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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2

        

         

       “허!”

         

       사이고 신관의 말을 들은 아키타케 박사는 기가 찼다.

         

       요도라니.

       그것도 일본해에서 낚은 물건으로!

         

       아무리 무식하다지만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일본해 건너편에 무엇이 있는지 어린아이도 알고 있는데, 그런데도 ‘이상한 느낌이 드는’ 물건을 재료로 검을 만들어서 사용한다니.

       머리가 어떻게 되지 않고서야 하지 않을 짓거리였다.

         

       게다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영민한 아키타케 박사의 머리는 대체 왜 멍청한- 다른 말로 하면 하급 중에서도 하급, 최하급이라 불릴법한 무인들이 음양청에 쳐들어오는 멍청한 짓거리를 벌이는지 이해해버리고 말았다.

         

       “설마. 그 이야기가 퍼져서…?”

         

       귀신이 깃든 칼은 분명 사용자를 홀리기 위해서 힘을 썼을 테지.

       실제로 그러했는지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칼을 쥔 놈에게 ‘이 칼을 드니까 무공이 더 강해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했을 것이란 말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자신을 관조하고 제 성취를 오롯이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할 보잘것없는 무인 놈은 이 칼 덕분에 자신이 강해졌다면서 으스댔을 것이고, 다른 무인들에게 한껏 자랑했을 것이다.

         

       그래.

       분명하다.

       능력만 익혔다 뿐이지 야쿠자나 다름없을 법한 그런 놈들이 할 짓거리야 뻔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소문을 들은 다른 녀석들도 너도나도 바다낚시를 하기 시작했겠지.

         

       ‘…그래. 보잘것없는 놈들만 말이지.’

         

       당연하겠지만 제정신이 박힌 놈들이나,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룬 놈들은 저 행위에 동참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정신 박힌 놈들이라면 귀신에게 홀린 놈들이 어떻게 되는지 미디어에서 수도 없이 떠들고, 무공을 가르치면서도 수없이 교육하는데- 어디 그런 비참하기 짝이 없는 최후를 맞이하고 싶기야 하겠냐 이 말이다.

       게다가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룬 놈들은 나쁘지 않은 대접을 받고 있을 터인데…. 굳이 목숨과 성취를 걸고 도박할 이유도 없다.

         

       그러니 성취를 올리고자 어떤 위험에도 뛰어들 수 있는 놈들이나, 머리가 짐승이나 다름이 없어서 사리 분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놈, 용기가 너무 들어차서 위험한 곳 구별도 못 하는 놈, 평소에 사도를 걷기를 희망하던 글러 먹은 놈들이나 그 이야기를 듣고 낚시했겠지.

         

       그리고 아마 몇 놈은 정말로 귀신 들린 물건을 낚아 올렸을 테고, 똑같이 요도를 만들었을 것이고…. 그리고 아마도 맨 처음의 그 무인처럼, ‘무공에 성취가 있는 것 같다.’라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허허.”

         

       그 후엔?

       뻔하다.

         

       더 많은 놈들이 바다낚시를 했을 테지만….

       어디 귀신 들린 물건이 물고기라도 되겠는가?

       낚는 일은 드물었을 것이다.

         

       물속에 직접 들어가서 바닥을 뒤집어가며 뒤져도 찾아내기 힘들 텐데, 어디 그게 평범하게 낚시를 해서 되겠는가? 당연히 허탕을 치는 일이 태반이요, 자신이 허송세월한다고 생각했겠지.

         

       “허허….”

         

       그런데 말이다.

       어디 저주받은 물건을 그곳에서만 구할 수 있겠는가?

         

       일본에는 아주 유명한, 저주받고 귀신 들린 물건들이 가득한 곳이 있지 않은가?

         

       그래.

       아키타케 박사가 있는 이곳.

         

       음양청이다!

         

       “그래. 이제야 알겠군.”

         

       알겠다.

       이제야 알겠다.

       제대로 잠입도 못 하고, 제대로 저항도 못 하고.

       외부에 깔아둔 음양술만으로도 쉽게 붙잡히던 놈들이 왜 이렇게 많았는지 그 이유를 알겠다.

         

       성취가 낮은데다 단련하기보다는 제힘으로 놀고먹기만을 원하는 게으르고 나태한 놈들이니 당연히 성취가 낮을 수밖에 없고, 무공이 강해지기보다는 귀신 들린 물건을 통해서 사도를 걸어서 강해지려는 족속들이니 정신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뭐 어디 퍼진 소문에 휘말린 뜨내기 놈들에게서 제대로 된 공통점을 찾을 수나 있었겠는가.

         

       그리고 조사를 해도, 취조를 해도 이유를 알 수 없던 것?

         

       ‘입을 다물었겠지.’

         

       당연히 입을 다물었겠지!

       그냥 무공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요도를 만들려고 음양청을 털려고 했다고 소문이라도 나면 당연히 곤란해지는 것은 자신들일 테니까.

         

       다른 무인들에게 손가락질당하는 것은 물론, 다른 이능력자 놈들도 ‘강해질 수 있다면 지옥의 마귀 새끼들하고도 거래할 놈들’이라면서 욕을 할 테니까!

       게다가 가족들이라고 어디 제 놈들을 이해하기나 하겠는가? 강해지려고 귀신 깃든 물건이나 쓰려고 했다고, 귀신이 빙의될 수 있음에도 그딴 짓을 하려고 했다면서 오히려 이혼하지나 않으면 다행이겠지.

         

       ‘게다가 이 정도 특이한 일이면 분명히 뉴스에도 떴을 테고….’

         

       게다가 쉬쉬할 수도 없다.

       기자라면 이런 이야기를 듣고 어디 그냥 넘어갈 수나 있겠는가?

       아니, 기자까지 갈 필요도 없다.

       당장 자신조차도 기가 차서 헛웃음만 나오는데, 그놈들한테 ‘하핫. 귀신 깃든 물건을 재료로 요도를 만들어서 쓰면 성취가 오른다고 해서요 헤헤’라는 말을 직접 면전에서 듣는다면 그것을 떠벌리고 다니지 않을 리가 있겠냐 이 말이다.

       당연히 소문이 퍼질 테고, 뉴스에 뜰 테고….

       그렇게 된다면 이웃은 물론이고 가족 관계까지 파탄이다.

         

       이사?

       글쎄….

       그냥 뭐 지역사회에 소문이 나는 것도 아니고, 일본 전체에 소문이 날 텐데 그게 될까?

       대체 어느 지역이 저딴 짓거리를 해서까지 강해지려 했던 놈들을 받아들이고, 어떤 놈들이 저놈들을 고용해서 쓰겠냐 이 말이다. 물론 야쿠자 같은 놈들이라면 쓸 수도 있겠지만…. 그놈들은 정부의 계속되는 견제에 지금 세를 잃었으니 그것도 힘들 터.

       그렇다면 이민밖에 없을 텐데….

         

       당연히 저 멍청한 놈들도 그건 싫겠지.

         

       그러니 꾹 입을 다문 것이다.

         

       아무리 멍청해도 입을 여는 순간 어떻게 될지 상상을 할 수 있었을 테니까!

         

       “그래. 모든 것이 아귀에 맞아. 아귀가 맞는다…. 허허.”

         

       아키타케 박사는 자신에게 이러한 소식을 가져다준 사이고 신관을 바라보며 웃었다.

       과연 음양청에 속한 음양사의 추천은 옳다.

       그 능력만큼이나 정확한 눈이라서 이러한 인재를 추천해주었노라고.

       그는 자신들에 대한 자부심만큼이나 음양사가 직접 추천하고 자신이 인정한 ‘인재’를 바라보며 흡족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사이고 신관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아키타케 박사님. 그런데 말입니다….”

         

       “…더 있는가?”

         

       “…예.”

         

       사이고 신관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키타케 박사의 눈이 크게 뜨일법한 말을 했다.

         

       “귀신 들린 물건이 평범하게 바다로 흘러간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 * *

         

         

         

       대한민국은 섬나라나 다름없는 곳이다.

         

       이 말을 듣는다면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기는 하지만, 분명히 대륙과 연결된 반도 형태인데 어떻게 대한민국이 섬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대한민국은 실질적으로는 섬이나 다름이 없었다.

       분명히 지도로 보기에는 육지로 대륙과 연결이 되어있지만, 실상은 그 육로를 전혀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옛날에는 북한 때문에 위로 올라갈 수 없었고, 지금은 귀신 천지인 땅이라서 도저히 사람이 발을 디딜 수가 없으니 그 땅은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아니, 배라도 띄울 수 있는 바다보다도 더 상황이 나쁘다고 할 수 있었다.

       바다는 사람이 위에서 살아갈 수는 없어도 오갈 수는 있었으니까.

       그런데 저 북한 놈들이 거하게 똥을 싸지르고 떠난 땅은 아예 출입 자체가 불가능하니, 바다와 비교를 하는 것조차도 실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파도가 들이치는 수준으로 끝나는 바다와는 다르게, 진짜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끔찍한 것들이 들이닥치는 곳이기도 했으니…. 당연히 대한민국으로서는 북쪽을 유심히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러한 대한민국의 시선에, 특이사항 하나가 눈에 띄었다.

         

       『 —년—월 10일 01시 1분. 특이사항 발견.

       옛 단천시 지역 인근 해안선에서 특이 개체 발견.

       감시장비의 성능 미흡으로 인해 자세한 형상을 포착하지는 못하였으나 나무의 형상과 흡사함.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지박령의 성질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으나, 갑자기 그 자리에 나타난 것을 보아 이동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판단됨.

       더 좋은 감시장비가 필요함. 』

         

       『 —년—월 11일 02시 3분. 특이사항 발견.

       옛 단천시 지역의 해안선에서 특이 개체 발견.

       어제와는 다른 시간에 갑작스럽게 출현.

       더 좋은 감시장비로 확인한 결과 사람의 사지가 뒤엉켜서 나무의 형상을 이루고 있음을 확인하였음. 주변에 귀신들의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강력한 개체로 추정됨. 해당 귀신이 머무르는 장소를 ‘T 포인트’라 명명하며 감시를 계속하겠음. 』

         

       『 —년—월 11일 21시 00분. 특이사항 발견.

       T 포인트 주변을 살펴본 결과 특이사항이 발견됨.

       평소 목격되었던 개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며, 그 흔적만 간신히 남은 것을 확인하였음.

       영능력자들에게 조언을 구한 결과 ‘위험한 개체가 있어 그 지역을 떠났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자리에 얽매여 있는 지박령마저도 없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라고 하였음.

       T 포인트에 새로 출몰한 특이 개체가 다른 귀신들을 먹어 치웠을 가능성이 있음. 』

         

       『 —년—월 12일 03시 00분. 특이사항 발견.

       T 포인트에 특이 개체가 다시 출몰하였음.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몸을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였는데, 자세히 확인한 결과, 가지를 이루고 있는 손을 늘어뜨려서 바닥에 있는 무언가를 줍는 것을 확인하였음. 해당 개체는 그것을 바다 쪽으로 집어 던졌는데, 그러한 동작을 몇 차례 반복한 뒤 04시 11분에 모습을 감춤. 』

         

       『 —년—월 12일 23시 54분. 특이 개체 탐색 실패.

       나무의 형태를 한 점을 보아 지하에 숨었을 가능성이 있었으나, 특수 스캔 장비를 장착한 드론이 아무것도 포착하지 못했음. 드론의 스캔 범위 아래에 숨어있을 가능성도 있음. 』

         

       그것은 북한 지역에 새로이 출현한 특이 개체.

       동해안 지역에 출몰한 악귀로 보이는 어떠한 존재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내일 두 편 더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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