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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

       

        

        

        

        

        

        

        

        

        

        

        

       “…이가 그렇게 길지는 않으시네요?”

        

       “아나콘다는 독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나름 다른 사람에 비해선 길지 않나요?”

        

       “그건 그러네요. 신기하다….”

        

        

        

        …입을 너무 크게 벌렸나?

        

        아무래도 아침을 먹지 않고 나와서 그런 걸까, 별 생각 없이 고급 퀄리티의 음식을 먹고 있었더니 요런 말도 다 들어본다. 그래도 정말로 순수한 궁금증에서 나온 말인 것 같아 별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 신경쓰이는 건 어쩔 수 없어, 음식을 깔끔하게 삼키고, 탄산수로 입 안을 닦고는 손가락으로 이를 슬쩍 만져보고 있자니 저쪽이 괜히 물어봤다는 표정이다.

        

        

        

       “괜찮아요. 충분히 궁금할 수 있는 부분이잖아요. 이왕 이런 김에 말해드리자면, 혀도 좀 많이 길어요. 근데 이건 징그러우니 굳이 보여드릴 일은 없고.”

        

       “아, 진짜요? 우와….”

        

       “그래도 나중에 같은 질문을 계속 받거나 하면 좀 힘들지 않을까….”

        

       “아…힘내세요!”

        

       “하하.”

        

        

        

        사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까.

        

        아직 실감은 나지 않지만, 세상에서 거의 몇 명 없는 반쯤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었다는 건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래도 깊게 생각해봤자 그리 의미 없는 일이었으니….

        

        조심스럽게 다리에 힘을 주어 일어서기 전, 텅 비어버린 접시를 한쪽에 겹쳐 쌓아두었다. 나는 먹는 속도가 상당히 빨랐기 때문에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겼다.

        

        

        달콤하고 자극적인 향기가 나는 방향으로 이끌리듯 향하자, 잘 구워진 고기들이 쌓여있는 곳이 있었다. 때마침 막 구워져 그릴 위에 담긴 것도 있었고, 나온지 좀 된 것처럼 보이는 물건도 있다.

        

        접시 위에 차곡차곡 담고, 소스와 소금 등도 알차게 챙긴다. 옆쪽에는 퀘사디아와 피자 등이 있었는데, 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뷔페에서 이런 걸 먹으면 돈이 아깝다고들 하지만 이런 걸 먹어도 배가 남으면 상관없기도 하고.

        

        다른 섹션에 있는 것도 담아갈까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한 번에 너무 욕심을 부리는 건 여러모로 민망한 상황을 연출할 것 같아 그냥 발걸음을 돌렸다.

        

        가기 전에 음료수도 조금만 뽑았다.

        

        

        달칵 하고 접시를 내려놓으니, 이제서야 한 접시를 다 비워가고 있던 하모니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그 눈동자에 담긴 의미는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간결했다.

        

        

        

       “와, 그거 다 드실 수 있어요!?”

        

       “제가 왔다갔다할 때마다 그렇게 말씀하실 예정이면, 오늘 한 대여섯 번은 그 소리를 듣겠네요.”

        

       “아, 하하…네, 많이 드세요. 이런 곳에 데려온 보람이 있네요.”

        

        

        

        의자에 앉았다.

        

        깔끔하게 교차시켜 가져온 여섯 대의 양갈비는 전부 프렌치랙. 그 옆에는 등심 몇 덩이와 로스트 비프, 그리고 LA갈비. 접시 한쪽에는 가니쉬들과 소금 및 소스. 피자도 몇 조각 있었다.

        

        의외로 날이 상당한 나이프로 고기를 슥슥 썰어 입 안에 넣었다. 이런 말하긴 뭐했지만 역시 비싼 곳은 어느 정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럴 만한 맛이었다.

        

        

        옛날에 배운 식사 예절 중 하나로는, 음식이 입에 들어가는 걸 남들에게 보이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굳이 음식을 오래 씹고 있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도 없었다.

        

        사실 아까 하모니가 물어본 것처럼,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구강 형태도 여러가지 차이점이 있다 보니…그에 맞는 식사 예절이 파생된 것이라고 하면 되나.

        

        어쨌든 요점이 뭐냐 하면, 이런 행동들이 몸에 밴 탓에 내가 음식을 먹는 속도는 무지막지했단 것이었다.

        

        순식간에 세 번째 양갈비를 들어올린 나를 보며, 하모니는 무엇이 그리도 궁금한 게 많은지 자꾸 이쪽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그래도 그 외형은 마치 고양이 같아서, 어쩐지 고양이 아바타와 겹쳐 보였다.

        

        그런 점에서 보면 참으로 잘 만든 아바타였다.

        

        

        

       “제가 음식을 좀 빨리 먹죠?”

        

       “아, 어…그렇게 티났나요?”

        

       “억지로 눈치채지 못한 티를 내기는 어렵더라구요, 후후.”

        

       “미안해요. 원래 이런 걸 하나하나 신경쓰는 타입은 아닌데.”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언제나 그렇듯 역지사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윤활유였다. 그리 거슬리는 것도 아니었고, 저 시선에 익숙해지니 나름 귀여웠다.

        

        아바타가 고양이였다면 현실은 햄스터라고 해야 할까. 마침 머리카락도 헤이즐넛 색이고, 예쁘다기보단 귀여운 얼굴상이다.

        

        

        어느덧 접시를 다 비운 그녀는 자기도 고기를 좀 받아오겠다며 사라졌다.

        

        나는 어느새 아까 받아온 것의 절반 정도를 위장 안으로 구겨넣은 시점이었고, 하모니가 돌아오면 얼마 안 남지 않을까. 하루 필요 칼로리가 충당되며 조금씩 기력이 샘솟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갑자기 하모니가 어디 사는지에 대해서 조금 궁금해졌다. 별다른 이유는 아니었고, 나랑 집이 가깝다면 자주 들들 볶으러 갈 수 있을텐데. 구체적으로는 운동하라고.

        

        이곳까지 오는데 40분 정도 걸렸다고 했으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사는 건 확실한데.

        

        그래도 그걸 직접 묻는 건 좀 그러니, 관련 주제를 기다리는 걸로.

        

        

        

       “저 왔어요!”

        

       “아, 이것저것 많이…탄산음료는 왜 이렇게 많이 가져오셨어요?”

        

       “에헤, 제가 사실 집에서 달달한 음료수를 자주 마셔서, 앗. 이거 말하면 안 되는데.”

        

       “스읍….”

        

       “오, 오늘은 치팅데이! 치팅데이니까!”

        

       “매일이 치팅데이가 아니시구요?”

        

       “으헝, 엄마아아…유진 씨가 밥먹는데까지 따라와서 괴롭혀어…!”

        

        

        

        물론 단순한 헤프닝으로 끝났다.

        

        나는 거의 다 먹었기에, 앞으로 뭘 먹을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 라고는 해도, 앞으로 먹을 건 참으로 많았다. 당장 돌면서 봤던 것만 해도 중식, 한식, 즉석음식, 파스타, 카레, 딤섬, 스프에 빵, 그 외에도 일일히 열거하기 힘든 여러 것들.

        

        이런 몸이 되고선 좋은 점은 뷔페를 알차게 이용할 수 있단 점이 아닐까. 사실 지금 막 체감한 장점이었다. 옛날엔 배터지게 먹을 수 있는 게 전투식량 이외엔 별로 없었으니.

        

        행동은 신속했고 이번에는 중식 차례였다.

        

        

        

        

        

        

        그리고 얼마 뒤.

        

        

        

       “…선생님. 도대체 얼마나 드시는 거예요?”

        

       “뷔페 한 바퀴 도는 중이에요.”

        

       “우와아….”

        

        

        

        식사를 시작한지도 어언 두 시간.

        

        난 여전히 잘 먹고 있었다.

        

        

        

        

        

        

        

        

        

        

        

        

        

        

       “아, 나가기 싫다…오늘 진짜 너무 덥고 습해요. 나오자마자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든데, 유진 씨는 안 그랬어요?”

        

       “저는 이런 날씨가 좋아서….”

        

       “아.”

        

        

        

        그래도 오늘은 좀 심하긴 했다. 마치 거대한 찜질방을 걸어다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나마 고온이라도 평범하게 버틸 수 있는 몸이라 다행이긴 하지만.

        

        불쾌지수로 따지면 오늘은 그야말로 밖을 굳이 나다녀야 할까 싶을 정도의 영 좋지 못한 날일 터였다. 역시 한국 날씨는 난장판이다.

        

        아무튼 하모니는 금세 또 신기하다는 듯 혜자스러운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가기까지는 앞으로 1시간 정도가 남아있었고, 나도 상당히 많이 먹었다. 배가 상당히 빵빵했다. 여기서만 하루 최저칼로리의 거의 대부분을 땜빵한 듯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로 퇴장하려는 건 아니었고, 지금은 후식과 간단한 다과를 가져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시점이었다.

        

        다양한 빵과 버터, 잼.

        

        오렌지와 멜론을 비롯한 다양한 과일과 빙수,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토핑.

        

        와플과 컵케이크, 젤리, 젤라또, 파이, 에그 타르트, 크림 브륄레, 마카롱.

        

        커피와 음료수, 스무디, 과일주스 등.

        

        뭐든 한 개씩 맛보지 않으면 손해가 아닐까 하여, 일단 종류별로 다 가지고 왔다. 하모니는 기겁을 했지만 어차피 다 내 뱃속으로 들어갈 터였기 때문에 그리 큰 문제는 없었다.

        

        어차피 집 가서 운동 좀 하면 금방 불살라질 칼로리건만.

        

        

        

       “그래도 하나씩 다 가져오시니 미니 뷔페 같고 좋네요. 한 입씩 얻어먹을 수도 있구…으에윽, 너무 많이 먹었어.”

        

       “중간부터 좀 무리하시더니, 어째.”

        

       “그치만 유진 씨가 먹는 걸 보니 이상하게 식욕이 돌아서….”

        

        

        

        남이 잘 먹는 걸 보면 식욕이 상승하는 효과라도 있는 걸까?

        

        먹방이라는 컨텐츠가 요즘도 유어스페이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

        

        빵빵하게 부푼 걸 자랑이라도 하듯 하모니는 옷 너머로 배를 어루만지더니,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의자에서 일어서 뒤뚱뒤뚱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손을 깔끔히 씻고 온 그녀는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러고 보니, 유진 씨는 유어스페이스는 관심이 아예 없으신가요?”

        

       “생각해보니 마침 그 부분을 물어보려고 했었어요.”

        

        

        

        사전에 기억해놓았던 질문들이 트리거에 반응하여 솟아오르고 있었다.

        

        

        

       “트리키에 직접 들어와서 방송 녹화분을 보는 건 비직관적이란 반응이 좀 있었거든요. 그래서 가능하면 빠르게 유어스페이스에 영상을 업로드하려고는 생각 중이에요.”

        

       “혹시 유어스페이스 연동은 해놓으셨나요?”

        

       “제가 그 부분을 잘 몰라서, 마침 손대려던 찰나에 식사라도 한 번 하자는 연락이 왔었죠.”

        

       “아.”

        

       “민아 씨 같은 경우엔 어떻게 하셨었나요?”

        

        

        

        잠시 고민하더니 이어지는 대답.

        

        

        

       “…저랑은 출발 지점이 다르시니 해드릴 말은 크게 없는데, 일단 연동을 하면 유어스페이스 채널이 자동으로 개설될 거예요. 방송 녹화분을 전부 체크한 후 업로드하면 적어도 며칠 안으로는 전부 업로드가 끝날 거구요.”

        

       “으음.”

        

       “일정 구독자 수랑 조회수 등을 달성하면 심사 후 수익창출이 열릴 거예요. 유진 씨 같은 경우엔…썸네일이 필요하시다면 커뮤니티에서 팬아트를 그리는 분들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내도 되고, 편집자도 비슷하게 구하시면 돼요.”

        

       “그런가요?”

        

       “물론 그건 임시방편이고, 만약 제대로 채널 운영을 시작하실 거라면 꽤 복잡해지겠죠. 방송 시간이 평균 열두 시간 정도니 편집자도 적어도 두 명 정도 필요하실 거고…뭐, 그건 지금은 크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고마워요. 모르는 게 있으면 계속 물어볼게요.”

        

       “흐힝, 아무거나 다 물어보세요. 아는 선에선 다 말씀해드릴테니.”

        

        

        

        그렇게 이어지는 문답들.

        

        주요한 건 재정 관리랑 돈 문제, 그리고 계약 관련이었는데, 듣자 하니 하모니는 외부 업체를 통해 제작한 개인 애플리케이션 같은 걸로 자금 흐름을 관리하고 월급 등이 밀리지 않도록 관리 중이란다.

        

        그 외에도 한 MCN에 소속된 상태이기에 거기서도 나름대로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여하간 그런.

        

        돈 문제야 칼같이 관리하지 않으면 언제나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고, 이쪽 영역은 정보 전파도 빠르기에 짤막한 실수라도 있으면 금방 일이 커진다.

        

        이 부분은 추후 매개변수를 전부 정하고, 이카루스 기어로 관리해야겠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를 물어보았다.

        

        가령 나에게도 왔었던 MCN 제의라든가, 타 스트리머들과의 합방 요청이나 여타 유어스페이스 채널 운영자들로부터의 인터뷰 제의. 이건 개인적인 일들이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모름지기 모든 일은 착수하기 전 철저한 사전 조사가 필요한 법이었다. 설령 일일히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이렇게 물어보는 것도 분명히 도움이 되겠지.

        

        그 점에서 보면 하모니는 스트리머 경력만 최소 몇 년 단위인 대선배였고, 도움이 되는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그런 것치곤 요 몇 주일 사이 여태까지 경험한 적 없는 괴상망측한 일들을 압축해서 겪었다고 투덜거리긴 했지만.

        

        

        

       “…여하간, MCN은 장점도 단점도 있어요. 많이 알아보시고, 유진 씨의 장점이나 요구를 살릴 수 있는 곳을 위주로 선택하시면 될 거예요.”

        

       “그 외에 더 명심해야할 부분 같은 게 있을까요?”

        

       “MCN에 들어가든, 개인 활동을 하든…채널이 커지게 되면 어느 방향을 가도 책임과 선택도 같이 늘어나니까요. 그 점을 명심하세요.”

        

       “고마워요.”

        

        

        

        그렇게 말하고는 일어섰다.

        

        하모니도 일어서려고 했지만 잠시 손을 들어 제지했다.

        

        

        

       “에, 뭐야. 이제 슬슬 가는 거 아니었어요?”

        

        

        

        그에 나는 입을 열어 답했다.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고기 한 접시만 더 먹고 가야죠.”

        

       “아이, 진짜아아!”

        

        

        

        하지만 단백질 부족은 용납할 수 없었다.

        

        하모니의 앙탈을 뒤로 하고,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유진은 혀도 깁니다

    그리고 단백질 섭취는 중요한 사안이며 이는 함무라비 법전과 보이니치 문서에도 기록되어있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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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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