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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0

    <730 – 누가 그랬어(1)>

     

    “다크노디 님이 복귀했습니다. 그런데 상태가 왠지 모르게 이상하다는 곽조 님의 보고입니다.”

     

    연락도 없이 다크노디가 돌아왔는데 애가 울고 있다는 말에 눈이 뒤집혔다.

     

    “누가 우리 애 울렸어!”

     

    호다닥 달려가니 애가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아주 팅팅 부었다.

    다크노디가 할 말이 많은 얼굴로 나를 쳐다보길래 얼른 우쭈쭈를 해줬다.

     

    “자, 여기 금박단호박수프랑 금박스테이크랑 금박붕붕드링크야!”

     

    다크노디가 어째서 음식에 죄다 금박이 들어가냐는 시선과 내가 지금 그런 거 먹고 싶게 생겼냐는 불만을 동시에 드러냈다.

     

    “특산품이 없길래 만들어봤어! 모든 음식에 금가루만 넣으면 수집품에 새로운 음식으로 판정 받는 거 완전 쩔지 않아? 수집계의 대혁명이야!”

    “그러네… 너는 원본이니까. 언제나 새로운 걸 찾아내고 개척하지.”

     

    새로운 발명을 해냈음에도 다크노디는 기쁨보다는 슬픔이 더욱 커 보였다.

     

    “먹는 걸로는 기분이 안 풀렸어? 그럼 내가 다크노디 주려고 수집한 수집품 봐봐!”

     

    엄중한 격리절차를 거쳐서 개방되는 접근허가를 확인하며 다크노디의 표정은 점점 더 굳었다.

     

    “어때, 굉장하지? 이 시설에서라면 레드타이드의 광역오염도 힘을 발휘할 수 없어. 완벽하게 안정적으로 격리된 상태에서 경험치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원하는 만큼 때리고 기능을 잔뜩 올릴 수 있어!”

    “…그렇겠네. 한 번 들어가면 자신의 의지로는 다시는 나올 수 없겠어. 요람에서 무덤까지 감금이 보장되는 거네.”

    “역시 다크노디는 알아주는구나! 이거 만드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다들 못된 생각을 하는 눈으로 사악하네 무섭네 그래서 얼마나 억울했는지 알아? 애완동물을 키워도 애완동물 도망치지 말고 안전하게 잘 지내라고 집을 지어주는 마당에 이 정도는 지을 수도 있지!”

    “…”

     

    신이 나서 잔뜩 자랑을 해도 반응은 어딘지 모르게 신통치 않았다.

     

    “그리고 옆에는 다크노디 집도 지었어!”

    “…”

    “다크노디, 울먹거릴 정도로 감동한 거야? 헤헿.”

     

    그래도 집이 생기면 좋아하기는 하는구나!

    코 밑을 슥 훔치며 뿌듯해 하는데 크루엘이 종종걸음으로 다가와서 내 허리를 콕 찔렀다.

     

    “왜?”

    “바보. 크루엘은 주장합니다. 기뻐하는 게 아니라-”

     

    갑자기 다가와서 이상한 소리를 하려는 크루엘의 입을 곽조가 급히 틀어막았다.

     

    “하, 하하, 크루엘 님이 좋은 집을 보고 질투가 나셨나 봅니다. 우리 집보다 평수도 넓어서 저도 솔직히 부러웠습니다.”

    “크루엘은 조나랑 만나고 싶다고 했으니까 같이 아카데미 가야죠! 집이 가지고 싶으면 여기에 지어 드릴 수는 있는데 굳이 남으려고요?”

    “…”

     

    입이 가려진 크루엘이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역시 크루엘은 집보다 아카데미에 가고 싶어 할 줄 알았어!

     

    콱.

     

    “으악!”

     

    눈치 없이 입을 계속 막다가 손을 물린 곽조의 비명은 가볍게 무시했지만, 곧 죽을 사람처럼 터덜터덜 지친 몸으로 집에 들어간 다크노디는 신경 쓰였다.

     

     

    * * *

     

     

    “그래서 말인데요, 다크노디가 우울해하는 이유가 뭘까요?”

     

    선황파파가 허허 웃으며 굉장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말썽쟁이 막내딸이여. 짐에게 상담을 청한 것은 실로 훌륭한 판단이었다.”

    “왜용?”

    “짐에게는 너희만 한 딸이 앞서 둘이나 존재했기 때문이다.”

    “매스각키랑 야요이!”

    “네게는 큰언니와 작은언니가 될 두 아이도 곧잘 우울해한다는 소문이 들렸지. 황실의 공식 행사에 참여해도, 참여하지 않아도 언제나 말이다.”

     

    문득 매스각키의 백그라운드 스토리가 떠올랐다.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매스각키를 고르면 <과거>를 떠올리는 꿈 페이즈에서 볼 수 있는 소중한 옛 기억 중 하나.

    황실의 죽음을 부르짖으며 어린 야요이에게 자폭테러를 하려던 시민이 보호막에 밀려 홀로 터지고, 쏟아지는 피와 살점을 멍하니 맞는 야요이와 뒤늦게 달려온 매스각키의 일화였다.

     

    -딱히 놀랄 것 없어♡ 허접평민은 원래 멋대로 펑펑 터지는 생물이야♡

    -정말로…?

    -물론이지♡ 주택담보대출을 못 갚아서 빚 폭탄이 터지고 연애운도 박살 나서 출생률도 터지고 곡식상납소출량이 미달 되어서 마을이 터지고 마을주민 전체가 강제노역소로 끌려가기도 하는걸~?

    -히익! 밖은 무서워요… 이제 돌아갈래…

     

    어린 여동생이 외부황실행사에 나가거든 마주하게 될 혁명군의 진득한 악의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스스로 2인분의 활동을 해야 했던 매스각키 2황녀.

    플레이어는 안다.

    매스각키의 허접타령은 동생을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게 만들기 위해, 현실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 입에 담은 말버릇임을.

    당연히 외부황실행사가 즐거울 리 없다는 것도.

    그런 언니의 희생을 아는 야요이 또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리라는 사실도.

     

    “선황파파는 언니들이 사춘기가 왔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야 물론 나약함 때문이다.”

    “네에?”

    “모두를 살리는 국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열 사람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그 한 명의 원망이 따르지.”

    “그렇게 말하시니까 꼭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의 강의를 듣는 기분이네요!”

    “크하하하. 그 덜떨어진 전직용사도 나이가 먹으니 겨우 말이 통할만한 상대가 되었는가? 니알라토텝이 알면 무척이나 좋아하겠구나. 이제야 겨우 어른이 되었다며.”

     

    어른은 모르겠고 어린이는 되셨는데요.

    쇼타폼 교수님을 보여드리면 뻘쭘하실 테니 그냥 비밀로 해야겠다.

     

    “근데 저 질문있어요!”

    “허가하마.”

    “전 세계 각국의 평민들이 다 싫어하면 열 사람 중의 하나가 아니라 열 명 모두가 싫어하는 거 아닌가여?”

    “모두가 좋을 대로 살다가 교장에게 쓸려나갈 미래를 안다면 짐은 기꺼이 폭군이 될 수 있다. 짐의 정의란, 짐의 패도란 누구의 이해도 구하지 않는다.”

    “언니들도 강하게 키우셨겠구나!”

    “음. 얼른 익숙해지라고 간간히 혁명군을 시찰장소에 던져주고 황궁에 자객도 들여보내고 그랬지. 덕분에 기프트 아카데미에서도 씩씩하게 잘 적응하고 있지 않느냐.”

     

    선황폐하의 교육방침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그래, 뉴비는 강하게 키워야지!

     

    “저도 반성해야 할 것 같아요. 다크노디를 너무 오냐오냐 키웠더니 저리 눈물이 많고 쉽게 감동 받는 약한 아이로 자란 거겠죠?”

    “그렇다. 짐의 패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양녀의 분신이라면 마왕군 사천왕의 수급 정도는 혼자 베고 돌아올 줄 알아야지. 저리 다 떠먹여주고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면 짐의 못난 아들처럼 자랄 게다.”

     

    앗, 그건 좀.

    선황파파의 저주 아닌 저주를 듣고 나니 거악후보자들을 수집하고 경험치도 무럭무럭 먹고 자라야 할 다크노디가 굉장히 걱정된다.

    영웅안치소에서 파헤친 영웅들의 시체를 일으켜 세우고, 금기연구소의 기술을 연구하며 금단의 비의에 도전하던 황태자.

    왠지 둘의 처지가 비슷하게 보이지 않는가.

    금기를 연구하기 딱 좋고 아카데미도 다니지 않고 집구석에 틀어박힌 아싸라는 점까지 말이다.

    곁에서 보필할 사람들은 간신밖에 없고 선황파파가 곁에 있지만 별 관심이 없다는 사실까지 아주 판박이처럼 쏙 닮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선황파파의 조언을 들으면 안 될 것처럼 느껴지는데!’

     

    갑자기 생긴 불신에 게슴츠레 선황파파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뉴비를 강하게 키운다는 지론은 좋지만, 현실은 너무 강하게 키우려다가 탈곡기 돌리듯이 뉴비들이 탈탈 털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헤스티아의 폭주를 이용해서 진행에 방해되는 동기나 선배들을 휩쓸려 죽게 만들라니, 이딴 게 초보자 가이드라인…??

    -학생회에서 헤스티아한테 휩쓸린 친구들을 살인현장에 불러낸 이유를 묻는데 이겜 범죄물이었나요…? 양심이 너무 찔리고 괴로워요…

    -방학이 끝날 때마다 친구들이 사라지는데 시작은 배드엔딩이 정배라니요ㅠㅠ 제 친구들 돌려주세요ㅠㅠㅠ

    -학부모들의 반란으로 아카데미에서 전쟁 났는데 반란군에 가담했다가 쥬금… 이제 어떡해요…?

    -그럼 세이브포인트로 돌아가서 이번엔 진압군에 가담해서 반대쪽 루트 보고 클리어포인트 해금하라고요? 당신들 악마야?!

     

    효율적인 플레이방법을 알려줬을 뿐인데 마음 약한 뉴비들은 가슴이 괴롭다며 고통을 호소하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하나둘씩 사라지곤 했다.

    아무래도 다크노디도 공략법은 가지고 있지만 뉴비답게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심약한 새가슴 정신을 지니고 있었나 보다.

     

    “덕분에 문제가 뭔지 확실히 알게 됐어요!”

    “신경 쓰지 말거라. 네 미래가 곧 짐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느냐. 한배를 탄 사이에 사소한 일로 일일이 감사 인사를 할 필요는 없다.”

     

    반대의 의미로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아무튼 감사인사를 하고 다크노디를 찾아갔다.

     

    “다크노디는 친구 중에 누가 제일 좋았어?”

    “…무슨 의미야?”

     

    굉장한 경계심을 보이며 긴장하는 다크노디.

    확실히 애가 새가슴이기는 하구나.

    나는 안심하라는 의미로 다크노디를 달래주었다.

     

    “딱히 다크노디가 말하는 친구를 죽인다거나 배드엔딩을 보고 후일담을 들려주면서 괴롭히지는 않을 거니까 안심해도 돼! 음, 그냥 근황소식 담은 편지라도 하나 써달라고 하려고?”

     

    다크노디의 몸의 떨림이 진동모드를 켠 핸드폰처럼 심해졌다.

     

    “그걸 왜 네가 달라고 해? 네가 앞에 있으면… 친구들이 더 이상하게 생각할 거잖아.”

     

    그러게.

    그건 생각 못 했네.

     

    “역시 순수한 호의로 한 말이 아니었네. 앞으로 요람에서 곱게 지내지 않으면 친구를 죽이고 작별인사를 보게 해주겠다는 협박이겠지…”

    “전혀 아닌데?! 그냥… 어, 음. 내가 당분간 얼굴 볼 일이 없어서 멀리 떠나느라 나중에 외로울 때 보고 싶다고 하면서 받을 수도 있는 건데?!”

     

    한 일 년 휴학하다 돌아오면 핑계 삼은 것도 회수가 된다.

    1년 월반하면서 앞당긴 이벤트는 미리 봤다.

    심지어 같이 아카데미 다니면서 볼 이벤트도 공략할 수 있고 친구들이랑 같이 졸업도 할 수 있지.

    한 번의 행동으로 많은 이득을 동시에 취할 수 있으니 휴학 좀 때려도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나야 때려칠 작정으로 따라나섰지만 그렇게 오래 자리를 비우면 동기들이 얌전히 기다릴 거라고 생각하냐?”

    “안 기다릴까요?”

    “너 찾겠다고 휴학이랑 퇴학 때릴 놈들이 당장 열 명도 넘게 떠오르는군.”

     

    싱의 일침에 자신감이 꺾였다.

    힝.

    그럼 어쩔 수 없고.

     

    “그럼 근황편지는 어쩌죠?”

     

    싱은 오크노디와 다크노디가 별개의 인물이라는 사실을 직접 보아서 알지만, 다른 학생들은 모른다.

     

    “아카데미에 머무르면서 네 걱정을 하며 편지를 쓰려면 분신의 존재를 어느 정도는 알려야겠지.”

    “그래도 괜찮을까요?”

    “몸과 영혼이 분리되었다고 하면 되는 거 아니냐.”

    “네에?”

    “와이히엠하이 재단이라면 충분히 있을 법하지 않냐? 말 안 듣는 아이의 몸에서 영혼을 축출해서 다른 육신에 가두는 일 정도는.”

    “오!”

    “네 영혼의 일부가 그렇게 뜯겨져 나갔다고 전하면 아카데미에 있는 너도 지키고 밖에 있는 너한테 안부편지도 쓰고 그럴 수 있지 않겠냐?”

    “그래도 분신이 불쌍하다고 나가려고 하면요?”

     

    싱은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

     

    “너도 불쌍한 척을 해라. 우유부단한 녀석들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지.”

     

    동기들과 특별한 유대관계가 없는 싱다운 차가운 말이었지만, 제법 구미가 당기는 계획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크노디의 좋은 생각(작별인사하고 1년 휴학 주변인피폐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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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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