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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

       흰 두건은 그분의 위대함을 칭송하며, 자신의 무지를 거듭 되새기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도덕이니 법리니 하는 우스꽝스러운 것들은 가치가 없다. 무한한 지혜를 가진 그분과 비교하자면 인류 문명이 쌓아 둔 수천 년은 얼마나 덧없는가.

       

       세상은 우월한 이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 누구도 빈궁하고 힘없는 약자를 세상의 중심에 두지 않는다. 대부분의 인간은 많은 것을 알고,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이들을 우러러보며 따른다.

       

       그것이 추레하게 무리를 지어 다니는 인간이라는 종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분을 섬기지 아니하느냐?

       

       이 드넓은 우주에서도 으뜸가는 지혜를 품은 존재이시다.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존재하며, 손짓 한 번으로 지구를 지워낼 수 있는 분이시다. 인간의 덧없는 기준으로 비유하자면 그분은 황제이시고, 인간은 비렁뱅이이다.

       

       섬기는 것이 이토록 당연하다. 찬란한 빛을 뿌리는 다이아몬드를 위해서는 쓸모없는 돌덩이를 버리는 것이 맞다. 우주의 저울은 명백하게 그분을 향해 기울어져 있도다.

       

       광신도는 종교적 열락에 취해 도서관을 서성였다. 책장을 발로 차 넘어뜨리고, 담뱃불로 지져 책을 태웠다. 천문학, 지리학, 모두 쓰잘데기 없는 헛된 지식일 뿐이다. 

       

       그러니 미스캐토닉 대학교에 합격하지 못했던 것도, 잔소리가 지겨워 부모를 죽여버리고만 사소한 실수도,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없는 일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는 같은 믿음을 품은 이들을 보았다.

       

       몇몇은 하늘을 우러러 기도를 바쳤으며, 몇몇은 도서관에 남은 깨닫지 못한 인간들에게 진리를 알려주었고, 또 다른 몇몇은 사악한 이단의 금고를 비집어 열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었다.

       

       아브라함.

       

       교주님께서는 그 빌어먹을 노인의 연구가 그분이 오시는 길을 어지럽힐 수 있다고 하셨다. 위대하신 그분께서 진정 강림할 마음을 먹으셨다면, 한낱 노인이 막을 수 있는 행사가 아니겠으나.

       

       우리들은 그분께 ‘부디 이쪽을 봐주십시오’ 하고 애원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비렁뱅이가 황제에게 구걸을 하려거든, 적어도 옆에 쓸데없는 말을 떠드는 미친 노인네가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아니겠는가.

       

       이제 곧이었다. 그분께 애원하고 갈구하는 신성한 의식이 코앞이었다. 4일 후, 7월 14일의 좋은 날에. 교주님과 성녀께서는 수많은 인간을 제물 삼아 커다란 봉화를 피워 낼 것이다.

       

       심장이 미칠 듯이 뛴다. 몸이 떨리고,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광신도는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열락인지, 공포인지도 분간할 수 없었다. 

       

       그때.

       

       도서관 천장에서 푸른빛이 번뜩였다. 

       

       신성한 계시인가? 그분께서 우리들이 정성을 다해 섬김을 알고, 치하의 의미로 푸른 별을 내려주신 것인가? 그렇다면 정말로 복된 일일 것이다⋯⋯.

       

       푸른빛으로부터 그림자가 꿈틀거렸다. 그리고 그것은 이내 사람의 그림자가 되었다. 한 명이 아니었다. 셋이다.

       

       세 사람이 천장으로부터 나타나 떨어져 내렸다.

       

       얼굴 반쪽에 갈린 듯한 흉터가 나 있는 사내가 공중에서 롱소드를 뽑아 들었다. 칼날에 반사된 흰빛이 너무나도 찬란하여, 광신도는 순간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건, 뭔가, 잘못된⋯⋯.

       

       그것이 광신도의 뇌 속에서 일어난 마지막 화학 작용이었다.

       

       스걱-!

       

       베네트는 광신도를 단숨에 베어 가르며 착지했다. 그는 천장 위에서 소환되었을 때 전황 파악을 이미 끝내 둔 상태였다. 그는 외쳤다. 

       

       “교주는 자리를 비웠군.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고 탈출한다!”

       

       “왼쪽부터 죽여버릴게!”

       

       저는 오른쪽! 하고, 니오레는 몸으로 표시했다.

       

       타라는 주먹에 마력을 휘감고, 니오레는 마도서를 펼쳐 들었다. 베네트는 완전히 회복된 마력으로 가속하며 검광을 흩뿌렸다. 

       

       예상치 못한 습격에 광신도들은 패닉에 빠져 죽어 나갔다. 그중 하나가, 세 사람의 얼굴을 보고 눈이 빠질 것처럼 놀라면서 비명을 질렀다.

       

       “⋯⋯너희, 너희는 분명! 교주님의 권능으로 죽었을 텐데-!”

       

       “죽음을 거스르다니! 죽음을 거스르다니-!!”

       

       타라는 성녀복 자락을 휘날리며, 놀라서 반응이 늦은 광신도를 향해 돌려차기를 날렸다. 옆트임이 과한 치맛자락이 휘날리며 타라의 하반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다섯 놈째 베어가고 있었던 베네트는, 타라가 있는 방향에서 시선을 휙 돌렸다. 검은 란제리 팬티가 잔상처럼 뇌리에 남았다.

       

       빠악-!

       

       광신도의 목이 꺾이며 픽 쓰러졌다. 타라는 광신도의 시체를 밟으며 힘차게 포효했다.

       

       “그래, 이 개새끼들아! 아브라함의 원수를 갚으러, 지옥으로부터 돌아왔다-!”

       

       “⋯⋯⋯⋯.”

       

       “⋯⋯뭐, 왜, 뭔데 그런 표정인데 베네트! 원수 갚겠다고 한 게 나빠?!”

       

       “아니, 우리들의 복장이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걸 인지하고 있으라는 거다. 긴급탈출을 한 뒤에 다시 재진입 한 거니까.”

       

       타라는 잠깐 뇌정지가 왔다. 그러고 보니 돌려차기를 날릴 때 나풀거리는 저항감이 없었다. 갈아입었던 이사악의 옷은 좀 걸리적거릴 법도 했는데.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풀 커스텀이 들어간 야시시한 성녀복이었다. 이걸 입고 돌려차기를 날렸으니까⋯⋯?

       

       타라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소리를 빽 질렀다.

       

       “⋯⋯어, 어딜 보는 건데 너!!”

       

       “조력하려고 한 거다, 조력하려고!”

       

       퓨웅-! 푸화아악-!

       

       투사체가 바람 가로지르는 소리가 두 번. 뼈와 살점이 뭉쳐서 만들어진 그로테스크한 창 두 개가 광신도를 벽에 꿰어 박아버렸다. 타라와 베네트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니오레는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댔다.

       

       [쉿.]

       

       “⋯⋯너 때문에 혼났잖아 베네트!”

       

       “웃기지도 않는군⋯⋯. 슬슬 마법이 날아온다, 집중해라!”

       

       우드득, 우드드득.

       

       “끄아아아아아-!”

       

       광신도의 주 공격수단인, 스스로를 번제해서 날리는 보이지 않는 투사체. 처음 목격했을 때에는 감으로 막거나 피하는 것 외에 대응할 방법이 없었지만, 재정비를 마친 지금은 대비책을 준비해 둔 상태였다.

       

       베네트는 투사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공간 확장』!”

       

       [23, 47, 59!]

       

       배낭 등에 걸어 아티팩트를 만들어내곤 하는 공간 확장 주문. 주 전공도 아니기에 숙련도도 떨어지고, 손가락 한 마디의 공간을 두 마디 정도로 일시적으로 부풀리는 정도의 형편없는 출력이었으나.

       

       우우웅-!

       

       니오레의 눈썰미가 더해지면, 공간 주문의 궤적을 빗겨내는 데에는 충분한 힘이 된다. 공간에 약간의 곡률을 주어, 방향을 틀어버리는 것이다. 말하자면 마법적 패링이었다.

       

       보이지 않는 투사체는 궤적이 꺾여, 천장을 뚫어버리고 사라졌다. 

       

       “밤을 새워가며 배운 보람이 있군⋯⋯.”

       

       [통했네요!]

       

       주 공격수단에 대한 카운터까지 갖춘 세 사람을, 일반 광신도들은 막아낼 수 없었다. 도서관은 순식간에 피해 없이 정리되었다. 

       

       양손이 피칠갑이 된 타라는 기지개를 쭉 켰다. 그리고 아브라함의 금고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며 니오레에게 칭찬을 건넸다.

       

       “고생했어, 니오레. 패링 멋지더라!”

       

       [고마워요, 타라.]

       

       “마법을 시전한 건 나다.”

       

       “뭐, 멋지다는 말이 듣고 싶어?”

       

       “⋯⋯그런 소리가 아니잖나.”

       

       “그럼 그런 소리가 아니면 뭔데⋯⋯?”

       

       

       

       일행은 금고 앞에 도착했다. 광신도들이 열어내려고 시도한 듯, 군데군데 찌그러진 흔적이 있었다. 베네트는 쭈그려 앉아서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0714’. 

       

       끼릭, 소리가 들려오며 금고의 문이 열렸다. 

       

       두터운 연구 자료 뭉치가 흐트러진 채로 들어있었다. 손상된 부분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베네트는 자료를 정리해 모아 타라에게 내밀었다.

       

       “타라, 네가 보관해라.”

       

       “어, 나?”

       

       “여기서 네가 제일 방어 능력이 뛰어나지 않나. 신성 마법을 쓸 수 있으니까. 유사시에 단독으로 생존할 확률도 가장 높을 테고.”

       

       “⋯⋯아니, 나 말고. 네가 보관해.”

       

       “⋯⋯⋯⋯?”

       

       “아무튼 네가 하라니까!”

       

       베네트는 타라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타라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이 시선을 피했다. 어째서지. 안 받겠다는 사람에게 강제로 쥐여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베네트는 자신이 연구 자료를 챙겼다.

       

       “우선은 움직이지. 카터 거리의 비밀 안가로 돌아간다.”

       

       베네트가 앞장섰다. 타라가 그 뒤를 따랐고, 니오레는 최후미에서 걸어가며 타라의 뒷모습을 지긋이 쳐다봤다.

       

       타라는 불안과 초조함을 느꼈다. 아브라함이 죽은 뒤 신에 대한 회의를 품은 순간부터, 신성력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었다. 기본적인 신체 강화만 사용하고 있는 이유였다. 

       

       어쩌면, 최악의 경우에는 신성력이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신성력이 사라진 타라는 옷 가게의 여자아이일 뿐이었다. 성녀가 아니게 되는 건, 사실 아무런 유감도 없었지만. 버려지는 건 싫어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확실해지면 털어놓자고⋯⋯ 그렇게 또 한 번, 타라는 미뤄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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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 : 플레이어들에게는 언제나 단기적인 목표가 있어야 한다. 길을 헤매지 않도록, 이 타이밍에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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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터 거리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마땅한 옷을 구할 수 없어서 타라는 자극이 과한 성녀복 그대로인 채였습니다.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건지, 아카데미에서는 사람으로 빼곡한 길거리도 그 차림으로 뻔뻔하게 돌아다니더니. 이제는 베네트가 돌아보기만 하면 앞을 보라고 역정을 냈습니다.

       

       “⋯⋯후천적인 부끄러움이 생길 수가 있나?”

       

       “베네트, 다 들리거든-?!”

       

       “들으라고 한 소리다. 이해가 안 가서.”

       

       [베네트는 생각보다 둔한 편이네요.]

       

       “⋯⋯?”

       

       

       의문과 함께 걷는 길. 도시의 분위기는 이전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아브라함의 저택이 무언가에 의해 도려내듯이 잡아먹힌 뒤. 도시에는 수많은 괴물이 풀려났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도시의 부산스러운 소리를 쉬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괴물을 목격했다며 전화기를 붙잡고 경찰에게 소리를 지르는 사람.

       

       지금이라도 귀의하면 괴물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다며 꼬드기는 광신도.

       

       인적 드문 길목에 덩그러니 남겨진 누군가의 잘린 팔 등.

       

       악화되는 치안과 혼란이 가중되는 도시의 분위기를 바라보면, 묘한 감흥이 느껴졌습니다. 정성껏 트럼프로 쌓아 둔 탑이 무너지는 장면을 보는 것 같은 묘한 허무와 상실.

       

       사람 한 명의 목숨값이 낮아지는 느낌.

       

       어쩌면 지금의 도시는, 전쟁터와 닮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여러분은 아파트 단지를 지나쳐가던 중에, 골목의 어둠 속으로 끌려간 듯한 누군가의 핏자국을 발견했습니다. 피가 아직 굳지 않은 것을 보아, 금방 일어난 습격이었습니다.

       

       지금이라면 구할 수 있을지도 몰랐으나.

       

       [그냥 지나가요, 우리.]

       

       “⋯⋯니오레?”

       

       [괴물의 발자국이 보여요. 아마도 두 마리. 전투중에 소음이 일어날 거고, 그러면 다시 광신도들이 몰려 들 거예요. 끌려간 사람도 이미 죽은 것 같고요.]

       

       “⋯⋯⋯⋯.”

       

       니오레는 잘라냈습니다. 가슴이 쿡쿡 찔렸지만, 자신의 마음을 외면하면 그렇게까지 아프지도 않았습니다. 한 번 더 실수해서는 안 되니까.

       

       그때, 오히려 타라가 한 마디를 얹었습니다.

       

       “어차피 싸우게 될 거라면 지금 처리해 두는 게 맞지 않아?”

       

       타라는 신성력이 남아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복수를 이루고 싶었습니다. 적극적으로 신성력을 사용하면서 사람을 구하면, 여신이 힘을 돌려줄지도 모른다는 기대 섞인 생각과 함께.

       

       니오레와 타라의 시선이 베네트에게 모였습니다. 그는 선택했습니다.

       

       “구한다.”

       

       

       [⋯⋯어째서요?]

       

       “타라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있을 때 세력을 깎아먹을 필요가 있어. 그리고, 구하고 싶었잖나. 니오레.”

       

       [⋯⋯⋯⋯.]

       

       “자신을 잃지 말라시더군.”

       

       베네트는 니오레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고, 골목의 어둠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에, 두 사람이 그의 뒤를 쫒았습니다.

       

       15분 후.

       

       일행은 괴물 둘과 광신도 셋을 정리하고 민간인 세 명을 구출했습니다.

       

       그 대가로 광신도들이 몰려들어, 다시 한 번 추격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누군가가 저 멀리서 카메라로 찍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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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자신이 어떻게든 말렸더라면⋯⋯.

       

       니오레는 그런 생각으로 우울한 표정을 지은 채로 내달렸습니다. 나란히 뛰던 베네트가 그 표정을 읽고는 툭 내뱉었습니다.

       

       “내가 결정한 일에, 왜 네가 후회하는지 모르겠군. 여기서는 어느 쪽이지?”

       

       오른쪽.

       

       니오레의 지시에 일행은 급격히 커브를 틀었습니다. 타라는 숨을 몰아쉬면서, 이를 갈아붙혔습니다.

       

       “미친 광신도들 같으니⋯⋯! 언제까지 따라오는 거야!”

       

       “그러게 강화 마법을 써 줬으면 좋았잖나!”

       

       “⋯⋯쓰기 싫은 기분이었다니까!”

       

       

       [12, 56, 78!]

       

       “『공간 확장』!”

       

       우우우웅-!

       

       보이지 않는 투사체가 건물 모서리를 깎아버리며 하늘로 튕겨나갑니다.

       

       착실하게 소모되고 있는 추격전. 질긴 추적을 끊어 내려면, 한 번 크게 싸워야 하나. 베네트가 롱소드 손잡이를 만지작대고 있을 때, 저 앞에서 불쑥. 손이 솟아났습니다.

       

       “⋯⋯적?!”

       

       “아니, 기다려.”

       

       한 여자가 손을 붕붕 흔들고 있었습니다.

       

       낯이 익었습니다. 광신도들을 격퇴하고 구해냈던 여기자. 뉴라이프 신문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샐리라는 인물이었습니다. 분명, 신문사가 카터 거리에 있다고 했었습니다.

       

       “여기! 들어와요! 숨겨 줄 테니까!”

       

       “거짓말 아냐?!”

       

       [진심으로 보여요!]

       

       “⋯⋯도움을 받는다. 들어가!”

       

       여러분은 기자의 말을 믿기로 하고, 건물 안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여러분의 뒤를 쫒던 광신도들은 흔적을 찾아내지 못하고,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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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입구는 곧바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고, 꺾이는 부분에 어설프게나마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었습니다.

       

       “요새 많이 뒤숭숭하잖아요. 특히나, 제가 은의 황혼 교단한테 찍혀가지구⋯⋯.”

       

       샐리는 낑낑대면서 바리케이드를 옆으로 밀었습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족히 5분은 걸릴 것 같아서, 베네트가 나섰습니다. 

       

       끼기긱.

       

       “힘 좋으시네요? 괴물도 막, 단번에 썰어버리시던데.”

       

       “⋯⋯보고 있었나?”

       

       “옥상에서 망원 렌즈로 촬영하고 있었어요. 사람들 구하는 모습도요. 그래서 들어오라고 한 거예요. 믿을 수 있는 사람들로 보였으니까. 저번에 저도 구해주셨고⋯⋯.”

       

       샐리는 굿잡, 하고 따봉을 치켜들었습니다.

       

       베네트는 니오레의 어깨를 두드렸습니다. 네가 구해낸 사람을 보라는 듯.

       

       

       [⋯⋯⋯⋯.]

       

       계단을 오르자 유리로 된 문이 보였습니다. 그곳에는 ‘뉴라이프 신문사’라는 로고가 프린팅되어 있었습니다. 방 안으로 들어서니 창문은 온통 커튼이 쳐져 있었고, 나무판자를 못으로 박아 막아둔 상태였습니다. 

       

       안에는 광원이 하나도 없어서 어두컴컴했습니다.

       

       샐리는 어둠 속을 더듬어 라이터로 양초에 불을 붙였습니다. 방 전체를 비추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한 빛이었지만, 사람 얼굴 정도는 알아볼 수 있을 만큼은 밝아졌습니다.

       

       “불 켜면 사람 있는 거 들키니까, 좀 어두워요. 괜찮죠?”

       

       “문제없다.”

       

       “일단, 고마워. 숨겨줘서.”

       

       “뭘요, 목숨값 갚는 건데. 맘 같아서는 식사도 대접하고 싶지만⋯⋯ 요 앞에 수제버거 잘하는 집 있거든요? 근데, 주방장 아저씨가 괴물한테 잡혀가더라고요.”

       

       기자 샐리는 한숨을 푹 내쉬었습니다.

       

       “세상이 참 요지경이에요. 사이비 종교니까 캐내봤자 뭐, 돈 뜯고, 성추행하고, 그런 일인 줄 알았더니만. 우리네 인생이 호러 영화일 줄 누가 알았겠냐구요.”

       

       “⋯⋯많이 놀랐겠군.”

       

       “그래도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네요! 마침 눈앞에, 사람을 구하는 선량한 초능력자들이 있는걸요. 정부가 비밀리에 육성한 슈퍼 뮤턴트 같은 거예요?”

       

       그녀의 영문 모를 소리에 타라는 고개를 삐딱하게 꺾었습니다.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기밀이면 더 안 물어볼게요. 그것보다도, 보여드리고 싶은 게 있거든요? 제가 잠입했을 때 알아낸 건데.”

       

       샐리는 어둠 속을 헤집고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모서리에 머리를 박고 악! 하고 외마디 비명을 지른 뒤에, 수첩 하나를 꺼내 돌아와서는. 교단에 대한 결정적인 정보를 알려주었습니다.

       

       “은의 황혼 교단에 총 소집령이 내려왔대요. 7월 14일, 오늘로부터 4일 후에요. 모든 신도가 전부 참석하는 『부름회』를 열 계획이라며, 적극적으로 산제물을 확보하라는 말도 들었죠.”

       

       “⋯⋯7월 14일인가.”

       

       “네네. 아마도, 뭔가 무시무시한 일을 벌이려는 게 틀림없어요. 저는 짐작도 안 가지만⋯⋯ 그런 건 오히려 여러분이 잘 아시겠죠?”

       

       샐리의 말대로, 베네트는 이 정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건── 그들의 소환 의식 결행일에 대한 정보였습니다.

       

       여러 의미로, 때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좀 넉넉하게 썼다 그죠! 달콤한 휴일이 마침내 우리 곁으로 와주셨습니다. 일요일날 충전하고, 월요일날 다시 만나요 마이 프렌즈!
    그리고 그, 사람이 작가의 말에 오타 좀 낼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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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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