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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2

    <732 – 누가 그랬어(3)>

     

    이사장파파가 누군가의 분신이거나, 분신에게 배신당한 본체였다.

    집사장 오카시이네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충격적인 사실을 가리켰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하면 내게는 아무래도 상관없을 이야기였다.

     

    “별로 알고 싶은 정보가 아니었어요! 이제 죽어주세요!”

    “이런. 조금 더 오래 즐기고 싶었던 욕심이 역린을 자극하고 말았군요.”

     

    때리면 갈라지고 태우면 증발하고 얼리면 녹아내리니, 도무지 잡을 겨를이 없다.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자.

    죽여도 죽지 않는 불멸자.

    이런 걸 무식하게 전투로 어찌할 생각을 해서는 내 기분을 더럽힌 시종장 할아버지에게 복수할 수 없다.

    그래서 떠올렸다.

    상대를 아주 깜짝 놀라게 할 특별한 ‘장난’을.

     

    ━━━

    *애정의 부름* : 이 소환기술은 플레이어가 100시간 이상 호의를 품었던 존재를 소환할 수 있다. 소환 지속시간은 호의를 품은 지속시간에 비례하며, 이 시간은 소환 도중에도 늘어날 수 있다.

    ━━━

     

    나는 새로운 이벤트가 좋다.

    떡밥이 파헤쳐지지 않은, 분석이 끝나지 않은 이벤트라면 더욱 좋다.

    공략요소가 남은 캐릭터라면, 그와 관계된 인물이라면 더더욱 좋다.

    그런 내게 ‘시종장 오카시이네’는 100시간을 충분히 달성할 만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100시간 이상으로 호기심과 호의를 동시에 품은 존재도 있었다.

     

    [당신이 <시종장 오카시이네의 부모>에 호의를 품은 시간은 132시간 37분입니다.]

     

    무슨 억까트리거가 터져도 저 혼자만 유유히 살아남는 수상쩍은 시종장도 하늘에서 홀로 뚝 떨어진 것이 아니고서야 부모는 있겠지.

    그럼 그 부모는 어떻게 생겨 먹은 뭐 하는 사람일지 궁금하지 않은가?

    이제 그 오랜 호기심을 해소할 기회가 찾아왔다.

     

    [<시종장 오카시이네의 부모>가 소환됩니다.]

     

    순간, 불안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실수로 복도에 전시된 그릇을 깨먹을 때.

    간식을 주는 이사벨의 손을 음식이랑 같이 물었을 때.

    배드엔딩 루트 분기인 줄 알았더니 그냥 사이코 짓을 해버린 걸로 끝났을 때.

    마치 그럴 때처럼 엄청난 실수를 한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불안은 시종장 할아버지의 경악한 얼굴을 보고는 말끔히 풀렸다.

     

    “신을 부르는 소환술?! 지금 대체 무슨 짓을…!”

     

    차원과 차원 사이에서 세계를 지탱하는 세계순력이 밀려나며 세계가 침식되는 초거대 규모의 영역침입현상, <세계영역>이 전개되었다.

     

    고오오오오.

     

    마나의 대해에 빠진 것처럼 엄청난 압력이 도시 전역을 짓눌렀다.

    건물이 거인의 손아귀에 쥐어짜이듯이 이리저리 찌그러지고 휘어졌다.

    선황파파와 황금의 무희 리스크가 반사적으로 전개한 영역이 가까스로 무너져 가던 도시를 지탱했다.

     

    고오오오오.

     

    내가 알지 못하는 신.

    내가 알지 못하는 차원.

    미지의 존재가 그런 도시를 ‘내려다보며’ 흥미로움의 감정을 드러냈다.

     

    ‘어? 시종장 할아버지가… 튀었어?!’

     

    즈앙의 상급은신술이나 싱의 원점영역처럼 공간의 틈새에 숨어버린 시종장 할아버지.

    도시 전역을 내려다보던 거대한 시선이 그런 할아버지를 쫓듯이 허공 어딘가를 겨누는 것이 느껴졌다.

    재생하는 시종장 할아버지의 체내에 심어둔 마나반응이 말하고 있다.

    정확히 일치한다.

    시종장 할아버지가 숨은 틈새와 ‘저것’이 바라보는 공간이.

     

    “안 돼, 일백차원의 문조차 아직 닫히지 않았습니다. 비어버린 영토에 새로이 강림할 기회는 아직 멀지 않았습니까! 어찌하여 소인을 핍박하는 것입니까. 계시의 날이 도래하기 전에 이러시는 것은 명백한 계약위반입니다!!”

     

    숨어도 소용없음을 눈치 챈 시종장 할아버지가 공간의 틈새에서 악을 쓰며 항의했다.

    ‘저것’은 항의를 허락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펼치는’ 느낌과 함께 공간의 틈새에 숨었던 시종장 할아버지의 모습이 드러났다.

    다시금 무언가를 ‘펼치는’ 느낌이 드는 순간, 시종장 할아버지의 육신이 <부정한 점토>로 펼쳐졌다.

    한층 더 무언가를 ‘펼치는’ 느낌이 들었을 때, 시종장 오카시이네라 불리던 존재는 더 이상 ‘이곳’에는 남지 않았다.

     

    ‘기능 경험치 2000의 이중극의조차 넘어선 기능경험치 5000대의 반신과 1만 대의 신격, 이를 상회하는 대신격 수준의 기능!’

     

    저것은 ‘펼치기’를 헤아릴 수 없이 오랜 세월 해온,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난 경지까지 끌어올린 존재.

    시종장 오카시이네 할아버지는 차원의 저편으로 펼쳐지는 자신의 존재를 지켜낼 수 없었다.

     

    [<세계의 침략자 ???>가 시종장 오카시이네를 차원을 펼쳐 인지차원의 바깥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세계의 침략자 ???>가 당신을 내려다봅니다.]

    [<세계의 침략자 ???>가 고민에 빠집니다.]

     

    황금의 무희 리스크와 선황파파의 영역전개조차도 저것의 펼치기 앞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 정도로 강력한 존재가 마음껏 힘을 펼친다면 모두가 시종장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 차원 저편으로 날아가는 건 순식간이다.

    적어도 그 차원이 우리에게 유쾌한 차원은 아니겠지.

     

    “우리 파파는 건들지 마요! 자식을 훈계할 거면 자식만 혼내야지, 잘못한 것도 없는 우리까지 혼내려고 들면 안 되죠!”

    “…”

     

    당당한 내 외침에 형체조차 보이지 않는 ‘저것’이 황당해하는 기척이 느껴졌다.

    저것이 처음으로 나를 주목했다.

    교장사후 일백차원과의 격돌에서 마주할 최종보스 <유일신 소페미아>에 버금가는 강대한 신격이 나를 향해 ‘펼치기’를 시전했다.

    내가 부른 히든보스는 내가 돌려보내야 한다.

    아까워도 어쩔 수 없지.

    ‘저것’의 펼치기가 나와 내가 속한 주변공간을 통째로 붙잡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 나는 ‘모으기’로 넘어가려는 공간을 짓눌렀다.

     

    [오랜 도감수집으로 축적된 히든기능 <모으기>가 정식으로 그 존재를 개방합니다.]

    [모으기 경험치+18250]

     

    반신의 기준치 5000.

    신격의 기준치 10000.

    하나의 기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대치를 아득히 뛰어넘는 수치의 ‘수집률’이 모으기 기능의 수치를 어마어마하게 끌어올린다.

    조금 더 시간이 있었다면, 충분히 수집을 완수한다면 상급신의 2만 대와 대신격의 5만 대조차도 넘볼 수 있었던 모으기는 이제 성장이 정지했다.

    하지만 그만큼 열심히 모았던 적금이다.

    적금을 깨뜨리는 순간, ‘저것’의 펼치기는 내가 속한 차원을 저편으로 펼치지 못했다.

    지나치게 무거웠으니까.

    내 ‘모으기’가 어떤 무게감도 없던 시종장 할아버지의 ‘부정한 점토’보다 우위에 속했으니까.

     

    고오오오오.

     

    저것이 인정했다.

    나는 차원의 저편으로 펼칠 수 없다.

    대신, 저것은 다른 것을 펼쳤다.

     

    ━━━

    *묵시록의 경험자* : 멸망으로 치닫는 세계에서 종말이 일어나는 순간을 다수 목도했습니다.

    -칭호장착효과 : 세계단위의 영역에 완전저항

    -칭호보유효과 : 세계단위의 영역에 부분저항

    ━━━

     

    “히에엑?!”

     

    내 시스템 창을.

    보유한 칭호목록을 말이다.

     

    ━━━

    *빈사상태를 경험한* : 당신에게 치유란 아플 때 받는 것이 아니라 사경을 헤매다 돌아와 부활할 때 받는 걸까요?

    -보유효과 : 즉사면역 10% 증가

    -장착효과 : 매일 즉사면역 1회 발동

    ━━━

     

    ━━━

    *악몽의 산증인* : 사람이 개미처럼 죽어나가는 악몽에서 무사히 생환했습니다.

    -칭호장착효과 : 공포저항 보정치 100 증가

    -칭호보유효과 : 공포저항 보정치 10 증가

    ━━━

     

    ━━━

    *구원의 인도자* : 멸망으로 치닫는 세계를 수차례 구해낸 결과, 당신은 세계의 희망이 되었습니다.

    -칭호장착효과 : 가호 <무한한 존경심> 활성화

    -칭호보유효과 : 세상만물의 기본호감도 10 증가

    ━━━

     

    세계영역에 저항하고, 즉사면역을 확보하며, 공포저항 보정치를 지니고, 세상만물의 기본호감도를 일정수치 확보한다.

    그런 칭호보유효과를 바라보며 나를 내려다보는 거대한 의지로부터 빠르게 흥미가 멀어졌다.

     

    고오오오오.

     

    저것이 내가 선보인 한 번의 버티기에 ‘시스템’의 보조가 있음을 알아차리고 실망했음이 느껴졌다.

    세계순력이 찢겨질 듯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힘이, 세계영역이 스스로 거두어지더니 <애정의 부름>으로 열린 차원문의 저편으로 스스로 돌아갔다.

     

    끼이익–

    쿵!

     

    문이 닫혔다.

     

    [<시종장 오카시이네의 부모>가 역소환되었습니다.]

    [칭호 *애정의 부름*이 너무나도 강대한 존재의 소환으로 인해 재사용 대기시간 3650일의 제약이 발동합니다.]

    [어느 신이 나 부르라고 만든 문으로 무슨 짓을 하는 거냐며 대성통곡을 합니다.]

     

    잠깐 사이에 지진이라도 맞은 것처럼 난리가 일어난 도시에서 선황파파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짐의 막내딸이여.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모, 몰?루…”

     

    진짜 저게 뭐야.

    나도 저런 거 처음 봐.

    당황도 잠시, 이해는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교장사후.

    일백차원의 연속침공과 격퇴.

    원작게임은 거기서 끝나지만 현실세계에는 당연히 다음이 있다.

    엔딩 본다고 현실이 정지하고 세계가 지 맘대로 사라질 리가 없으니까.

     

    일백 차원의 너머에도 우리가 모르는 차원, 중간계와 거리가 먼 차원들은 있다.

    ‘저것’은 그런 먼 차원에 속한 존재.

    중간계와 인접한 일백 차원이 모조리 주인 잃은 텅 빈 영지가 되었을 때, 눈독 들이고 찾아올 수 있는 외우주의 대신격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시종장 할아버지의 부모님 소환술을 펼쳤는데 시종장 할아버지가 사라졌어요!”

    “허어.”

     

    선황파파가 탄식했다.

     

    “마왕보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그 노괴를 퇴거할 수 있는 존재라니. 이 작은 중간계와 나약한 인간들이 마주한 위협이 너무나도 거대하구나.”

    “그래도 저희한테는 손 안 대고 돌아갔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은근슬쩍 넘어가려던 내 머리를 선황파파의 거대한 손이 꽉 붙잡았다.

     

    “으앙, 아파요!”

    “아프라고 잡은 게다. 앞으로 1분만 더 늦었으면 차원이 침식되며 <북부마계령>에 버금가는 새로운 <초거대금역>이 탄생할 뻔했음을 자각은 하고 있느냐.”

    “힝.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걸요!”

    “후우. 철없는 아이의 우행에 세계가 발칵 뒤집어졌구나. 도시의 재건은 알아서 맡으마. 다른 건 됐으니 어서 아카데미로 돌아가라.”

    “왜요?”

    “<교장>이 자신도 모르는 이계의 초거대 침식현상을 감지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하느냐?”

     

    아앗.

    일 났다!

     

    “서두르지 않으면 수많은 4학년과 졸업생들, 어쩌면 교수들이 침식의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파견될 것이다. 너의 놀이터 또한 쑥대밭이 되겠지.”

     

    교장님의 눈에는 이 사태가 어찌 보이겠는가.

    다크노디가 울면서 아카데미를 뛰쳐나가자마자 세계가 진동하는 대사건이 벌어졌다.

    다행히도 세계침식은 중지되고 안전을 되찾았지만, 원인불명의 사태가 벌어졌는데 “운이 좋군.” 이러고 팔짱 끼며 방관할 교장님이 아니었다.

    선황파파 말대로 조사대를 급파하겠지.

    지난달에 위어드 교수 하나로도 앞서 그렇게 긴장했는데 그런 교수님들이 영웅집결마냥 우르르 도시에 출동하면?

    다크노디를 위해 열심히 지은 요람처럼 안락한 도시가 그대로 묫자리로 전락한다.

     

    “당장 돌아갈게요!”

     

    열심히 지은 내 도시, 내가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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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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