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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1

        

         

       그러니 아키타케 박사는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았다.

       신뇌(神腦)라 불릴 정도로 좋은 머리로도 도무지 이 멍청한 놈들이 음양청에 쳐들어올 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뭐 어디 꿀에 꼬이는 벌레 새끼들도 아니고.

       이게 말이나 되냔 말이다!

         

       심지어는 뭐 어디 하루 이틀 만에 끝난 것도 아니고 최근 들어 계속 이러니.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을 수밖에.

         

       “아키타케 박사님.”

         

       “그래, 사이고 군. 혹시 뭐 아는 거라도 있나?”

         

       사이고 신관은 인상을 찌푸리는 아키타케 박사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아키타케 박사님의 고뇌를 듣고 골몰히 생각해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어 신께 그것을 질문해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사람이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신께서는 알고 계시는 것이 이치이니, 참으로 합당한 일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렇지. 그렇지. 신의 시야가 어디 사람의 시야보다 좁겠는가.”

         

       “그리하여 그분께 질문을 하니 신력이 잠시 휘감겼다가 무언가 종이 하나가 나풀나풀 허공에 떠올랐다가 떨어졌습니다. 그것이 바닥에 떨어진 뒤 조심스레 확인해보자 지도가 있었는데, 누군가가 손으로 쥐었다가 펴기라도 한 것처럼 한 군데가 구겨져 있었습니다.”

         

       “옳거니. 신께서 사이고 군의 질문에 회답해주었군.”

         

       “그리하여 저는 신께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그것을 확인해보았는데, 구겨진 부분은 바로 일본해와 그 서쪽이었습니다.”

         

       아키타케 박사는 사이고 신관의 말에 맞장구를 치다가 멈칫했다.

         

       “무어라고? 일본해…의 서쪽?”

         

       일본해의 서쪽.

       바로 옆에 있는 나라에서는 그것을 이렇게 부른다.

         

       동해의 서쪽.

         

       “한국?”

         

       그래. 다르게 말하면 통일 대한민국의 영토였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실제 한국의 영토는 아니고, 얼마 전 조선이 자리를 잡고 있던 그 흉당이었습니다.”

         

       옛날 조선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 있었던 조선.

         

       그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보통 ‘북한’이라고 부르던 그 나라를 말하는 것이다.

         

       “그래. 북조선…그 자리라 이거지?”

         

       주술사들의 복수로 인해 잘못된 대주술 의식을 실행, 그 후에도 몇 번이고 삽질을 반복하다가 결국 망하고 귀신의 땅이 되어버린 흉흉하기 짝이 없는 그 지역이라….

         

       “그 돼지 새끼들은 정말 죽어서도 말썽이군.”

         

       살아있을 적에는 핵이니 미사일 타령을 하면서 일본을 두렵게 만들고, 죽어서는 귀신의 터가 되어서 일본을 괴롭히니 참으로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이웃이라 할 수 있겠다.

         

       게다가 감정적 문제뿐만이 아니라, 북한 때문에 예산이 나간다는 것도 문제였다.

       북한이 있었을 적에는 북한의 군사행동에 일희일비했었고, 그때마다 피난이니 대응이니 하면서 세금이 쓰였다. 당장 조금만 큰 마을에 가도 북한이 쏘는 미사일을 피하기 위한 대피소가 존재했으니, 북한 때문에 쓴 세금이 얼마일지 가늠할 수 있으리라.

         

       게다가 지금은 어떤가?

       그냥 죽어 나가기만 했다면 달갑지는 않지만, 대한민국이 그 땅을 수습해 잘 사용했을 것이거늘.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좀 강해지고…. 외교적으로 지금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고…. 뭐 그렇게 끝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나하게 죽어 나가면서 귀신을 뿌려둔 덕분에 그 땅은 그 누구도 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낮에도 함부로 발을 디뎠다간 대번 귀신한테 홀려서 끔찍하게 죽어 나갔으며, 밤에는 아예 CCTV나 감시장비 같은 것들도 뒤틀리게 만들거나, 아예 그것을 매개로 수백 수천 km는 떨어져 있는 사람을 홀리려 시도하기까지 하는 등의 짓거리까지 했다.

         

       게다가 이놈의 귀신들이 어디 그 땅에 얌전히만 있을 족속들인가?

       평범한 짐승들도 먹이를 찾아 맴도는데, 사람을 죽이지 못해서 안달이 난 이놈의 족속들이 가만히 있을 족속이냐 이 말이다.

       당연히 다른 사람을 끌어들여서 제 자리를 채우려 드는 물귀신들은 물론이고, 사람 죽이지 못해서 안달이 난 악귀나 사람 홀리지 못해 안달이 난 악령들은 옛 북한의 땅에서 벗어나기를 갈망했고, 당연하게도 주변 나라는 이것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막지 않으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대한민국은 물론, 일본과 중국까지도 말이다.

       중국은 제 땅에 귀신의 군대가 쳐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장성을 쌓아서 방어했고, 동북아가 개판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미국 역시 미군을 보내 도움을 주거나- 여러 퇴마와 관련된 이들을 주선하여 연결해주며 협조했다. 물론 지금은 반쯤 헤까닥 해버린 모양인지 그 협조의 규모를 확 줄여버렸지만 말이다.

         

       그리고 일본 역시 당연히 방비할 수밖에 없었다.

       천혜의 장벽인 바다가 있기는 하지만, 귀신들에게 그것이 어디 제대로 된 방벽이겠는가?

       일반적인 귀신들은 몰라도 물귀신들은 바다라는 장벽을 제집처럼 여기는 것들이다.

       게다가 독하기로는 끔찍하게 독하니…. 당연히 적극적으로 그것을 막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영해까지 들어가서 막을 수는 없으니, 당연히 자신의 영해에서 그것들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그것이 당연하겠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정신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강인한 군인도 홀려서 바다에 몸을 던지고,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장비는 물귀신들에 의해 파손되거나 도리어 좋지 않은 기운이 붙고, 심지어는 감시를 뚫고 해안선까지 도달하거나 어디 섬 근처로 흘러 들어가는 일도 있으니.

       그야말로 민폐 중의 민폐라 할 법하다.

         

       그런데 그런 민폐 국가의 이름이…신관의 입에서 나왔다?

         

       아키타케 박사는 사이고 신관을 바라보았다.

       어서 더 말해보라는 듯이 말이다.

         

       “그분의 암시를 기이하게 느껴서 다시 질문을 올리자, 신께서 저에게 답해주시기를 몸을 불리려 하는 것이 그곳에 있어 지금까지의 방법이 잘 먹히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아무리 가시가 많은 나무로 울타리를 만든다고 할지라도 코끼리가 오면 쉬이 뚫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니, 이것은 길조라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뭐, 뭐? 몸을 불리는 것이 있다고!”

         

       쾅!

         

       아키타케 박사는 사이고 신관의 말에 벌떡 일어났다.

         

       “허, 허어. 몸을 불리는 것이 있다…. 사이고 군의 말이라서 믿지 않을 수도 없고. 이것 참, 이것 참.”

         

       신뇌라 불리는 아키타케 박사의 영민한 머리는 사이고 신관의 말을 순식간에 이해할 수 있었다.

         

       몸을 불리는 것.

         

       북한 땅에서 몸을 불리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거기에 뭐 나라가 있어서 세를 불리기를 하겠는가, 사람이 있어서 자신의 힘을 기르기라도 하겠는가?

         

       있는 거라곤 귀신밖에 없는 땅이다.

       동물들도 제대로 살아갈 수 없어서 죽어 나가거나 귀신에게 홀려서 숙주가 되어버린 흉지(凶地)중의 흉지거늘.

       거기에서 몸집을 불릴 게 과연 귀신 말고 무엇이 있겠냐 이 말이다!

         

       그리고 귀신이 몸을 불린다는 것은…. 당연하게도 좋은 징조가 아니다.

         

       사람에게 어느 정도 해를 끼치는 수준을 넘어선 악귀와 악령들.

         

       ‘아니지. 아니야. 북한 땅에 악귀와 악령이 얼마나 많던가. 괜히 악귀와 악령의 배양접시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야.’

         

       그렇다면 신이 경고할만한 ‘그것’이 무엇이겠는가?

       어디 야생동물처럼 악귀와 악령이 돌아다니고, 사람 사는 것처럼 귀신들이 쏙쏙 박혀있는 그곳에서 경고할만한 것이라면.

         

       ‘대(大)!’

         

       그래.

       국가적 재앙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을 그 존재!

         

       대악령!

       대악귀!

         

       하나만 등장하더라도 국운이 기울어버린다는 그 흉험하기 짝이 없는 존재를 말함이 틀림이 없는 것이다!

         

       “…이건 쉽게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것이네. 이보게 사이고 군, 혹여 근거가 있는가?”

         

       하지만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러한 존재는 쉽게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냥 전문가 몇몇이 나서서 될 수준을 넘어서, 국가 자체가 대대적으로 움직여야 할 수준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커다란 일을 벌여놓고 ‘어? 사실은 아니었나 봅니다. 하핫!’ 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크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나름의 근거가 필요한 법이다.

         

       아키타케 박사는 사이고 신관이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말한 것이기를, 하지만 그의 말이 맞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율배반적인 마음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사이고 신관은 그의 믿음에 답해주었다.

         

       “예. 있습니다.”

         

       근거가 있다고 말한 것이다.

         

       “신께서 말씀해주신 것을 듣고 기이하여 그 사실을 알아보기 위해 이곳저곳에 수소문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성취가 그리 높지 않은 무인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떠도는 것을 들었지 뭡니까.”

         

       “이상한 소문?”

         

       “그것은 일본해에서 바다낚시를 즐기던 한 무인이 칼을 낚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칼을 낚았다?

         

       매우 드문 일이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강이나 호수에서 권총을 낚는 사람도 있는데, 칼 정도야 낚을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사이고 신관의 말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무인이 칼에서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고 하더군요. 좋게 보아도 단검으로밖에 사용되지 못할법한 칼인데도 쉬이 눈을 뗄 수가 없었고, 바닷물에 푹 담겨서 녹이 슨 데다가 이까지 나가 있음에도 그것이 절세의 보검처럼 날이 번쩍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다 삭은 데다가 해초가 들러붙어 있는 손잡이는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니, 그 무인은 이상한 느낌에 검을 휘둘러 보았다고 합니다.”

         

       누가 듣더라도 평범한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평소에 꽉 막혀있던 검로가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이 들고, 몸이 자기 뜻대로 따라주며 성취가 확확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무인은 자신이 손에 쥔 것이 범상치 않은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들고 대장장이를 방문했다고 합니다.”

         

       “…설마.”

         

       “그러고는 앙상하기 짝이 없는 검날을 조금 깎아 심으로 삼고, 다 삭아버린 손잡이를 버리지 말고 다른 나무나 천을 덧대서 손에 쥐기 편하게 만들어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거, 요도지 않은가!”

         

       요도(妖刀)!

       특별한 힘을 가졌지만, 사용자를 파멸로 몰고 간다는 칼!

         

       “예. 그 무인은 바다에서 얻은 그것을 재료로…요도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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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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