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730

       

        

        

        

        

        

        

        

        

        

        뉴욕 시는, 뉴욕 주는 방공 시설이 없다.

        

        훌륭하고 현명하며 뛰어난 – 반어법적으로 – 국방부 장관이었던 도널드 럼즈펠드는 과거 BRAC(base Realignment and Closure, 기지 폐쇄 및 재배치안) 2005라는 연방정부위원회의 프로세스를 받아들였다.

        

        F-16, F-15, A-10을 운용 가능한 뉴욕, 노스 다코타, 아칸소, 매사추세츠, 미네소타, 오하이오에 위치한 공군기지들 및 수많은 군인들의 보직이 잿더미로 화했으며, 뉴저지는 F-15만이라도 운용할 수 있었으나, 실행되지 않았다.

        

        2001년 9월 11일, 911 테러라는 그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NEAD는 고작해야 F-15 및 F-16 각각 두 대만으로 케이프 곶에서부터 노스 캐롤라이나까지 이어지는 830km 가량의 해안선을 방어해야 했음에도.

        

        어떤 제안 목록은 의회로 들어갔다.

        

        그리고 통과되었다.

        

        

        텍사스 주 브룩스 공군기지, 사우스다코타 주 엘스워스 공군기지, 버지니아 주 오세아나 해군비행장, 노스캐롤라이나 주 포프 공군기지, 노스다코타 주 그랜드포크스 공군기지가 증발했다.

        

        BRAC 위원회는 본 권고안이 20년 동안 500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예상하였으나, 20년은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고, 되려 재배치 및 새로운 시설 건설로 인해 350억 달러 상당의 군비 지출이 발생했다.

        

        국방부는 연간 지출이 40억 달러가 감소하였다고 했으나, 그것이 실제로 그러한지는 알 수 없었다.

        

        대신, 확실한 사실은 있었다.

        

        미국 동부의 해안선 방공망은 더 이상 미사일이 아닌 전투기들로 지켜졌다.

        

        

        어쩌면, 그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지였을지도 몰랐다.

        

        미국의 국방비는 압도적인 세계 1위였고, 2위부터 15위까지의 나라들이 매년 지출하는 국방비를 전부 더하더라도 미국의 1년 국방예산을 넘을 수 없었다.

        

        미 공군은 전 세계를 관할할 수 있었고, 굳이 핵무기가 없더라도 타국을 공군 전력만으로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었으며, 적성국들조차 항공전력을 동원한 미 본토 침공을 진지하게 주장하지 못했다.

        

        바로 그 때문에, 공군 전력은 비대했지만, 미국은 최신형 지대공 미사일까지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 손을 놓아버렸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단지 그걸로도 충분했을 뿐이었다.

        

        

        1970년 언저리에 처음 등장한 패트리어트 미사일, 지대공 미사일을 탑재한 험비인 AN/TWQ-1 어벤져.

        

        티폰(Typhon)이라고 명명한 트럭 견인식 Mk.41 VLS(수직발사관형 지대공미사일), 지상 배치형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및 지상 배치형 극초음속 미사일로 개조된 SM-6 함대공 미사일.

        

        NASAMS라고 불리우는 콩스버그-레이시온 합작 개발에 의한 지대공 미사일 체계와 이지스 어쇼어(Aegis Ashore)라고 불리우는 지상형 방공전투체계/무기관제시스템까지.

        

        본래라면 그 정도로 충분해야만 했고, 적어도 어느 즈음까지는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쳤다.

        

        2030년 초까지는.

        

        

        

       -운용할 수 있는 유인 항공전력이…없다고?

        

       -파일럿도, 정비인력도, 화기관제사도, 활주로 정비인력도, 관제사도, 연료 운반인력도…전부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저희로선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하늘은 이제 저희 것이 아닙니다.

        

       -이, 이게, 이게 도대체 무슨.

        

        

        

        현대로 들어서면서, 한 사람의 머릿속에 담기에는 너무나도 커져버린 시스템은 분업이라는 이름 하에 굴러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체계가 진보할수록 사람들은 분업 이외의 방식으로는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시스템을 굴리기 시작했고, 이는 군대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반대로 말하자면, 사람의 수가 총체적으로 줄어들 경우, 특정 전문지식에 기반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새로이 양성하지 않는다면 그걸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의 요청에 부응할 수가 없었다.

        

        

        현 시점에서 센트럴 파크가 무인기를 운용할 수 있는 것은, 그리고 대거 팀의 CAS 요청에 부응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무인기가 유인기 운용에 비해 손이 ‘조금’ 덜 가기 때문이었다.

        

        물론, 유인기와 크게 차이는 없었지만.

        

        

        

       “…그래서, 이게 바로 우리가 근방 건물들에 열심히 미사일을 올려야만 하는 이유다. 대충 이해했겠지?”

        

       “요컨대 이거고 저거고 전부 멀쩡한 게 없어서, 적 공수부대가 수송기를 타고 오면 답이 없으니 이거라도 해야 한다는 거죠?”

        

       “그렇지. 그리고 뭐…적들이 실제로 상륙하게 된다면 해안제압을 위해 오만가지 미사일을 날려댈텐데, 그걸 요격할 물건도 있어야지. 핵미사일까지 동원하는 일은 없을 것 같긴 한데….”

        

       “왜요?”

        

       “그럼 뭐, 자기들이 상륙할 땅 위에 핵부터 뿌리고 들어간다고? 임시 지휘부 설치하기도 전에 방사능 중독으로 죽을 텐데?”

        

       “아.”

        

       “그리고 우리도 핵미사일은 많아. 저 놈들이 그걸 쓰는 순간부터 공멸 시작이지.”

        

        

        

        그 말대로.

        

        러시아나 중국 중 한 나라만을 상정한다면, 미국은 설령 주저앉았다고 한들 여전히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 그러나 다른 나라까지 합세한다면 그것은 꽤나 곤란한 일이 될 것이었다.

        

        어쨌든 20세기 중반부터 강대국들은 자국조차 충분히 불태울 수 있는 상호확증파괴 무기를 성공적으로 개발한 후 실전에 배치해놓았고, 미국은 확실히 멸망하겠지만, 러-중 역시도 마찬가지가 될 터.

        

        게다가 분견대 및 연합군 해군의 치명적인 실수로 인해, 미국의 우위는 더더욱 공고해졌다.

        

        

        

       “애초에 그 놈들이 뉴헤이븐에 상륙해서 뻘짓만 안 했으면 침공 상 문제도 없었을 걸? 근데 어떡하겠어. 이미 버지니아 해군기지랑 사이버사령부에서 신나게 잠수함을 뜯어보고 있을 텐데.”

        

       “그리고 덕분에, 우리는 연합군 수뇌부가 알아차리기 전까지 적 네트워크망에서 오만가지 정보들을 캐왔지요, 후후. 센트럴 파크 지휘사령부 사람들 중 기밀 처리된 적 미사일기지 위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걸요.”

        

       “내 강의에 은근슬쩍 끼어들지 마, 이 자식아.”

        

       “부연설명을 해준 거잖아요, 올리.”

        

        

        

        올리비아가 로렌티나를 손바닥으로 저 멀리 밀어보내는 사이, 라플란드는 방금 올리비아가 말한 잠수함 관련 안건을 되새기고 있었다.

        

        어쩌면 바이러스 아포칼립스가 끝난 이후 기밀이 해제되는 순간 대거 팀을 일약 스타로 만들어줄지도 모르는 바로 그 작전. 작전관들은 해당 작전이 끝난 지 한참 됐음에도 여전히 종종 그 일을 입에 올리곤 했다.

        

        그녀 자신도 그랬고.

        

        

        

       “그 자식들이 가지고 있는 핵미사일 발사용 코드북, 미션 호출부호, 단계별 핵 공격 시나리오, 명령 코드, 비상통신매뉴얼, 작전센터 책임자와 전술 책임자 이름까지 싸그리 확보했지. 지금 즈음이면 연합군 수뇌부도 자기들이 좆됐단 사실 정도는 알고 있을 걸.”

        

       “아마 지금쯤 신나게 호출부호랑 코드북을 갈아엎고 있겠지요. 난리도 아닐 걸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직 그 사이에 남아있는 딥커버 에이전트들이 있다면 괜찮은 성과를 낼지도 모르죠.”

        

       “…후. 그냥 옆에서 부연설명이나 좀 해줘라.”

        

        

        

        올리비아는 그제야 포기했고, 로렌티나는 그 옆에 앉아서 조잘조잘 떠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확실한 것이 있다면, 이러한 형태의 ‘강의’가 라플란드로서는 더욱 편하고 재밌었다. 20대 이후로는 공부와 강제로 담을 쌓을 수밖에 없었기에 그러했다.

        

        그리하여 이들이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 일종의 미래 예측이었다.

        

        그것도 오만가지 경험을 겪고, 한 전역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무슨 일이 일이 일어날지를 정교히 예견 가능한 최정상급 오퍼레이터들의 시선에서 논해지는.

        

        

        단순히 그것만으로도 라플란드는 작전관들이 어떤 거시적인 시선에서 대전략을 짜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물자 등을 계산해내는지를 얼추 알 수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적당한 시련과 계기, 도움은 사람을 심신 양면에서 성장시켰다.

        

        물론 그것만이 끝은 아니었다.

        

        

        

       “아무튼 그것도 그렇고, 앞으로 네가 뭘 해야 할지를 알려줘야 네가 마음의 준비를 좀 하겠지.”

        

       “…방금까진 잘 듣고 있었는데, 지금 그 말 듣고 조금 무서워졌습니다.”

        

       “그래그래. 그럴 수 있지. 그래도 너한테까지 심리-치료를 해줄 생각은 없으…아니, 앞으로 내가 네 선임이 될 건데, 그 정도는 해줘야 하나? 조금 부담스러운데.”

        

       “당신은 꼭 마지막에 한 마디씩 이상한 말을 붙여넣는군요.”

        

       “그냥 그런가보다 해, 이 자식아! 이런 건 바로바로 해결해야 나중에 불씨가 안 생긴다고!”

        

        

        

        슬슬 아까 뭘 들었는지 전부 까먹을 것 같았다.

        

        라플란드는 그리 생각하면서도 올리비아의 심리치료가 뭔지 잠시 궁금증을 품었지만, 이내 생각을 그만두었다. 올리비아는 홀로그램으로 지도를 펼쳤다. 미국 곳곳에 흩어진 방위산업체 공장 위치가 표시된 상태였다.

        

        

        

       “아무튼, 센트럴 파크는 현재 군수물자 생산력 복원 및 이송을 통해 미군의 전투력을 최소한으로라도 복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

        

        

        

        스윽.

        

        그와 동시에 얇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미국 곳곳을 건드리고, 그 순간 홀로그램이 일렁이며 새로운 모습을 그 위에 표기했다 – 각각 동쪽, 서쪽, 그리고 남쪽. 불빛이 반짝거리며 일종의 방위선을 형성한다.

        

        그 옆에 표기되는 숫자. 뉴욕이 있는 미 동쪽이 1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특이한 사항은 없었다.

        

        그러나 방위선의 길이 자체가 심상치 않았다.

        

        

        

       “이유는 간단해. 위로는 매사추세츠, 아래는 플로리다까지…적 연합군은 이곳을 가장 먼저 침공할 예정이고, 상륙은 막을 수 없겠지. 지금 재정비하고 전력을 복구하지 않으면 많이 곤란할 거야.”

        

       “…근데, 미 북동부 쪽으로 오려면 유럽을 가로질러 대서양까지 건너야 하지 않습니까? 미 서부가 먼저 극심한 공격을 받을 것 같은데.”

        

       “오. 제법 똑똑하구만. 하지만 아쉽게도 최고위 지휘사령부의 양반들은 미 서부 공격이 좀 더 늦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어. 우리도 마찬가지고.”

        

       “어째서입니까?”

        

       “그야 미 해군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축에 드는 제3함대랑 제7함대가 연합해군 친구들을 싸그리 태평양에 수장시켰으니까. 대신 저쪽도 꽤 많이 타격을 입은 듯하지만.”

        

        

        

        그와 동시에 넓어지는 지도.

        

        순식간에 회전한 지구 모습의 구체가 태평양 전체를 비추었고, 그 중에서도 일본의 요코스카, 그리고 한국의 부산을 비추었다. 그리고 해역 곳곳에 존재하는 선명하고도 붉은 X자 마크까지.

        

        그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지 못한 라플란드를 위해 말이 이어졌다.

        

        

        

       “지금 타국에서 고생하고 있는 저 친구들 덕분에 러시아는 몰라도 중국은 확실히 미 서부 쪽으로 발을 못 뻗겠지. 무슨 느낌인지 알겠어?”

        

       “…대충 뭔지는 알겠습니다.”

        

       “그래. 적이 얼마만큼의 여유를 줄지는 모르겠지만, 아까도 말했던 것처럼 이제 본격적으로 재건 작업에 돌입해야 하니, 앞으로 본격적으로 준비해야겠지.”

        

       “어…그러면 여러분들이 알려주는 것만 잘 배워놓으면 됩니까?”

        

       “아니?”

        

       “예?”

        

        

        

        그와 동시에 로렌티나와 올리비아는 스트레칭하는 모습을 취했고, 이내 덧붙였다.

        

        

        

       “변이자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뭐겠어?”

        

       “어…전투?”

        

       “뭐, 대충 비슷하긴 하네. 그래도 핵심은 아니지. 정답은 몸 쓰는 일이야.”

        

        

        

        몸 쓰는 일…?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기도 전 말이 이어졌다.

        

        

        

       “무거운 건 잘 나르나?”

        

       “…저기, 저는 작전관인데요!?”

        

       “이 자식아, 불리할 때만 작전관 핑계 대고 도망가지 마!”

        

        

        

        라플란드는 처참하게 진압당했다.

        

        인간형 기중기, 혹은 인간형 트럭 다수가 온갖 잡일에 동원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뭔가 일을 하기엔 날씨가 덥네요. 전 이 정도가 딱 좋긴 한데, 라플란드 씨는 덥겠다.”

        

       “뭐, 없는 것보단 낫지. 그리고 여기만큼 동시다발적인 공사가 발생하면서, 동시에 그나마 안전한 곳이 없으니…흠, 도와달란 사인이 또 있구만. 가자고. 라플란드 너는 근방에서 경계하고.”

        

       “…네에.”

        

        

        

        며칠 후, 로어 맨해튼.

        

        맨해튼의 센트럴 파크에 살다시피 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맨해튼 시가지를 돌아다닌 적은 거의 없던 대거 팀이 간만에 센트럴 파크에서 빠져나왔다.

        

        날씨는 벌써부터 더워지고 있었고, 습기 또한 적당히 있었다. 그러나 주변에서 여전히 나는 듯한 탄내와 백린에 의해 시커멓게 타들어간 건물, 그 아래 불타고 녹아붙은 자동차였던 것들은…글쎄, 그닥 적응이 안 됐다.

        

        바로 그래서, 센트럴 파크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자동차들을 죄다 치워버리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목적지는 브루클린에 있는 폐차장이었다.

        

        

        

       “센트럴 파크 아래부터 로어 맨해튼의 애비뉴에 들어찬 자동차만 7만 대가 넘는다는데, 이걸 언제 다 치울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얌마, 자동차 옮기는 데 말하지 마!”

        

       “아이, 증말. 별로 안 무겁다구요…아, 생각해보니 올리비아 씨는 체급이 좀 낮죠.”

        

       “시끄러, 임마.”

        

        

        

        그그그극.

        

        그런 소리와 함께 자동차가 움직이고, 아무도 없는 인도 위로 올라간다.

        

        맨해튼 도로를 마치 꽉꽉 막혀버린 혈관처럼 막아버린 자동차들을 폐차장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절차가 필요했다 – 첫 번째로, 뉴저지나 브루클린 등의 폐차장까지의 길을 뚫는 것이었다.

        

        그 방법이란 간단했다. 견인차 혹은 카 캐리어 – 한 번에 여러 차를 옮길 수 있는 차량 – 가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을 내고, 그게 끝나면 가장 필요한 곳부터 차량을 옮긴다.

        

        문제는 로어 맨해튼으로부터 폐차장까지 대략 8km 가량 떨어져있다는 점이고, 그 사이를 말 그대로 빼곡히 메운 자동차를 전부 옆으로 치워버려야만 했단 사실 그 자체였다.

        

        

        그냥 대형 트럭에 웨지를 달아 싸그리 옆으로 밀어버리면 안 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알림 : 차량 내부에 시체 감지. 인지 필터 및 후각 차단 기능 활성화.]

        

        

        

       “…여기 차량에 돌아가신 분 계세요.”

        

       “어쩔 수 없지. 라플란드 너는 보지 말고 눈 감고 있어. 스캔해서 사회보장번호카드나 신용카드 같은 거 조회한 다음, 인적 확인하고…보내드려.”

        

       “예.”

        

        

        

        이렇게, 종종…편안히 잠들지 못한 사람들이 차량 안에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카루스 기어는 인지 필터를 작동시켰다. 나는 차량 안을 살폈다. 차 안에는 사람 형태의 외곽선을 제외한 아무런 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에 형성된 택티컬 렌즈 덕분이었다.

        

        이카루스 기어는 아무런 것도 없는 허공에서 나노머신을 통해 전염성 소이탄을 형성했고, 나는 펄스를 사용해 해당 인물의 인적사항을 확인한 후, 반대편 문짝을 열고는 그것을 던져넣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푸화아악!

        

        

        

        나노머신이 유기물을 분해함과 동시에 엄청난 고열을 내뿜고, 차량 내부가 연기와 화염으로 가득찬다. 그것을 뒤로 한 채 나는 차량을 들어 견인한 후 인도 방향으로 올려놓았다.

        

        올리비아 씨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이곳 말고도 대거 팀이 있는 곳에선 비슷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었다. UI 한쪽으로 계속해서 올라가는 사람들의 이름이 그 증거였다.

        

        단순한 알파벳의 조합은 희생자들의 이름이었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번 로어 맨해튼에 투하된 백린탄은 주변에 있는 차량들을 싸그리 태워버렸다. 내부에 시체가 있든 없든 말이다.

        

        지금처럼 불타지 않은 차량 내에 희생자가 있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아무튼.

        

        정신적 충격은…그리 많지 않았다. 내가 무뎌지고 있었던 것도 있었지만, 이카루스 기어는 비주얼 데이터를 변형해 시각적 충격을 지웠고, 호르몬 분비를 조절해 PTSD를 방지했다.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반대로, 있는 그대로를 목격해 트라우마에 젖는 것이 자연스러운 거냐고 묻는다면…그것도 아니지.

        

        나나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결국 최선의 방법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고, 이카루스 기어는 그것을 선택해 사용자인 내게 적용하는 것뿐.

        

        나는 그리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고 다음으로 이동했고, 주기적으로 주변을 확인하며 체크해야 할 사항이 있는지를 보았다.

        

        

        

       -[Owens : 지반 침하 속도가 아주 조금 줄었다. 맨해튼 내 대부분의 지하수 배출 시스템은 큰 문제 없이 가동되고 있어. 단지 고장난 곳이 좀 있어서 그런지 일부 지하철 라인이 물에 잠겼군.]

        

       -[Laurentina : 노후화된 관로 중 즉시 교체해야 할 부분이 몇 개 있군요. 현재 저는 주변에 이상한 사람들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있죠. 현재까진 큰 문제 없답니다.]

        

       -[Logan : 아직 확인 중.]

        

        

        

       “다들 바쁘네요. 로건 씨는 뭘 확인한다는지 잘 모르겠긴 한데….”

        

       “안 바쁜 놈들이 없지. 근데 로건은 갑자기 왜?”

        

       “뭔가 확인 중이라고 하시는데요?”

        

       “흠.”

        

        

        

        그와 동시에 올리비아 씨는 개인 통신을 걸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올리비아 씨가 바쁜 틈을 타 주변을 경계하던 라플란드 씨도 나를 도와 낑낑대며 차를 옮기거나 했지만, 저쪽의 표정은…생각보다 그닥 좋지 못했다.

        

        이유를 듣기도 전, 통신이 연결되었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별 건 아니고, 물건이 비는 게 몇 개 있는데, 분실 품목을 살펴보니 그닥 느낌이 안 좋더라고. 연료랑 스티로폼, 폐타이어, 설탕 같은 게 사라졌단 말이지.

        

       -…뭘 만들려는지 아주 대놓고 알려주는군요, 이 수상쩍은 친구들이.

        

       -일단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계속 확인해보지. 너희들도 뭔가 수상한 게 있으면 꼭 체크해. 맨해튼은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가장 접근성이 좋은 관광지 중 하나였으니 말이야.

        

       -명심해두지요.

        

        

        

       “…좀 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또 뭔가 있으려나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원래 등 뒤를 찌르는 칼이 제일 아픈 법이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센트럴 파크로, 맨해튼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휴식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BRAC 2005는 사실입니다

    미국의 방공망은 전적으로 전투기에 의존하고 있고 사실 그래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미국 본토가 침공당할 일은 현실에선 없을 테니까요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