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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

       엔리는 자신이 본 것을 믿지 못했다.

       

       저게 정말 한 사람이 단순히 자신의 기술로써 이루어 낼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한 인간이 검으로 태양을 베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이란 소리인가.

       

       그러다 엔리는 사람들도 자신과 똑같이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 채팅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채팅은 느렸다. 다들 엔리처럼 자신이 본 것을 소화하기에도 바빴던 것이다.

       

       그나마 올라오는 채팅들도 하나 같이 자신이 뭘 본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뿐이었다.

       

       정작 이 위업을 직접 이루어 낸 아라는 힘의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부러진 두 팔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빌어먹게도 연약한 몸이구나. 겨우 검 한 번 휘둘렀다고 이 꼴이라니.”

       

       거기엔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한 자랑스러움도 뭣도 없었다. 있는 것이라곤 나약한 몸에 대한 실망뿐이었다.

       

       내가 저런 일을 벌였다면 내가 한 걸 못 믿어서 멍하니 서 있었을 것 같은데. 아라 씨한텐 저게 일상적인 일인 걸까.

       

       정말 저 분은 나랑 만나기 전에 뭘 하던 분인지 궁금하다니까. 절대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언젠가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날이 올까?

       

       *

       

       검의 여파 때문에 삐거덕거리는 몸을 이끌며 땅에 떨어진 도마뱀에게로 다가갔다.

       

       <xxx! xxx xxxxx!>

       

       도마뱀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무어라 외치고는 고개를 떨궜다.

       

       이윽고 도마뱀의 몸에서 폭발이 일어나더니 그 몸이 하얀 빛으로 물들었다가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그 가운데에서 하얀 색의 무언가가 꿈틀거리다 하늘로 올라가고 도마뱀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강함에 비해 장대한 최후로구나. 죽음을 신경 쓸 시간에 강해지는 데에 신경을 썼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최후를 감상한 후 채팅창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어째선지 채팅이 느렸다.

       

       엔리가 무언가를 이루었을 때처럼 광기에 찬 채팅이 빼곡히 올라오고 있으리라 생각했다만 어째서일까.

       

       “무어냐. 무슨 오류라도 난 게냐? 왜 다들 말이 없는 것이야.”

       

       질문을 던지고 나서야 스멀스멀 채팅이 올라왔다.

       

       – 방금 본 게 안 믿겨서 다시보기로 보고 왔음.

       – 찢었다. 오늘 반찬은 이거다.

       – 너무 대단해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방금 내가 벌인 일이 꽤 대단한 일이기는 하지.

       

       내기도 없이 무를 펼친 것이니.

       

       단순히 의념만으로 무를 펼친 것은 아니었다.

       

       그런 일도 할 수는 있다만 그 경지를 이 몸이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방금 내가 한 일은 예전부터 생각했던 편법이었다.

       

       이전에 아라를 가르칠 때 알아낸 것이다만 마력이란 자신의 의지로 세상에 규칙을 써내려 가는 힘이다.

       

       하지만 규칙을 쓰는 힘이라 해서 언제나 새로운 규칙을 짜낼 필요는 없지 않나.

       

       의념으로써 길을 정하고 마력으로 그 길을 따라가게 만든다면 자그마한 마력일지라도 하나의 이적을 이루어 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길을 따라 규칙을 그린 마력은 나의 의념을 구체화 시켜 하나의 결과를 이루어 냈으니.

       

       이는 무공임과 동시에 마법이라 할 수 있었다.

       

       음. 이 마력이라는 것 재밌구나. 나중에 시간이 날 때 한 번 느긋이 마력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아해들아.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만.”

       

       – ㅇㅇ?

       – 하늘의 끝 천 시간 고인물임. 뭐든 물어 보셈.

       – 겨우 천 시간 가지고. 나는 얼마 전에 이천 시간 찍음.

       

       “이 게임에서 저 도마뱀보다 강한 것이 존재하느냐?”

       

       본인은 큰 기대를 가지고 이 게임에 들어왔다만 방금 전의 싸움은 기대에 비해 너무 싱거웠다.

       

       도마뱀에 비하면 동양의 용이 훨씬 나았다. 그 녀석은 그래도 용이라는 칭호에 걸맞는 위용 정도는 보여주었거늘 이 도마뱀은 영 어설프지 않으냐.

       

       덕분에 본인의 손은 여전히 근질거리고 있다.

       

       마력을 이용해서 할 수 있겠다 생각했던 수많은 것들을 시험해 보고 싶어 진정할 수가 없다.

       

       이 욕구를 어떤 방식으로라도 풀고 싶다만 이 게임에 나를 상대해 줄 다른 것이 있느냐?

       

       그렇지 않다면 어쩔 수 없이 아피스로 향할 수밖에 없다마는.

       

       – DLC 보스 쪽으로 가면 발두르보다 쌘 애들도 있긴 함.

       

       “DLC가 무엇이더냐. 이 게임은 엔리가 선물을 해준 것이라 자세히 모르겠다만.”

       

       시청자들에게 물어보려던 순간 엔리에게서 문자가 날아들었다.

       

       [DLC도 같이 보내 드렸어요.]

       “엔리. 그냥 통화를 걸거라. 일일이 문자로 보내주느니 말로 하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

       [그래도 첫 방송인데 제가 끼는 건 좀.]

       “이미 낄 대로 끼었다. 그냥 오거라.”

       

       결국 내 권유에 못 이긴 엔리가 전화를 걸었다.

       

       “그래서 그 DLC 보스라는 것들은 방금 그 도마뱀보다 상대할 맛이 나는 녀석들이더냐?”

       <난이도가 더 어렵긴 해요.>

       

       엔리가 이야기해 준 것은 둘이었다.

       

       하나는 흡혈귀들의 군주라 불리는 자로 무투보다는 마법에 전문화된 자였고, 다른 하나는 최초의 용살자라 칭해지는 자로 무투건 마법이건 자유로이 사용할 줄 아는 자였다.

       

       어느 쪽이건 그리 흥미롭지는 않았다. 무투만을 사용하는 이가 있었다면 바로 그 자를 보러갔을 터이거늘.

       

       그래서 아무 곳이나 상관없다 이야기를 하니 엔리는 기왕 이렇게 된 거 순서대로 가자고 말을 했다.

       

       <근데 어느 쪽이건 보스를 만나기 전에 좀 해야 할 일들이 있어요.>

       “많이 귀찮으냐?”

       <아뇨. 스토리 보실 생각 없으시면 그렇게까지 길게 안 걸릴 거에요. 만나자마자 칼침을 놓아주면 되니까. 바로 갈까요?>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가고 싶다만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을 것 같구나.”

       <뭔가요?>

       “이 팔을 치유할 방법이 있느냐? 덜렁거리는 팔을 단 채로 갈 수는 없지 않겠느냐.”

       

       팔이 부러진 채로 돌아다니는 것은 좀 이상해 보이니 말이다.

       

       <…어. 일단 근처 마을 들려서 치료부터 받죠.>

       “그래. 그게 좋겠다.”

       

       *

       

       아무리 가상현실이 현실에 가깝다 할지라도 게임은 게임인지라 편의적인 부분이 여럿 있었다.

       

       치유사에게 돈을 지불하자마자 부러진 두 팔이 멀쩡해 질 줄이야.

       

       거기에 더해 전투를 이어가며 상했던 몸도 완전히 복구가 되다니.

       

       놀랍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게임에서 팔이 부러졌다고 몇 달이나 고생을 한다면 현실적이란 말보단 이게 뭐냐는 말이 먼저 나올 테니.

       

       몸이 완전히 나은 후 몸을 살피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게임의 몸은 처음보다 성장한 상태였다.

       

       체력이나 근력적인 부분도 그렇고, 심지어 혈관에 흐르던 마력도 처음에 비해 훨씬 더 선명해진 상태였다.

       

       <그거 레벨업을 해서 그래요.>

       

       엔리가 설명을 하길 하늘의 끝이라는 게임은 전투를 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주인공이 성장하는 게임이라 했다.

         

       나의 경우엔 병사를 쓰러트리고 도마뱀을 잡음으로써 성장을 한 것이라고.

         

       이 또한 게임의 편의성이라는 부분인가.

       

       나로써는 반가운 일이다. 몸과 마력이 더욱 강해질수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질 테니까.

       

       치유사가 있는 건물에서 빠져나온 나는 엔리의 설명에 따라 디오릭이라는 자에게 찾아가 말을 걸었다.

       

       그러자 디오릭이 새벽의 요새라는 곳이 재건 되고 있다면서 그곳에 가 흡혈귀와 싸워 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의를 했다.

       

        처음 보는 이를 아무 시험조차 하지 않고 등용하려는 것이 의심쩍었지만 엔리가 제안을 수락하라 하기에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지도를 펼치면 표시가 나올 거에요.>

       “이걸 말하는 것이냐?”

       <네. 그걸 십 초 정도 꾸욱 누르고 있어보세요.>

       

       지도에 생겨난 표시를 누르고 얼마 있지 않아 주변이 순간 검게 물들었다가 다시 풍경이 펼쳐졌다.

       

       분명 나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도시의 한 가운데에 있었거늘 지금은 숲의 한 가운데에 떨어진 상태였다.

       

       “이것이 순간이동이라는 것인가.”

       <후흐흫. 비슷하죠.>

       

       내가 탄성을 내자 엔리의 입에서 웃음이 새 나왔다.

       

       무어냐. 왜 웃는 것이야?

       

       내가 무언가 이상한 행동을 했느냐?

         

       확인을 위해 채팅창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그곳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 눈 동그래진 거 진짜 뉴비 같은뎈ㅋㅋㅋ

       – 용사냥 하던 사람이랑 이 사람 동일인물 맞음?

       – 이 분이 가끔 뉴비스런 말을 할 때마다 인지부조화 오는 느낌임.

       – 싸울 때는 고이다 못해 썩은 물이 따로 없는데 평상시엔 아무것도 몰라 허둥대는 뉴비쟝이라니.

       

       아니 그대들은 이게 놀랍지 않단 말이더냐?

       

       아무리 게임의 요소 중 하나라지만 아무 과정 없이 사람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겼는데 감탄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으냐.

       

       <훟. 흐흫. 자. 이제 새벽의 요새로 가보죠.>

       

       웃음을 참지 못하는 엔리의 모습에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이번엔 엔리가 나를 가르쳐주는 입장이니 한 번 넘어가기로 했다.

       

       “지도를 열까?”

       <아뇨. 그럴 필요 없어요. 길 다 기억하고 있거든요.>

       

       엔리는 자신이 단언을 한 대로 요새로 가는 길을 완벽하게 외우고 있었다.

       

       별 특이할 것 없는 숲과 돌산이어서 헷갈릴 법도 하거늘 그녀는 단 한 번의 망설임조차 없었다.

       

       “엔리. 지금 그대는 꼭 이 산에 오래 살았던 사람 같구나.”

       <비슷하죠. 제가 하늘의 끝을 한 시간만 해도 얼마인데.>

       

       그렇게 동굴과 숲을 지나니 한 요새가 나타났다.

       

       그 규모는 자그마한 성과도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요새는 고요했다. 마치 오래 전에 버려진 곳처럼.

       

       보통의 요새라면 여러 병사들이 각자의 과업을 하며 시끌벅적 해야 할 터인데.

       

       피냄새가 풍기지 않는 것을 보면 따로 습격을 받은 것 같지도 않다만.

       

       “정말 여기가 맞는 건가?”

       <건물 안에 들어가면 사람이 있을 거에요.>

       

       의심쩍었지만 일단 엔리의 말을 믿고 안으로 발을 옮겼다.

       

       요새 입구 근처에 도착하니 안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두 개의 목소리가 격한 것으로 보아 한창 말싸움을 하는 중인 것 같았다.

       

       거대한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지만 건물 안에 있던 두 사람은 나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이제 와서 도와달라고?! 내 경고를 무시한 건 언제고 그딴 말을 하는 건가!”

       “그건 미안하게 됐네. 몇 번이라도 사과하지. 그렇지만 이번 한 번만 도움의 손길을 내어주게. 알잖나. 지금은 사적인 감정보다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을.”

       

       말소리가 큰 것에 비해 서로의 눈은 격하지 않다. 화를 내고는 있지만 서로에게 지닌 정은 여전한 것이다.

       

       “나도 할 수만 있다면 자네를 돕고 싶지만 일손이 부족해. 이 요새를 유지하기에도 벅찬 상황에… 음?”

       

       그러다 한창 말을 이어가던 남성이 내 존재를 확인하고는 잠깐 말을 멈췄다.

       

       “자네는 누구지?”

       “디오릭이라는 자에게 이 곳에서 일 할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을 받았네.”

       “아아. 디오릭이 열심히 일을 해주고 있는 모양이군. 반갑네. 나는 이 요새의 대장인 린드라고 하네.”

       

       애써 웃음을 지으며 악수를 청한 린드는 막 재건을 하는 중이라 사람이 많이 필요했다며 나를 환영했다.

       

       “흡혈귀를 죽이기 위해 여기까지 와준 것은 고맙지만 보다시피 여기는 막 재건을 시작한 요새에 불과하네. 정비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가입이 불가하다는 이야기인가?”

       “그건 아닐세. 척 보기에도 자네는 단순한 잡일보다는 전투에 소양이 있어 보여서 말일세. 다른 부탁을 하고 싶군.”

       

       린드가 내게서 시선을 떼고 다른 남자와 시선을 교환한다. 얼마 안가 다른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쯤 되니 이런 게임을 많이 해보지 않은 나라도 이 게임이 어떻게 진행될 지에 관해 알 수 있었다.

       

       “이 친구를 도와주러 가지 않겠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해서 말일세.”

       

       속내가 뻔하군.

       

       물정 모르고 이 곳에 온 것처럼 보이는 나를 정찰을 위한 도구로 쓸 셈인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당장은 어울려주마.

       

       아무래도 이 게임의 진행을 위해선 그게 필요할 것처럼 보이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각을 해서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

    최신화님. 30코인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제 글을 즐겁게 읽어주시는 것에 감사합니다.

    독자님의 마음에 남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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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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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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