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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1

       

        

        

        

        

        

        

        

        

        

        

        

       -[…후, 스티로폼은 길가에 널려있으니 상관없지만, 기름 빼오기가 힘들어. 자동차 운반 작업에 지원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거야. 게다가 변이자들도 주변에 돌아다닌다고.]

        

       -[아흐타르는?]

        

       -[몰라. 자동차 아래에서 연료 빼고 있다는데, 쉽지는 않을 것 같아. 주변에 보는 사람도 많고.]

        

       -[후. 이래서야 시간을 못 맞추겠는데….]

        

        

        

        맨해튼.

        

        심지어는 수도인 워싱턴 D.C보다도 훨씬 더 유명한 바로 그 곳. 빅 애플, 빛이 꺼지지 않는 도시, 잠들지 않는 도시라고 불리웠던 뉴욕의 곳곳은 여전히 파편화된 과거의 영광들로 가득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세상이 언제쯤 다시 자신들이 기억하는 번영하는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를 꿈꾸었고, 이는 센트럴 파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작전관 및 분석관, 그리고 그 외에도 치안 등등을 담당하는 군인들이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맨해튼은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관광 명소 중 하나였다는 점이었다.

        

        

        

       -[이미 다른 놈들도 조금씩 뭉치고 있어. 우리 중에도 융화되고 있는 놈들도 있지만…하지만 우리만은 그래선 안 되지. 알라의 이름보다 위대한 건 없으니.]

        

       -[그래. 망할 놈들이 전시라는 명목으로 우리를 억압하고 있다고. 어디 한 번 사방에서 불벼락이 내려도 반응하지 않나 보자고.]

        

        

        

        뉴욕은 1년에 7천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최대의 관광 도시 명소이기도 했고, 계절과 밤낮에 상관없이 붐볐다.

        

        모든 작전관들 및 그 외에도 공사를 지휘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센트럴 파크 내부 혹은 근방을 돌아다니는 민간인들이 전부 미국인이 아니란 사실까지는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오메가 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한 타이밍이 언제인지를 잠시 잊어버리고 말았다 – 모두가 아포칼립스의 시작을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더 큰 이벤트가 그 이후에 있었다.

        

        볼드랍 이벤트, 혹은 맨해튼 타임스퀘어에서 매년 12월 31일마다 진행되는 바로 그 행사.

        

        단순히 그것만을 보기 위해 미국 맨해튼으로 날아오는 타국의 관광객들은 너무나도 많았으나, 안타깝게도, 이들 중 대부분은 조국으로 되돌아가지 못한 채 불귀의 객이 되었다.

        

        

        멕시코, 영국, 중국, 스페인, 브라질,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호주, 심지어는 러시아와 이슬람계까지…세계 각지에서 날아온 수많은 관광객들 역시도 맨해튼에 갇혔고, 이들 중 일부라도 살아남은 순간.

        

        이들은 자연스럽게 뭉칠 수밖에 없었고, 조금씩 발언권을 얻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력도.

        

        

        

       -[…근데, 이러다가 들키면 어떡하고? 주변에 돌아다니는 군인들 눈에 띄면 우린 싸그리 죽을 수도 있어.]

        

       -[네 신앙심은 고작 그것밖에 안 되냐? 저 빌어먹을 놈들은 메카에 기도를 드릴 시간도 안 주고 있고, 처우 개선에 대한 요청도 전부 무시하고 있다고! 게다가 시아파 터번쟁이 새끼들은 협조할 생각도 안 하고 있어!]

        

        

        

        이들이 잠시나마 조용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대거 팀.

        

        정확하게 말하자면,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계속해서 어디선가 승전보가 들려왔고, 그 분위기를 깨었다가는 그닥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이할 것만 같았다 – 요컨대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보았을 때, 이는 불순한 의도를 품은 난민들이 대거 팀이 아니라 상상 속의 군인들을 두려워하고, 그런 상상 속의 군인들이 가져다준 승리 분위기를 깨면 안 될 것 같았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다시 말해, 난민들은 대거 팀이 누군지도 몰랐으며, 얼마나 큰 승리를 센트럴 파크에 가져와줬는지도 몰랐고, 얼마나 큰 권한을 부여받았는지도 몰랐다.

        

        당연하겠지만, 그 ‘권한’ 중 살인 면허를 발급받았다는 사실 역시도, 이들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난민들은 한 가지 착각을 하고 있었다.

        

        설령 이 모든 것이 들키더라도 크게는 추방 정도로만 끝날 것이란 착각이었다.

        

        

        

       -[게다가 우리는 아직 공식적으로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어. 연료는 어디서나 필요한 거고, 설탕이나 고무, 스티로폼도 수요가 조금 떨어진다 뿐이지 마찬가지야.]

        

       -[…대충 어떤 느낌인지는 알겠군. 그래도 저 품목들이 한 번에 적발된다면 곤란하니 분산은 시켜야겠지. 제대로 된 핑계거리나 준비하라고 전달해.]

        

       -[그래야지. 게다가 뭐, 우리가 큰 걸 바라는 것도 아니잖아? 그저 이런 험난한 세상에서 조금 더 종교적으로도, 다른 부분으로도 보장해줬으면 하는 것뿐인데 말이지.  터뜨린다는 말도 아니고.]

        

        

        

        이런 험난한 세상이니만큼 자위 수단이 필요하다.

        

        타 집단이 우리를 좋지 않게 보고 있다.

        

        기계를 돌리기 위해 연료가 필요하다…그 외 등등.

        

        갖다붙일 수 있는 핑계는 실로 많았고, 실제로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다. 센트럴 파크가 들으면 당장이라도 총살을 집행하고 싶어할 말이었으나, HQ는 아직 민간인들을 전부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 여력이 많지 않았다.

        

        그나마 정신머리가 제대로 잡힌 이들을 어떻게든 선발한 후 상비군으로 써먹는다는 것까지는 가능했지만, 그것도 센트럴 파크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과는 연관이 없었다.

        

        이러한 상황 자체가 미국이 급한 불을 껐지만, 내부에서 타오르기 시작한 불씨까지는 신경쓸 여력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건 그렇고. 이런 걸 만드는 방법은 누가 알려준 거야?]

        

       -[돌아다니던 와중 우연히 만난 사람이 있었지. 센트럴 파크에 불만이 있는 것 같길래 몇 마디 나눠봤더니, 생각보다 빨리 친해질 수 있었어. 듣자 하니 맨해튼 북부에서 왔다더군.]

        

       -[맨해튼 북부라면…흠. 짚이는 건 없는데. 거기서 난리가 났었단 사실 외에는 잘 몰라. 뭔가 들은 거 있어?]

        

       -[나도 잘 몰라.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저쪽은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고, 덕분에 우리는 지하드의 길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졌으니. 불신자라도 같은 대의를 공유한다면 알라의 자비가 한 번쯤은 그 자에게도 내리겠지.]

        

       -[…그 부분은 잘 모르겠으니 일임하겠다.]

        

        

        

        정적이 일었고, 이들은 눈치를 보다 흩어졌다.

        

        그리고 얼마쯤 지났을까, 더 이상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골목길로 누군가가 터벅터벅 들어왔다 –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인기척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마치 존재 자체가 허공에서 생겨난 것처럼, 혹은 공간 위에 덧씌워진 것처럼. 인기척이 생성된 순간 나타난 중후한 인상의 남자가 저벅거리는 소리를 내며 두 명이 있던 자리에 도착했다.

        

        그는 이카루스 기어를 이리저리 조작했고, 얼마나 지났을까. 작게 숨을 토해내며 덧붙였다.

        

        

        

       “…근방에 CCTV 같은 게 없어서 그런지 에코가 제대로 작동 안 하는구만. 그래도 보아하니…뺀질거리는 친구들이 꽤 있는 것 같군. 일단 이쪽은 뭔가 하나 잡았다. 다른 쪽은?”

        

       -이쪽은 아직까진 수확이 없어. 막내랑 자동차만 뺀질나게 옮기고 있거든.

        

       -전 확실하진 않군요. 최대한 은밀하게 접근해보죠. 명확한 물증을 잡아도 잡아뗄지도 모르니, 은닉된 물자의 이동 경로랑 주범이 누구인지, 어디까지 엮여있는지를 명확히 파악해서 축출해야 하니 말이죠.

        

       -이러다 센트럴 파크 외부에 별도로 무기 비축해놓는 놈들도 있을 것 같은데, 참나. 일거리가 마를 날이 없구만. 고름이 터지기까지 얼마나 걸리려나 모르겠어.

        

       -농양이 터질 범위를 예측하고 절제하는 것도 센트럴 파크가 할 일이지. 하루이틀만에 터질 것 같지는 않으니 최대한 정보 수집에 열중하자고.

        

        

        

        그리 말했지만, 대거 팀의 목소리에서 근심과 피로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이들은 여전히 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실감했고, 센트럴 파크로 돌아와도 할 일이 또다시 있다는 사실에 머리를 절레절레 내저었지만, 굳이 오랫동안 곰곰이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결국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었다. 그 어디도 아닌 맨해튼이기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했고, 그 어디보다도 인구수가 많았던 곳들 중 하나였기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짜증이나 진저리는 낼지언정 그 이상의 감정을 표하지는 않는다. 뭐가 됐든 결과적으로 끝을 내는 것은 대거 팀의 손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귀찮은 상황이건, 어떤 악조건이건 간에, 결국 전부 정리해버릴 자신이 있었기에.

        

        

        그리고 한 가지 더, 확인할 것이 있었다.

        

        

        

       “어디서 본 건 있어서 품목을 빼돌린다고 쳐도, 그런 것들로 네이팜을 만들려면 설비에 최소한의 여력은 투자해야지. 과연 그걸 누가 대줄지는 모르겠긴 한데….”

        

       -어차피 계속 보다 보면 어디서 뭘 하는지도 금방 확인할 수 있겠죠. 도로 개척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꼬리를 바로 밟아버린 걸 보면, 흔적 은닉도 제대로 못 할 거고.

        

       -뭐 그렇기야 하겠지. 아무튼 센트럴 파크에 전달할 안건이 하나 생겼구만. 보고서만 제때제때 잘 올리자고. 나중에 애들 머리에 구멍 냈다가 참작 안 되서 청문회 끌려가긴 싫으니까.

        

       -돌아가면 센트럴 파크 안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 국적부터 확인해봐야겠군요. 알라 믿는 놈들이라는 데에 어제 먹다 남은 파운드케이크를 걸지요.

        

       -그딴 걸 왜 걸어, 이 미친 년아.

        

        

        

        이게 평균 나이 서른다섯의 대화가 정녕 맞는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던 오웬스는 어처구니없단 듯 피식 웃었고, 동시에 센트럴 파크의 작전관에게 해당 사항을 전달했다. 늦든 빠르든 결과는 금방 나올 것이었기에, 대거 팀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예상했다.

        

        작전관 역시 빠르게 눈치를 챘고, 이어 덧붙였다.

        

        

        

       “…작업 범위가 과도하고, 대거 팀만으로는 경계임무를 해결하기 상당히 어렵다고 여겨지는 바. 별도의 인력 배분을 통해 작업자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일을 막겠습니다. 내일부터는 별도 행동에 돌입해주시길.”

        

       “좋아.”

        

        

        

        그 ‘별도 행동’이 혹시나 모를 테러리스트의 사보타주 방지를 위한 은밀정찰의 허가라는 것을 오웬스는 모르지 않았다.

        

        그는 해당 사실을 대거 팀 전체에 즉각 공유하였고, 그것을 반기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오로지 라플란드만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하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이번 사항과 관련하여 말해드릴 게 있습니다.”

        

       “벌써 방침이 나왔나? 이건 좀 의외인데.”

        

       “…방침이라고 하기엔 애매합니다만, 얼마 전 HQ 내부 사보타주와 같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받았고, 대거 팀이 관련 사실을 언급할 경우 이에 대해 전달해달라고 누군가에게 요청받았습니다.”

        

       “누가?”

        

       “그게…자신을 클리너 소속이라고 소개했습니다.”

        

       “….”

        

        

        

        마치 짠 것처럼, 대거 팀이 센트럴 파크로 복귀하였을 때 일어난 사보타주 준비.

        

        처음에는 그저 단순히 한 번쯤은 터질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만 생각했으나, 그것이 만일 누군가가 등을 떠민 결과라면, 그리고 애시당초 터질 결과를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미리 촉발시킨 거라면.

        

        거기다가 본래라면 굳이 알 이유가 없는 네이팜 제조법까지 떠돌아다닌다면.

        

        

        대거 팀은 훔쳐가는 품목만 봐도 누가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네이팜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비교적 무난하게 만들 수 있으니 그런 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았다.

        

        자신들처럼 IED 제조법에 통달한 사람이 아닌 이상, 네이팜 만드는 방법을 아는 사람을 어디 쉽게 찾을 수 있기나 하겠는가.

        

        

        그리하여 오웬스의 우수한 두뇌는 지금 무슨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깨달았고, 이내 덧붙였다.

        

        

        

       “…그래. 판을 깔아준 거였군. 브롱스 이후로 한동안 얼굴을 안 비춘다 싶었더니 기우였나.”

        

        

        

        그는 큭큭 웃었다.

        

        아직 점심을 먹을 시간은 아니었지만, 속이 참 든든하기 그지없었다.

        

        

        

        

        

        

         

        

        

        

        

        

        

        

        

        

        

       “얼추 그럴 거라 생각은 했었네만, 역시 세상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 실로 경탄스러워. 저 친구들이 나를 민주당이 아니라 공화당으로 만들어버리려고 작정한 것처럼 보이지 않나?”

        

       “농담이 살벌하십니다, 각하.”

        

       “농담이었으면 좋겠군. 어차피 거국내각…이라고 하기에도 뭣하고, 여당과 야당 전부가 싸그리 증발한 상황인데, 내가 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지 않겠나?”

        

       “…현재는 전시 상황입니다, 각하. 필요하다면 각하의 정치적 스탠스와 상관없이 적절한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음.”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극단적인 선택지가 요구된다.

        

        지금까지 몇 번이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집무실에 앉아있는 헨리는 이런 상황이 또다시 자신의 앞에 놓였다는 사실에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본래 민주당인 그로서는 계속해서 이어져온 미국의 안보정책에는 찬성하더라도 미군의 확충 혹은 국방비 증액에는 그닥 관심이 없었지만, 오메가 바이러스 사태는 모든 것을 뒤바꾸었다.

        

        진보를 대표하는 민주당답게 친이민정책 및 외국인 유화책을 표방하던 그였지만, 그 폐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을 맞이한 헨리 대통령을 맞이한 것은 끔찍한 배신감이었다.

        

        아니, 엄밀하게 따지면 배신감은 아니었다.

        

        

        

       “…법치가 작동하지 않는 순간 어쩔 수 없이 예고된 결과인가.”

        

       “무언가 말하셨습니까, 대통령 님?”

        

       “혼잣말일세.”

        

        

        

        어쩌면 문화상대주의라는 것은 극단적인 상황 하에서는 그닥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닐까.

        

        그동안 믿어 의심치 않았던 수많은 관념들이 물거품으로 화하고,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미국을 보존해야만 하는 상황에 도달한 순간, 헨리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감각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이 비상상황에 돌입한 국가의 수반이 감당해야만 하는 무게라는 사실을, 그는 모르거나 회피하지는 않았다.

        

        

        그는 테이블 위에 올라온 안건을 확인했다.

        

        그의 고뇌의 시발점이 그 자리에 있었다. 내용은 간단했다. 이슬람계 난민들이 모종의 일을 꾸미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 그 정도면 그 아래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감도 안 잡혔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대거 팀에게 해당 작전의 진행을 전부 위임하겠네. ”

        

       “알겠습니다.”

        

       “추후 역사가들이 이 대혼란을 무어라 표현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든 일들이 끝났을 때 어떤 도덕과 윤리가 남아있을지는 잘 모르겠군. 안타깝기 그지없어.”

        

       “그것들을 다시 배양하려면 기틀을 다져야만 하지 않겠습니까.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또한 맞는 말이겠지.”

        

        

        

        그는 지시를 내렸고, 머지않아 센트럴 파크 HQ에서 일부 난민들을 위한 구역이 증발하고, 그 안의 사람들이 사라지리란 사실을 예감했다.

        

        좌우지간, 일은 일이었고, 해야만 한다면 확실히 처리해야만 했다.

        

        추후 센트럴 파크의 여유가 늘어나고 치안 유지를 위한 병력들이 많아진다면 이와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지도 몰랐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IF, 그리고 미래의 영역이었다.

        

        

        보고서를 살펴보던 헨리가 입을 열었다.

        

        

        

       “지금 이 보고서는 단순한 사태 현황인가?”

        

       “그렇습니다. 곧 작전안이 나올 예정이고, 현재 어느 정도 틀이 잡혔습니다. 의도적으로 경계를 느슨하게 풀어 부주의한 행동을 유발하는 것이 기본 골자입니다.”

        

       “어떤 느낌인지 알겠군.”

        

       “일각에서는 확실한 처리를 위해 적들의 화기 소지를 의도적으로 방조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만, 찬반양론이 거세게 갈리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말인가?”

        

       “아, 센트럴 파크 외부에 군수물자를 잘못 투하하는 것처럼 위장하여 저들이 가져갈 수 있게끔 하는 방법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흐음.”

        

        

        

        잠깐의 정적.

        

        헨리는 작게 숨을 몰아쉬었고, 이내 덧붙였다.

        

        

        

       “정치란 여론을 어떻게 조성하는지에 따라 갈리는 싸움이지. 과정과 결과에 따라서는 망나니들이나 골치아픈 자식들이 순교자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는 법이야.”

        

       “….”

        

       “군인들은 작전을 실행하지만, 정치인들은 실행된 작전의 여파에 대응하는 법이지. 놓아버리든, 부인하든, 뒷수습을 하든, 책임지든….”

        

       “그렇습니까?”

        

       “저 친구들이 억울한 희생자로 둔갑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만 하겠지.”

        

        

        

        센트럴 파크 HQ 내에 존재하는 백 명 조금 안 되는 무슬림.

        

        이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위험분자로 분류될지, 그리고 추후 그들이 말하는 알 잔나 – 이슬람교에서의 사후세계 – 로 가게 될 것인지.

        

        헨리는 홀로그램으로 떠다니는 사람들의 인적사항을 손으로 휘저어 치워버리며 말했다.

        

        

        

       “명분을 만드는 것은 내 몫일지니. 귀관들은 해야 할 일을 행하게.”

        

       “알겠습니다, 각하.”

        

        

        

        보좌관이 집무실을 나감과 동시에, 헨리가 중얼거렸다.

        

        

        

       “주님,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그 읇조림이 하늘에 닿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언젠가 다크 윈터 시뮬레이션에 대해 조사하던 와중 판데믹은 심각한 윤리적, 종교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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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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