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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

       레반, 시훈은 일대일 교전에 강점이 있는 유저는 아니었다. 그를 챌린저 중위권까지 데려다 준 건, 메타와 조합에 맞는 빌드와 루트를 빠르게 정립하고 적용하는 능력이었으니까.

        

       물론, 챌린저 레벨에서의 이야기다. 마스터 정도야, 실험용 빌드를 들고도 일대일 교전에서 압살할 자신이 있었다.

        

       전국 – 그것도, 한국에서 500등 안에 드는 챌린저란 그런 존재다. 미국 서버에서 챌린저 300등 정도에 드는 유저조차, 한국에선 마스터 상위권에서 허덕였다는 썰은, 국내 나오나 커뮤니티에선 유명하다못해 사골처럼 우려지는 이야기니까.

        

       그러니까, 이예나가 마스터 중하위권에 머물던 시절에 만났을 때 방심했던 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상식적으로 마스터 중위권일 수가 없는 실력자가 갑자기 뒤통수를 가격해서 발생한 사고, 정도였지.

        

       동등한. 아니, 자신보다 윗줄의 챌린저라고 가정하고 준비해서 붙는다면, 쉬이 져 줄 생각은 없었다.

        

       ‘……방심을 접어두고 다시 붙었을 때도, 지기는 했지만…….’

       

       그 때는, 아예 싸워주지도 않았으니까.

        

       [레반: 룰은 어떻게 할까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교전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깔끔하게 선 1킬로 3판 어떠신가요?]

       [레반: 좋습니다.]

        

       바라던 바였다. 최소한, 이번엔 정면에서 붙어보겠다는 이야기 아닌가.

        

       VR기기 착용을 마친 레반은 빌드 선택창으로 진입했다. 최상단에는, 최근까지도 다듬고 또 다듬은 두 개의 빌드가 준비되어 있었다.

        

       [지하/중갑/갈망- 도적]

       [지하/경갑/폭주- 도적]

        

       마지막에 적힌 ‘도적’은, 상대에 도적이 나왔을 때 쓰는 빌드임을 의미했다.

        

       ‘이런 게 필요해질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하지만, 앞으론 다를지도 모른다.

        

       이예나가 방송에서 선보인 플레이의 대부분은 이예나니까 가능한 짓거리였지만- 적어도 도적의 가능성만큼은 확실하게 시사하고 있었으니까.

        

       ‘도댓형 말고도 도적 돌려보는 사람들 제법 생길 것 같은데. 그러다 진짜 되겠다 싶으면, 프로 경기에 도적이 등장하는 사태까지도…….’

        

       물론, 그런 미래 따위를 대비하여 미리 만들어 둔 건 아니었다.

        

       오로지 아따먹만을 생각하며, 언젠가 그 머리에 도끼를 박아 넣기 위해 만든 빌드들이었으니까.

        

       ‘첫 세트는……중갑 갈망으로.’

        

       ‘경갑 폭주’가 범용성 있는 대(對)도적 용 빌드라면, ‘중갑 갈망’은 일대일 결투 맞춤형으로 준비한 일회성 빌드였다. 

        

       기동성을 포기하는 대신, 광전사로 착용할 수 있는 한도에서 최대의 방어력을 갖췄다. 

       고위 특성은, 잃은 체력에 비례해서 피격시 경직을 크게 낮춰주는 피의 갈망.

       그리고 일발 역전 카운터를 날릴 수 있도록, 무기는 최대 크기의 양손 도끼를 들었다.

        

       함부로 손을 내밀지 않고 끝까지 버티다가 날리는 이 묵직한 한 방은, 풀피의 도적도 죽여버릴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상대의 헛손질을 유도하여 천천히 호흡을 뺏고, 생겨나는 틈새를 노려 치고 빠지면서 데미지를 누적시키는 이예나의 도적을 저격하는 빌드이자-

       

       소위, ‘모르면 맞아야지’ 유형의 한방.

       

       다전제의 첫 세트에서 내밀기에 적합한, 최고의 한 수다. 

        

       두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며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괴상한 갑옷을 입은 도적이 좌우로 스텝을 밟으며 무수히 많은 페인트를 넣는다. 그리고 그 페인트에 단 한 번이라도 잘못 대응하는 순간, 빠르게 접근하여 연계공격을 쑤셔 넣고는, 반격이 나오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사거리 밖으로 빠져나가겠지.

        

       그러나, 연계기가 마무리되는 타이밍만 맞출 수 있다면- 마지막 공격의 경직을 무시하고 휘둘러질 양손도끼는, 분명 닿는다.

        

       단검으로 공격이 가능한 거리까지 접근한 이상, 단번에 이탈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에.

        

       냉병기 간의 전투를 제법 잘 고증한 나오나에서, 이 정도의 리치 차이는 극복하기 어렵다. 노골적으로 그 리치 차이를 이용하면 더더욱.

        

       -두웅

        

       게임이 시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분 좋은 긴장감과, 샘솟는 아드레날린. 레반은 고양된 감정을 다스리며 두 눈을 부릅뜨고 적의 모습을 눈에 새겼다.

       

       이번엔, 기필코.

       

        반드시.

       

        저 기사의 머리에 도끼를 박아주리라.

       

        ‘……잠깐.’

       

        ……기사?

       

        [레반: 아니]

        [레반: 잠깐]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네?]

        [레반: 왜]

        [레반: 아니]

        [레반: 기사였어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네. 대회 룰 보니까, 기사도 할 줄 아는 거 보여줘야 상대가 도적을 줄 거 같아서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혹시]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기사는 어려우신가요? 리방할까요?]

       

        [레반: 그냥, 가시죠……]

       

        * * * *

       

        으음……. 

       

       [레반(광전사)님이 처치되었습니다!]

       [아따먹(성기사) → 레반(광전사)]

        

       첫 세트가 끝나고, 나는 잠시 고민에 잠겨있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지지요]

       

        빌깍레 이분, 뭔가……하이라이트 영상으로 제출한다니까 부담감을 많이 느끼신 것 같은데. 

       

       게임 자체는 정말, 최고였다. 치열했고. 과연 챌린저라고 해야 할까. 이토록 마음껏 수싸움을 주고받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다만, 영상이 문제다.

       

        카운터 올인형 빌드가 제대로 맞물린다면야 영상도 멋지게 나오겠지. 하지만 일부러 합을 맞추지 않는 이상에야, 10번에 한 두번 꼴로나 가능한 일이다.

       

        저렇게까지 극단적인 빌드는……보통은 타이밍 본답시고 두들겨 맞으며 버티다가, 끝까지 두들겨 맞고 죽는다. 

       

        지금처럼.

       

        자기일처럼 영상미를 고민해주는 건 너무나 감사한 일이지만……일단 외관이 문제 아닌가. 교전이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보이면, 본말전도라고 할 수밖에.

        

       그렇게 얻어맞으면서도 공격을 어찌어찌 흘리고, 피하며, 어떻게든 치명적인 일격만큼은 내주지 않고 버티다가 칼날 같은 카운터 타이밍을 만들어내는 플레이는 정말 일품이었지만……과연 이런 수준 높은 움직임을 일반 시청자들이 알아볼 수 있을까 하면, 의문이었다.

       

        뭐, 그래도……어쩌면, 기사 영상으론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장검으로 마음껏 공격을 하는 영상은, 보통 대충 화려하게 보이기 마련이니까. 마지막 카운터도, 빗나가서 그렇지 오싹할 정도로 날카로웠으니……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부은 부분만 좀 잘라내면, 꽤 치열해보이지 않을까.

       

       그 카운터 설계는 다시 생각해도 정말 일품이었다. 단검이었다면, 위험했을 정도로.

       

        다시 접한다면 당하지 않을 자신은 있었지만.

       

       저렇게까지 강력한 ‘모르면 맞아야지’ 류 함정은, 반대로 ‘아는데 왜 맞음’이란 말도 나오는 법이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다음 판 가실까요?]

        [레반: 저 잠시]

        [레반: 물 한잔만 하고……올게요.]

        

       아. 마침 잘 됐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네, 그럼 저도 잠시 물 좀 마실게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준비되면 말씀주세요]

        

       -까드득.

        

       오늘은 좀 천천히 마시려고 했는데.

        

       너무 흥이 올라서, 참을 수가 없다.

        

       이 정도 실력자와 합을 겨루다가, 최종적으로 칼을 박아 넣는 순간 느껴지는 짜릿함은- 정말이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으니까.

        

       이 맛에 나오나 하지.

        

       역시, 상대를 잘 골랐어. 나중에 뭔가 감사의 표시를 해야 할 텐데.

        

       치킨이라도 보내드려야 하나.

        

       아……혹시 방송 계속 보시려나. 원한다면 면죄부라도 세 장 정도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끝나면 물어봐야지.

        

       * * * *

        

       -까드득.

        

       이를 가는 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보이스가 켜져 있었다면, 고가의 마이크가 잡아냈을지도 모를 정도의 사운드.

        

       하지만, 설령 그랬더라도 그를 탓할 사람은 없었으리라.

        

       -후우.

        

       두 눈을 질끈 감은 레반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물을 들이켰다.

        

       냉정을 되찾아야 했다.

        

       기사.

        

       기사라니.

        

       오로지 그녀의 도적만을 노린 저격 빌드를 쓸 거라는 걸 눈치챘던 걸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기사는 어려우신가요, 라니.

        

       어렵긴 더럽게 어려울 거라는 건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저격 빌드를 들고 와 놓고, ‘저격이 빗나갔으니 캐릭터 바꿔주세요’라고는, 차마……그런 쪽팔린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 짓을 하느니, 차라리 깔끔하게 지는 게 나았다.

        

       ‘……설마 다 알고 한 얘기는……아니, 그건 아니겠지.’

        

       -후우우.

        

       레반은 다시 한번 길게 숨을 내뱉으며, 잡다한 생각과 치밀어오르는 감정들을 저 멀리로 치워냈다.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단발성 함정은 파훼 당했지만, 정말로 자신있는 빌드가 아직 남아있었으니까.

        

       아따먹은 팔다리에 가장 무거운 갑옷을 장착하는 특이한 스타일로 유명했다. 기사를 할 때도, 도적을 할 때도, 그 무게 배분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그녀의 인기에 가속을 더한 컨셉이었고, 인게임에서도 장점이 없지는 않았지만- 약점은, 매우 명확하고 치명적이었다.

        

       반응속도를 극한으로 요구하는 난타전.

       

       

       저딴 갑옷을 입으면, 무게 페널티로 인해 대응이 반 템포씩은 늦기 마련이다. 그리고, 난타전에서는 0.5초라도 뒤쳐진 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손해를 본다.

        

       극복할 수 없는 약점이자, 누적되면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피해다.

        

       교전 타이밍 관리와 심리전, 그리고 경악스러운 반응속도로 어찌어찌 그 약점을 감춰왔지만-

       

       노골적으로 약점을 열어젖히기 위해 준비한 난타전 특화 빌드를 상대로도 그럴 수 있을까.

        

       [레반: 준비됐습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네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지지요]

        

       레반은 대기 화면에 떠오른 자신의 광전사를 바라보았다.

        

       손도끼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자그마한 한 쌍의 도끼는, 도적의 단검과도 비슷한 크기였다.

        

       머리에 심어주었을 때의 만족감은 조금 부족하겠지만-

        

       가타부타 따질 처지는 아니었다.

        

       ‘이번엔, 반드시.’

       

       도적이어도 좋고, 기사여도 좋다. 캐릭터가 아닌, 사람을 카운터치는 전략이니.

       

       교전 계획을 점검하며, 레반은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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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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