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73

    본디 박물관이라 함은, 그리 대단한 곳은 아니다.

    물론 역사적, 마법적, 학술적 가치가 있는 물건들을 모아 관리하는 시설이기에 필연적으로 무언가 웅장한 감정을 주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보관과 관리차원에서 운용하는 것일 뿐, 사실상 창고의 개념으로 보아야했다.

    그마저도 보통 사람들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비밀스럽고 개인적인 시설에 불과했다.

    공개적으로 전시하는 박물관과 가장 가까운것은 아무래도 신전이라고 볼 수 있으리라.

    신전은 여신을 조각한 석상이나 성물등을 전시해 신성력을 과시하고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역할을 하니까.

    따라서, 루크가 처음 ‘박물관에 간다’는 말을 듣고 떠올린것은, 기껏해야 성물이나 아티팩트를 모아둔 커다란 창고였다. 아니면 좀 커다란 신전이라던가.

    하지만 도착하고 루크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만 했다.

    박물관은 루크가 알던 느낌이 전혀 아니었으니까.

    “마, 맙소사.”

    넓었다.

    그것도 굉장히.

    현대의 박물관이라 함은, 개인적인 ‘과시’나 ‘수집욕’따위를 목적으로 두지 않는다.

    처음부터 대다수의 국민들의 교육이나 전시를 목적으로 지어진 시설인 것이다.

    과거의 개인적인 목적으로 물품을 보관해두던 ‘박물관’과는 그 존재 의의부터가 다른 것.

    “이게 박물관……?”

    들어오기에 앞서 굉장히 커다란 돔 건물의 형태를 직접 보기는 했지만, 이곳을 전부 박물관으로 써버린건가, 싶을정도로 거대했다.

    3층높이가 뻥 뚫린 천장은 자주 드나들던 왕궁보다 높아보였다.

    게다가, 마수의 박제는 또 어찌나 많은지, 이정도면 마계의 생태계를 거의 옮겨놓았다고 말해도 될 수준이다.

    눈에  당장 보이는 대형 마수의 종류부터가 미처 한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허어…….”

    할말을 잃게 하는 규모, 루크는 그저 그런 감탄사밖에 내뱉지 못하고 있었다.

    -……!

    파이 역시 놀라긴 매한가지였던 걸까, 꼬리의 형태가 축 늘어진채 루크와 같이 눈앞의 표본을 올려다보는 중이었다.

    ‘이건 말이 안되는 수준이로군.’

    마력은 느껴지지 않는것을 보아, 이것은 단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모형이었다.

    마수라면 마계와의 연결이 끊기면서 자연스레 세계에서 사라졌으니 이것들은 5000년이나 된 표본이라는 것일터다.

    그런데 이토록 정교하게 재현해두다니, 솔직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이라도 움직일 것 같다, 라는 말은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이렸다.

    “정말이지 놀랍구나……. 그렇지 않느냐, 파이?”

    -……!

    파이는 동의한다는 듯이 몸을 통 통 튀었다.

    “그래, 확실히 굉장한 재현도야.”

    루크는 아주 즐거워졌다.

    마치 옛날로 돌아간것만 같아서.

    ———-

    그렇게 루크가 잠깐 감탄을 하고 있는 사이, 예르나와 세레나가 박물관에 들어왔다.

    “루크가 굉장히 신났네요.”

    “그러게요, 역시나 좋아하는걸요?”

    세레나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주변을 돌아다니는 루크를 보고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예르나도 그 말에는 크게 동의했다.

    저렇게 신난 루크의 모습은 솔직히 보기 어려웠으니까.

    ‘박물관을 엄청나게 좋아하네.’

    세레나는 너무도 아이같은 그모습에 만족하다가, 스윽 눈을 내려서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는 아이를 내려다본다.

    반면, 시루드는 어떤가.

    “…….”

    극명한 대비, 루크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이라도 좋아해야 정상이 아닐까 싶은데, 굉장히 시큰둥하다.

    예르나가 무미건조한 표정의 시루드를 흘깃 바라보고 세레나에게 시선을 보냈다.

    “아, 신경쓰지 않으셔도 돼요. 원래 우리 시루드는 마수를 별로 안좋아해서.”

    “아……. 네.”

    예르나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 이상한 소리네, 마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어째서 일부러 아이를 데려온거지?’

    둘이 친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알겠지만, 이러면 자신이 미안해지지 않는가.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장소에 불려나온 시루드도 불쌍하고 말이다.

    예르나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사이, 세레나는 웃는 얼굴로 시루드에게 말했다.

    “넌 이제 루크한테 가보렴, 엄마는 예르나씨랑 할 말이 있으니까.”

    “뭐……, 알았어.”

    시루드는 마지못해 간다는 듯이 터덜터덜 당당하게 두발로 선 쥬페르 모형을 바라보고 있는 루크를 향해 걸어간다.

    예르나는 그런 시루드의 언뜻 처량한 뒷모습을 보다가 세레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세레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저희는 어디 카페라도 갈까요?”

    “애들은 그냥 둬도 되나요……?”

    “걱정할 거 없답니다. 그쪽은 제 수행원들이 있으니까요. 여차하면 연락이 올거에요.”

    “아……. 네.”

    예르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

    “루크, 그렇게 좋아?”

    시루드가 말했다.

    “싫지는 않구나.”

    루크가 말했다.

    그리고 쥬페르를 바라보던 시선이 시루드를 향한다.

    “나는 세상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걸 처음 알았다.”

    루크는 씨익 웃었다.

    새로운 지식과 경험은 언제나 루크를 기분좋게 하는 것이었으니까.

    마수에 대한것은 모르지 않지만, 이 시대의 박물관에 대한것은 처음으로 경험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들뜨지 않을리 없잖은가.

    “너, 정말 박물관이 처음이었어?”

    루크는 고개를 저었다.

    “박물관은 몇번 가봤지만, 이런 규모는 처음이로군.”

    “그래?”

    시루드는 그것이 무언가 신기했다.

    루크라면 시루드가 궁금해하는 모든걸 다 알고있었고, 모르는것도 없는지 선생들마저 놀라게하는 마법실력도 갖추고 있었다.

    평소에도 수많은 책을 읽고, 집중력도 굉장히 뛰어난데다 읽는 책들도 하나같이 10살짜리 아이가 읽기엔 레벨이 다른 책들 뿐.

    가끔 시루드도 루크를 보러 도서관에가면 (루크는 모르는 모양이지만, 이미 루크는 도서관의 유명인이 되었다. 일단 집중해서 책을 읽는 10살짜리 수인이 있다는 것 부터가 신기한 일인데,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장소에서 어려운 책들을 쌓아놓고 읽는 모습은 같은 나잇대가 봐도 신기한 모습이니까.) 마법에 도움이 될까 싶어 옆에서 훔쳐보다가 포기하게 만드는 난해한 책들이었다.

    게다가 악기도 다룬다고 한다. 메리한테 듣기로는, 첼로를 엄청 잘 켠다는데 작곡도 한다고 한다.

    못하는게 없다.

    그래서 무엇하나 이길 수 있는게 없었다.

    그 자신있다는 축구조차도 루크에겐 너무나 간단히 져버렸다.

    적어도 체육만은 못해야 밸런스가 맞는게 아닌가, 이건 이미 불공평을 넘어선 무언가다.

    하지만 지금보면 자신과 똑같은, 너무나 평범한 아이다.

    ‘루크도 모르는게 있구나.’

    여태껏 나는 괜히 주눅들었던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음, 내 얼굴에 뭐라도 묻은겐가? 왜 그리 빤히 쳐다보는게냐.”

    계속해서 바라보는 시루드의 시선이 신경쓰였는지, 루크는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면서 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시루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어깨를 으쓱 했다.

    ‘평범? 아니, 루크는 첫인상부터 이상한 여자애였어.’

    루크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면 참 좋겠는데, 아무튼 루크를 묘사할 수 있는 단어중에는 적어도 ‘평범 이라는 단어는 후보군에 없었다.

    시루드는 다시 쥬페르 표본을 쳐다보기 시작한 루크를 향해 말했다.

    “뭐, 일단 저쪽으로 가보자. 여긴 별로 볼것도 없으니까.”

    “무슨 소릴 하는겐가? 볼게 없다니. 이게 전부가 아니었던게냐?”

    “야, 원래 이런건 그냥 장식이라고.”

    “……그, 그런겐가.”

    설마하니 입구에 있던게 전부가 아니었단 말인가, 루크는 충격반 기대 반으로 시루드를 따라 더욱 안쪽으로 향했다.

    ———

    미리 마수 박물관의 카페에 앉아 대기를 하고 있던 다이튼은 큰 충격을 받았다.

    헛다리였다.

    그것도 아주 성대한.

    남자엘프는 무슨! 여자잖아!

    그것도 애딸린 유부녀!

    ‘키르케, 돌아가면 보자…….’

    내 반드시 처절한 응징과 보복을 하리라.

    그렇게 이를 갈고있던 사이, 점차 커지는 발소리에 긴장해서 뻣뻣하게 굳어버린 순간. 아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 다이튼! 이런데서 보게되다니 참 반갑네. 너도 마수보러왔니?”

    “하하, 하…….”

    게다가 바로 들켰다. 어째서?

    변장은 완벽했을텐데.

    “어떻게 알았어……?”

    “뭘 어떻게 알아? 카페 오자마자 누가봐도 다이튼인 사람이 신문펼쳐놓고 읽고있길래 와봤어.”

    “말도안돼.”

    “아, 그리고 실내인데 선글라스는 좀 벗자. 근데 너, 원래 신문같은거 보던가?”

    “그, 그냥 헤드라인이 인상적이라서……. 하하.”

    다이튼은 선글라스를 벗었다. 체형을 가리기 위해 쓸데없이 펼쳐둔 신문도 접었다.

    하긴, 요즘 누가 신문을 읽어. 솔직히 신문은 예르나같은 사정이 없으면 볼 일이 없다.

    “어머, 이 남자분은 아는 사이인가요?”

    “아, 직장동료에요. 루크숲의 숲지기죠. 다이튼, 인사해. 이쪽은 세레나 트리핀드씨. 루크의 아카데미 비용을 전액 지불해주신 분이셔.”

    “아, 안녕하세요……. 다이튼 게네퍼라고 합니다.”

    “아하, 예르나씨의 직장동료분이셨군요. 반가워요. 저는 세레나 트리핀드, 보잘것없는 상점을 운영하고 있죠.”

    “아……. 네.”

    휴트리 그룹의 휴튼백화점이 보잘 것 없는 상점은 아닌 것 같지만 뭐……. 다이튼은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가 그렇다는데 어쩌겠는가.

    “꽤 인상적인 몸을 갖고 계시네요. 예르나씨가 한눈에 알아볼만 해요.”

    “……네.”

    젠장, 역시 근육이 문제였나.

    그것만은 아니길 바랬건만.

    ‘예르나가 힘센남자가 취향이래서 가꾼 몸인데…….’

    그것때문에 들켰다니 조금 억울하다.

    아닌가? 예르나가 알아봐 줬으니까 오히려 좋은걸까.

    스스로도 어떤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제가 그렇게 눈에 띄던가요?”

    세레나는 조금 곤란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 일단……. 사과할게요, 다이튼씨.”

    “뭘 말인가요?”

    “제 수행원들이 처음엔 당신을 괴한으로 오해한 모양이라서요. 일단 상황보고 알아서 대처하라고 해뒀는데……. 혹시 뭔가 불편한 일은 없으셨나요?”

    “……다행히 그런건 없었습니다.”

    어쩐지, 아까부터 묘한 마력이 느껴진다 했더니 그런 거였나보다.

    예르나는 프흐흡, 하고 웃다가 다이튼의 어깨를 툭, 치면서 말했다.

    “그나저나, 혼자서 마수를 보러 오다니, 너는 다 컸는데도 마수를 되게 좋아하는구나?”

    “어? 어……. 뭐, 그렇지? 하하.”

    ‘마수를 좋아했던건 벌써 10년전 일인데, 여기선 그냥 좋다고 하는 수밖에…….’

    다이튼은 그저 멋쩍게 웃으며 뒷목을 긁어댔다.

    “어머.”

    그 오묘한 기류를 포착한 세레나는 손을 살풋이 가리곤 후훗, 하고 웃었다.

    “이것도 어쩌면 인연인데, 예르나씨. 다이튼씨랑 같이 노세요.”

    예르나는 그 말에 살짝 어리둥절하게 세레나를 바라본다.

    “네? 아까는 제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

    “제가 할 말은 별로 중요한 건 아니었으니까요. ‘우연찮게’ 이렇게 되었으니 저도 오늘은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싶네요. 평소엔 이런 시간을 만들기가 어려워서. 그리고, 여기까지 왔는데 제 이야기만 듣다가 돌아가시는 것도 아깝잖아요? 말이야 나중에 제가 문자로 해도 되는 거였고요.”

    “그, 그래요…? 그러시다면야……. 여기서 편히 쉬고 계세요.”

    “네, 두분이서 좋은 시간 보내요.”

    세레나는 다이튼에게 살짝 윙크를 보냈다.

    ‘잘 해보세요!’

    다이튼은 예르나에게 보이지 않는 각도로 세레나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려 감사를 표한다.

    ‘예르나랑 박물관 데이트……!’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후, 하, 후, 하. 심호흡을 하고 있자니, 예르나가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마수 보는게 그렇게 신나니?”

    “으, 응……. 좀 신나고 그러네.”

    마수 때문에 그런건 아니지만.

    ‘키르케, 고마워!’

    덕분에 이런 기회를 얻었으니 처절한 복수랑 응징은 일단 뒤로 미루도록 하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삽화 그리느라 시간이 쫌 들었네요….

    사실 삽화비축분 만드느라 늦음.

    역시 배경이랑 구도가 들어가면 힘들당…..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