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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

        

         

       *** ***

       

       털썩.

         

       독의가 약재저장고로 사용하는 곳에 산적 다섯 명을 모두 운반한 흑묘와 여일예는 서로를 경계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제 볼 일은 다 본 셈이니 갈 길 가시죠?”

         

       “그건 그대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흑묘의 눈에 보이는 여일예는 그야말로 폭탄이나 다름이 없었다. 거물들을 상대로 복수극을 시작할 여일예는 태풍의 눈이 될 테고 괜히 주변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휘말려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았다.

         

       은원패를 주고 받았다는 것 만으로도 상당한 위험인데 거기에 또 이런 식으로 연결고리가 생기다니.

         

       ‘정보를 풀어서 운남으로 보내놨더니만…이렇게 되어버릴 줄이야.’

         

       월복당 신입인 전후담을 움직여 멀찍이 운남으로 보내 놨더니 하필 형귀산에 독의가 자리를 잡았다.

         

       흑묘와 달리 여일예는 흑묘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었다.

         

       개인적은 감정은 없었지만 흑묘는 정파의 사람인 여일예가 보기에 그냥 수상함 그 자체였다. 항시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으며 암살자가 쓸 법한 흑영기공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무엇보다 낭인으로 있을 실력이 아니었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지만 정말 수상함 덩어리인 것 같은 사람이 은인의 곁에 붙어 있으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은인이 내 은원패를 지니고 있다는 점 잊지 말도록.”

         

       “참나. 알았으니까 선배한테 접근하지 마세요.”

         

       여일예는 흑묘의 날선 태도에 콧방귀를 뀌었다.

         

       “길 안내는 끝났으니까 이제 가면 그만이잖아요?”

         

       “은인께 아직 용무가 남았다. 그쪽이야말로 신경 쓰지 말도록.”

         

       여일예는 아직 호천안에게 금자를 건네 줘야 할 용무가 남아 있었다. 단순히 그것뿐만은 아니었고 차분히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낭인객잔에 쳐들어갔을 때는 당연히 차분히 이야기 할 기회가 없었고 황금가 앞에서 만났을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장소에서 은인과 만날 기회가 또 있을까.’

         

       투덜거리는 흑묘와 그런 흑묘를 완전히 무시하는 여일예. 기묘한 두 사람의 조합이 독의의 처소 앞에 도달했다.

         

       그런 두 사람이 본 것은 처소 앞에 돗자리를 깔고 가부좌를 틀고 있는 호천안과 무언가를 배합하는 독의였다.

         

       “은공..? 어르신..?”

         

       “흠. 그래. 너희 둘은 좀 호법을 서거라. 혹여나 산적이 소란을 일으킬 수 있으니 산적이 오면 불문곡직하고 제압하도록.”

         

       “…선배 이게 무슨 일이에요?”

         

       “설명하자면 길어 다 끝나고 말해주마. 일단 독의님 말 대로 해.”

         

       흑묘와 여일예는 사태 파악이 제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일단은 독의가 시키는 대로 좌우로 나누어 호법을 보기로 했다.

         

       “둘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대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독의는 두 사람에게 엄포를 놓고는 가부좌를 틀고 있는 호천안에게 집중했다.

         

       “우선 영약을 삼키고 그 기운을 최대한 억누르고 있게나. 그러면 내 지금 제조한 약물을 입 안으로 흘려 넣겠네. 이 약물과 영약이 만나면 폭발적으로 기운이 분출될 게야. 자네가 해야 할 일은 그 기운이 분출되는 순간까지 최대한 약기운을 억누르고 있다가 한번에 다 놓아 버려야 하는 일일세.”

         

       “명심하게나. 습관적으로 기를 통제하려고 하는 순간 정말 큰 내상을 입을 수도 있네. 정말 이상적으로 끝난다면 약간의 고통으로 끝날 일일세. 자네가 얼마나 기운을 놓을 수 있느냐에 따라 부상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잊지 말게.”

         

       부상이라는 말에 두 여자가 움찔했지만 호천안은 두 사람까지 신경 써 줄 겨를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게나.”

         

       독의가 옥주자령단을 호천안의 입 안에 넣었다.

         

       ‘후.’

         

       호천안은 목구멍을 넘어가는 옥주자령단의 감촉을 느꼈다. 정확히는 식도로 넘어가는 순간부터 풀려나기 시작한 옥주자령단의 기운을 느꼈다. 달짝지근한 술향이 코와 입을 맴도는 것을 느끼며 본격적으로 기운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삼원심법.

         

       현재 호천안이 익히고 있는 내공심법이었다. 자연상의 기운을 최소한도의 가공으로 사용하는 심법으로써 내공의 성질 자체에 장점은 없었지만 내공의 회복력만큼은 어느 상승심법 못지 않았다. 자연의 기운에 가까운 내공이다보니 손쉽게 보충이 가능했던 것이다.

         

       내공의 총량은 9에서 넘어갈 수가 없으니 회복력이라도 극대화시켜보자는 것이 호천안의 선택.

         

       호천안은 삼원심법을 최대한으로 운용하며 옥주자령단의 기운을 억눌렀다. 그러나 호천안은 손으로 물을 막는 것 같은 막막한 심정에 휩싸였다. 최대한 노력은 해 보고 있었지만 딱히 기운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것.

         

       “잘 하고 있네. 약성이 몸에 스며들 때까지만 어떻게 붙들고 있게나.”

         

       독의의 말은 이미 호천안에게 닿지 않은 상황. 독의는 집중해 호천안의 상태를 살폈다. 약 반 각 정도 호천안의 상태를 살피던 독의는 망설임없이 호천안의 입을 벌려 사발의 액체를 흘려 넣었다.

         

       호천안은 옥주자령단의 기운을 제어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갑자기 옥주자령단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느꼈다.

         

       우르르르릉!!

         

       호천안의 뇌리에 어떤 우레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정신을 집중하느라고 약이 들어오는 것을 느끼지 못한 호천안이었지만 직감적으로 독의가 약을 투입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옥주자령단에서 나오던 기가 유속이 느린 강물과 같았다면 방금전의 흔들림은 그야말로 둑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둑이 무너지고 알이 깨지듯이 옥주자령단의 기를 가두고 있던 틀이 깨지고 그야말로 노도와 같은 기운이 전신을 내달렸다.

         

       옥주자령단이라는 환단에 묶여 있던 기가 사정없이 분출되며 호천안의 전신을 강타했다.

         

       ‘큭..!’

         

       호천안은 본능적으로 그 기운을 붙잡으려다가 간신히 놓았다. 독의의 경고를 머릿속에 계속 되뇌이고 있었음에도 자신도 모르게 기운을 붙잡으려 들었다. 그야말로 기가 빠져나가려는 것을 막으려는 무인의 본능. 그리고 거칠게 자신의 몸을 휘젓고 있는 기를 진정시키려 하는 생명으로써의 본능.

         

       그 두 가지를 억압하고 옥주자령단의 기운이 몸에서 날뛰도록 두는 일은 쉬운 게 아니었다.

         

       호천안은 입에서 쓴맛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옥주자령단의 기운이 거칠게 자신의 몸을 두들길 때마다 힘을 빼고 다 내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붙잡으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었다.

         

       ‘폭풍 속 갈대가 되어야 한다! 나는 갈대다!’

         

       폭풍 속에서 꼿꼿이 서 있으면 그냥 뿌리째 뽑혀 날아가는 나무의 신세가 되고 만다. 유연하게 굽히는 갈대만이 폭풍 속에서 누워 살아 남을 수 있는 법.

         

       괜히 붙잡으려고 힘을 주는 순간 충돌이 일어나고 충돌이 일어나는 순간마다 기맥에 손상이 왔다.

         

       호천안은 이 극한 상황 속에서 독의의 말을 실감했다.

         

       ‘피 속에 덩어리들이 가득하다라..’

         

       여태 호천안은 운기를 하거나 내공을 쌓으며 불편함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기가 제대로 흐르지 않는다던가. 혹은 어딘가가 막혀 있다던가.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으니 독의의 주장도 무언가 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옥주자령단의 기운이 폭풍처럼 몰아치는 상황이 되어서야 호천안은 그런 실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실개천의 냇물은 돌덩이가 아무리 쌓여 있어도 재주껏 흐르기 마련.

         

       그러나 한번에 터져 나가는 옥주자령단의 큰 기운은 무언가에 꽉 막힌 듯 시원스럽게 뻗어나가지를 못하고 있었다.

         

       조금씩은 빠져 나가고 있었지만 막힌 것 하나 없다 여겼던 기맥이 장애물 투성이임을 인지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한 현상.

         

       몸에 실감이 느껴지기 시작하자 호천안은 완전히 기운의 통제를 놓아버릴 수 있었다.

         

       콰아아아아!!

         

       독의의 약물이 완전히 효과를 발휘하는 것인지 더욱더 거센 옥주자령단의 기운이 호천안의 몸에서 날뛰었다. 기의 제어권을 완전히 놓아서 유연한 갈대가 된 호천안조차 정신이 아득해질 압력.

         

       갈대의 허리마저 끊어버릴 폭풍과 같은 기운이 호천안의 전신으로 내달리고.

         

       툭.

         

       투툭.

         

       투두두두둑!

         

       어느 순간부터 그 흐름이 가속되기 시작했다. 호천안은 갑작스럽게 빨라지는 옥주자령단의 기운과 동시에 너무 거대한 기운이 들이닥쳐 압박을 받던 기맥들이 점차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스스스스.

         

       그야말로 꽉 막힌 것 같았던 기의 흐름에 숨이 트이기 시작했다.

         

       ‘정말로 선기가 녹아 사라지는군.’

         

       그리고 동시에 몸에 상쾌함을 느끼게 했던 기운들이 급속도로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독의의 말대로 마기와 충돌한 선기가 중화작용을 일으켰던 것일까.

         

       대체적으로 점차 흐름이 빨라지고는 있었지만 옥주자령단의 기운이 시원스럽게 빠져나가는 느낌은 없었다.

         

       아까보다는 훨씬 빨라진 속도였긴 했지만 여전히 병목현상이라고 할 만한 느낌이 남아 있엇던 것.

         

       호천안은 독의가 왜 임시 방편이라고 표현했는지 깨달았다. 결국 물길이 트이기는 했지만 정말 시원스럽지는 않았던 것.

         

       “자네 들리나? 이제 슬슬 단약의 큰 기운은 다 빠져 나간 것 같으니 기의 고삐를 조여 빠른 속도로 운기를 해 보게. 남은 기운을 다 긁어 모으는 기분으로 말이야.”

         

       호천안은 금세 독의의 말을 이해하고는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몸 안에 남은 옥주자령단의 기운을 긁어 모아서 최대한 혈맥의 마기 덩어리들과 충돌을 일으키라는 소리였다.

         

       전보다 수월해진 기의 운용을 느끼며 호천안은 최대한 옥주자령단의 기운을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이미 잔해밖에 남지 않은 옥주자령단의 기운이었지만 꼼꼼히 하나씩 모아보니 제법 굵직한 흐름이 되었다.

         

       ‘어차피 어디에나 덩어리들이 있고 그게 피를 타고 돌아다닌다면 굳이 크게 돌려서 압력을 낮출 필요가 없다. 소주천으로 빠르고 강하게 돌리자.’

         

       호천안은 몸통의 일부 혈도만 도는 소주천을 택해 옥주자령단의 기운을 최대한 빠르게 회전시켰다. 그 선택이 정답었을까 미세하게 옥주자령단의 기운이 줄어 드는 것을 느끼며 소주천에 집중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다섯 번.

         

       호천안은 더 이상 옥주자령단의 기운이 줄어 들지 않은 것을 느끼며 그 기운을 단전에 갈무리했다.

         

       이 이상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없었기에.

         

       호천안이 눈을 번쩍 떴다.

         

       독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어때 잘 해결 된 것 같나?”

         

       “무언가 깨어지는 느낌은 난 것 같습니다만…”

         

       입을 열던 호천안은 전신이 욱씬거리는 것을 느꼈다. 단순하게 말을 하기 위해 턱을 움직인 것만으로도 전신이 찌르르 울렸다.

         

       “어디 보자…”

         

       독의는 호천안의 턱을 타고 흐르던 핏물을 훔쳐 입 안으로 가져갔다. 호천안은 그제야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만신창이!

         

       내상으로 이미 피를 한 웅큼 토해낸 상황이었고 전신 팔다리 모두 말을 듣지 않는 상태!

         

       독의가 호천안의 피를 맛본 뒤에 기쁘다는 듯이 웃었다.

         

       “허허! 확실히 맛이 달라졌군. 축하하네!”

         

       ‘이런, 미친…늙으니…’

         

       호천안은 환한 독의의 미소를 보면서 몸이 뒤로 넘어가는 것을 느꼈다.

         

       ‘독의도…당씨였지…’

         

       독의 ‘당’처인! 호천안은 독의의 위험성 당부가 정말 의례적인 경고이고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면피성 문구라고 판단했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독의 당처인의 경고는 정말 말 그대로였다! 호천안이 실수를 몇 번 한 대가로 이미 몸은 초주검이 된 상태.

         

       그러나 독의에게는 문제될 것은 없었다. 호천안의 상태는 중증 내상을 입은 심각한 환자였지만 이 정도는 독의에게 있어 완치 대상에 불과할 뿐!

         

       호천안은 꺼져가는 의식 사이로 당도경과의 대결을 끝내고 자신을 쳐다 보았던 당광렬을 보며 했던 다짐을 떠올렸다.

         

       다시 당씨 사람을 믿으면 성을 간다고 했었나.

         

       ‘이제 냥천안으로 소개하고 다녀야 하나…’

         

       실없는 생각을 하며 호천안의 의식이 끊겼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당씨를 믿어?

    *오늘부로 선작 1만을 달성했네요.

    참 감회가 새롭습니다.

    4월 초. 공모전에 참여하자고 생각하면서도 3일이면 일상생활 가능하다는 말에 라식수술을 받았습니다.

    일상생활은 가능한데 눈이 회복되는건 또 다른 문제더군요.

    대충 제대로 모니터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던 시기가 공모전 예선이 며칠 남지 않았던 시기. 뭐 하나라도 내보자는 생각에 옜날옛적에 생각해 두었던 소재를 하나 꺼내 공모전에 내놓은 것이

    현재의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입니다.

    정말정말 솔직하게 여기까지 올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습니다.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는 일반적인 무협의 클리셰 비틀기…랄까 제 불만의 발현이랄까. 그런 것이거든요. 바탕은 무협이지만 ‘왜 신비면사녀들은 저 외모를 이용 안 하고 그냥 주인공이 도와줄 때까지 비극의 여인으로 남아 있는 걸까’ 따위나 ‘무림에서도 무공 말고 다른 기술이 활약할 여지는 없나’ 같은 생각으로 시작된 소재니까요.

    무협이라는 장르가 다 사라진 판국에 뜬금없는 클리셰 비틀기가 먹히겠냐.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당장 20화 30화라도 쓸 수 있도록 준비된 이야기가 이거 하나밖에 없었으니 그냥 써내려가기 시작한 겁니다.

    그런데 이게 인기를 얻기 시작하고 어어 하는 사이에 이렇게 되어버렸습니다.

    위기도 있었고 결국 공모전 타이틀을 다는 것에는 실패해 버렸지만 아무튼 이렇게 1만 선작을 달성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기쁘네요.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를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연참이니 다음화도 보고가세용!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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