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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

       ​

        “무언가 좀 나왔는가?”

        ​

        “아니요. 일단 밤이 왔으니까 변하는 게 조금 있지 않을까요?”

        ​

        하루 종일 영혼들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

        도대체 무엇으로 이들을 홀렸을까.

        ​

        바닥에 주저앉아 하루 종일 살펴도 딱히 감이 잡히지는 않았다.

        ​

        “너희들이 보기에는 어때?”

        ​

        내 질문에 옆에 앉아 있던 알루어드가 어색하게 웃었다.

        ​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영혼을 볼 수가 없으니까요. 어둠의 마나나 마법의 흔적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

        “세레나는?”

        ​

        “….무언가 이상하긴 하지만 저도 잘 모르겠어요.”

        ​

        일부러 이들을 내 옆에 붙어 있게 했다.

        ​

        보이지 않으리라는 것도, 느껴지는 게 없을 거라는 것도 알았지만 다 필요한 일이다.

        ​

        그 이유가 궁금했던 것인지 알루어드가 나에게 물어왔다.

        ​

        “크리스님께서 의도하시는 게 무엇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

        “음…알고 배우기는 해야지. 크게보자면 무당은 두 종류로도 나눌 수 있어.”

        ​

        “두 종류요?”

        ​

        클로셀 영감은 자리를 비우고 없었기에 파라몬영감과 나머지의 눈에 궁금증이 생겨났다.

        ​

        “나처럼 신기가 강해서 신이 내려 무당이 된 사람을 강신무당이라 그래. 그런데 꼭 이렇게 해야만 무당이 되는 건 아니야.”

        ​

        “크리스님 처럼 신을 직접 몸에 모시지 않아도 무당이 될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

        알루어드와 세레나가 바짝 얼굴을 들이밀었다.

        ​

        특히나 하이 엘프인 세레나의 경우엔 웬일인가 싶을 정도로 눈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

        “완전히 무당이라고 할 수는 없고…비슷한 거긴 한데…재능이 없어도 내가 하는 의식들을 잘 배우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야.”

        ​

        파라몬 영감이 무언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타고나지 않아도 노력이 있다면 가능하다는 것인가? 마치 검술과 같군.”

        ​

        “….영감님은 타고났지 않나요?”

        ​

        “그 두 개가 합쳐지면 소드 마스터가 탄생한다네. 사실은 노력이 대부분일세. 궁금하니 마저 설명해보시게나.”

        ​

        영감의 말이 맞다면 검술이랑은 많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

        이 경우엔 타고나는 것이 대부분을 차지하니까.

        ​

        “어쨌든…신내림을 받지도 않고 나처럼 칼위에서 춤을 출 필요도 없어.”

        ​

        “마…많이 다르군요.”

        ​

        “대신 굿판에서 악기를 연주해. 보통 가문을 타고 내려와서 ‘세습무’라고도 부르는데…”

        ​

        악기를 연주한다는 말에 알루어드가 옆에 세워둔 종을 바라봤다.

        ​

        “어떤 느낌인지는 알겠습니다.”

        ​

        나는 몰래 세레나를 흘깃 쳐다 봤다.

        ​

        설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세습무를 이어가는 집안에 태어난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대우를 받는다.

        ​

        보통 남자는 악기를 연주하는 악사가 된다.

        ​

       둘다 꾸준히 무속에 대해 배워나가지만 여자의 경우는 많이 다르다.

        ​

        세습무의 집안에 태어난 여자는 어떠한 기간이 올때까지 그것에 대해 배울 수가 없다.

        ​

        단 한 자락도 그것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 것이다.

        ​

       그런데도 웃긴 것은 세습무의 집안에는 여자만이 정식으로 무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그것도 아주 특이한 방식으로.

        ​

        “맺어 놨다고 하시더니…”

        ​

        그 방법은….

        ​

        결혼이다.

        ​

        “참나… 세습무는 세습무끼리만 결혼이 가능한 줄 알았는데…”

        ​

        관습은 그랬지만, 누가 뭐라 하겠는가?

        ​

        맺어 놓은 신이 굉장히 큰 신인데.

        ​

        “…… ?”

        ​

        멀뚱멀뚱 나를 보는 세레나에게 손을 휘적여 주었다.

        ​

        가만히 보면 참 공교로운 인연이다.

        ​

        당산나무를 모시는 부족의 여인.

        ​

        그것도 하이 엘프.

        ​

        굳이 따지자면 당산나무의 당산신은 다른이름으로도 부르니….

        ​

        “성황신을 모시는 집안인가…?”

        ​

        어쨌든 세습무의 집안에 태어난 여자는 결혼을 하고 나서야 무업에 관해 배울 수가 있다.

        ​

        집안마다 굿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그곳에 가서 배우라는 것이다.

        ​

        “이걸 내가 가르쳐도 되나…?”

        ​

        보통은 시어머니한테 배우는 게 관습이기는 하다.

        ​

        하지만 이런 상황에 자잘한 것들을 따져서 무엇하겠는가.

        ​

        나는 대충 생각을 정리하며 바닥에 놔두었던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

        후르릅 –

        ​

        알루어드는 이제 차가 질리는지 더 이상 마시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였다.

        ​

        “크리스님, 오늘 하루 종일 차만 드셨습니다. 평소에는 잘 드시지도 않던 것을 왜…”

        ​

        “하아…”

        ​

        절로 한숨이 나왔다.

        ​

        이걸 어떻게 다 가르친다는 말인가.

        ​

        가르칠게 정말로 산더미였다.

        ​

        “발복이라고 그래.”

        ​

        “….예?”

        ​

        “신이 몸에 깃들면 취향도 닮아. 내가 점을 보는 것도 칼위에 올라가는 것도….음….. 신의 흔적이 드러나는 건 전부 발복이야.”

        ​

        “발복….발복…”

        ​

       알루어드가 여러 번 곱씹으며 중얼거렸다.

        ​

        그런데 알루어드한테 이런걸 가르쳐도 되는 걸까…

        ​

        따지고 보면 조금 다른 업계이지 않은가.

        ​

        내 생각은 등에서 들려오는 옹알이에 깔끔하게 해결되고 말았다.

        ​

        “아부우!”

        ​

        “루나는 재능이 많으니까, 두 개 다 해. 성녀도 하고 무당도 하고.”

        ​

        “무다아?”

        ​

        저쪽 업계의 성녀가 내 동생인데 협업하는 셈 쳐도 될 것 같았다.

        ​

        “크리스…힘들면 제가 잠시 루나를…”

        ​

        휙 –

        ​

        “….?”

        ​

        세레나가 팔을 뻗자 루나가 고개를 돌렸다.

        ​

        휘익 –

        ​

        마치 불만을 토하듯 다시한번 고개를 돌리는 루나.

        ​

        “내 등에 있고 싶은가 보지.”

        ​

        곧이어 옹알이가 터져 나왔다.

        ​

        “바우우!”

        ​

        바둥거리는 루나에게 방울을 쥐어 주자 등 뒤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

        츄읍 –

        ​

        “루나…그건 사탕이 아닌데…”

        ​

        박수무당의 방울을 먹고 자라는 성녀라니….

        ​

        이게 맞나 싶다.

        ​

        “혼란스럽네 진짜…”

        ​

        차를 한 번 더 홀짝이며 빙그레 웃고 있는 영감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

        슬슬 확실해지고 있으니 말해줘도 될 것 같았다.

        ​

        “오늘은 싸움이 없을 것 같으니까, 쉬어도 될 것 같아요.”

        ​

        “단비 같은 소식이구만. 병사들에게 전하도록 하지.”

        ​

        “흐음….”

        ​

        아까부터 놀랍도록 마음이 차분했다.

        ​

        정말로 차 한잔의 여유를 가지는 느낌.

        ​

        영감님 역시 평소와 다른 내 모습에 이상함을 느끼는 듯했다.

        ​

        “자네 오늘은 사람이 조금 다르구만.”

        ​

        “막간의 휴식이라고 봐도 될 것 같아요. 그보다…”

        ​

        돌아왔던 영혼들이 다시 성문을 향하고 있었다.

        ​

        무언가를 열심히 쫓아다니는 눈들.

        ​

        그리고 홀린 듯이 움직이는 모습.

        ​

        “많이 다른데…”

        ​

        네크로맨서에 대해 잘 알지는 못 하지만 달라도 너무 달랐다.

        ​

        내가 느끼기로 그들은 망자를 희롱하고 권속으로 삼는 족속들이다.

        ​

        그런데 지금 보이는 영혼들은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

        “마법이라기보다는 우리 쪽 방법인 것 같단 말이야…”

        ​

        해를 끼치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홀려놓았다.

        ​

        물론 저렇게 산으로 간 영혼들은 불행한 일을 당하겠지만, 산으로 유인하는 수단이 점잖았다.

        ​

        후르릅 –

        ​

        “이런 걸 본적이 있기는 하지만….”

        ​

        “짚이는 것이 있는가?”

        ​

        자꾸만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

        아니, 사람이 아니다.

        ​

        지금 떠오르는 존재는 몬스터이니까.

        ​

        “영감님, 혹시 주변에 오크가 있나요?”

        ​

        “정찰대에게서 그런 보고는 없었네.”

        ​

        주변에 오크도 없는데 왜 자꾸 그놈이 생각날까?

        ​

        정식으로 신내림을 받고 처음으로 본 신점.

        ​

        파렴치하게도 첫 점사의 복채를 외상으로 치른 놈.

        ​

        “이 새끼 설마….”

        ​

        “그러고 보니 이상하리만큼 오크들이 보이지 않는군.”

        ​

        영감님이 나를 빤히 쳐다 봤다.

        ​

        “자네, 엘프의 숲에서도 오크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

        “…별건 아니고, 복채를 떼먹고 도망간 오크가 하나 있어요.”

        ​

        “허, 오크에게도 점을 봐주었는가? 살다 살다 별 이야기를 다 들어 보는군.”

        ​

        경험 많은 영감이라면 무언가 아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

        ​

        “혹시, 오크에게도 마법 같은 게 있나요?”

        ​

        영감이 웃기는 소리를 다 들어 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

        “몬스터가 쓸 정도로 마법이 쉽지는 않다네. 기본적으로 오크는 머리가 나쁘니…”

        ​

        “…그렇죠?”

        ​

        알 수가 없으니 곤란할 따름이다.

        ​

        원인을 밝혀야 이런 일이 또 생기지 않을 텐데….

        ​

        홀린 영혼들을 그대로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제대로 밝히지도 못한 채로 깨워 버리기도 찝찝했다.

        ​

        다행인 점은 영혼들에게 해가 가는 상태는 아니라는 것.

        ​

        오히려 몸부림쳐야 할 영혼들이 잠시나마 슬픔을 잊고 있었다.

        ​

        “멀쩡한 어르신 한분 깨워서 알아봐야겠네. 다들 이제 그만 가시죠.”

        ​

        “그러세.”

        ​

        “알루어드랑 세레나도 따라와서 봐야 해.”

        ​

        영감님이 후련한 듯 말했다.

        ​

        “얼른 가서 병사들이 쉴 수 있게 해야겠구만. 다들 기뻐할 것이네. 지칠지대로 지쳐있는 사람들이니.”

        ​

        루나를 고쳐 업으며 몇 번 흔들어 준 나에게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

        성문으로 향하는 길에서 들린 목소리였다.

        ​

        “어…어째서…! 아직 시간이 안 됐지 않습니까?”

        ​

        늙은 마법사들에게 잡혀가고 있는 젊은 정령사.

        ​

        압송을 당하듯 양팔이 잡혀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

        “분명히 교대까지는 아직 시간이…!”

        ​

        “험험…그 친구가 오늘은 조금 빨리 기절했지 뭔가?”

        ​

        “그럼 신관님들께 부탁해 회복을…!”

        ​

        정령사를 끌고 가던 마법사가 혀를 찼다.

        ​

        “마나가 어디 신성력으로 채워지겠는가? 잔말 말고 따라오시게.”

        ​

        “제…제발…저도 아직 마나가 다 회복이 안 됐습니다.”

        ​

        “쥐어짜면 더 나오는 것이 마나일세.”

        ​

        정령사가 억울하다는 듯이 외쳤다.

        ​

        “저 말고 그 친구를 쥐어짜면 되는 것 아닙니까?!”

        ​

        그의 동료가 들었다면 상처를 입었을게 분명한 말.

        ​

        하지만 말을 내뱉은 정령사는 곧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

        “그 친구는 이제 안 나오네.”

        ​

        “…예?”

        ​

        “다 짰네.”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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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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