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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

       ‘음. 좋네.’

       

        뭔가 마음이 아주 홀가분해진 상태였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

        사람으로 가득 차서 아주 빽빽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아무래도 오늘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이 나를 해방시켜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음 채수현, 이 년은 차근차근.’

       

        이렇게 회사에 까지 찾아올 줄은 생각도 못했으니까.

       

        물론 이수아가 막아줘서 아주 깔끔했다.

        둘이 뭐 따로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았지만…

        알아서 처리를 해 주겠지.

       

        아무래도 앞으로는 채수현이 나에게 접근하려는 시도를 늘릴 것이 분명했다.

        그녀 입장에선 나에게 어떻게 해서든 다시 포인트를 받아내야 살 길이 생기니까.

       

        ‘응. 아냐. 넌 이제 좆됐어.’

       

        하나씩 목을 조여간다.

        아무래도 그녀의 등급에 대해 사람들이 의구심을 가지도록 몰아가면 될 것이다.

       

        ‘나도 빠르게 등급을 올리고.’

       

        “어? 이수아?”

       

        지하철을 타고서 딱 1정거장을 지났을 때였다.

        입구 쪽이 소란스러워졌다.

       

        “뭐야 뭐야. 이수아야.”

        “아니. 요새 이수아가 2호선 탄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진짠가 본 데?”

        “진짜 이수아 맞아?”

       

        사람들이 요동치는 바람에 내가 있는 곳까지 압력이 가해졌다.

       

        ‘이수아?’

       

        분명 방금 전에 회사에서 헤어졌는데?

       

        “저… 잠시만요. 안으로 좀 들어갈 게요. 잠시만요. 좀 비켜주세요.”

       

        엄청난 인파를 헤치고는 이수아가 내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뭐야? 여기서 어떻게 탔어? 차 타고 이동한 담에 탄 거야 뭐야?’

       

        당연히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벙찔 수 밖에 없었다.

       

        채수현이랑 뭔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는데…?

       

        “휴. 여기 계셨네요. 지훈 씨?”

       

        그녀는 나를 발견하고는 생글생글 웃었다.

       

        “아니 수아 씨. 설마 저를 찾아 온거에요?”

        “네…그쵸?”

        “어떻게 찾았어요?”

        “지훈 씨 맨날 같은 칸 타는 것 같던데요?”

       

        그렇긴 했다.

       

        ‘아니. 그건 또 어떻게 알아가지고.’

       

        이수아랑 몇 번 같이 타지도 않았는데.

        하여간 이런건 눈치 빨라서.

       

        “근데 어떻게 온 거에요? 제가 먼저 길드 건물 떠난 거로 아는데요?”

       

        나는 당연히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그… 그건… 그냥 달렸는데요?”

        “?”

       

        이건 또 뭔 소리냐하는 표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강남역에서 교대역까지요?”

        “네.”

        “멀지 않아요?”

        “그냥 좀 빨리 달리면 금방이던데요?”

       

        하. 참.

       

        강남역 일대에서 미친 질주를 한 여자로 뉴스에 나오게 생겼다.

       

        “저 S급 헌터잖아요. 그 정도 달리기는…”

        “그렇긴 하죠.”

       

        맞긴 맞는데, 대화의 요지는 S급 헌터가 달릴 수 있냐 아니냐를 말하려던게 아니다. 

        왜 그런 짓을 했냐는 거지.

       

        “왜요? 왜 그러신 거에요?”

        “하. 지훈 씨. 오늘 보셨죠? 채수현 헌터 온 거? 제가 방금 짧게 대화를 나누고 왔는데 스카웃 하려는 거 맞대요. 백호 길드, 역시나 지훈 씨를 스카웃 하려는 게 분명해요. 어떻게 알았지?”

       

        이수아는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매우 불쾌하다는 태도로 툴툴댔다.

       

        ‘역시 채수현. 사실을 말하기는 싫었나 보네.’

       

        대충 분위기를 보니 알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저는 지훈 씨를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반드시요. 백호 길드의 마수에 맞서서 제가 지켜드릴게요.”

       

        그녀는 아주 굳은 표정으로 결의를 보였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요.”

        “아. 제가 하고 싶어서요. 방해는 안 될게요.”

        “이게 이미 방해인데요.”

        “앗 그럼… 50cm 떨어질게요.”

       

        슬쩍 뒤로 물러섰다.

       

        “그거론 안되는데요.”

        “그럼 1m ?”

       

        조금 더 슬쩍 물러섰다.

       

        “흠. 그것도 안되겠는데요.”

        “하… 그럼 10m ?”

       

        좀 더 먼 거리로 멀어졌다.

        이젠 멀어서 말이 잘 안들릴 거리.

        시끄러운 지하철 안이다.

       

        나는 이수아의 얼굴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 정도면 안귀찮게…’

       

        내가 끄덕이는 것을 보고는 이수아는 살짝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거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

       

        ‘다 왔다.’

       

        신림역 도착.

       

        여기에 올 때까지 이수아는 약 10m 정도를 떨어져있었다.

       

        “여기부턴 근접 경호 해드릴게요!”

       

        그리고는 바짝 붙는 것이었다.

       

        “필요 없는데요.”

        “하… 지훈 씨. 보통 다른 남자들은 이런 거 해준다고 하면 좋아 죽으면서 까무러칠텐데. 지훈 씨는 왜 그래요? 배가 불렀네. 정말.”

       

        툴툴 거리는 거였다.

       

        “저. 이수아에요. 이. 수. 아. 저 아시죠? S급 헌터 1위!! 였…었던…”

       

        또 다시 우울해지는 듯한 표정.

       

        “이수아 씨에 대해선 잘 압니다. 근데 이러실 필요는 없어요.”

       

        나는 블루길드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헌터 6과도.

       

        다 마음에 들었으니까.

        좀 웃긴 차과장님도 있고 대리들도 맘에 든다.

        그리고 이수아도 딱히 나쁘지 않고.

       

        이렇게까지 난리를 칠 필요는 없는데.

        게다가 다른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만 받게 되니까.

        분명 사람들에게 조금씩 소문이 나고 있을 것이다.

        이수아가 이렇게 졸졸 쫓아다니는데 소문이 안날리가.

       

        “아휴. 필요해요. 지훈 씨는 아직 이 헌터 업계를 잘 모르셔서 그래요. 얼마나 인재 쟁탈전이 심한데요? 저는 우리 팀이 다른 길드에 유출되는 거 너무 싫어요. 그래서 그러는 거니까 이해해 주세요.”

        “근데 팔짱은 왜 낀 건데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수아가 어느 새 내 옆에 찰싹 붙어서는 팔짱을 낀 상태였다.

       

        “어.. 음… 그러니까.”

       

        이수아는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는 중이었다.

        딱 봐도 핑계를 이것저것 떠올리는 모습.

       

        “아! 근접경호. 제가 어떤 책에서 봤어요. 근접경호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그 책 저도 보고 싶은데 제목 아세요?”

        “아뇨?”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이 돌아왔다.

       

        “10m”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너무 붙는 거 싫습니다. 거리 지켜주세요.”

        “아. 지훈 씨!”

        “음. 백호 길드 연락처가 어디있더라.”

       

        이수아는 재빠르게 멀어졌다.

        아무 말도 없이.

       

        “진짜 너무 하네. 지훈 씨.”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살짝 들려왔다.

       

        ***

       

        “저 들어가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안 따라다니셔도 돼요.”

        “하. 따라다니는 거 제 맘이니까 뭐라고 하지 마세요. 10m 뒤에 있으면 되는 거잖아요? 제가 따라다니든 말든 지훈 씨 알 바는 아니에요!!”

       

        이수아는 살짝 삐졌다는 듯이 툴툴대고는 가버렸다.

       

        ‘휴. 조금 정리가 된 것 같은데…’

       

        오늘 하루를 아주 깔끔하게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하… 진짜… 이수아…”

       

        채수현은 이수아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년… 벌써…지훈 오빠에게 빠졌어?”

       

        지금 채수현은 아주 머리가 난잡한 상황이었다.

        오만 복합적인 감정으로 인해 아주 소용돌이치는 듯한 느낌을 받고있었다.

       

        ‘지훈 오빠는 나만의 것이어야 해. 근데 왜 이수아가? 진짜 짜증나게 하네. 왜 남의 남자를 건들여?’

        ‘아니 내가 버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도대체 지훈 오빠랑 이수아는 관계가 어디까지 진행이 된 거야?’

        ‘하… 쓰읍…’

       

        그리고는 뭔가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이 있는지 어디론가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네. 실장님.”

        “제가 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네네. 그 우리 백호 길드에서 블루 길드 쪽에 스파이 심어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네. 그렇죠? 혹시 그 사람 누구에요? 제가 따로 만나고 싶은데 언제 가능할까요?”

        “아. 네~ 지금 가능하다고요? 호호. 네. 저야 고맙죠~ 그럼 어디서…”

       

        그녀는 아주 다급한 모습으로 집을 나섰다.

       

        “응? 너 어디가?”

       

        이진혁이 이상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하. 좀. 바쁜 일이 있어서.”

        “너 아픈 건 어때? 그렇게 돌아다녀도 돼?”

       

        이진혁은 채수현이 밖으로 싸돌아 다니는 것을 썩 마음들어하지 않는 눈빛이었다.

       

        “아픈 건.. 좀만 기다려봐. 해결해보려고 노력 중이니까. 그리고 내가 좀 돌아다니든 말든 거기엔 신경쓰지 않았으면 좋겠어.”

       

        채수현은 딱 잘라 말하고는 나갔다.

       

        ‘뭐야. 뭘 해결해보겠다고 노력을 한다는 거야…?’

       

        이진혁은 슬쩍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렸다.

        채수현에 대해 뒷조사를 할지 말지 고민을 하는 모습이었다.

       

        ‘괜히 내 얼굴에 먹칠을 하는 꼴이 될 수도 있고… 흠.’

       

        그는 뭔가 열고싶지 않은 판도라 상자를 가지고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중이었다.

        채수현에 대해서 조사를 했다가 이상한 내용이 나온다면 결국 자기도 어느 정도 타격이 있으니까.

        최대한 문제가 없이 넘어가기를 바라는 중이었다.

       

        ‘그래. 일단은 수현이를 믿자. 뭘 하는 건지는 몰라도 자기가 알아서 해결을 한다고는 했으니까.’

       

        그는 일단 채수현을 믿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

       

        “안녕하세요.”

        “허억. 안녕하세요.”

       

        어떤 준수하게 생긴 남자가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저는 블루길드의 A급 헌터 박진수라고 합니다. 어휴. 채수현 헌터님 실제로 뵈니까 아주 미인이시네요. TV에서 뵙던 모습보다도 훨씬 아름다우십니다.”

       

        그는 아주 멍한 표정으로 채수현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어휴. 금사빠인가? 딱히 내가 능력을 쓸 이유도 없겠어.’

       

        채수현은 방긋방긋 웃으며 생각했다.

       

        “저 무슨 일로…”

        “음. 이수아 헌터에 대한 정보를 좀 저에게 줬으면 좋겠는데요.”

        “어… 정보는 이미 백호 길드 쪽에 정기적으로 제공을 하고 있습니다만.”

        “저에게 다이렉트로 말이에요. 제가 필요한 특수한 정보가 있거든요.”

        “어… 정확히 어떠한 정보를 원하시는 거죠?”

        “이수아, 그리고 이수아 팀의 백지훈이라는 사람. 이 두사람에 대해 말이에요.”

        “백지훈이요?”

       

        박진수 헌터는 고개를 까딱였다.

       

        “왜요…?”

        “그 사람, 이수아 헌터랑 비밀리에 사내연애 하는 사람 아닌가요?”

       

        채수현의 얼굴이 아주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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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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