 걸린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보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보물의 가치만큼, 혹은 그 가치보다도 더한 위험이 있을법한 곳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보는 멍청이가 단단히 각인된 본능을 이길 수 있을리 없으니까.

         

       “우둔하고 아둔한 작자들 같으니. 어찌 이곳에 잠입하려 생각하였는지.”

         

       전통적인 음양사의 복장, 카리기누(狩衣)를 입고 있는 남자는 시시오도시에 설치해놓은 주술에 걸려서 제압당한 남자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헤…헤에에….”

         

       무인으로 추정되는 단련된 몸.

       어디 험하게 살아오기라도 한 것인지 얼굴에 자잘한 흉터들이 보인다.

       하지만 험상궂은 외형과는 다르게 눈은 약이라도 한 것처럼 풀려 있었고, 닫히지 않은 입에서는 혀가 삐죽 튀어나와 있다. 마치 여름날 개가 더위를 이기기 위해 혀를 내미는 것처럼 그렇게 말이다.

         

       그렇게 벌어진 입에서 뚝뚝 흘러나오는 침방울.

       딱 보기에도 불결하고 냄새가 나는 것 같다.

       특히나 저 험상궂은 얼굴과, 보기만 해도 땀 냄새가 나는 것 같은 몸뚱이만 보더라도 그렇다.

         

       음양사는 제 얼굴에 떠오른 혐오감을 감추지 않은 채 손에 들고 있는 부채를 탁하는 소리와 함께 접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옆에 있는 옛적 음양사들이 했을 법한 화장을 한 남자- 음양청에서 산지로 박사라 불리는 음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산지로 박사. 이거 참…. 요새 이런 역겨운 것들이 왜 이렇게 꼬이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그리고 그러한 남자의 말에 산지로 박사는 기괴한 화장을 한 얼굴을 씰룩거렸다.

         

       “모르기는. 거 사람 참 의뭉스럽기는. 자네가 모르면 누가 안단 말인가? 음양청을 넘어서 다른 청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우리 신뇌 아키타케 박사가 아니면 누가 알 수 있느냐 이 말이야.”

         

       “그렇지. 내가 아니면 누가 알겠어. 그래. 나도 알고는 있지. 그런데…. 끌끌.”

         

       음양사, 아키타케 박사라 불린 남자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무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말하려는 건 그거야. 안 될 걸 알면서 뻔히 이렇게 쳐들어오는 이유를 도통 알 수가 없단 말이지. 제깟 놈들이 짐승이 아니고서야 이런 멍청한 짓을 대관절 왜 하는지 모르겠다 이 말이지….”

         

       그는 도저히 이 멍청한 놈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혹은 이해하기조차 싫다는 듯 진절머리를 쳤다. 그리곤 이 멍청한 무인 놈 때문에 늦어지고 만 본래의 일정을 하기 위해 산지로 박사와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

       본래의 일정-

         

       한 음양사가 추천한 ‘유망한 조력자’를 만나기 위해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세요.
    다들 설날은 잘 보내셨나요?
    달콤함과 행복, 그리고 행운과 복이 가득했다면 참으로 기쁜 일일 것입니다.

    연재가 늦어진 것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올리면서…
    그동안 늦어졌던 양을 벌충하기 위해 연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최소 3연참, 혹은 그 이상이 될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연재가 늦어진 것에 대하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리며.

    늦은 세배를 올립니다.

    Ilham Senjaya 님.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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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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