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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3

    <733 – 누가 그랬어(4)>

     

    기프트 아카데미가 발칵 뒤집혔다.

     

    “제가 지금 제대로 보고 있는 거 맞습니까? 교장님이 장난을 치시는 게 아니라요?”

     

    4학년이 되면 차원학을 가르치며 이런저런 차원에 실컷 마법을 쏟아대는 기프트 아카데미 정규 커리큘럼상 타 차원의 침략은 이따금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세계 단위의 영역침식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본격적인 침공은 수백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상황이다. 어디서 기어 나온 잡놈인지는 몰라도 힘이 아주 상당했지.]

     

    마계의 등장 이후 수백 년 만에 처음으로 일어난 세계 단위의 영역 침식 현상.

    현상은 스스로 종식되었지만, 드래곤 교장조차 조사대의 파견을 명령하려던 이상사태다.

    교장은 초고강도의 대응에 나설 준비를 끝마쳤다.

     

    [교수들의 소집령 현황은?]

     

    “소집률 97%입니다.”

     

    [배짱 좋은 놈들이 3%나 있군. 뭐하는 놈들이 그리 간덩이가 부었지?]

     

    “배가 아파서 나갈 수 없다는 복통사유의 핑크베리 교수가 있습니다.”

     

    [아. 걘 재밌으니까 됐어.]

     

    “네? 아, 네. 그 외에는 하도 처맞아서 몸이 반으로 갈라진 탓에 새로운 육체를 제작 중인 플라톤 교수가 있습니다.”

     

    [걘 좀 불쌍하니까 됐어.]

     

    “관대하시군요. 교장님도 세월이 지나다보니 성격이 많이 유해지신 것 같습니다.”

     

    [그렇지?]

     

    “그밖에는 아마겟돈 볼케이노 교수는 몸이 으스스해서 320년 만에 화산에 휴가를 가셨다고 합니다.”

     

    [이런 쳐죽일 잡놈을 봤나? 그 새끼 당장 끌고 와.]

     

    “…유해지신 거 맞죠?”

     

    이런 느낌으로 당장이라도 원정에 나가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는 교장과 후환이 두려워 소집에 응한 교수들.

    강의까지 휴강을 때리고 사실상 전시상황에 접어든 아카데미 교장실에 한 학생이 자진출두했다.

    그 학생의 이름은 오크노디.

    혹은 범인이라고 불려도 될 존재였다.

    웃는 얼굴에는 침 못 뱉는다고 오크노디가 헤헤 웃는 얼굴로 사과했다.

     

    “밖에서 놀다가 실수로 차원문을 열어서 행성 말아먹을 뻔했는데 다행히 잘 수습했어요!”

     

    매주 주간이벤트를 던지며 기프트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세계를 발칵 뒤집어 대는 드래곤 교장조차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두 번 놀면 아주 세계가 멸망하겠구나.]

     

    “잠시 자기변호 해보겠습니다! 어린 나이에 벌인 장난은 봐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당사자가 말하냐? 이 촉법소년 같은 고얀 것. 얄미우니까 입이나 다물고 있어라.]

     

    날아드는 봉인술식을 보면서 ‘풀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러면 교장님이 더 화내실까 두려워서 그냥 얌전히 목소리 봉인 술식을 받아들였다.

    근데 생각해 보니 역시 궁금해서 봉인을 잠시 풀고 질문했다.

     

    “이거 무슨 마법이에요?”

     

    [파멸의 주둥아리 봉인술식이다. 그리고 벌을 줬으면 멋대로 풀지 마라. 더 심하게 받기 싫으면.]

     

    “넹!”

     

    씩씩하게 대답하고 풀었던 봉인술식을 다시 역산해서 붙여 넣었다.

    입을 뻐끔뻐끔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며 무언으로 말하며 놀고 있으려니, 온갖 교수들이 교장실 문을 박차고 우르르 들이닥쳤다.

     

    “조사대는 결성됐습니까?”

    “암흑마나의 원류로 추정되는 <암흑의 신>의 진정한 정체에 다가설 기회입니다.”

    “대륙 전역에서 모든 마에 물든 존재의 힘이 증폭되었다는 조사 결과가 입수되었습니다. 마왕군이 움직이기 전에 선제공격으로 차원융단폭격을 가하죠.”

    “일단 뭐가 됐든 마계를 잿더미로 만든 뒤에 생각합시다.”

    “아무튼 중간계에 이상이 발생하면 마계를 족치면 십중팔구는 들어맞습니다.”

     

    교수님들은 마계를 향한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냈다.

    마계는 진짜 아무것도 안 했는데.

    나 때문에 얻어터지게 생겨서 진짜 불쌍하며 오크노디가 측은지심을 느꼈다.

     

    “그러면 안 돼요!”

     

    마계는 내가 기능 경험치 필요할 때마다 나한테도 열심히 얻어맞았지.

    사천왕이 휴가 중에 소환당해서 성검에 맞아 죽고, 거악후보자의 실험 재료로 납치당해서 사육당하고.

    아직 사천왕이 둘이나 더 남았는데 교수들의 손에 비명횡사 당하도록 놔둘 수는 없다며 나서는 오크노디를 보며 교수들은 황당해하였다.

     

    “오크노디 2년생? 중간고사를 제 맘대로 농락하는 이 쿠소가키가 왜 교장실에 있는 겁니까?”

    “기어이 교장님에게도 사악한 마수를 드러낸 겁니까?”

    “그래서 어느 나라가 재단에 먹혔습니까? 전시상황이라면 왕궁에 대마법을 꽂아도 되죠?”

    “일단 쏠까요?”

     

    [진정해라, 이 미친놈들아. 니네 나라 꼬라지가 개판이라서 혼란을 틈타 은근슬쩍 왕궁에 폭탄을 꽂으려는 심보를 내 모를 줄 아냐?]

     

    “쳇.”

     

    변방소국출신 교수가 혀를 차며 물러섰다.

     

    [상황을 정리해주마. 여기 보이는 망할 2년생 꼬맹이가 실수로 세계 멸망을 시킬 뻔했다가 어떻게든 수습했다고 자진 출두를 했다.]

     

    “…그게 말이 됩니까?”

     

    오크노디의 장난?

    세계 전역에 영향을 미칠 뻔한 차원침식현상이?

    무슨 애 장난에 세계의 명운이 뒤흔들려!

     

    “수상해도 정말 지나치게 수상하군.”

     

    오크노디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은 3학년 교수 중 데이몬 교수가 세로로 갈라진 악마의 눈에 한층 한기를 담았다.

     

    “교장. 차원 간 통로의 개설조차도 문제 될 사안인데 일개 학생이 ‘새로운 차원계’을 개척하고 그 차원의 지배종을 불러냈다는 말을 누가 믿습니까?”

     

    [뭐 이 녀석 정도면 할만하지 않냐?]

     

    “차라리 재단의 소행이라면 믿겠지. 월반한 3학년이 세계 멸망 일보 직전에 ‘실수’를 바로잡았다는 이야기와 재단의 무력시위가 펼쳐졌다는 가설 중에 어느 쪽이 더 합리적으로 들립니까?”

     

    오크노디에게 적대적인 교수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이건 재단의 협박입니다.”

    “건방지게 세계순력을 찢어 중간계를 망치기 전에 자신들을 따르라고 할 작정이겠지.”

    “공식성명발표는 나왔습니까?”

    “안 나왔으면 비밀리에 교장에게 뭐라도 전했겠지.”

    “그거 오크노디 2년생이 전한 거 아니야?”

    “과연. 교장이 비밀거래를 하고 입을 닫았구나!”

    “진실을 밝히시오, 교장. 뒤에서 뭘 받아먹고 입 싹 닫았는지!”

     

    자신을 향한 뿌리 깊은 불신에 교장이 어이없어했다.

     

    [내가 뭘 했다고 갑자기 나한테 난리야?]

     

    교수들은 그런 교장의 반응이 역으로 어이없었다.

     

    “그걸 지금 몰라서 묻는 거요?”

    “올해만 해도 주간이벤트로 먹으면 랜덤한 기능이 오르는 <랜덤사탕축제주간>을 열었다가 사탕 처먹은 몬스터들한테 애들이 맞고 다닌 소동이 불과 3주 전에 일어났습니다만?”

    “이주 전에는 버프 마법이 만분의 일의 확률로 걸리는 항마기능 1000대의 달팽이 일곱 마리에게 포인트를 걸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버프를 걸 수 있는 레이스를 시키는 합법달팽이토토를 벌여서 파산자를 속출시켰지.”

    “지난주에 비하면 그것도 양반일세. 변소에서 곧잘 암살당하는 귀족들의 예를 들어 아카데미 학생들이 그런 우스꽝스러운 암살을 당하면 안 된다는 이유로 화장실에 들어가면 암살자와 변장한 자객, 닌자와 유령의 습격을 받도록 만드는 화장실특훈주간을 도대체 왜 교수까지 겪어야 한단 말인가!”

    “저 교수는 고작 화장실 따위로 왜 저렇게 화를 내는 거야? 그건 날먹주간이었잖아.”

    “조교가 화장실에서 습격당했다는 핑계로 런해서 마법논문 심사 일정을 맞추지 못했대.”

     

    교장보다는 교수의 잘못이 더 드러나는 인물도 있지만 아무튼 대세는 양심이 있으면 책임을 인정하고 재단과 합작을 벌였으면 진실을 밝히라며 진상규명시위를 벌일 기세의 교수들!

     

    [오냐오냐했더니 아주 밑도 끝도 없이 기어오르는구나. 내가 재단 따위와 손을 잡아야 할 정도로 부족한 몸으로 보이느냐?]

     

    대단한 표현도 아니었다.

    짜증 속에 섞인 약간의 분노를 피력하는 수준.

    표현과 달리, 교장에게서 발산된 마나파장은 이중극의, 단일기능 경험점2000을 돌파한 실력자들조차도 일제히 얼어붙을 현상을 담았다.

     

    <드래곤피어>

     

    모든 영장류의 정점에 자리한 종족.

    드래곤의 불편한 심기는 대괴수 크라켄의 피어 따위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모든 항마의 기운을 뚫고 생명체의 본능, 죽음의 공포를 불러 일으켰다.

    그렇다.

    기프트 아카데미도 제국이 지배하는 인간세계도 만물이 살아 숨쉬는 중간계도 모두 드래곤의 묵인이 있기에 비로소 가능한 것.

    하늘 위에 아무리 많은 별과 신들이 떠있다고 한들, 중간계라는 이름의 그들이 살아가는 별은 교장 오모시로이의 것이었다.

     

    [재단을 향한 내 적의를 의심하지 마라. 직접 겪어보고 싶지 않다면.]

     

    드래곤교장의 입에서 허연 김이 피어올랐다.

    그것이 <드래곤브레스>의 발현 징조임을 알아차린 교수들은 식겁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 재단의 소행이 거의 틀림없을 테니 그 수상쩍은 차원계부터 얼른 침략하죠.”

    “신소재 레어메탈의 개발을 위해서 대마법의 투하는 잠시 보류를 요청합니다. 소재분석 및 차원계 자원판별이 진행될 때까지만 졸업생을 불러서 투입하죠?”

    “이것저것 눈치 볼 것 없이 그냥 각자 랩실 애들 데려다가 깃발 꽂고 노예종이나 모읍시다. 재주껏 실력대로 챙겨가면 더 좋지 않나?”

    “차원 간 마력 폐기물 관리협약에 들어오지 않은 새로운 차원계가 등장했는데 이참에 마력 폐기물이나 갖다버리고 오죠?”

    “세계영역 반응이 심상찮았는데 그러다 또 쳐들어오면 어쩌게? 정령마도구 반응도 둔해진 비협조적인 차원 몇 개랑 연결시켜서 전투력 측정이나 하자.”

     

    새로운 차원문을 개방하고 차원 저편을 탐사하면서 겸사겸사 쓸만한 자원과 새로운 노예종족도 확보하고 기존 차원계에는 정령들의 거센 불만으로 버리지 못했던 마력폐기물도 잔뜩 버리고 지들끼리 싸움도 붙이자는 교수들의 강한 주장!

     

    “헉, 안 돼요. 그러면 큰일나요!”

     

    상급신 수준의 강함을 떠올리며 그러면 큰일 난다고 말리는 오크노디였지만, 그런 반응에 교수들은 더욱 확신을 얻었다.

    재단의 숨겨진 비밀, 재단이 교장에게 대적하려던 자신감이 여기에 있었군.

    ‘교장이 모르는 차원’에 심상찮은 비밀이 잠든 것이 틀림없었다.

    혹시나 자신들이 선수 쳐서 그 비밀에 도달한다면?

    교장을 담그고 중간계의 새로운 지배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거 다크노디 문제가 아니라 중간계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되어버렸는데?!’

     

    식은땀을 흘리던 오크노디에게는 다행히도 교장은 교수들의 욕망을 이미 꿰뚫어보고 있었다.

     

    [해당 차원계를 향한 독자적인 탐사행위는 절대 엄금한다. 조사대는 따로 추릴 터이니 이점은 분명히 인지하도록. 선을 넘으면 ‘재단스파이’로 간주한다.]

     

    교수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교장의 지시를 따를 것을 약속했다.

     

    [다음은 이 쥐방울을 어찌할지의 문제로군.]

     

    “힝. 아픈 건 싫어요. 때리지 말아요.”

     

    오크노디의 엄살에 코웃음을 친 드래곤교장이었지만, 불쌍한 다크노디를 위해서 교수 열일곱 명을 족친 사다코 교수는 눈이 뒤집혔다.

     

    “애한테는 손대지 마.”

     

    [사다코 교수. 자네, 미쳤나?]

     

    “나쁜 건 재단이지 애가 아니야.”

     

    [중간계를 말아먹을 뻔했다고 자진 출두를 한 범인을 순순히 용서할 수는 없다만?]

     

    변방최강급 교수와 중간계 최강자의 숨 막히는 자존심 싸움에 교수들이 긴장을 금치 못했다.

    사다코 교수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한 손 보태야하나?

    그러다가 교장이 이기면 어쩌지?

    어차피 질 거, 교장에게 한 손 보탤까?

    아니면 사다코 교수에게 배팅하되 이 자리만 모면하기 위해 말려볼까?급박하게 오가는 교수들의 생각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와삭와삭 소리에 흐트러졌다.

    어느 미친놈이 이 긴박한 상황에 와삭소리를 내냐고 몰려드는 시선들!

    “드실래요?”

    시선의 끝에서는 배낭배낭에서 팝콘을 꺼내 먹던 오크노디가 흠칫 놀랐다.

    그러더니 굉장히 주기 싫다는 얼굴로 마지못해 팝콘 봉투를 내밀었다.

    ‘얜 겁대가리를 상실했나?’

    ‘공포를 느낄 줄을 모르나?’

    교수들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 광경을 쳐다봤다.

    그러나 오크노디를 지켜보아왔던 몇몇 교수들은 다른 생각을 했다.

    ‘재단에서 감정을 잃는 훈련을 받았으니 정말로 공포를 느끼지 못할 만도 하지.’

    ‘얼마나 학대를 당했으면 애가 공포심이 뭔지도 모르고 저럴까?’

    ‘팝콘봉투 안에 마나폭탄을 숨겨두고 있을지도 몰라.’

    의심으로 똘똘 뭉친 교수는 일부 있었지만, 그중에도 의혹을 넘어서 확신에 가까운 감정을 품은 이가 한 명 있었으니.

    <오경보 긴급사태의 대응 전략>을 가르치는 로버트 엘라임 교수가 팝콘봉투를 공격했다.

    펑 소리와 함께 팝콘봉투가 터지더니, 활짝 열린 지갑에서 쏟아지는 동전처럼 팝콘이 와르르 쏟아졌다.

    “으앙, 내 팝콘!”

    아끼고 아낀 비장의 허니캐러멜팝콘 라지사이즈를 잃어버린 오크노디의 눈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건들면 팝콘과 눈물이 쏟아지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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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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