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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

       “지금부터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할게.”

       “….”

        “미안! 미안!! 흠흠! 다, 다시! 상세히 설명할게, 요?”

         

       

       그냥 편히 말하라는 뜻으로 쳐다보고 있었을 뿐인데 아까부터 자꾸 저런다.

         

       안심하라고 말할까도 싶었지만 저쪽은 요람의 학생이 아니라 악마. 비록 전향을 희망하고 있다지만 아직까지는 ‘적’ 이기에 과도한 친절은 지양해야 한다.

       무엇보다 바로 옆에 제국의 고위급 인사도 있으니 혹 이상한 말이 없도록 처신 잘 해야 한다. 라고 데우스는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가 무슨 포지션을 보이든 외무성 장관은 아무 상관도 안 할 테지만 말이다.

       애당초 악마를 셋이나 때려죽인 남자더러 ‘악마에게 너무 친절하게 군다.’ 따위의 말은 개소리에 불과하기도 하다.

         

       

       “일단 첫 번째로… 여기서 나는 최대한 너희들에게 협조적으로… 두 번째로는 역시나….”

         

       

       최대한 열심히, 아주 상세하게 떠드는 아스타로트. 물론 이 모든 건 그녀가 아닌 남자의 머릿속에서 나온 말들이었지만 외우는 건 그녀 또한 자신이 있었다.

       해서 모든 노력을 기울인 결과물이 마침내 데우스의 앞에 전부 펼쳐졌을 때.

         

       

       “그러니까.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가만히 앉아만 있자니 살짝 몸이 뻐근해져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투신이 입을 연다.

         

       

       “이제부터 제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그게 무엇이든, 어떤 조건에서든 감당하겠다.”

        “응.”

        “그리고. 지옥으로 가고 싶다면 그 방법 또한 찾아볼 수 있다.”

       “맞아.”

       

         

       제국에 충성하든 이 세상을 위해 싸우든 그런 건 딱히 관심 없다. 그러든 말든.

       하지만 두 번째 조건은 상당히. 아니, 아주 많이 흥미가 꽂힌다. 지옥으로 가는 방법을 찾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다니.

         

       당장 지옥으로 쳐들어갈 인원들까지 추려내곤 있지만 정작 그 방법에 대해선 오리무중이었다.

       게이트를 역으로 타고 가나 싶었지만 그게 가능했다면 진작 다른 이능력자들이 발견했을 터.

       무언가 다른 수가 필요한데 그걸 이쪽에선 알아낼 수가 없다. 애당초 게이트를 연 것도 저쪽이고 오고가는 게 가능한 것도 저쪽이지 않았나.

         

       이능력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건너오는 걸 잡거나. 아니면 게이트를 넘어가도 딱 그 안만 정리한다거나. 이 둘이 전부다.

       아예 공간을 가르고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는 일은 이능으로도 불가능한 상태였다.

         

       

       “일단 말이야. 마음에 들어. 그것도 굉장히.”

        “그래?! 다행이네!”

       “하지만 문제가 남아있는 부분도 존재하지.”

         

       

       지옥으로 넘어가는 일은 어디까지나 자신에게만 좋은 일이다. 제국 입장에선 오히려 별로다.

         

       어차피 저쪽은 이제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한다. 에너지를 다 소모한 터라 악마가 아니라 몬스터를 보내야 하는데, 이게 또 예전처럼 제대로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

       제국의 이능력자들은 더욱 효과적으로 몬스터를 죽이고 게이트를 닫고 있다. 여전히 재앙이긴 하나 세계멸망 급의 수준은 더는 아니다.

         

       그러니까 이 상황에서 지옥으로 향하는 문을 여는 건 제국에세 하등 이득이 없다는 뜻.

         

       

       “첫 번째로. 지옥으로 향하는 문을 열 때 너희들이 하는 것처럼 건너가는 것만 되고 반대로 넘어가는 걸 방지할 수 있어야 해.”

        “….”

        “두 번째. 거기서 영원히 살 것도 아니니 당연히 돌아올 걸 감안하고 있어야 하지.”

       

         

       이 부분들에 대한 생각들도 다 해둔 거냐고. 데우스의 질문이 떨어진다.

       그러자 아스타로트가 어, 음. 하고 무언가 설명하려다가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아. 아무래도 안 되겠다. 야. 네가 나와서 말 좀 해. 어려운 건 딱 질색이라고. 귀찮아!’ 라고 중얼거린다.

         

       

       “에휴.”

       

         

       직후 한숨 소리와 함께 아스타로트의 뒤에서 무언가 불쑥 솟아난다.

       곁에 있던 외무성 장관이 기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데우스가 무덤덤하니 그도 곧 평정심을 다시 찾고서 자리에 앉았다.

         

       

       “구면이군요.”

        “그러네.”

        “일단, 아스타로트 님을.”

        “….”

        “흠흠. 아스타로트를 대신하여 제가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괜찮으십니까?”

         

       

       얼마든지. 네가 내어준 정보는 정말 유용했으니까. 믿어도 될 것 같아.

       허락이 떨어지자 남자는 감사합니다, 하고 우아하게 인사를 건네고선 입을 열었다.

         

       

       “가장 먼저 첫 번째 부분에 대한 것입니다. 지옥으로 향하는 문을 열 때 이쪽만 이용이 가능하고 저쪽은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자면 가능은 합니다.”

        “가능은 하다?”

        “예. 대신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에너지라는 말에 데우스의 인상이 팍! 하고 굳는다. 그러자 남자는 물론이고 아스타로트, 심지어 외무성 장관까지 흠칫! 하고 기겁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항상 드는 생각인데, 대체 누가 악마이고 누가 사람인지 헛갈린다.

         

       

       “그 에너지라는 게 막 부정적인 감정 어쩌고 라든가.”

        “그건 어디까지나 저쪽에서 문을 열 때만 해당입니다! 지옥에서는 그 부정적인 감정이 주된 원동력이기에 그렇지요! 하지만 여기는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여기서는 뭐를 주로 쓰는지요?!”

         

       

       마나인가? 그렇게 대답하면 되겠지? 이능도 있긴 한데 그건 체력을 소모값으로 쓰니.

       그런 쪽으로 대답을 해주자 남자는 ‘그러면 그 마나로 어떻게든 제가 만들어 보겠습니다. 마침 제가 또 문을 여는 게 참 실력이 좋거든요!’ 하고 너스레를 떤다.

       사실인가 싶어 아스타로트를 바라보니 맞다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믿어도 될 것 같다.

       

       

       

       “두 번째는 첫 번째 부분의 연장선이군요. 당연히 돌아올 수 있도록 유지도 시켜보겠습니다. 이건 이곳의 에너지보다는 제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긴 하지만… 뭐, 아스타로트의 피만 있으면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니까요.”

        “잠깐만. 갑자기 거기서 내 피는 왜 나와?”

        “당연한 걸 또 왜 물어보십니까. 제가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생각해보면 답은 금방 나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피? 피라.

       

         

       “혹시 저 여자 피가 필요하다면 빼주는 건 내가 해줄 수 있어. 안 아프게.”

       “피가 나는데 안 아플 수가 있습니까?”

        “가능하지.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빠르게 해주면 돼.”

       

       

       농담이다. 설마 정말로 그럴까. 하지만 둘은. 아니, 셋은 진담으로 들은 모양이었다.

         

       

       “살려줘. 제발.”

        “살려주십쇼. 제발.”

        “데우스 학생? 그, 그래도 죽여선 안 된다네.”

        “농담입니다, 농담.”

       

         

       저쪽이 내놓을 수 있는 패는 다 내놓았고 데우스와 제국은 그 패를 확인했다.

       이 정도면 그냥 악마로서의 모든 걸 포기한다고 보는 게 맞다. 살기 위해서 다 드러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이걸 어떻게 포장하느냐, 그거인데.”

       

         

       외무성 장관이 슬쩍 입을 열자 이번에도 답한 건 남자 쪽이었다.

       

         

       “미리 말하자면, 아스타로트는 짐승들을 길러서 문 너머로 보낸 적이 없습니다.”

        “정말로?”

         

       

       그걸 우리가 어떻게 믿어. 네 말을 어떻게 증명할 건데. 라는 시선으로 바라보자 남자가 급히 말을 덧붙인다.

         

       

       “아스타로트는 나태함의 극치를 달리는 여자입니다. 어찌나 뒹굴거리는지 밥도 제가 해야 하고 청소도 제가 해야 합니다. 사실 저를 만든 게 노예가 필요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야.”

       “조용히 계세요. 솔직히 사실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이렇게 넘어올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아스타로트가 너무 나태해서. 이리 움직일 거라고 저쪽이. 아니, 악마 놈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겁니다.”

         

       

       지옥에서 왔음에도 이제는 악마들을 향해 서슴없이 놈, 놈 하고 있다. 이 어찌 완벽한 태세전환인지! 외무성 장관이 옆에서 키야, 하고 감탄을 내뱉을 정도다.

         

       

       “거기에 남부에서의 일도. 데우스 님도 아시겠지만 누구도 해치지 않았잖습니까. 혹시 그 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인간이 있습니까?”

        “없지.”

       “바로 그겁니다. 여기 아스타로트는 비록 악마이지만 악마일 뿐이지 정작 여기에 무언가 큰 피해를 준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전향을 할 때 이 부분을 강조한다면 제국이라는 곳이 난처함을 겪는 일은 없을 겁니다.”

         

       

       어떻게 이 정도로 대화를 하는데 1초도 쉬지 않고 저리 말을 퍼부을 수 있나 싶다.

       오죽하면 옆에 있던 외무성 장관이 ‘저거 외무성으로 데리고 오고 싶네.’ 라고 중얼거리고 있을까.

         

       

       “흠흠. 데우스 학생. 저 정도면 제국으로 받아들이는 거에 대한 부분은 외무성에서 감당할 수 있네.”

       “그렇군요.”

       “하지만 황제 폐하께서 직접 명을 내리시길, 악마에 대한 모든 부분은 데우스 학생에게 일임하시겠다 하셨으니 나는 자네의 결정을 기다리겠네.”

         

       

       악마를 때려잡은 것도 자신이고 놓아준 것도 자신이니 알아서 처리하라는 건가.

       잠시 생각하던 데우스는 아스타로트와 남자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아스타로트.”

        “응. 아니, 네!”

        “…그냥 편하게 말해. 그리고 그쪽은… 음. 혹시 이름 같은 거 없나?”

        “어, 음. 생각해보니 이름으로 불려본 적이 없는 거 같습니다.”

       

         

       그러자 데우스는 아스타로트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는 ‘아니. 네 일부로 만들었다면서 이름도 안정했어? 진짜 노예로 만든 거냐?’ 라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진짜 너무한 악덕주네.”

       “뭐라는 거야. 나만큼 잘 챙겨주는 악마가 어디 있다고.”

       “아무튼. 이름이 없다면, 그래. 너는 이제부터 이 이름으로 불린다.”

       

         

       전향서에 쓰여진 아스타로트의 이름. 그 옆에 데우스가 무언가를 적는다.

       그걸 확인한 남자는 곧 그 단어를 따라서 읽기 시작했다.

       

         

       “자비스.”

       “그래. 자비스. 이제부터 네 이름은 자비스다.”

       “혹시 무슨 뜻이나 의미라도 있는 겁니까?”

       “있긴 한데 어차피 설명해도 모를 테니 넘어가자고.”

       “그렇군요. 자비스. 음. 그래도 여명의 나팔, 당신이 붙여준 이름이라면 대단히 좋은 뜻이 있다고 믿겠습니다.”

         

       

       아스타로트와 자비스. 뭔가 조합이 좀 이상하지만 어때. 딱 맞는 이름이구만.

       속으로 클클 웃으며 데우스는 이제 자신의 조건을 펼치기로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 자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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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Overpowered in the Wrong Genre 장르 착각에서 먼치킨으로 살아남기
Score 3.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found myself in an apocalypse novel with no dreams or hope. And because of that, I trained and trained to become stronger in order to survive. “Wait, hold on a minute.” But, one day, I realized I had mistaken the genre of the novel I had transmigrated i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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