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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

       [자하드 발튼] [레벨 : 66]

       [종족 : ???] [직업 : ???]

         

       [직업 고유 스킬]

       -뱀신의 사랑 : 보유한 뱀신과 관련 스킬이 빠르게 성장한다.

       -뱀신의 은혜 : 보유한 성력이 빠르게 회복된다.

       -뱀신의 축복 : 뱀신의 성물을 리스크 없이 다룰 수 있다.

       -뱀신의 기도 : 상태 이상에 면역이 된다.

         

       [사도]

       -뒤섞인 성흔 (A) : 모든 마를 밀어낸다. 타인에게 성흔을 부여할 수 있다. 휘하의 사제들이 뒤섞이며, 일부 신체가 뒤틀릴 수 있다. (5/20)

       -뒤섞인 신성 (A) : 두 가지 신성이 뒤섞였다. 사용법이 더욱 까다로워졌으며, 다른 이들의 눈에 들키지 않는다.. 두 가지 신성을 자유자재로 전환할 수 있으며, 성력의 성질을 원하는 것으로 맞바꿀 수 있다.

       -치료 (B) : 치료와 전투를 병행할 수 있다. 세간은 이를 '불사자의 싸움'이라 칭한다.

       -축복 (B) : 상태 이상 저항력이 크게 늘어나며,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다. 신체능력이 크게 상승하며, 성력이 일시적으로 크게 증가한다.

         

       [나가의 교단]

       -영련 (C) : 조용한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어둠에 스며들 수 있으며, 소리 없이 움직일 수 있다.

       -비늘의 기도 (C) : 기도를 하면 일정 시간 동안 인기척이 사라진다. 신체 능력이 향상된다.

       -독액 생성 (C) : 체내에서 복통을 유발하는 독액을 제조할 수 있다.

       -뱀의 속삭임 (C) : 물건의 외형이 일부 어둠 속으로 스며든다. 물건을 숨길 수 있으며, 잡고 있는 물건에만 해당한다.

       -침식 (C) : 정신에 스며들어, 타인의 정신에 암시를 흘린다.

       -흑색 비늘 (B) : 뱀 교단의 기초적인 검술 '그림자의 노래'에서 파생되었다. 불필요한 부분을 줄였으며, 검을 익힌 자들은 어둠 속에서 사는 것으로 유명하다.

       -검은 늪 – 파벨라(Favela) (A) : 나가의 직속 신도 중 일부만이 습득할 수 있다는 단검술의 정수. 이는 비밀로 묻혀 오직 소수에게만 전달되었으니. 다른 말로는 뱀의 독니라고 불리기도 한다.

         

       [공용 스킬]

       -고기 요리법(B) : 요리할 수 없는 고기도 맛있게 만들 수 있다.

       -해산물 요리법 (B) : 요리할 수 없는 해산물도 맛있게 만들 수 있다.

       -음료수 제조법 (C) : 맛있는 음료수를 만들 수 있다.

         

         

       "…참나."

         

       나는 허공을 흘깃거렸다. 태양신의 사도와 관련된 스킬이 싹 다 사라져 있었다.

         

       시계탑의 노예 아리스의 특수 스킬. 힘 하나를 통째로 봉인하는 것.

         

       게임 속에서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했다. 뜯어먹힌다는 문구 또한 없었지. 시간이 지나면 봉인되었던 힘이 돌아오는 게 정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디 보자… 아예 사라진 걸로 보아서는 반영구적인 상태라는 건가?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시계탑의 노예가 죽으면, 그 스킬 또한 취소되기 마련이니까.

         

       요점은 그녀를 죽이는 것이었다. 내게 남은 반쪽짜리 힘으로 어떻게든 해내야겠지.

         

       나는 손을 가볍게 쥐었다 폈다. 그림자 성력이 흘러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꼬르륵.

         

       내 배에서 난 소리가 아니다. 엘프들을 쓱 돌아보았다. 굶주린 배를 움켜쥔 엘프들이 허둥지둥 손을 내저었다.

         

       "저, 저희 소리는 아닙니다!"

       "억울해요!"

       "나 아직 한마디도 안 했다."

       "……"

         

       보름. 원래 정해져 있던 작전기간은 딱 그 정도였다. 식량을 가져왔어도 딱 그만큼만 가져왔으리라.

       거기다가 엘프들은 몸이 가벼운 것을 특기로 내세우는 녀석들이다. 애당초 짐을 무겁게 가져오지 않았겠지.

         

       식량이 부족한 건 당연했다. 차마 말하지 못하는 건 유독 높은 그 프라이드 때문 아닐까.

         

       나는 포켓을 뒤졌다. 쓱 식량을 내밀었다.

         

       "받아."

       "네, 네? 하, 하지만…"

       "그냥 받아. 어차피 남아도니까."

         

       원래는 망령에게 주려고 가져온 것들이다. 망령들은 일정 이상 배불리 음식을 먹이면, 예전의 모습으로 되살릴 수 있었다.

         

       삶과 죽음. 그 사이에 애매하게 끼어 있는 망령들. 시계탑의 노예 아리스를 봉인할 때 휘말렸던 파라메르의 고위층들은, 단순히 음식을 양껏 먹이는 것만으로 사람으로 돌릴 수 있었다.

         

       인간성을 되찾은 그들은 내게 감사를 표하며 보상을 주기 마련이었다. 원래라면 그걸 노리고 싹 다 되살리는 게 국룰이기는 하나…

         

       지금은 어쩔 수 없지. 상황이 꼬였으니.

         

       내가 지금 필요한 건 보물이 아니었다. 오직 힘밖에 없었다. 이곳을 빠져나가려면 내가 어떻게든 몸을 비틀어서 파라메르의 내부를 헤쳐나가는 게 최선이었다.

         

       아무튼 살리는 것을 포기했으니, 식량은 넘쳐났다. 망령들을 먹이려고 들고 온 것을 온전히 입에 넣을 수 있게 된 거나 마찬가지니까.

         

       "가져가라니까?"

       "하, 하지만…"

       "물론 공짜는 아니야."

         

       나는 손을 들어 올렸다. 엘프들이 힉 하고 물러섰다.

         

       "서, 설마 아까와 같은…일을…?!"

       "아까? 뭐?"

       "그…그…엉덩이를…"

       "…흐응?"

         

       나는 손가락을 움직였다.

         

       "맞고 싶어?"

       "그, 그럴 리가 있나요?!"

       "저, 저희는 긍지 높은 엘프!"

       "아무리 은인이라도 그 이상은 화낼 겁니다!"

         

       엘프들이 소리쳤다. 하지만 유독 한 명만은 소리치지 않고 있었다.

       눈에 하트를 띄운 채 침을 꼴깍 삼키는 플로라. 눈이 마주치자 슬쩍 시선을 피하는 게 확실해 보였다. 떠오른 홍조. 왠지 모르게 내미는 엉덩이.

         

       누가 마조 엘프 아니랄까 봐, 혼자서만 저러냐. 뭐…나머지도 어느 정도 마조끼가 있는 거 같아 보이지만.

         

       녀석들의 엉덩이를 확실히 찰졌다. 때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심취하고 말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나중에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돼."

       "부, 부탁이요?"

       "그래. 어려운 거 아니니까."

         

       나는 나가에게 말을 걸었다.

         

       "나가님."

       -네. 듣고 있어요.

         

       벽에 달라붙어 있다시피 한 피난민들을 흘깃 바라보았다.

         

       "이 녀석들을 전부 흡수하면 어떻게 될까요?"

       -…솔직히 모르겠어요. 너무 큰 마이너스 에너지에요. 흡수한다고 해도, 완전히 소화할 수 있느냐는 다른 영역이에요. 오히려 몸을 해칠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척하는 건…어떨까요? 최소한의 한이 풀리면 그들 스스로가 협조할 거예요. 평온한 안식이라면, 저들 또한 바라던 것일 테니까요…

         

       굶주림이라는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척 선심을 쓰라는 말이지? 내가 생각하던 방향과 일치하는군.

         

       "나가님도 보면 은근히 사악하다니까요."

       -치, 칭찬인…가요?

       "당연하죠. 제가 지금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건 나가님밖에 없는 걸요."

       -아으으…저…저…노력할게요…!

         

       이야기를 들어준다라.

         

       어디서부터 해야 할까. 나는 쓱 구석에 박혀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아내로 보이는 듯한 여자를 껴안은 남자.

       지상에서 가장 먼저 마주쳤던 피난민이다. 도시락을 먹어서 피부가 살짝 좋아진 그의 앞에 앉았다.

         

       움찔거린 그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사, 사제님…아내가…아내가…"

         

       껴안고 있는 여자는 상태가 좋지 않았다. 피부 전체가 검게 뒤덮였고, 알 수 없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아으…아으…아으…"

         

       그래.

         

       저게 정상이지.

         

       그를 제외하고는 피난민들의 피부 대부분이 검게 뒤덮여 있었다. 반점처럼 드문드문 자리 잡은 건 몇 존재하지 않았다.

         

       "써, 썩은 내…"

       "쉿."

         

       나는 플로라의 입을 막았다.

         

       온몸이 검은 게 아닌, 반점만 존재한다는 건 다른 사람의 살을 뜯어 먹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설령 먹었다고 해도, 아주 적게만 먹은 것이겠지.

         

       그나마 양심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이들의 고통보다, 스스로의 고통을 선택했다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눈앞의 피난민을 착하게 볼 수 있느냐.

         

       …그럴 리는 없지.

         

       애초에 이곳의 피난민들은 정상인이 없다. 전부 살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버린 이들뿐이다.

         

       파라메르의 고위층들.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서 수백만 명의 파라메르 인들을 길거리에 내던졌던 인간들.

         

       거기다가 이 녀석들의 죄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파라메르의 고위층들 대부분은 파라메르 중앙의 시계탑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사람들이었다.

         

       즉 쓰레기 중의 쓰레기라고 할 수 있지. 위선자나 다름없다. 내가 설령 되살린다고 해도, 알아서 벌을 받아 죽는 녀석들이지.

         

       "형제님."

         

       상냥하게 속삭였다.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시지 않겠습니까? 형제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사실 다 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주는 척하며 공감해주마.

         

       하나부터 열 끝까지 다 뜯어먹기 위해서!

         

       남자가 흐느꼈다. 목소리가 기어들었다.

         

       "아…아아…배가…배가 고파서…사제님…배가 너무 고픕니다…"

       "같이 기도하시죠."

         

       나는 그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나가께서 당신을 보살펴주실 겁니다."

       "…뭔가 신이 바뀐 듯한…?"

         

       조용히 해라.

         

         

         

         

       . . .

         

         

         

         

       플로라는 눈을 깜빡였다.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 사제를 쳐다보았다.

       자비로운 표정. 가끔 끄덕여주는 머리.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영락없는 신실한 사제였다.

         

       하지만 뭐랄까. 플로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얼굴은 찡그렸다.

       차마 구역질이 나서 들을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뭐라고요?"

         

       귀를 후벼 파고 싶다. 들었던 것을 도로 내뱉고 싶다.

       플로라는 진심으로 그러기를 원했다.

         

       "이 거대한 시계탑에…열 살도 채 되지 않는 아이들을 밀어 넣었다고요? 식사도 제대로 안 챙겨주고?"

       "아, 아이들이 성장하면 부품에 몸이 걸릴 수도 있었습니다. 필요한 절차였습니다. 그들은 어차피 노, 노예였습니다. 파라메르의 시민이 아니었으니…"

       "노예는 사람이 아니에요?"

         

       남자가 흐느꼈다.

         

       "하, 하지만 시계탑은…파라메르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안은 복잡한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성인이 들어갈 만한 공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일할 수 있는 건 아이들밖에 없었습니다."

       "그럼 철거하셨어야죠! 아니면 더 돈을 투자해서 방법을 고안하던가!"

       "하지만 파라메르의 한정된 예산으로는…그것이 제일 효과적인…"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자하드가 플로라의 어깨를 붙잡았다. 고개를 저었다.

         

       가만히 있으라는 뜻에 플로라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왜?

       대체 왜?

         

       그딴 상징이 뭐라고, 이딴 시계탑을 유지하는데 아이들을 갈아 넣었단 말인가?

         

       "파, 파라메르는…파라메르는…제국 기술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남자가 과오를 떠든다. 마치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일을 했다는 듯이, 덜덜 떨었다.

         

       "시계탑은 파라메르가 번화하기 이전부터 있었던 장소입니다. 우리에게 있어선 전통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굳이 사람들이 시계탑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더라도…반드시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물건 중 하나였습니다."

       "이해합니다. 형제님."

         

       플로라는 자하드의 옆 얼굴을 흘깃 바라보았다. 입으로는 이해한다면서 눈은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시, 시계탑은…아까도 말했다시피…파라메르의 상징이라 어떻게든 유지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어린 노예를 도시 차원에서 사들였습니다. 이 거대하고 큰 시계탑을 움직이고 청소하려면…적어도 백 명의 아이는 필요했습니다. 아아…사제님…저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배가 고픕니다…배가 너무 고파요…아내가…아내가…"

       "모두 말하면 굶주림 또한 사라질 겁니다. 형제님. 천천히 하나하나 말해주시죠."

       "파, 파라메르의 시계탑은…노예 아이들에 의해 관리되었습니다. 아리스도 그런 아이 중 하나였죠. 정확히 말하면…아리스는 처음에 아리스라고 불리지 않았습니다. 이름 없는 노예였을 뿐이었죠…그 이름을 들었던 것도, 그날 밤이 처음이었습니다."

         

       남자가 손가락을 물어뜯었다. 익숙한 듯 살점을 삼켰다.

         

       "시계탑 안은…복잡한 부품뿐만 아니라…위험한 톱니바퀴로도 가득한 공간입니다. 아이들이 일하다가 사고로 죽기 쉬운 환경이었죠. 아이가 죽으면…새로 사오고…아이들에게 다른 아이의 시체를 청소하라고 시키다 보니…그 아리스라는 아이도 시계탑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노예를 관리하던 제가 기억합니다…아마…1721번째…아이였던 걸로…"

         

       플로라는 역겨움에 솟구쳐오르는 위액을 억지로 삼켰다.

         

       이 미친 인간 새끼들이.

         

       자하드가 한숨을 내쉬었다. 손을 내밀어 남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파라메르 전체가 동의했던 것이로군요."

       "마, 맞습니다…저, 저는 반대를 했었습니다만…그, 그래도 저 혼자만의 목소리로는 작아서…"

       "그렇군요. 어쩔 수 없었겠습니다. 형제님은 그러면…그 아리스라는 아이가 몇 살인지 알고 계십니까?"

       "아, 알고 있습니다. 10살에 팔려와…정확히 7년째에 그 일을 저지른…아니…지금은 몇 살이지…지금이…지금이 언제입니까?"

       "형제님. 괜찮습니다. 숨을 크게 들이켜세요. 아리스가 힘을 얻게 된 건 언제입니까?"

       "아, 아리스는…아리스는…"

         

       남자가 헐떡였다.

         

       "그날…그날이었습니다…검은 안개가 파라메르 전체를 감쌌습니다. 인간이 뒤틀리고 서로를 물어뜯었습니다. 저와 제 아내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이 쉘터로 도망쳤지만…여기는 안전하지 않았습니다. 소녀가 있었습니다. 모든 일의 원흉…그녀가…아리스가 저희에게 손을 흔들어주었습니다."

       "……"

       "어둠이 일렁거리고, 이상한 발톱 같은 것들이 쏟아졌습니다. 하, 하지만 다행히 맞서 싸울 수 있는 이들이 존재했습니다. 파라메르의 고위층들…저희에게는 저희를 지켜줄 사람들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아리스를 시계탑의 지하에 가두는 게 한계였습니다. 대부분이 죽고, 소수의 인원이 살아남았습니다. 저와 제 아내 또한…간신히 목숨을 부지했습니다. 하지만…어찌 된 영문인지…"

         

       흐느끼는 소리. 플로라는 인간의 울음소리가 이토록 징그러운지 처음 알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노예를 물건 다루듯이 하던 인간이 대체 어떻게 죄가 없는 척을 할 수 있는 걸까.

         

       "문이 잠겼습니다…저희는 나갈 수 없었습니다…보관하던 식량이 다 떨어지자…먹을 게 없어서…그래서…서로를…서로를 먹는 이들이 존재했는데…아아…신이시여…저는 먹지 않았습니다! 저는 먹지 않았다고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저, 저희는…분명 서로를 먹었음에도…이상하게 죽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먹힌 곳에 썩은 살이 돋아났습니다. 아리스가 웃는 소리도 같이 들렸습니다. 그렇게 먹히고…굶주리고…아무리 먹어도 배가 불러지지 않아서…그래서…음식이…음식이 필요했는데…"

       "문이 열렸군요."

       "네, 네…열렸습니다. 그리고 사제님을 만났습니다…아아…사제님…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제 아내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겠습니까…"

         

       남자가 무릎으로 바닥을 기었다. 머리를 몇 번이나 엎드리며 속삭였다.

         

       "제 아내에게 먹을 것을 주십시오…사제님…제발…이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주지 말라고 플로라는 외치고 싶었다. 남의 목숨을 헌신짝 다루듯 내던진 녀석을 뭐 하러 먹인단 말인가?

         

       거기다가 아이들이다. 희생당한 아이들은 목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 그저 당하기만 하는 게 최선이었을 어린 아이들.

         

       플로라는 목소리를 냈다. 가로막는 자하드를 뿌리치고 그에게 물었다.

         

       "그, 그러면 그 아리스라는 아이…아니, 노예였던 아이들은 어떻게 살았죠? 그 7년이라는 세월 동안? 자유를 보장해주었나요? 따로 휴식 시간을 주긴 했어요? 임금은요?"

       "…예?"

         

       남자가 진심으로 이해 안 간다는 듯 머리를 갸웃거렸다.

         

       "노예들은…시계탑에서 살았습니다. 도망칠까 봐 그곳에서 살게 했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다른 복지 같은 것들은…"

       "파, 파라메르의 예산은 한정되어 있어서…"

       "그러면 당신은요? 반대했다고 한 당신은 그들을 위해 뭘 해줬어요?"

       "저, 저는…."

         

       남자가 시선을 피했다.

         

       "시, 시간이 없어서…"

         

       …아.

         

       플로라는 깨달았다. 석궁에 손을 올렸다.

       이 씹어먹을 것은 그저 입으로만 어쩔 수 없다고 떠들어댔던 것뿐이다!

         

       이 빌어먹을 씹새끼가!

         

       "이, 이…악마 같은…인간들이…!"

       "가만히 있어. 플로라."

       "하, 하지만! 이걸 어떻게 가만히…!"

         

       자하드가 손을 내밀었다.

       목소리는 무거웠다.

         

       "너희 또한 날 죽이려 했잖아.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어?"

       "그, 그건…!"

       "관점의 차이일 뿐이야. 우리는 누군가에게는 항상 위선자지. 너도 같고, 나도 같아. 서로의 이득을 위해서 타인을 죽이려 하는 사람들."

         

       자하드가 익숙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삶은 지옥이지. 지옥에는 악마밖에 없어. 덜 나쁘고, 더 나쁘고의 차이일 뿐이지."

       "하, 하지만…"

       "괜찮아."

         

       자하드가 허리를 숙였다.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대로 끝낼 생각 없으니까."

         

       자하드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남자의 어깨를 탁 잡았다.

         

       "형제님. 괜찮습니다."

         

       싱긋 웃었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기 마련이죠. 저 또한 그렇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리 착하게만 살아오지는 않았죠."

       "아아…사제님…저, 저는 정말로…"

       "말씀하다 보니 마음이 좀 진정되셨습니까?"

       "네, 네…이, 이제는 배고픔만…해결된다면…사제님…사제님…먹을 것을 부디…"

       "진정되셨다니 다행입니다. 굶주림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손이 남자의 어깨를 파고들었다.

         

       "이제 배고프실 일은 없을 테니까요."

       "…예?"

       "나가의 품으로 돌아가시면, 더 이상의 굶주림은 없을 겁니다. 영원한 고통도 없는 평온함만이 가득한 세상이죠. 죄가 없는 자들은 모두 안식에 스며들게 될 것입니다. 형제님도, 형제님의 부인도 이제는 전부 괜찮습니다."

         

       자하드의 속삭임은 뱀과 같았다. 플로라는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뭐지. 이 인간.

         

       애, 애초에 원래 모시고 있던 저 사람이 모시고 있던 신은 태양신…이었지 않았나…?

         

       "고생하셨습니다. 형제님."

       "아…아아…"

       "고통 없는 세상으로 가시죠. 길은 제가 인도하겠습니다."

       "고…고통 없는 세사아앙…"

         

       남자의 소리 없는 비명이 그의 손끝을 타고 흘러내렸다. 썩은 살덩어리가 무너지고 일렁거리는 검은 어둠이 자하드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후."

         

       맛있는 음식을 먹은 것처럼 입맛을 다신 그가 활짝 웃었다.

         

       "어휴. 시발. 공감하는 척하느라 힘들었네."

       "뭐, 뭘 하신 거예…요…?"

         

       자하드가 쓱 그녀를 돌아보았다. 고민하듯 고개를 까딱였다.

       대답은 곧바로 나왔다.

         

       "…정의 구현?"

         

       플로라가 벙쪘다.

         

       누가 봐도 악당이잖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화 분량 한 번에 올려요!

    도중에 끊기 애매하네요

    다음화 보기


           


The Paladin Monopolizes the Sacred Relics

The Paladin Monopolizes the Sacred Relics

성기사가 성물을 독차지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n a world where magic reigns supreme and the influence of gods wanes, a young boy finds himself unexpectedly thrust into the role of an acolyte in the declining Sun God’s Temple. Blessed with the divine stigma of the Sun God, he must navigate the temple’s internal politics, the hostility of his fellow acolytes, and the challenges that come with his newfound powers.

As he delves deeper into the mysteries of the temple, he discovers hidden secrets and powerful artifacts that could change the course of his destiny. With the guidance of an enigmatic senior acolyte and the unwavering faith in his own abilities, he sets out to prove his worth and carve his own path in a world that has all but forgotten the true power of the div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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