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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0

        

       말하기를, 그 남자는 신사의 신관이라 하였다.

       말하기를, 그 남자는 젊은 사람이지만 사람의 예의에도 모자람이 없어 사귀기에 흠을 쉬이 찾을 수 없는 사람이라 하였다.

       말하기를, 그 남자는 충분한 지식과 교양을 갖추고 있는 이라 하였다.

       말하기를, 나이가 어리되 생각이 어리지는 아니하며 나이 든 이들과 같이 넓게 보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그것은 음양사에는 쉬이 나올 수가 없는 극찬이나 다름이 없는 것.

       선민의식으로 가득 차 있는 음양사의 입에서 이러한 평가가 나오기가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기나긴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일본 천하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기여하고 있다는 거대한 자부심을 품고 있는 이들의 입에서 저러한 말이 나온다는 것은 극찬이나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는 ‘좀 더 일찍 만나게 하여 음양사가 되게 하였다면 좋은 동료가 되었을 수도, 좋은 후배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니 참으로 아쉽습니다.’라는 말까지 했을 정도이니. 어찌 이것을 그냥 극찬이라 할 수가 있을까?

         

       그렇기에 그들은 그 ‘유망한 조력자’를 만나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피는 이어지지 않았으되 이제는 가족이나 다름이 없는 같은 음양청의 사람이 그토록 극찬하였는데, 가족이 되지 못했음을 안타까워할 정도의 인재라고 하는데 아무리 바쁘다고 한들 시간을 어찌 내지 않을 수 있었겠느냐 이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처음 마주한 ‘유망한 조력자’의 모습은….

         

       ‘평범한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평범함이다.

         

       그를 추천한 음양사의 극찬과는 다르게 유망한 조력자의 모습은 그리 비범한 면이 보이지 않았다. 잘생기기는 하였으되 그것은 제 얼굴과 재주를 팔아 살아가는 연예인들과 비교하기에는 손색이 있어 보였고, 키가 작은 편은 아니었으나 몸이 말라서 그런 것인지 헌앙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거기에 무게감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 저 미소도 그러하고, 그들이 응접실에 들어오자 보이는 태도는 예의가 바르기는 하되 특별하게 눈에 확 들어오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다음으로 드는 생각은 기묘하다는 것.

         

       ‘아니. 평범하지 않다.’

         

       음양술이라는 것은 평범한 기예가 아니다.

       엄연히 주술에 속하는 것이며, 이 일본 천하의 특성에 맞춰진 힘.

       그러한 힘을 다루는 이들의 눈이 어찌 다른 범골(凡骨)의 그것과 같을 수 있겠는가?

         

       평범하다는 인상의 뒤에는 숨겨진 것 같은 기묘함이 있었으니.

       그것은 멀찍이서 신사를 볼 때와 토리이를 앞에 두었을 때의 느낌이 다른 것과 같은 것 같았다.

         

       토리이(鳥居).

         

       붉은색으로 칠해진 커다란 관문.

       신관들이 말하기를 그것은 현세와 신계를 가르는 하나의 경계와 관문이라.

         

       문이라는 것은 바깥과 안을 가르는 통로이자 경계이며 기준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그 토리이에 서려 있는 주술적 의미는 말할 것도 없겠지.

         

       그러한 토리이가 사람을 보았을 때 떠오른다는 것은 평범하다 부르기에는 어려운 것.

       비범하다기에는 기이하고, 평범하다고 하기에는 차고도 넘친다.

       신령한 느낌은 느껴지지 않되 사특해 보이지는 아니하고, 보이는 힘은 없으되 넘실거리는 신력이 묵직하게 가라앉은 것 같은 기척이 느껴진다. 그 기척은 한 몸에 자리 잡은 듯하면서도 은근히 괴리가 되어있으니 그것은 신이 신관을 총애하여 그 몸에 제 몸의 일부를 휘감은 듯한 형국이라!

         

       그러하니 이것을 기묘하다고 표현하지 않고서는 무어라 할까?

         

       ‘여타 만나왔던 다른 신관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니. 과연.’

         

       기묘하고 또 기묘하다.

       여태 그들이 만나왔던 신관의 숫자가 몇이던가?

       여태 그들이 만났던 무녀의 숫자가 몇이던가?

         

       그러한 이들 중에서도 저러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는 본 적이 없다.

         

       음양청에 처음 들어와 신관을 마주하였을 때는 조금 신선하였으되 그 바닥이 어떠한지, 그 능력이 어떠한지 알게 된 뒤 과연 음양청이 세를 잡고 신관은 밀려나 이제는 하나의 관광지가 되어버린 세태가 참으로 옳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고, 음양사가 과연 오랜 명맥을 이어 일본 천하를 경영하게 된 이유를 그들은 마음속에 각인할 수 있었음이니.

         

       그들 중에서도 비범한 자는 있으되 음양사들과 비견할 바는 되지 못한다고 여겼음이라.

         

       하지만 눈앞의 남자를 보아라.

         

       기기묘묘함은 금줄 너머에 있는 신의 가호를 받은 듯하고, 평범함 속에 비범함이 숨어있으니 과연 신과 인간을 잇는 신관 그 자체라 할 수 있음이요, 그들에게 보이는 태도 하나하나가 예의 넘치면서도 넘치진 않으니 옛적 공가(公家)의 몸짓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아니던가?

         

       호감이 생긴다.

       절로 호감이 생긴다.

         

       마음이 말하기를 이 남자는 충분히 대우받을 만한 사람이며, 과연 유망하다고 말하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이며, 마음이 이토록 통하는 것을 보아하니 음양사가 되었다면 참으로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과 인연을 맺는 것이 어찌 나쁜 일일 수 있겠는가.

         

       그리고.

         

       …

       …

       …

         

       “요사이 음양청에 참담한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참으로 흉험하고 요악한 일이 아닐 수가 없지요.”

         

       그 사람이 하는 말에 어찌 무게가 없을 수 있겠는가?

         

         

         

        * * *

         

         

         

         

       음양청에 제 얼굴을 몇 번 들이밀고 음양사들과 친분을 어느 정도 쌓았던 신관- ‘사이고 신관’은 말했다.

         

       “옛적 구분이 확연했을 때 어땠습니까? 감히 관에 대들거나 침범할 생각을 품지 아니하였지 않습니까? 그것은 엄연한 구분이요 질서입니다. 신의 땅에 인간이 함부로 발을 디디면 아니 되듯이, 음양사들의 땅에 감히 무사가 침범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는 가장 먼저 말했다.

       지금의 일은 매우 흉험한 것이며 옳지 않은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지. 사이고 군의 말대로 그건 아주 좋지 않은 일이야.”

         

       당연하게도 음양사들은 그 말에 호응할 수밖에 없었다.

       오래 알고 지내지 않았음에도 오래 알고 지낸 것 같은 친분을 나누었던, 친밀감을 가졌던 이가 ‘무식하고 흉악한’ 무인들을 욕을 하면서 자신들의 속을 후련하게 해주는데 어찌 그것에 호응하지 않을 수가 있었겠는가.

         

       그렇기에 아키타케 박사는 ‘군’이라는 친밀감을 한껏 드러내는 호칭까지 사용하면서 사이고 신관의 식견을 칭찬했다.

         

       “하지만 칼로 흥한 자들이 무엇을 알겠습니까? 그들은 세상 모든 것이 폭력으로 해결될 수 있음을 믿고, 칼에 흐른 핏물만큼 자신의 권세가 강해진다는 것을 진리처럼 믿는 사람들입니다. 세상 만물의 이치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음에도 그들은 그렇게 믿고 있지요. 신에 대한 확연한 믿음도, 자연에 대한 탐구도, 천지의 운행과 별빛의 심오함도 모르는 무식하기 짝이 없는 자들입니다.”

         

       “그렇지, 그렇지.”

         

       “하지만 무식한 이들도 최소한의 이치는 아는 법. 빈 창고에 쥐가 드나들지 않고, 독기 가득한 곳에 짐승이 돌아다니지 않듯이 이 역시 마찬가지라. 저들이 어찌 이러한 흉악한 짓을 음양청에 벌이는 것이겠습니까?”

         

       “그게 나도 참으로 의문이었지. 특이한 일도 없고 그들이 탐할만한 귀물도 음양청에 있지 않거늘, 어찌 제 몸을 던져가면서 이렇게 침입하려 하는 것인지 모르겠단 말이야.”

         

       아키타케 박사는 사이고 신관의 말에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이 왜 음양청에 쳐들어오는지, 음양술 연구소나 주물 보관소 같은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곳에 쳐들어오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타당한 이유라도 있으면 모른다.

       뭐 어디 옛날이야기에서 나오는 소슈 마사무네(相州正宗)가 만들었다는 요도가 음양청에 보관되어 있기라도 하면 몰라. 어디 음양청에 그들이 탐할만한 게 존재하기는 하냔 말이다. 쓸만한 주물이라면 정부 소속의 능력자들이 대여받아서 사용하거나, 고위 관리들이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음양청이 보관하고 있는 것들은 정말 흉악하거나 쉬이 활용할 수 없는, 아무리 좋게 봐주어도 계륵이나 다름없는 물건들이라는 소리다. 예를 들자면 힘을 주지도 않고 사람을 쇠하게 만들고 자손에게 저주를 내리는 도(刀) 형태의 흉물이라거나, 정력을 증가시켜주기는 하되 피 구슬과 사람 손톱만 한 크기의 결석이 튀어나오게 만들며 고자로 만들어버리는 물건이라거나…. 하나같이 사람에게 해만 끼치는 물건들이란 말이다.

       물론 사람을 저주한다는 점에서는 그만큼 좋은 것이 없겠지만…. 어디 그게 무사들이 탐할 물건이냔 말이지.

       같은 하늘 아래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없을법한 불구대천지원수(不俱戴天之怨讐)나, 치정 관계 같은 지저분한 사이 정도는 되어야 사용할법한 물건이 아니겠는가.

         

       당연하게도 그런 물건을 탐하기 위해 불특정 다수의, 공통점도 없는 무인들이 계속해서 침입하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아, 물론 특이하거나 쓸만해 보이는 주물을 연구하는 연구소는 있지만…아키타케 박사가 알기에는 그쪽에도 무인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은 이미 연구가 끝나서 총리를 경호하는 경호원이 사용하고 있다고 들었으니까.

         

       “게다가 좀 치밀하기라도 했으면 몰라. 쥐도 그것보다는 똑똑하겠어.”

         

       거기에 더해서 아키타케 박사를 미쳐버리게 만드는 것은 이들의 수법이 아둔하다 못해 짐승의 수준에 가깝다는 것이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짐승보다도 멍청하다고 생각되는 수준이었다.

         

       쥐새끼라고 할지라도 쥐덫 위에 놓여있는 먹이를 쉬이 먹지 않는 노릇이거늘.

       사람 손만 타더라도 귀신같이 알아보고 입도 대지 않지 않던가.

         

       그런데 이놈의 무인들은 제대로 된 대책도, 방법도 없이 막무가내로 쳐들어와서 잡히기를 반복했으니.

       이게 사람인지 짐승인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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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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