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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

       마스터와 첫 만남을 잊을 수가 없다.

       

       

       내 동생을 지키기 위해서. 고블린에게서 내 몸을 던졌던 그때. 솔직히 죽음을 각오했었다. 만약 그때 마스터가 구해주지 않았다면. 분명히 죽었겠지.

       

       

       어쨌든 마스터의 자비로 나와 내 동생은 길드에 소속될 수 있었다. 그 뒤로 정말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건 나중에 기회가 되면 풀어보기로 하고.

       

       

       <가족 같은 길드에 어서 오세요!> – 1권 2p에서 발췌.

       

       

       * * *

       

       

       5년.

       

       

       확실히 인간에게는 긴 시간이지만. 강산이 바뀌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시간. 그러나 적어도 영웅과 신화의 도시 기드온은 확실하게 번영하고 있었다.

       

       

       먼저 고아원이나 병원 같은 공공 시설들이 설립되었고. 신입들을 위해서 부상당한 영웅들을 고용하여 신입을 가르치는 훈련장도 이곳에 신설되었다.

       

       

       당연히 못 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훌륭한 성과를 내보이고 있었다. 실제로 신입들의 사망률이 크게 줄었으니.

       

       

       여러모로 훈련장은 기드온의 새로운 변화의 상징이 되었다. 과거, 약육강식이라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곳으로 변회되었다는…….

       

       

       “아이를 낳을 때, 기분 어땠어?”

       

       

       “…….”

       

       

       정작 거기서 난감한 질문을 하는 소녀가 있어서 문제였지만. 검은색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은 황금색 눈동자를 가진 소녀의 질문에 한스는 답했다.

       

       

       “나한테 그런 걸 묻지 마라.”

       

       

       “그럼 소피아 언니에게 물어봐야지.”

       

       

       “나중에. 지금은 바쁘니까 빨리 가라.”

       

       

       결국 참지 못한 한스에게서 쫓겨난 소녀였다. 하긴, 대뜸 찾아와서 난감한 질문을 하고 있으니. 한스 입장에서는 좋게 쳐줘도 불청객에 지나지 않았다.

       

       

       “쳇. 비싸게 굴기는.”

       

       

       단숨에 훈련장에서 내쫓긴 소녀는 혀를 차면서 걸음을 옮겼다. 옛날과 다르게 지금 기드온의 거리에는 활기가 넘쳤다. 이게 전부 다 마스터 덕분이지.

       

       

       적어도 약하다는 이유로 갑자기 목숨을 잃거나. 가족을 빼앗길 일은 이제 사라졌으니까. 덕분에 기드온은 고작 5년만에 훨씬 더 크게 번영하고 있었다.

       

       

       물론 부작용도 있었다. 어중이떠중이들이 영웅이랍시고 목에 힘을 주고 다니는 주제에. 정작 의뢰를 실패하거나 도망쳐서 신용도를 떨어뜨린다거나.

       

       

       아니면 탈세한다거나. 다른 지역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등. 문제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걸 들먹이며 과거로 돌아가자고 하는 자들도 있었고.

       

       

       “전부 개소리지.”

       

       

       길드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던 그녀의 동생 지니가 강하게 반박했다. 언니와 똑같이 검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는 그야말로 소녀와 판박이었다.

       

       

       “강경파는 항상 그게 문제야. 죽어라 나쁜 것만 찾아보고 물고 늘어지지.”

       

       

       “왜 그렇게 화가 많이 났어?”

       

       

       “언니가 매일 강경파들 상대를 해봐. 아마 짜증나다 못해 혐오스러울껄?”

       

       

       아예 진절머리를 치는 지니의 모습에 소녀는 피식하고 웃으며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린 시절부터 길드 직원으로서 영재 교육을 받은 덕분일까.

       

       

       지니는 15살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재 철의 방패의 8할에 해당하는 사무직 업무를 혼자서 해결하고 있다. 이 정도면 거의 재능의 영역이 아닐까.

       

       

       “심지어 어떤 사람은 나보고 길드를 배신하라고 했던 거 있지?”

       

       

       “누구인데?”

       

       

       “이미 카인 선배가 박살냈어.”

       

       

       “왜 그 사람이 선배야. 들어온 건 우리가 먼저인데.”

       

       

       토라진 듯한 소녀의 말에 지니는 쓴웃음을 지었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언니는 같은 길드의 사람들마저 경쟁의 대상으로 보고 있었다. 뭐, 당연한가.

       

       

       “부길드장 자리를 빼앗겨서 그래?”

       

       

       “아니.”

       

       

       “의외네. 마스터에게 가까이 갈 수 있다고 좋아할 줄 알았는데.”

       

       

       “카인의 경험은 나보다도 훨씬 위니까.”

       

       

       소녀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분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카인은 방랑자로서 수많은 경험을 쌓았다. 단순히 경험만 따지면 한스보다도 더 위였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여 과분한 자리까지 떠맡을 정도로. 소녀는 분별이 없지는 않았다. 물론 마스터에게 가장 가까이 있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나중에. 경험을 더 쌓고 난 뒤에 가져가도 충분하니까. 후룩하고 찻잔에 담긴 차를 마시는 소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지니는 툭하고 폭탄을 터드렸다.

       

       

       “그래서, 마스터에게는 언제 고백하려고?”

       

       

       “푸흡! 콜록콜록!”

       

       

       “괜찮아?”

       

       

       “안 괜찮아. 미친년아, 왜 갑자기 헛소리야?”

       

       

       아아. 또 시작이네.

       

       

       격하게 부정하는 자신의 언니의 모습에 나오는 것은 깊은 한숨뿐이었다. 좋아하고 존경하는 언니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지금 이 모습은 너무 답답했다.

       

       

       애초에 굳이 지금까지 남장을 하고 다닐 이유조차 없을 텐데. 지금의 안정감에 푹 빠져버린 언니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뭐.

       

       

       이해는 한다. 자칫 잘못하면 지금의 관계조차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릴 테니까. 그래서 지니는 더 이상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했다. 자신도 비슷하니까.

       

       

       “나는 이만 가봐야겠다. 업무가 아직 남았거든.”

       

       

       “그나마 길드가 집이라서 다행이네.”

       

       

       “언제까지고 길드에서 살 수는 없겠지만.”

       

       

       “그런가?”

       

       

       동생의 당찬 포부에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돈을 모아서 집을 사려는 지니와 다르게. 소녀는 길드에서 나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나갈 이유도 없고.

       

       

       ‘결혼하면 집을 사야겠지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소녀는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내, 내가 방금 무슨 생각을 한 거지? 결혼이라니. 하지만 나쁘지 않을지도.

       

       

       ‘쯧쯧, 중증이다. 중증이야.’

       

       

       혼자서 얼굴을 붉히며 좋아하는 언니의 한심한 몰꼴을 모두 목격한 지니는 한숨을 내뱉었다. 당장 화장으로 남자인 것처럼 꾸미는 것부터 그만둘 것이지.

       

       

       물론 만개한 꽃처럼 소녀의 어여쁜 외모는 화장으로 감출 수 있는 것이 아니었지만. 옷도 남자처럼 입고 다니고, 또 머리카락까지 남자처럼 해놓은 덕에.

       

       

       아무것도 모르고 보면 예쁘장한 남자로 착각할 정도였다. 덕분에 이런 쪽에 둔감한 마스터는 아직까지도 언니가 여자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그냥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하는 건지.’

       

       

       지니는 머리를 긁적이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튼 확실하게 정해. 언…….”

       

       

       “쓰읍.”

       

       

       “알았어, 알았어. 지크 오빠. 됐지?”

       

       

       소녀, 지크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 * *

       

       

       법국과 기드온.

       

       

       어째서 두 개로 나눠졌는지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단 하나, 분명한 사실은. 법국과 기드온은 서로 멸시한다는 것뿐. 다른 가치를 추구하니까.

       

       

       법국은 주신께 모든 것을 바쳐서 충성하며. 나아가서 모든 것은 신의 섭리를 절대적으로 따라야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기드온은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

       

       

       법국에 비하면 기드온의 행색이 매우 가볍기 때문에. 법국은 기드온을 한량들이라며 무시하고. 기드온은 법국을 진지충 샌님들이라고 대놓고 모욕한다.

       

       

       그러나 이렇게 사이가 안 좋아도. 막상 법국과 기드온이 서로 칼부림을 하는 경우까지는 의외로 거의 없다. 어쨌거나 함께 마수를 처치하는 동료들이니까.

       

       

       “최근에 법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철의 방패 산하 길드이자 기드온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크레타 길드의 마스터. 아스테리오스는 최근 준동하기 시작한 법국의 움직임을 그에게 보고했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주변 국가들을 무력으로 통일하고 있다.”

       

       

       “무력으로 통일하고 있다고?”

       

       

       “그래. 말보다 직접 보는 게 더 빠르겠지.”

       

       

       아스테리오스는 책상 위에 거대한 지도를 꺼내서 펼쳐보였다. 그리고 잉크를 묻힌 펜을 사용해서 선을 그었다. 이윽고, 아스테리오스의 선이 완성되었다.

       

       

       법국이 점령하거나 침공하고 있는 모든 국가들의 국경선을 하나로 연결시켰더니. 기묘하게도 기드온을 포위하는 형세가 되었다. 아이작은 혀를 내둘렀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절묘하군.”

       

       

       “대비를 해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까지 법국과 기드온의 영웅들이 부딪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작은 다툼에 불과할 뿐. 법국의 전력이 직접적으로 향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전에 없다고 후에도 반드시 없다는 보장은 없다. 심지어 심증이지만 너무 절묘하게 보이지 않은가. 아스테리오스의 말에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건에 대해서는 네게 모두 일임하겠다.”

       

       

       “내 의견을 진지하게 들어줘서 고맙군.”

       

       

       “타당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아스테리오스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테리오스가 벗어난 방에는 아이작 혼자 남겨져 있었다. 아이작은 한숨을 내뱉으면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벌써 5년이 지났나.

       

       

       아직 원작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2년 정도 남았다. 지크가 대략 20살 초반에 원작의 사건이 일어나니까. 물론 원작 따위는 아무래도 괜찮은 아이작이지만.

       

       

       뜬금없이 법국이 갑자기 움직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물론 원작에서도 법국이 메인 빌런으로 나오긴 하지만. 그건 대략 15권 정도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나 때문에 원작이 크게 뒤틀린 건가?’

       

       

       아주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작은 이내 전부 털어버렸다.

       

       

       원작이랑 다르면 뭐 죽기라고 하나?

       

       

       이미 정하지 않았나? 내가 가는 길이 원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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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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