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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

       저벅-, 저벅-.

         

       어두운 인트로가 끝나자마자 노래가 잠깐 동안 짧게 끊기고 하예린이 손에 든 채찍을 옆으로 던진 채 무대 앞으로 나온다.

         

       “우와…….”

         

       하예린 팬인 그녀는 그 모습을 보고 숨을 들이켰다.

         

       오늘따라 그녀의 표정 연기가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안 그래도 날카롭고 뾰족하던 눈매는 오늘따라 더욱 날이 서 있어서 하예린의 경멸의 표정에 더욱 생생함을 주었다.

         

       ‘이, 이상해….’

         

       누군가 나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면 분명 불쾌함의 감정이 들어야 하는데….

         

       두근-.

         

       심장이 왜 이렇게 두근거리는 것일까.

         

       그렇게 하예린이 관객들의 시선을 휘어잡은 채 무대가 시작되었다.

         

         

       -어느 날 운명처럼 만난 너

         

       -마치 마법처럼

         

       -사르르

         

         

       본래 하이텐션에 팝팝 튀는 멜로디였던 <매지컬 러브☆>를 전자음으로 편곡했다.

         

       이에 관객들은 원곡과는 정반대의 느낌을 받았다.

         

       거기에 더해….

         

       ‘예린이 목소리가 원래 이렇게 허스키했나…?’

         

       하예린이 관객들 앞에서 처음 선보인 허스키한 목소리는 색다른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사람들은 이미 곡의 음역대가 낮아진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게 된 것이었다.

         

       이어지는 다른 팀원들의 파트.

         

         

       -하지만 넌 내가 싫다고 했지

         

       -덕분에 매일 밤 가슴이 저릿저릿

         

         

       하예린 팬인 그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원곡의 주인 스트로베리 필터의 골수 팬이었다.

         

       그런 그녀였기에 지금 1팀의 <매지컬 러브★>가 원곡 <매지컬 러브☆>를 크게 개사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매일 밤 네 생각에 아릿아릿

         

       -절대 잊을 수 없어.

         

         

       원곡과 분위기가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지금 1팀 <매지컬 러브★>의 가사는 원래 가사와 정반대의 섬뜩함을 주었다.

         

       원곡이 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녀의 풋풋함이 느껴진다면 지금은 얀데레 스토커의 공허감이 느껴진달까.

         

       ‘개사하지 않았는데도 이런 느낌을 주다니….’

         

       감탄이 끝나기도 전에 앞으로 튀어나오는 나한나.

         

         

       -어떻게 널 잊겠어.

         

         

       원래는 터질 듯한 고음으로 구성되어 있던 브릿지였지만 1팀은 특기를 살려 이걸 나한나의 브레이킹으로 대체했다.

         

       짧은 읊조림. 그리고 흘러나오는 일렉트릭음과 함께 나한나가 다채로운 동작을 보이자 사람들은 시야가 현혹되었다.

         

       다음으로 터져 나오는 후렴.

         

       진형이 바뀌고…, 주인공이 중앙으로 나온다.

         

       스르르-.

         

       그리고 다른 1팀의 팀원들은 마치 여왕의 권속처럼 그녀의 양옆으로 모인다.

         

       스륵-,

         

       팟-!

         

       반전을 주려는 듯 잠시 암전되었다가 펑하고 조명이 쏟아져 내렸다.

         

       “꺄아아아아악-!!”

         

       관객들은 그 중심에 있는 하예린을 보고 탄성을 내질렀다.

         

         

       -이것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사랑-.

         

       -내 마법으로

         

       -널 ‘지배’하고 말 거야

         

         

       “……!”

         

       원곡의 가사는 ‘널 사로잡고 말 거야.’ 였는데 그게 지배로 바뀌었다.

         

       사로잡다와 지배하다.

         

       비슷한 뜻의 두 말이었지만 느낌은 확 달랐다.

         

       특히 후렴 부분에서 하예린의 댄스 동작 부분은 거의 없었지만….

         

       스륵-.

         

       간질간질하게 위엄 있는 손짓이….

         

       스윽-.

         

       마치 벌레들을 내려보듯 상당히 경멸적인 저 눈빛이….

         

       슥-.

         

       평소 하예린이라면 입지 않을…! 어깨가 드러나는 저 오프숄더 고스룩 드레스가…! 그 아슬아슬함이…!

         

       춤을 출 때마다 펄럭이며 드러나는 하얀 발목이…! 그것을 몰래 훔쳐보는 배덕감이…!

         

       “하아…, 흐으….”

         

       하예린 팬인 그녀의 얼굴을 붉게 만들고 심장은 거세게 뛰게 했다.

         

       여기서 화룡점정을 찍은 것은 후렴이 끝난 후 하예린의 단독 댄스 브레이크였다.

         

         

       -This is magical love★

         

       -깨달았을 땐 이미 늦었어.

         

       -넌 이미 ‘내 발 아래’

         

         

       여기서도 개사가 있었다.

         

       원래는 ‘내 품 안에’ 인데 그것이 ‘내 발 아래’로 바뀌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하예린의 댄스 때문에 대부분이 가사가 바뀌었다는 점을 눈치채지 못했다.

         

       사락-, 사라락-.

         

       하예린의 댄스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모든 감각을 집중하게 했으니까.

         

       하예린의 댄스를 보고 있을 때면 늘 사람들은 이 공간에 하예린과 자신 둘밖에 없는 착각이 들곤 했다.

         

       거기에 더해지는 그녀의 표정 연기.

         

       ‘아.’

         

       하예린 팬인 그녀가 하예린을 덕질하는 걸 포기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어느새 최면에 빠진 것처럼 환각을 보여주는 저 표정 연기.

         

       정신을 차릴 때쯤엔 어두운 공간에 그녀와 하예린 둘밖에 없었다.

         

       하예린은 팬인 그녀를 처음에는 경멸 어린 표정으로 보다가….

         

       저벅-.

         

       이내 착한 일을 한 보상이라는 듯 다가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하예린 팬인 그녀는 몽롱한 상태로 그녀의 쓰다듬을 받다가 하예린의 속삭임을 듣고 정신이 번쩍 깼다.

         

         

       -이 돼지야, 무릎 꿇고 그 상태로 기어와서 내 발이나 핥아.

         

         

       “……!”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무대가 끝나고 하예린이 엔딩 포즈를 짓고 있는 후였다.

         

       하예린 팬인 그녀는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채로 무대를 보고 있었다.

         

       ‘돼, 돼지라니….’

         

       물론 하예린이 그런 말을 실제로 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하예린이 실제로 그 말을 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인간은 누구나 모멸적인 말을 들으면 화가 난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아아….”

         

       내면의 내면 속에서…, 정말로 하예린의 발을 핥고 싶다는 음습한 상상을 하고 말았다.

         

       털썩.

         

       하예린 팬인 그녀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새로운 취향이 개발된 것을 느끼며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유 설 극성팬인 그녀의 친구는 그런 그녀를 약간은 한심하게 쳐다 봤다가….

         

       “야, 너는 뭘 그렇게 오버를…, 어? 야! 너…!”

         

       그녀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 소리쳤다.

         

       “너, 피! 코피나, 지금!”

         

       하예린 팬인 그녀의 얼굴에서 코피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친구는 서둘러 가방에서 티슈를 꺼내 코를 막아 주었다.

         

       친구가 피를 닦아줄 그때까지 하예린 팬인 그녀의 얼굴에는 여운이 담겨 있었다.

         

       “친구야….”

         

       “어, 왜…! 혹시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지금 당장 병원이라도….”

         

       친구는 그녀가 죽기 직전인 것처럼 굴기에 아프기라도 한 게 아닌가 걱정했지만….

         

       “미안해…. 나 유 설 못 뽑을 것 같아….”

         

       “…어?”

         

       “우리 예린이…, 뽑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어…. 우리 여왕님…, 한 표라도 더….”

         

       “에라이.”

         

       “꺅!”

         

       그와중에도 그녀가 하예린 타령을 하는 것을 보고 내동댕이쳤다.

         

       “이 배은망덕한 게! 지금 방청권도 누가 구해준 건데!”

         

       “그치만…, 우리 예린이가 무대를 너무 잘 뽑은 걸 어떡해….”

         

       “…흥.”

         

       유 설 극성팬인 그녀는 혀를 차면서도 친구의 그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긴 했다.

         

       방금 하예린의 무대는…, 유 설 극성팬인 그녀도 감탄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으니까.

         

       물론 그렇다 해도….

         

       “그래도 어차피 이번엔 우리 설이 팀이 이길 거야!”

         

       그녀가 유 설을 향한 응원을 멈추는 건 아니었다.

         

       1팀 다음은 바로 유 설이 속한 2팀의 무대다.

         

       아직도 방금 하예린 무대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 그녀였지만….

         

       “…할 수 있어!”

         

       그녀는 이번에야말로 유 설이 하예린을 이길 수 있으리라며 주먹을 꽉 쥐었다.

         

         

         

         

       **

         

         

         

       “와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악-!!”

         

       “하예린-!!”

         

       “예린아-!!!”

         

       무대가 끝나고 백스테이지로 돌아온 후…, 우리를 부르는 어마어마한 함성 소리를 들으며 나는 무대가 성공적으로 끝났음을 깨달았다.

         

       물론 관객들의 반응을 제외하고도…, 이번 무대는 개인적으로 흡족한 무대였다.

         

       이는 나 말고도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는지 모두 탈력감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와…, 다들 수고하셨어요…!”

         

       “우리 너무 잘했다. 그쵸?”

         

       “…우리 모두 열심히 한 건 맞지만….”

         

       모든 팀원이 무대를 성공적으로 끝냈다는 기쁨에 자축하는 그때였다.

         

       “사실 고생은 리더랑 센터 동시에 한 예린 언니가 가장 많이 했죠? 아이디어도 다 예린 언니가 냈고….”

         

       “…….”

         

       갑자기 나한나가 끼어들어 내 얘기를 하자 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다가….

         

       “아…, 하하. 맞죠! 예린 언니가 다 했죠!”

         

       “언니. 수고하셨어요!”

         

       다들 내게 달려들어 환호를 내질렀다.

         

       “아냐, 아냐 다들 모두 수고했지.”

         

       이에 나는 달려드는 팀원들을 향해 손사래를 치며 막다가….

         

       “한나야.”

         

       “…예?”

         

       “이게.”

         

       쿡.

         

       은근슬쩍 대기실로 먼저 가려던 나한나의 목을 팔로 감싸고 그녀 귀에 속삭였다.

         

       “어딜 도망가려 그래. 너도 귀찮다고 나한테 리더랑 센터 둘 다 짬 때렸잖아.”

         

       “…….”

         

       내 말에 뜨끔했는지 나한나가 움찔했다.

         

       그렇다.

         

       나한나는 지금 다른 팀원들에게 일침을 가했지만 사실은 자기도 내가 운전하는 버스에 올라타려는 생각밖에 없었다.

         

       내가 이를 꼬집어서 말했는지 나한나가 찔렸는지….

         

       “그건….”

         

       드물게도 고개를 푹 숙이고 사과했다.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

         

       “언니 말이 맞았어요. 이번 아이디어도…, 사실 실패할까봐 겁나서 먼저 말 못했어요. 그간 열심히 안 한 것도…, 열심히 했다가 망하면 더 슬플 것 같아서….”

         

       그래도 이번 무대에서 나한나의 공이 커서일까 나는 진솔하게 말을 꺼내는 나한나가 그리 밉지 않았다.

         

       “대신 다음에 같은 팀하면 그때는 정말로 열심히 할게요.”

         

       “같은 팀이라….”

         

       내가 나아아 참가자 중 유일하게 아는 데뷔 멤버는 유 설이다. 그 밖에 익숙한 인상의 참가자는 박유정 정도,

         

       그리고 나한나는….

         

       ‘본 기억이 없어.’

         

       전생의 나한나는 과연 나아아 데뷔조에 뽑혔었을까.

         

       지금의 실력만 보면 당당하게 데뷔조에 이름을 올릴 만한 정도긴 하지만….

         

       나는 왠지 눈앞의 무기력한 나한나가 데뷔조에 들지 못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주 미세한 차이지만 과거와 비교했을 때 나한나의 눈은 조금 깨어 있다.

         

       ‘어쩌면 여섯 자리 중 하나는 나한나의 것이 될지도.’

         

       나한나는 무기력하게 나태한 게 단점이지만 동시에 실력 있고 아이디어도 좋다.

         

       ‘가끔가다 보면 귀엽기도하고….’

         

       이에 나는 다음에 팀하면 자기가 열심히 하겠다는 나한나의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음에는 리더나 센터해야 한다.”

         

       “네…!”

         

       이렇게 2차 팀 경연 우리 1팀의 무대는 끝이 났다.

         

       탈도 많고…, 문제도 많았던 팀이었지만…, 나름 재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팀원들과 훈훈한 분위기로 대기실에 돌아와 보니….

         

       “엇…, 2팀 이제 시작하려 한다.”

         

       “…!”

         

       우리의 상대인 2팀이 무대를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마루나루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매번 정말 감사합니다 ㅎㅎ 마루나루님의 응원의 힘을 받아 앞으로 더욱 열심히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술술넘어간다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꼭 완결까지 보고싶으시다구요? 그러면 제가 빠르고 안전하게 완결까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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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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