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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2

       

        

        

        

        

       “현재 클리너 에이전트가 전달한 인텔과 드론 추적을 기반으로 맨해튼 전역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뉴욕 주방위군 소속 제107 및 제442헌병중대가 공사 및 작업에 참여한 난민들을 관리 중입니다.”

        

       “일부러 좀 풀어주는 거 잊지 않았겠지?”

        

       “물론입니다. 의문스러운 짓거리를 하는 친구들은 하늘에서 자기들이 낱낱이 관찰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겁니다. 헌병중대가 의도적으로 경계망에 구멍을 낼 예정이고, 그곳으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먼저 감시 중입니다.”

        

       “좋아, 정찰 작전 시작한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간다.

        

        세상은 언뜻 보기에는 이전과 다를 바 없는 형태로서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도 그닥 다르지는 않았다. 아주 미약한 진전만이 맨해튼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결과였다.

        

        그러나 그 진전이 아주 거대한 노력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일부를 제외하면 없었다. 맨해튼의 유지를 위해 얼마나 많은 여력이 필요한지를 아는 이들도 마찬가지로 드물었다.

        

        

        드높은 이름값과는 반대로 원래부터 맨해튼의 시스템과 위생 상태는 그닥 좋다고 하기엔 애매했다.

        

        더군다나 사회 인프라는 일정 주기로 반드시 정비가 필요했지만, 그것을 수행해낼 수 있는 고급 인력들이 단체로 천국이나 지옥, 혹은 연옥으로 주거지를 옮겨버린 상황.

        

        점검 인력의 부재로 인한 문제는 금방금방 드러났고, 현재 맨해튼은 상수도와 전기를 필요한 만큼 공급하는 행위에서조차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었다.

        

        

        게다가 그것 뿐만이 끝이 아니었다. 추후 사용되어야 할 뉴욕 지하철은 끔찍하게 손상되었고, 곳곳엔 썩어 눌러붙은 사람의 시체도 있었으며, 어떤 역들은 지하수를 퍼올리는 관이 터졌다.

        

        지금까지는 시설이고 나발이고 가장 위험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신경쓰지 않았을 뿐이지만,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한 지금은 군인보다 사회복구인력이 더 필요했다.

        

        바로 그 때문에 센트럴 파크는 HQ 내부 혹은 외부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모아 대가를 지불하고 일을 시키기 시작했으며, 이곳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물자와 인력의 수를 파악하는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대거 팀은 더 중요한 일을 맡기 위해 빠졌고, 개개인의 자율적인 행동이 조금씩 보장되기 시작했다….

        

        

        

       “…라고,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친구들도 쉽게 눈치챌 수 있는 사인을 보냈는데, 과연 어떠려나 모르겠군.”

        

       “너무 티나게 빠진 것도 아니니 문제는 없을 겁니다. 단지 조금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을 뿐이지요.”

        

       “그놈의 방조죄 말인가? 그 이야기 하는 친구들 싸그리 공사장에 처넣어버리고 싶구만. 아주 배가 부르셨어. 가만 놔두면 센트럴 파크가 잿더미가 될지도 모르는데.”

        

       “뭐,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 말 해주는 사람들도 좀 있어야지요.”

        

        

        

        작전관은 고개를 끄덕였고, 정적이 이어졌다.

        

        수많은 작전 진행사항이 별도의 스크린에 떠있었다. 그 중에는 수송기를 통해 투하될 GPS 비컨이 달린 B~C급 화기들이 얼마만큼 준비가 되어있는지도 나와있었고, 이는 적어도 2~3일 안에 시행될 예정이었다.

        

        인텔 수집은 지지부진했지만 그것이 정상이었다. 민사작전은 본래 짧으면 몇 주에서 길면 그 이상이 걸리는 것이 당연했고, 작전관들은 이것이 인내심 싸움이라는 것을 결코 모르지 않았다.

        

        그래도 심심한 건 심심한 것이었지만.

        

        

        

       “지금쯤 그 분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런지 모르겠구만.”

        

       “대기 중이지 않겠습니까? 수상한 친구들이 수상한 일을 벌이면 막아야만 할 테니까요.”

        

       “작전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또 일거리를 소화하는 중이시구만. 너무 부려먹는 거 아닌가 몰라. 언제까지 이래야만 할런지 원.”

        

       “…드론에 인영 잡히고 있습니다. 사전에 느슨히 설정해둔 경계구역으로 이동 중. 신원 대조…센트럴 파크 인디아-2 구역에 배정된 아흐타르 모하메드 마수드, 카림 압둘 알하자드를 확인했습니다.”

        

       “손에 들고 있는 건?”

        

       “평범한 공구로 보입니다.”

        

       “저 친구들 평판 알아봐. 당장.”

        

        

        

        키보드 달각거리는 소리가 연이어 울리는 사이, 벽면에 가득찬 스크린은 수많은 화면을 빠르게 보여주고 있었다. 홀로그램이 자동으로 움직이며 인디아 구역 전체에 배정된 사람 목록을 띄웠다.

        

        백 명도 안 되는 사람들의 목록이 스크린 위에 띄워지는 사이, 그 중에서 붉게 빛나는 두 명의 인영이 확대되고, 그 아래로 세부사항들이 기록된다.

        

        적색에 가까운 황색으로 기록된 이름. 그러나 그것만으로 인디아 구역의 성향이 극단주의에 치중해있다고 생각하는 건 위험했다.

        

        위험분자들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멀쩡한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었으니.

        

        혹시나 모를 오폭을 주의해야만 했다.

        

        

        

       “지금 저 친구들이 투입된 장소가 어디지?”

        

       “어…브라이언트 공원 쪽입니다. 공원 청소 임무에 투입된 듯한데…현재는 42번가 동쪽 방향으로 이동 중입니다. 근처에 뭐가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뭐가 있나?”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역 정도가 있습니다.”

        

       “…뭐?”

        

        

        

        잠시간의 정적.

        

        그러나 아무런 생각 없이 정적이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머릿속에 파편처럼 흩어져있던 수많은 정보들이 하나의 계기만으로 일제히 재조립된 탓에 생겨난 침묵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작전관들은 과거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역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를 알았기 때문이었다 – 이전에 제107헌병중대가 그 근방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아직 완성되지도 않았던 대거 팀이 헬리콥터를 타고 출격하였으며, 수많은 적들을 갈아마셨다. 대략 200명 이상이 해당 구역에서 사살되었다.

        

        

        그만한 숫자의 시체가 생겨났다는 점은 상당히 곤란한 일이었고, 지금쯤 역 내부에 어떤 광경이 펼쳐져있을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시체들은 무기를 보유하고 있었고, 심지어는 로켓포까지 남아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역에서 발생했던 교전은 그랬었으니.

        

        문제는 저들이 그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냐-인데.

        

        

        

       ‘…정보 수집 경로는 뭐가 됐든 이상하지 않아.’

        

        

        

        제107헌병중대가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역 인근에서 습격당했던 것은 꽤 오래 전 일이었으니, 그 사이 알려졌을 수도 있고, HQ에 상주하지 않고 외부를 돌아다니는 놈들에게 들었을 수도 있다.

        

        좌우지간 상관은 없었다. 사일런트 드론이 하강하기 시작했고, 근래 들어 가장 혹사당하는 드론 조종사들은 수상쩍은 사람들의 움직임을 낱낱이 파악하기 위해 스틱을 느릿하게 움직였다.

        

        아직까지는 확실히 밝혀진 것이 없었기에, 의심을 확증으로 바꿀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

        

        그리고 드론이 두 명의 민간인들을 따라 아주 조심스럽게 깨진 창문으로 진입했을 때, 화면에 보이는 광경은 그닥 유쾌한 것이 아니었다.

        

        

        

       “…이런.”

        

       “…이런 걸 보게 되리란 사실을 알았더라면 점심을 좀 덜 먹고 오는 건데.”

        

       “터미널 내부에 대략 열 명 가량의 인원이 파악되었습니다…일단 얼굴 스캔하겠습니다.”

        

        

        

        동일한 과정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드론이 얼굴을 잡아낸 순간 수많은 스크린 위로 센트럴 파크에 인적이 기록되어있는 사람들과의 교차검증이 시작된 것이었다.

        

        일부는 잡아냈지만, 일부는 그렇지 못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HQ에 등록되지 않은 외부 인원들도 해당 행위에 가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좀 더 상식적이었다.

        

        

        약간의 편의성을 대가로 얼굴과 인적사항이 정부 네트워크망에 싸그리 등록되는 것 자체가 미국인들의 입장에선 용납하기 어려웠던 것도 이유 중 하나.

        

        거기에 더해, 센트럴 파크의 인원 수가 무언가를 하기엔 절대적으로 모자랐던 만큼, HQ는 외부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가끔 모집하여 식량과 물건을 주고 아웃소싱을 요청했다.

        

        바로 그 때문에,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인적이 등록되지 않은 이들이었다.

        

        

        그러나 크게 상관은 없었다.

        

        드론에 잡히는 광경 자체가 문제였다.

        

        

        

       “…저 놈들. 지금 총기를 들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옆에는…총기를 쌓아둔 것 같군요. 수거한 지 얼마 안 된 것처럼 보이긴 합니다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겠지요.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역 아래에 펌프가 터진 곳이 있어서….”

        

       “거기서 총기에 묻은 액체를 닦는다는 건가? 재밌는 발상이구만. 계속 관찰해보자고. 일말의 희망을 기대해볼 수도 있지 않겠나.”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두 명은 느긋하게 걸어갔고, 그나마 깨끗해보이는 총기를 ‘잡았다’. 시체 냄새가 진동해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그 즈음에서 이미 물증 확보는 끝났다는 사실이었다.

        

        더러워진 권총을 들고 찰칵거리던 두 명은 몇 마디를 더 덧붙였고, 그것을 다시 돌려주었다. 이미 드론은 저들이 무어라 하는지를 전부 녹음하고 번역해놓은 지 오래였다.

        

        그러나 그것을 신경쓸 필요는 없었다.

        

        더한 것 – 아르테미스제 로켓 런처가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구하기 어려웠지. 시체더미를 뒤질 뻔했어. 아직 작동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혹시 모르니…일단 확인해두지. 나중에 필요한 일이 생긴다면…사용해야만 하는 시기가 올 수도 있으니까. 그보다 온 사람이 이것밖에 안 되나?

        

       -일 진행이 너무 급해서 제대로 모이지도 못했다. 애시당초 왜 이걸 대비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놈들이 태산이야.

        

       -당연한 이치를 아직도 모르는구만. 여기 천년만년 있을 것도 아니고, 지금이야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머물고 있지만 언젠가는 우리만을 위한 땅이 필요해지겠지. 저놈들이 그걸 그대로 보고 있을 것 같아?

        

       -흠.

        

       -융화니 뭐니 지껄이는 놈들은 이미 의지가 부족해졌어. 나약한 놈들이 미래도 보지 못한다는 건 크나큰 문제야. 무하마드께서 이 광경을 보시면 통탄하시겠지.

        

        

        

        그걸 듣던 작전관들은 차갑게 웃음을 터뜨렸다.

        

        말이 이어졌다.

        

        

        

       “그럼 어떻게 해야만 할지 고민 좀 해보자고.”

        

       “저 친구들이 모여있을 때 탄약이랑 화기를 터뜨려버리는 건 어떻습니까?”

        

       “총소리를 재생해 우발적인 발포인 것으로 가장하고, 서로간의 교전을 유발하는 것도 나름 괜찮을 듯합니다.”

        

       “역시 영리한 친구들만 모여있군. 마음에 들어.”

        

        

        

        언제나 그렇듯, 상부가 결단했다면, 누군가는 그것을 현실로 옮겨야만 했다. 윤리라는 영역이 한꺼풀 벗겨진 순간 그 결과는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끔찍할 정도로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끔찍할 정도로 더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쩐지 일이 묘하게 흘러가는구만. 중앙아시아에서 민사작전 돌릴 때 이런 일 많이 했었는데, 여기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어.” 

        

       “그러게나 말이야. 그린베레 Q코스 페이즈 V 생각나네. 이런 식으로 정보수집하고 정보지원 하고 다녔던 게 얼마 전 같은데, 참….”

        

       “여태까지 나온 말만 들어보면 저희가 관여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

        

       “그럴지도 모르지.”

        

        

        

        날씨가 본격적으로 더워지고, 그에 맞춰 분위기도 후끈거리며 달아오른다.

        

        당연하지만 결코 좋은 것이 아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지금 이 상황 자체가 과거 인터넷에서 보았던 상황 하나를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요컨대 그거 있잖은가. 옆집이 무너졌다고 해서 가봤더니 저희 집이 무너진 거예요-라든가. 아직 불타고 있지는 않았지만 곧 그럴 것 같다는 게 문제였다.

        

        

        현재 작전관 분들은 ‘대거 팀까지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우리더러 휴식을 종용했고, 현재 대거 팀의 컨디션을 감안했을 때 그걸 무시할 수는 없었다.

        

        대신 우리는 – 정확히는 날 빼면 – 다들 이러한 민사작전 및 침투작전의 스페셜리스트였고, 그 때문에 상황을 실시간으로 브리핑받으며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만 할지를 조언해주고 있었다.

        

        그 사이 나는 메모 기능을 작동시켜 쉴새없이 쏟아지는 오만가지 꿀-정보를 기어 및 뇌내에 입력하려 노력하는 중이었고.

        

        

        

       “보아하니 저 친구들은 질 대신 양을 먼저 불리기로 한 것 같은데, 남에게 충동질당해 일을 벌리기로 한 놈들의 생각은 하나같이 비슷하구만. 지금 딥커버 에이전트가 돌입하기 딱 좋은 시기인데.”

        

       “현재 파악된 놈들의 국적은?”

        

       -일단 확실히 파악된 건 이슬람계랑 중국계입니다.

        

       “일부러 짰다고 해도 믿을 것 같구만. 어디 러시아는 없나?”

        

       -슬라브계는 숫자 자체가 굉장히 적은 탓에 큰 위협이 되지 않으리라 상부가 판단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구만.”

        

        

        

        문제는 사람 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엮여있을지를 알 수 없었기에, 확실한 물증이 확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즉각 타격하지 않는 것이었다. 사실 그것이 당연했기도 하고.

        

        다른 분의 말에 따르면, 지금 상황은 일종의…ABC무기가 든 IED를 해체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보다는 조금 위험성이 덜하지만, 최악의 형태로 흘러가게 될 경우 HQ에 치명적이라는 것은 똑같았다.

        

        

        

       “이슬람 쪽이야 종파들이 워낙 개좆같이 갈려있는 동네니 에이전트 침투는 어려울 것 같긴 한데, 중국 쪽은 가능성이 있지 않나? 리전 그 녀석이 중국계잖아.”

        

       -일단 그 방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래.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라고. 필요한 게 있으면 요청하고. 심문부터 정보 수집까지 어지간한 건 무난하게 할 수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조만간 별도의 요청이 있을 것 같긴 합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중국 차이나타운 쪽에 조만간 수색 요청이 있을 것 같습니다.

        

       “흐음.”

        

        

        

        차이나타운이라.

        

        그러고 보니, 한동안 적응하고 공부하는 데 바빠서…이 세계의 코리아타운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별로 신경을 못 썼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주는 대로 뭐든지 잘 처먹었기 때문이었다.

        

        빵을 주면 빵을 먹고, 파스타를 주면 파스타를 먹으며, 고기를 주면 고기를 먹는다. 조금 자극적인 게 좀 땡기긴 할 때는 김치 같은 게 먹고 싶긴 했는데, 그럴 때 느닷없이 매운 음식도 한두 번씩 나오고 그래서….

        

        아무튼 향수병이고 나발이고 삶이 너무나 바빴고, 일단 배에 들어갈 수 있는 음식이 풍족하단 점에 감사했기에 뭐…그런 점에서 보면 이런 생각이 정신건강에 더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겠지.

        

        

        좌우지간, 코리아타운과 차이나타운이 각각 어떤 결말을 맞이했을지는 대충 감이 왔다.

        

        정확하게는 투 브리지스 바로 위가 차이나타운이었는데, 음…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은 없었다.

        

        투 브리지스가 수백 톤의 백린을 얻어맞아 잿더미가 됐고, 차이나타운도 그걸 완벽히 피해가진 못했으니까. 아마 아래쪽 절반 정도는 끔찍한 형태로 타버렸을 것이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기에, 대거 팀이 반문했다.

        

        

        

       “거기 뭔가가 남아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전소된 게 아니라면 뭔가 하나쯤은 있을 거고, 세상이 박살나기 전에는 FBI 친구들이 차이나타운의 비밀경찰서를 적발한 적도 있으니까요. HQ는 그 어떠한 작은 가능성도 다시 살펴보려고 합니다.

        

       “차이나타운 어딘가에서 아직 멀쩡하게 작동하고 있는 비밀경찰서가 맨해튼에 억류된 중국인들의 대뇌를 조종하고 있을 수도 있겠구만…타이밍이 타이밍이라 그런지 말해놓고도 그닥 농담 같지가 않구만.”

        

       -농담은 재밌었습니다만, 실제로 그런 경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상부의 의견입니다. 직통라인이 완전히 뿌리뽑혔다는 증거가 손에 들어오지 않은 이상 더더욱 그렇지 않겠습니까?

        

       “…뉴헤이븐에서 대놓고 헛짓거리 하다 전략병기를 헌납해버린 놈들도 있는 판에, 가능성이 없지는 않겠지.”

        

        

        

        침대에 적당히 드러누운 채 머리를 긁적거리던 로건 씨가 그리 중얼거렸다.

        

        나만 빼고 다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계셨다. 나도 뭔가 하고 싶었지만 내가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이 그닥 많지 않았다. 가끔씩 괜찮은 제안이 한두 가지씩 나오기야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이어지는 말.

        

        

        

       “일단 머레이 힐에는 러시아 영사관이 있으니, 거기도 한 번 찔러보고. 할 수 있는 만큼은 다 해봐야지.  그건 그렇고, 도대체 이 종교쟁이 새끼들이 어떻게 미국에 이렇게 많이 남아있었는지를 모르겠네, 거 참.”

        

       “그거야 아무도 모르는 법이지. 원래 있었는데 우리가 모르고 있었을 확률이 훨씬 높을 걸. 지금 적발한 걸 다행으로 생각하는 게 더 편할 테지.”

        

       “그래, 그래야지…뭐, 차이나타운도 그렇고, 시킬 건 빨리빨리 시키라고. 센트럴 파크 와서도 편히 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 했었으니까.”

        

       -하하…알겠습니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그렇게 통신은 잠시 중단되었고, 선임 분들은 그걸 슬그머니 바라보다가 이어 덧붙였다.

        

        

        

       “후…여기 아랍어 할 수 있는 놈 있냐?”

        

       “파슈토어는 할 줄 아는데. 한때 거기 있었거든.”

        

       “그럼 아랍어는 무난하게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모르겠는데. 같은 아랍 문자 쓰잖아.”

        

       “그런 식이면 알파벳 쓰는 놈들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등 다 쓸 수 있겠네. 내가 7개 국어를 할 수 있을 줄은 몰랐구만.”

        

       “이 망할 놈아, 말이 그렇다는 거지. 자꾸 그렇게 말꼬리 잡을래?”

        

       “끄윽, 무거워, 너 나보다 2배 가량 더 무겁잖…끼야아아악!”

        

        

        

        …로건 씨가 올리비아 씨를 덮쳤다. 물론 그렇고 그런 게 아니라 말 그대로 햄버거처럼 깔아뭉갰다.

        

        아무튼 저런 말이 나오는 이유는 금방 알 것도 같았다. 이카루스 오퍼레이터들이야말로 그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만능 딥커버 에이전트로서도 활동할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지금 러시아어랑 중국어 배우는 것도 벅차 죽겠는데, 참 이래저래 격차가 많이 나는구만.

        

        

        그렇게 침대에 누워 으웨에에…하고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갑자기 생각 하나가 들었다.

        

        

        

       “…근데. 그럼 지금 조금씩 풀어주면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거잖아요? 일부러 경계도 느슨하게 만들고?”

        

       “그렇지.”

        

       “그럼 막…공사 한 번 크게 벌인 다음, 덜 중요한 업무를 민간인에 맡기면 뭔가 하나쯤 나오지 않을까요? 뭔가 꿍꿍이 꾸미고 있는 분들이 어떻게든 주도자들을 꽂아넣으려고 난리를 부릴 것 같은데. 가령 치안담당자 같은 직책이라든지….”

        

       “…흠?”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정적.

        

        그리고-

        

        

        

       “…지금 당장 실현하기에는 조금 급진적인 발상이야. 오히려 그렇게 대놓고 풀어주는 순간 눈치를 챌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것만 주의하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는데.”

        

       “치안담당자 같은 걸 저쪽에서 선발한다면…모종의 이유로 잠깐 자리를 이탈하더라도 무시할 수 있는 가까운 사람을 뽑겠지, 당연히. 자재도 훔쳐낼 수 있을 거고.”

        

       “통제 가능한 선에서의 방조는 언제나 유효하지.”

        

       “아이구, 우리 막내. 조용하다 싶었더니 또 일을 냈구나!”

        

        

        

        된…건가?

        

        나는 멀뚱멀뚱 주변을 둘러보며 바보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런 생각도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 왜냐면 변이자 선임 분들이 나를 아주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열심히 쓰다듬기 시작했으니까.

        

        과도하리만치 호의적인 반응과 푹신말랑풍만한 찌찌들 사이에서, 나만이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언제나 잔머리는 잘 돌아가는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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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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