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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3

        

         

       북한 지역에 ‘특이 개체’가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물론 다른 나라 사람들이 들으면 ‘아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지옥이 아니라 지구인데 어떻게 그딴 게 멀쩡히 돌아다니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라면서 반문하겠지만, 그건 한국 외에서나 통용될법한 상식이었다.

         

       아무렴.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듯이 상식 역시 다를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뭐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애초에 그 지역을 불법 점거하고 있던 괴뢰 집단…. 자신들을 북한이라고 부르던 그 나라에는 원래부터 상식이 없지 않았던가.

       화약과 금속들을 이용해 수류탄을 만드는 다른 동네와는 다르게 무려 수령님이라고 부르는 작자가 솔방울을 수류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헛소리가 퍼져나가지를 않나, 자신이 무인도 아니고 뭐 어디 도를 닦다가 온 것도 아닌 주제에 등평도수(登萍渡水)로 강을 건널 수 있다고 헛소문을 퍼뜨리지를 않나….

       심지어는 북한 인민들은 그걸 진지하게 믿기까지 했다.

         

       북한이라는 나라 자체가 다른 상식으로 운용되고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때문인지 그 ‘다른 상식이 지배하는 땅’…이세계나 다름이 없는 그 지역과 국경을 마주한 나라, 심지어는 심심찮게 노려지고 있는 나라 입장에서는 그들의 다른 상식을 이성적으로는 받아들일 수는 없으되 알고는 있어야만 했다.

       안 그러면 그 상식을 자신들도 강요받을 수 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

         

       하지만 검은 것과 가까이하면 검게 변하고, 붉은 것과 가까이하면 붉게 변화하는 법이 세상의 이치니, 안타깝게도 북한이라는 상식 밖의 존재들의 영향을 받아 대한민국 역시도 조금은 상식을 벗어나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허구한 날 미사일을 쏘겠느냐, 핵을 쏘겠느니 하겠다는 도발을 듣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사회가 굴러갔고, 국경에는 군사를 배치하는 것이 상식이 아니냐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이것 역시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앞서 대한민국이 섬나라나 다름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고립된 환경- 섬나라 같은 곳에서는 대륙으로 연결된 지역과는 다른 방식의 특이한 생태계나 문화를 관측할 수 있는 법이었으니까.

         

       그런 점을 생각해본다면 이치에 맞는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하니 대한민국이 이 ‘상식 밖의 존재’들이 개판을 쳐놓고 사라져버린 땅덩어리를 매일매일 관측하는 것도, 그곳에서 대주술 의식의 여파로 인해서 귀신들이 돌아다니는 것도, 너무나 밀도가 높아 불편해진 나머지 스스로 그 인구밀도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나머지 이제는 ‘악귀’나 ‘악령’ 등으로 진화해버리고만 옛 북한 인민의 사념까지도.

       모두 이상한 것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말이다….

         

       “저거 뭐 하는 거야?”

         

       「 북한 지역에는 특이 개체가 많은 것은 이상하지 않다.」라는 믿기 힘든 상식을 머릿속에 틀어박아 놓은 사람들이 보기에도, 이번에 등장한 ‘특이 개체’는 이상한 면이 있었다.

         

       첫 번째는 갑자기 출몰하였다는 것.

       보통 저러한 것이 출몰하기 전에는 최소한의 징조라도 있기 마련이다.

       어느 한 지역의 자기장이 갑자기 이상해진다거나, 전자기파가 강해진다거나, 북한 지역 곳곳에 뿌려놓은 감시장비에 관측되거나, 혹은 감시장비를 망가뜨린다거나 하는 징조 말이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다른 귀신들의 움직임이라도 관측되어야 정상이다.

       군세를 이루는 형태의 녀석이라면 다른 귀신들이 블랙홀에 빨려드는 것처럼 이동하고, 다른 귀신에게 해를 끼치는 종류라면 그 개체를 피해서 도망가는 것이 관측해야 된다 이 말이다.

         

       그런데 저 악귀로 추정되는 특이 개체는 그러한 징조도 없이 갑자기 뿅 하고 튀어나왔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만든 뒤 가져다 놓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뭐…. 그래.

       백 보 양보해서 이건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그들이 관측하기 어려운 장소, 예를 들자면 지하 깊숙한 곳이나 물속에서 튀어나온 것일 수도 있었으니까.

       깊은 동굴이나 스캔 범위를 벗어난 지하, 두꺼운 콘크리트와 금속으로 덮여있는 벙커 같은 곳은 그들이 관측할 수 없는 미지의 장소였으니까.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드문 경우는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괴뢰 집단의 수령이라는 작자가 파놓은 벙커가 어디 한두 군데던가.

         

       그런데…거기까진 그래, 그렇다 치는데.

       저 악귀가 하는 행동이 문제였다.

         

       “저거 왜 쓰레기 청소를 하고 있냐?”

         

       어디서 쓰레기를 가져온 다음에 바다에 퐁당퐁당 집어 던지는 꼴이라니.

       저게 대체 무슨 짓이란 말인가?

         

       최대한 확대해봐도, 온갖 장비들을 이용해 검사해보아도 쓰레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무슨 특별한 주물도 아니고, 폐기되지 않은 폭탄이나 생화학 무기도 아니고, 어떠한 생물 같은 것도 아니고.

       누가 보더라도 쓰레기다.

         

       물론 금속이 포함되어 있다는 공통점이야 있기는 하지만….

       그거야 뭐 가정집에서 가져온 물건들로 추정되니,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낡은 식칼.

       낡아빠진 냄비.

       국자.

       숟가락.

       젓가락 등….

         

       어디에서나 볼법한 물건들이 아닌가.

         

       ‘물론 굳이 캐보자면 죄다 금속이라는 것이 수상하기는 한데.’

         

       더럽게 가난했던 북한의 특성상 금속이라는 것도 의심이 가기는 하지만….

       그래도 뭐 어디 강점기 시절도 아니고, 가정집에 쇠붙이 하나 없겠는가?

       집마다 있는 쇠붙이란 쇠붙이는 다 긁어가고, 기름 만들려고 온 산의 나무를 다 베어서 테레빈유를 만들던 그때 과연 비교나 할 수 있겠냐 이 말이다.

       그러니 금속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인데….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지?”

         

       어째서일까?

       어째서 저 ‘금속’이라는 공통점이 이토록 신경이 쓰이는 것일까?

       저 쓰레기를 버리는 것 같은 행동도, 바다에 금속을 버리는 행위도.

       어째서 이렇게 신경이 쓰이냐 이 말이다.

         

       그렇기에 이 ‘특이 개체’를 처음 발견하였던 부대의 사단장은 골몰하고 또 골몰할 수밖에 없었다.

         

       사단장까지 그를 올라가게 해주었던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저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한다면 진급하는 것에 크나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본능이 경고해주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안 되겠다.’

         

       그렇기에 사단장은 최선의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최선의 방법.

       최고의 방법.

         

       “…주술사. 주술사한테 물어봐야겠어.”

         

       인맥을 활용하는 것이다.

         

         

         

        * * *

         

         

         

       명맥이 끊겼다는 것은 단순히 상실로서의 의미만을 가지지 않는다.

       그것은 그 자체로 약점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며,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에 대치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는 것이 힘이라면 무지는 곧 나약함이니.

       그것 자체가 약점이 되기 마련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은 박살이 나버린 주술을 어떻게든 채우기를 갈망했고, 대한민국에 자신들의 결핍을 채워줄 만한 이가 나타나기를 바라왔다. 마치 특정 영양소가 부족한 이들이 그 영양소를 채울 음식을 갈망하는 것처럼…. 아니. 손실되어버린 신체 일부가 다시 채워지기를 갈망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의 소원이 이루어져 주술사 한 명이 등장했으니.

       외국의 주술사가 아니라 한국 토종의 주술사가 나타나기에 이르렀다.

         

       박진성.

         

       무려 재벌 집안에서 자라왔음에도 굳이 가시밭길에 발을 디딘 젊은 청년이다.

         

       “제 연락을 받아줘서 고마워요, 박진성 주술사.”

         

       “하하. 아닙니다. 한국에서 사는 사람으로서 어찌 안보에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쉬이 거절을 할 수 있겠습니까?”

         

       “허허. 이거 참, 사람이 참 겸손해.”

         

       당연하겠지만 이러한 박진성과 연을 맺고자 하는 이들은 넘쳐났다.

       주술사인 것만 하더라도 인연을 맺고 싶어 목구멍에서 손이 튀어나올 지경인데, 재벌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고, 심지어 젊고 잘생기기까지 하다. 심지어 매스컴까지 타면서 명성까지 얻었고, 나이에 비해서 성취도 대단하다는 것이 증명되기까지 했다.

       당연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단장은 박진성이 자신의 연락을 받고 흔쾌히 찾아와준 것이 기쁠 수밖에 없었다.

         

       파티할 때 잠깐 본 정도의 인연을 가지고 있던 자신의 연락에도 흔쾌히 왔다는 것은, 그로서는 커다란 황금 동아줄이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박진성 그 자체만으로도 귀하고, 박진성과 연결된 다른 인맥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박진성 주술사와 좋은 관계만 유지해도 별을 더 많이 늘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소리였으니까!

         

       “자자. 내가 박진성 주술사를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이 특이 개체 때문인데.”

         

       그렇기 때문일까?

       갑작스레 옛 북한 지역에 출현한 악귀 때문에 부른 것이었음에도, 사단장으로서는 다른 곳에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렴 멀리 있는 위기보다는 눈앞에 있는 번쩍이는 황금에 더 눈이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사단장은 ‘특이 개체’에 대한 이야기를 재료 삼아서 박진성 주술사와의 친분을 강화하려고 했다.

         

       “흠. 이거. 심상치가 않군요.”

         

       …박진성 주술사의 입에서, 불길하기 짝이 없는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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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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