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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

       

       

       “···있지, 아멜리아.”

       

       “응.”

       

       “나만···. 그거 생각나?”

       

       “나도 그래.”

       

       

       눈앞에 먹음직스러운 스테이크가 놓여있었다.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와 겉모습이 분명 맛있을 거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말이야.

       

       왜 굳이 잘라놓은 거야···?

       

       

       “어서 드세요.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네요!”

       

       “···응, 뭐. 고마워.”

       

       

       아르테가 웃으며 말했다.

       

       그 웃음이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궁금해졌다.

       

       

       “안 드시나요?”

       

       “히, 히익. 머, 먹을게요···. 마, 맛있다. 에헤헤···.”

       

       

       신경 쓰여서 견딜 수가 없다.

       

       우리만 그런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아까까지 계속 머리를 땅에 박고 있었기에 발갛게 물든 이마를 드러낸 저 메이드.

       

       저 메이드도 찝찝한 듯 스테이크를 먹기 꺼리다가, 아르테가 질문을 건네자 억지로 웃으며 먹어대고 있었다.

       

       저 메이드도 알고 있구나.

       

       하긴, 위버멘쉬 출신이라고 했으니까. 그 사건 정도는 알겠지. 오히려 나보다 더 잘 알지도 모른다.

       

       

       “으음···.”

       

       

       나는 실제로 본 적은 없고, 다만 뉴스로만 보았을 뿐이다.

       

       그런데도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르테가 전해주는 큐브 스테이크라니.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아, 맛있다.”

       

       “그렇죠? 제가 스테이크는 자신 있거든요.”

       

       

       어느새 아멜리아는 한입 먹어보고서는 가벼워진 표정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그냥 맛있는 고기라는 듯이, 자연스럽게.

       

       

       “굳이 썰어둔 이유가 뭐야?”

       

       “썰어서 먹으면 불편하잖아요. 미리 썰어두면 먹기만 하면 되니까.”

       

       “흐음···.”

       

       

       썰어두면 먹기만 하면 그만이랍니다.

       

       그렇게 말하며 아르테는 스테이크를 두 그릇 더 들고 오다가, 무언가 깨달은 듯이 다시 부엌에 가져갔다.

       

       

       “응? 두 개가 더 많네?”

       

       “아. 이건···. 너무 많이 만들어서요.”

       

       “너도 실수하는구나?”

       

       “저도 사람이니까요.”

       

       

       아멜리아와 아르테가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며, 용기를 내어 한 조각을 입에 가져가 보았다.

       

       

       “···맛있네.”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무심코 감상을 남기자, 아멜리아와 대화를 하던 아르테가 내게 말을 건넸다.

       

       

       “더 드릴까요?”

       

       “아니, 이거면 충분해. 고마워.”

       

       

       그녀의 배경 탓에 먹기 꺼려졌던 큐브 스테이크는 먹어보니 그저 맛있는 스테이크일 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르테를 대하기 편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르테도 이 큐브 스테이크처럼, 배경이 조금 무서울 뿐.

       

       내면은 그저 평범한 사람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후아. 배부르다.”

       

       “아, 정리는···.”

       

       “괜찮아요. 우리 메이드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렇죠?”

       

       “네, 네! 맡겨만 주세요! 뭐든지 다 하겠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나중에는 화기애애했던 식사 시간이 끝나자, 아르테는 메이드에게 무언가 소곤거렸다.

       

       자세히는 들을 수 없었지만···.

       

       술? 갑자기 술은 왜 이야기하는 거지?

       

       메이드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게 눈에 보였다.

       

       모르겠네. 암호 같은 건가?

       

       

       “도로시 양은 별로 안 드셨네요?”

       

       “아, 식욕이 없어서요. 미안해요.”

       

       

       아르테의 말에 도로시의 그릇을 바라보았다.

       

       ···정말이다. 한 조각도 안 먹었네.

       

       데코로 장식되어 있던 야채들만 주워먹었을 뿐, 고기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어디 몸이라도 안 좋은 건가?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았는데.

       

       

       “아니에요. 스피라? 이것도 처리 부탁할게요.”

       

       “맡겨주세요···.”

       

       

       잔뜩 풀이 죽은 채로, 메이드가 식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마치 잔뜩 혼나 풀이 죽은 강아지 같은 모습이었다.

       

       뱀인데도.

       

       

       “그럼, 배도 채웠으니 가볼까요?”

       

       “좋아, 가자고. 바다!”

       

       

       ···뭐, 내가 신경 쓸 것까지는 없지.

       

       아르테가 혼낸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가고.

       

       그녀의 집을 떠나 차에 올라탔다.

       

       바다에 갈 시간이었다.

       

       

       

       ***

       

       

       

       [여름이다! 바다다!]

       

       “···그런 건 또 어디서 배운 거예요.”

       

       [히히, 한번 외쳐보고 싶었어요!]

       

       

       작가님의 철부지 없는 행동에 한숨이 끊이질 않았다.

       

       그래, 작가님이 요즘 왜 이렇게 조용하나 했는데. 그러면 그렇지.

       

       한동안 조용해서 좋았는데···. 작가님에게 묻고 싶었던 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요즘 왜 그렇게 조용하셨어요?”

       

       [잠깐 전개를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전개?”

       

       [생각했던 거랑 약간 달라진 게 생겼는데, 이건 이것대로 괜찮은 것 같아서요.]

       

       “아, 네···. 말해주실 생각은···?”

       

       [말해주면 재미없어요!]

       

       

       기대도 안 했다.

       

       작가님은 말해주면 재미없다는 이유로 스포일러를 꺼리는 느낌이 있었으니까.

       

       ···굳이 내게 이야기해주지 않을 이유가 있나 싶기는 한데 말이야.

       

       

       “아르테, 거기서 뭐 해?”

       

       “아. 그게···.”

       

       “빨리 와! 바다에 왔으면 즐겨야지!”

       

       “네···. 그렇죠. 즐겨야죠···.”

       

       

       아멜리아가 잔뜩 신이 난 채로 모래사장을 달려 나갔다.

       

       사람 하나 없는 모래사장.

       

       이런 휴가철에도 사람이 없는 이유는, 아멜리아의 사유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수영복 노출에 대한 거부감은 적다. 보여주는 사람이 적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도무지 탈의실에서 나오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복장은···조금, 그런 것 같은데.

       

       

       “어째서 이런 일이···.”

       

       [그야 독자님이 수영복을 더 안 골랐으니까요?]

       

       “조용히 하세요···.”

       

       [제가 뭐 틀린 말 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러세요? 독자님이 실수했으면서.]

       

       

       그래, 틀린 말이 아니다. 내 잘못이지.

       

       그래서 오히려 다른 사람을 탓하고 싶었다.

       

       아멜리아와 도로시가 백화점에서 신이 나서 수영복을 잔뜩 고르고 있었을 때, 나는 수영복을 더 고르지 않았다.

       

       더 갈아입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고, 스토커도 신경 쓰였으니까.

       

       수영복 같은 것보다 스토커에게 모든 신경이 쏠려버렸던 탓이었을까?

       

       나는 중대한 실수를 해버리고 말았다.

       

       ···수영복을, 내가 사지 않았다.

       

       이게 왜 실수냐고? 그야 간단하지.

       

       내가 백화점에서 입은 수영복이 하나뿐인데, 다른 사람이 수영복을 사면 뭘 사겠어.

       

       당연히 내가 맨 처음에 입었던 걸 샀겠지.

       

       수영복을 받고 귀찮아서 꺼낼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게 잘못이었을까.

       

       나는 안일함의 대가를 치르게 될 예정이었다.

       

       

       “하아···.”

       

       

       손에 들린 천 쪼가리를 바라보았다.

       

       ···진짜 이걸 입어야 하나.

       

       그냥 레오타드 입고 가면 안 될까?

       

       좋은 생각인 것 같은데!

       

       그래, 그러자. 레오타드도 검은색이니까 물에 젖어도 비치지는 않겠지.

       

       그러나 나의 완벽한 계획은, 작가님의 말에 순식간에 망가졌다.

       

       

       [···독자님. 혹시 레오타드 입고 가려는 건 아니죠?]

       

       “네?”

       

       [설마, 속옷을 입고 들어가지는 않으실 거라 믿어요.]

       

       “아, 아하하···. 당연하죠···.”

       

       

       젠장.

       

       왜 이럴 때만 눈치가 빠른 건지 모르겠네.

       

       더는 도망갈 구석이 없었다.

       

       ···결국 이 비키니를 입을 수밖에 없는 건가?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법한 게 있다면, 최악은 아니라는 점일까.

       

       입으면 비쳐보이는 상의라고는 하지만 일단 상의는 있고, 파레오도 투명에 가깝지만 조금이나마 가려주기는 한다.

       

       없는 것보다는 낫다, 이거지.

       

       

       [뭘 그렇게 뜸을 들여요? 예쁘기만 한데.]

       

       “아니, 저도 원래는 남자인데 비키니는 조금···.”

       

       [그럼 남자답게 한 번만 딱 입어요! 원래 남자였으면 계집애처럼 그러지 말고! 맨날 입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래요? 닳는 것도 아닌데.]

       

       “···.”

       

       

       뭐지, 이 기분은.

       

       매일같이 잔소리하던 사람에게 잔소리를 듣는 이 기분.

       

       반박하고 싶은 말이 한가득이었지만, 반박이 통하지 않을 것 같은 이 기분은?

       

       

       “입을게요, 입으면 될 거 아니에요!”

       

       [와아! 남자답다! 역시 독자님이야! 상남자!]

       

       

       놀리냐고.

       

       비키니 입으러 가는 사람보고 상남자라니.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여태까지의 업보를 되돌려 받는구나.

       

       탄식하며 탈의실로 들어갔다.

       

       두고 보라지. 언젠가 꼭 갚아주고 말 테다.

       

       

       

       ***

       

       

       

       “아르테, 늦네.”

       

       “옷 갈아입고 있을 거예요.”

       

       “그래?”

       

       “응. 탈의실 들어가더라.”

       

       

       아무리 그래도 너무 늦는데.

       

       아르테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 무심코 뒤를 계속 돌아보고 있자니, 아멜리아의 손이 팔에 닿았다.

       

       

       “···뭐해?”

       

       “아니, 생각보다 몸이 좋길래.”

       

       “다른 학생들도 다 이 정도는 되잖아. 영웅 지망생인데 이 정도도 없으면 안 되니까.”

       

       “그렇긴 한데, 또 직접 보는 건 다르니까. ···우와, 딱딱해.”

       

       

       수영 시간에 매일같이 봤으면서···.

       

       아멜리아는 신기하다면서 계속 몸을 더듬대기 시작했다.

       

       

       “···그러게요. 진짜 신기하다.”

       

       “도로시, 너까지 왜 그래.”

       

       “신기하잖아요! 진짜 딱딱하네.”

       

       

       ···더운데.

       

       시우는 슬슬 그녀들을 떼어놓기 위해 손을 들었다.

       

       어느새 팔에서 가슴팍으로 넘어간 손길이 간지럽기도 하고, 계속 붙어있으니 여름이라 그런지 후덥지근했으니까.

       

       그리고 그때였다.

       

       새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벼, 변태···!”

       

       “아, 아르테. 왔어?”

       

       “지, 지금 뭘 하는 거에요?!”

       

       “응?”

       

       

       세 명은 당황했다.

       

       ···하다니? 뭘?

       

       

       “아, 아무리 사람이 없는 장소라도 야외에서 그, 그런···! 그런 행동을 하다니···!”

       

       

       그런 행동?

       

       아르테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상상해보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우리가 어떻게 보일지.

       

       남자 한 명에게 달라붙어 가슴팍을 만지고 있는 여자 둘.

       

       뒤에서 보면 손이 보이지 않을 테니까···.

       

       

       “아, 아르테! 그런거 아냐! 그냥···.”

       

       

       변명을 하려다가, 순간 입이 다물어졌다.

       

       백화점에서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 아르테가 서 있었으니까.

       

       무심코 음흉한 눈길로 바라볼 것만 같아서, 시우는 평정심을 유지하기 바빴다.

       

       수영복만 입고 있는 지금, 평정심을 잃는 순간 대참사가 일어난다.

       

       그런 사태만은 있어서는 안 되니까.

       

       

       “···그런 게 아니라니요?”

       

       

       아르테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의 외모에 감탄할 시간은 없었다.

       

       우선 어떻게든 변명해야만···!

       

       

       “너희들도 말 좀 해봐!”

       

       

       도로시와 아멜리아가 도와주면 금방 풀릴 거다.

       

       한마디만 해준다면!

       

       그러나 도로시와 아멜리아는 어느샌가 저 멀리, 바다를 향해 달려 나가고 있었다.

       

       나의 목소리를 들은 아멜리아가 고개를 돌려 싱긋 웃으며 힘내라는 듯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 년, 일부러 도망쳤나···!

       

       

       “어, 그, 그게···.”

       

       

       아르테의 오해를 푸는 데에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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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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