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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

        

       

       

       

       올리비아는 제 품에 안긴 리브가를 내려다보았다.

       

       [리브가]

       – 레벨 : 93

       – 호감도 : 72

       – 직업 : 성녀

       – 칭호 : 신실한 자, 이적을 행하는 자, 어둠을 밝히는 자.

       

       방금 그 한마디로, 호감도가 무려 20이나 올랐다.

       

       ‘……통했다.’

       

       계산이 주효했다.

       

       처음부터 너무 큰 것을 제시했으면 리브가는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올리비아가 제시한 것은 고작 ‘동생’이라는 단어 하나.

       

       누군가에게는 그저 친분을 과시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지만, 가족에 대한 갈망이 있는 리브가에게는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는 단어였다.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마치 새로 산 이불을 끌어안는 것처럼 제 품에 얼굴을 부비는 리브가를 향해, 올리비아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리브가.”

       “……네.”

       

       올리비아는 말로 하는 대신 시선으로 주변을 가리켰다.

       수많은 빈민들이 리브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

       

       화들짝 놀란 리브가가 붉어진 얼굴을 푹 숙였다. 

       

       조금 난처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리브가의 정체를 알아챈 사람은 없었다.

       만약 알아챘더라면 저렇게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지는 않았을 테니.

       

       “이제 그만 놔주겠니?”

       “아, 죄……죄송해요.”

       

       리브가는 혼이 빠진 얼굴이었다.

       

       “그, 그게. 제가 원래는 이런 사람이 아닌데…….”

       “나도 알지. 내 동생이 어떤 사람인지.”

       

       다시 등장한 동생이라는 단어에 리브가의 얼굴이 환하게 변했다. 하지만 금세 눈빛이 혼란으로 물들었다.

       

       심장이 요동치고 있을 것이다.

       

       기대했던 것보다, 동생이라는 단어의 울림이 훨씬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리라.

       

       그녀에게 남은 가족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여신뿐이었으므로.

       

       여기서부터 몰살회차의 올리비아와 행보가 분리된다.

       

       몰살회차에서도 리브가는 언니라는 단어를 입에 자주 올렸다. 하지만 ‘올리비아’가 리브가를 동생이라고 부른 적은 없었다.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리브가는 올리비아를 좋아했지만, 어디까지나 존경의 대상으로서 좋아했다.

       

       하지만 태도를 이렇게 바꾼다면?

       

       ‘단순한 존경의 대상, 그 이상의 관계가 되겠지.’

       

       물론 이것이 가능한 건, 리브가가 어리기 때문이다. 아무리 막중한 짐을 지고 있다고 한들, 아무리 숭고한 사상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결국 아이에 불과했다.

       

       그것도 가족의 사랑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아이 말이다.

       

       자고로 인간이라는 생물은 결핍되었던 것이 충족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용기를 내지 못한다.

       

       다 큰 어른들도 그럴진데, 리브가가 버틸 수 있을까?

       

       지금까지야,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 충분히 견뎌낼 수 있었겠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못 할걸?’

       

       왜냐하면 동생이라고 불러주는 건 오직 자신뿐일 테니까.

       

       문득 한 악마가 떠올랐다.

       

       북쪽 마계를 지배하는 대악마, 아스모데우스.

       

       올리비아가 하려는 짓은, 아스모데우스의 것을 똑 빼닮았다.

       

       그녀는 첫째로, 결핍된 부분을 충족시켜 준다.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이 악마라는 사실도 숨긴다. 아스모데우스를 처음 만난 사람들은, 수녀 행세를 하고 등장하는 그녀의 제안을 절대로 거절하지 못한다.

       

       무언가 꿍꿍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손해볼 것이 없으니 일단 받아들이고 보는 것이다.

       

       ‘사실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함정인데.’

       

       아스모데우스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충족시켜준다. 

       

       몇 달, 몇 년이 걸려도 조급해하지 않는다. 그녀는 찰나의 즐거움을 위해 영겁을 인내할 수 있는 대악마였다.

       

       그렇게 결여된 부분이 하나, 둘 충족되어 갈수록, 아스모데우스는 그들에게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어 간다.

       

       그렇게 더 이상 행복해질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해졌을 때, 아스모데우스는 악마로서의 자신을 드러낸다.

       

       그리고, 자신이 충족시켜 주었던 모든 것들을 앗아간다.

       

       물론 그것은 앗아간다기 보다는 ‘회수’하는 것에 가깝지만, 대부분의 인간들은 그것을 견뎌내지 못하고 망가진다.

       

       수백 억 규모의 자산가들이 노숙자로 전락했을 때 자살을 택하는 것처럼.

       

       아스모데우스는 바로 그 때 모습을 드러내어 [계약]을 제안한다.

       

       ‘빼앗은’ 것들을 되돌려주는 대가로, 영혼을 넘겨달라는 아주 불공정한 계약.

       

       계약이 부조리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계약을 거절할 수 있는 사람 또한 없다.

       

       올리비아가 하려는 것도 아스모데우스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악마 행세’라고 말한 것이다.

       

       [남은 시간 : 6분 20초]

       

       6분 가량을 남기고, 올리비아는 관전 상태로 전환했다.

       

       [현재, ‘성녀 리브가’를 관전 중입니다.]

       – 전환 가능 횟수 : 4회

       

       시야가 붕 떠올랐다. 

       

       ‘올리비아’는 몇 초간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다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 모습이 사뭇 기계적으로 느껴졌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나도 몰살 때 저랬으니까.’

       

       기계적으로 움직이지 않고서는 몰살은 절대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올리비아’가 말했다.

       

       – 일주일도 안 됐는데 또 다치신거에요?

       

       빈민을 구제하는 것은 자신의 역할이 아니었다.

       

       – 자, 어디가 안 좋으세요?

       

       리브가의 존경을 살 정도로 선한 일을 도맡아 하는 것 또한, 자신이 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다만.

       

       [관전 상태가 종료됩니다.]

       [남은 시간 : 6분 19초]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봉사를 마무리하고 일어서려던 리브가를 잡아 세웠다. 

       

       “왜, 왜 그러세요?”

       “그대로 있어보렴.”

       

       올리비아는 무릎을 꿇고 리브가와 눈높이를 맞췄다. 방금 전과 다르게, 이번에는 보는 눈이 없었다. 그렇기에 조금 더 쓰다듬어 줄 수 있었다.

       

       “…….”

       “수고했어.”

       

       리브가의 눈동자가 숨이 멎을 사람처럼 커졌다.

       

       “이런 일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매일 한다는 건, 정말로 대단한거야.”

       “……가, 감사합니다. 올리비아 님.”

       “언니라고 불러도 된단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리브가는 생각했다.

       

       “네……언니.”

       

       지금이 꿈이라면, 부디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리브가의 눈동자에 여러 감정이 휘몰아치는 것을 지켜보던 올리비아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곧바로 시야가 위쪽으로 떠올랐다.

       

       [관전 상태로 전환합니다.]

       [남은 관전 횟수 : 3회]

       

       리브가를 ‘동생’이라고 불러 주는 것은.

       

       [남은 관전 횟수 : 2회]

       

       리브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는 것은.

       

       [남은 관전 횟수 : 1회]

       

       리브가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껴안아주고, 애정을 가득 담아 칭찬해주는 것은.

       

       [남은 관전 횟수 : 0회]

       

       리브가의 행복의 역치를 높여주는 모든 일은, 오직 자신에게서만 비롯되어야 했다.

       

       [남은 시간 : 00분 54초]

       

       올리비아의 행동 중 그 어느 것도 리브가에게 피해 주는 것은 없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제한 시간이 종료됩니다.]

       

       올리비아는 다시 참회동에서의 하루를 보냈다. 

       

       

       

       *****

       

       

       벌써 세 번째 기억이었다.

       

       [단서 #3]

       [제국력 993년 1월의 기억]

       [제한 시간 : 20분 00초]

       

       “…….”

       

       눈치.

       다시 만난 리브가는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빈민촌이 아니었다. 대성당 내부에 있는 식당인 듯 했다.

       

       ‘점심 시간인가?’

       

       리브가의 그릇에 올라간 건 소금을 넣은 빵과 약간의 물, 그리고 종려나무 열매가 전부였다.

       

       아무래도 소식 기간인 듯 했다.

       

       그녀는 빵을 뜯다가, 이따금 올리비아와 눈이 마주칠 때면 슬금슬금 시선을 피했다.

       

       올리비아는 금세 그 이유를 눈치챘다.

       

       어린 소녀에게 엿새는 너무나도 길었던 것이다.

       

       올리비아는 마음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단식은 일주일도 잘만 하면서.’

       

       지난 엿새 동안, ‘올리비아’가 리브가를 어떻게 대했는지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올리비아 님. 어제 제가 아이테르 님께 기도를 드렸었는데…….”

       

       칭찬을 바라는 것은 죄가 아니다.

       

       동생이라고 불리고 싶어하는 것 또한 죄가 아니다.

       

       갈구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에, 리브가는 지금처럼 제 욕망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올리비아’는 그런 리브가의 말에 적절히 호응해 줬겠지.

       

       그래, ‘호응’만.

       

       동생이라는 친근한 호칭도, 애정 어린 칭찬도 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내가 그렇게 플레이 했었으니까.’

       

       올리비아는 상체를 앞으로 숙인 다음, 리브가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조용히 속삭였다.

       

       “혹시 내가 칭찬해 줬으면 좋겠니?”

       “…….”

       

       리브가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웠기 때문이리라.

       

       리브가의 입이 열린 건 몇 초가 지난 후였다.

       

       “……네.”

       

       올리비아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좋다.

       

       이건 아주 좋은 징조였다. 리브가가 벌써 자신에게 이만큼이나 의지하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앞으로 두 번? 아니면 한 번?’

       

       올리비아의 긴 손가락이 빵을 조신하게 썰어나갔다. 

       

       리브가가 더 애타도록 시간을 끌기 위함이었다.

       

       마른침을 삼키는 리브가를 보면서 올리비아는 생각에 잠겼다.

       

       언제 ‘악마’의 모습을 드러내야 가장 효과가 좋을 지를.

       

       ‘아니면……지금 바로?’

       

       올리비아는 포크로 빵 한 조각을 집어 입 안에 넣었다.

       

       고작해야 짠 맛이 전부일텐데, 왜 이리도 달게 느껴지는 걸까.

       

       계산이 끝났다.

       

       “리브가.”

       

       올리비아는 입술을 흝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이따가……밤에 한 번 만날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어허.

    그런거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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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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