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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4

    <734 – 누가 그랬어(5)>

     

    로버트 엘하임 교수의 방심하지 않는 마음가짐은 오크노디의 허니캐러멜팝콘 라지사이즈를 터뜨렸지만 동시에 다른 교수들의 냉혹함 또한 터뜨렸다.

    간식을 잃고 울상을 짓는 아이.

    가장 순수한 슬픔에 젖은 모습은 오크노디를 더 이상 재단의 끄나풀, 이사장의 후계자, 거악조직의 외교관 따위가 아닌 일개 어린이로 보이게 했다.

     

    “로버트 교수. 아무리 그래도 애 먹을 걸 터뜨리는 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아니, 팝콘봉투 안에 마나폭탄을 숨겼을 수도 있는 노릇 아닌가!”

    “마력폭탄은 무슨. 이 자리에 자네보다 마나감지를 잘하는 마법학부 교수가 대체 몇 명이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오크노디를 향한 경계를 늦추지 말도록 만들고자 일을 저지른 로버트 엘하임 교수였지만, 그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오크노디 동정론이 생겼다.

     

    “하기야 애가 무슨 잘못이 있겠어.”

    “사다코 교수 말이 맞아. 오크노디는 죄가 없어.”

    “애가 좀 싹수가 고약하긴 해도 시험을 그렇게 본 거지, 폐급은 아니잖아.”

     

    드래곤 교장은 교수들의 의견이 차츰 하나로 모여드는 것을 느꼈다.

     

    [운 좋은 줄 알아라, 손버릇 나쁜 쥐방울아. 교수들이 널 살려준 거다.]

     

    드래곤교장은 마음 같아선 저 쥐방울을 특별연구실에 집어넣고 뭐든지 자백하는 약을 투입해서 어렸을 때 먹은 맘마의 맛까지 낱낱이 자백하도록 만들고 싶었지만, 사다코 교수나 다른 교수들이 오크노디를 비호하는 모습을 보며 일단 한 발 물러서기로 했다.

     

    [그래서 한동안 성격이 변한 것처럼 소심해졌다가 무단외출 후에 갑자기 멀쩡하게 돌아온 이유는 무엇이냐. 이슈타르 2년생의 보고에 따르면 분명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떠났다고 하던데?]

     

    “아앗, 그건 그러니까…”

     

    교장은 오크노디가 괘씸했다.

    허둥거리며 말을 멈추는 모양새가 딱 봐도 거짓말을 지어내는 꼴이었다.

    그래서 입으로 말하는 진실 대신 영혼이 말하는 진실을 들어 보기로 했다.

     

    <영혼강제진술>

     

    사람들은 공평한 거래를 좋아한다.

    자신에게 있지만 별 쓸모가 없는 진실을 내미는 대가로 큰 보상을 얻는다면 더욱 그렇다.

    오모시로이는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여 사람들에게 마법적 진리를 하나 무의식에 새겨두는 조건으로 진실을 강제로 듣는 심문법을 개발했다.

     

    <차원관문마법의 좌표고정술식>

     

    “그게 그…”

     

    오모시로이 교장이 눈에 쌍심지를 켰다.

    어쭈, 이놈 봐라?

    순순히 자백하지 않는다니.

    이 정도는 이미 알고 있다, 이건가?

    그럼 이것도 받아봐라.

     

    <에테리얼 블렌딩 술식>

     

    공간과 시간을 왜곡하여 모든 종류의 결계술을 즉각 통과하는 고위마법의 블렌딩술식.

    이 마법을 깨우친 학생은 4학년 사이에서도 흔치 않았다.

    그런데 오크노디의 파멸의 주둥아리는 아직도 재잘재잘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인공공명체 각성술식>

     

    자아가 없는 물질이나 현상에 강제로 자아를 탄생시켜 제어하는 에고술식.

    4학년을 넘어서 준교수들도 강의진행을 도울 무인조교를 만들어보려 도전하는 생산학부의 비의에 가까운 술식이다.

    이조차도 오크노디의 작지만 무거운 입에서 유의미한 대답을 끌어내지 못했다.

     

    <고차원 신호전환술식>

     

    술식으로 원격제어하는 대상에게 주입하는 명령어를 타 차원에 설치한 중계기에 전송, 중계기의 기능에 힘입어 압축하고 해제하며 원하는 타이밍에 성능을 급격히 향상시키는 술식.

    위어드 교수나 플라톤 교수처럼 하수인을 다루는 교수들이나 되어야 다루는 교수급 술식이다.

    놀랍게도 오크노디는 이만한 술식조차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처럼 자백하지 않았다.

     

    ‘이사장 이 미친 것이 애 머릿속에 뭘 얼마나 심어둔 거지?’

     

    오죽하면 교장은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그냥 이놈 머리 뚜껑 좀 잠깐 따다가 안에 뭐가 들었는지 스캐닝하고 닫는 편이 빠르지 않나?]

     

    “…절대 용납 못 해.”

     

    암흑마나를 줄기줄기 뿜어대는 사다코 교수나 그만큼은 아니어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는 교수들의 모습에 드래곤 교장은 간편한 방법을 포기했다.

    가뜩이나 미지의 차원계가 등장하고 재단의 위험도 및 전력이 급상승한 상태에서 교수들의 호의를 상실하는 것은 다가올 재단과의 전쟁에 크게 불리했다.

     

    <구운 빵의 향기가 더 맛있게 나는 술식>

     

    마지막에 던진 술식은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무의식중에 내던진 술식에 불과했다.

    그런데 온갖 최첨단 고위계 술식에도 끄떡도 하지 않고 난공불략의 요새처럼 버티던 오크노디의 입이 거짓말처럼 활짝 열렸다.

     

    “그때의 저와 지금의 저는 같지만 다른 존재예요… 저는 파파와 같은 과거를 반복하고 있어요…”

     

    [제일 와이히엠하이와 같은 과거…?]

     

    교장의 심각한 기색에 교수들조차 무언가 심상찮은 대답을 들었다고 여기며 낯을 굳혔다.

    술술 나오는 지식에 느끼는 황당함보다도 그 입에서 나오는 내용이 오모시로이 교장의 호기심을 향한 갈증을 자극했다.

     

    “제 친구는 몸과 영혼이 분리되었다고…. 아니면 영혼의 일부가 축출되어서 다른 몸에 가두어졌다고…. 그래도 남들에게 막 말하면 혼날지도 모른다고 파파가 비밀로 하라고 했는데…”

     

    잠깐 사이에 술술 열리던 입에 제어가 걸리듯이 대답이 끊어지며 문장이 끝까지 이어지질 못했다.

    교장은 오크노디가 습득하지 않은, 습득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 그러나 식탐 많은 오크노디에게는 몹시 중요한 술식으로 여겨지는 술식이 도움이 될 것을 깨달았다.

     

    <만능젤리빈 압축술식>

     

    어떤 음식도 젤리빈 하나 크기로 줄여서 압축하되, 음식 본연의 맛과 향을 한 입에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압축술식.

    천 년 전, 제국이 탄생하기 이전에 수많은 나라가 서로를 향해 무한한 전쟁을 벌이던 난세에 개발된 군용술식은 과연 오크노디조차도 모르는 술식이었다.

     

    “으으… 일정 수준 이하의 마법공격을 전부 튕겨내는 아머계 최상위술식 드래곤아머 마법술식을 배우면 뭐든지 다 말할 것 같은데…”

     

    [?]

     

    “진짜 다 알려줄 수 있는데… 응애를 세계수로 만드는 방법도… 선배를 넘버즈 아티펙트로 승급시키는 방법도…”

     

    갓난아기를 세계수로 만들고 선배를 마도구로 만든다는 충격적인 고백에 교수들은 비인간적인 재단의 인체실험이 도를 넘었다며 경악했다.

    하지만 교장은 은근슬쩍 실눈을 뜨며 눈치를 보는 오크노디의 행동을 보고 깨달았다.

     

    [이 녀석이 어딜 감히 날 속여먹으려고 들어? 중요한 정보를 실토하는 척하면서 더 맛난 술식을 내놓으라고 장난질을 치다니!]

     

    “힝. 들켰어요?”

     

    [그래, 들켰다. 이 여우 같은 녀석아.]

     

    “헤헿. 그래도 먼저 제 속을 떠보겠다고 장난치신 건 교장님이잖아요!”

     

    교장이야 자신을 이용하려고 든 태도가 괘씸했을 뿐이지만, 다른 교수들은 오크노디가 던진 정보에 더욱 관심이 컸다.

     

    “아이를 세계수로 만드는 술식을 재단이 확보했다는 말이 사실이냐?!”

    “아니, 그건 특별한 응애만 할 수 있는 건데요…?”

    “선배를 넘버즈 아티펙트로 만든다는 말에 대해 자세히 진술해라. 재단이 기프트 아카데미의 고학년들에게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려는 거냐!”

    “아니, 그건 원래부터 마도구로서의 자질이 있는 저희 선배님만…”

    “저희 선배님? 배신의 우려가 있는 재단 소속 장학생들을 입막음을 위해 마도구로 만든다는 말인가?!”

     

    교수들의 압박에 자신도 모르게 몇 마디 대꾸를 했다가 사태가 급격히 커지려는 모양새에 깜짝 놀라 두 손으로 제 입을 막는 오크노디.

    교수들은 벌써부터 재단 소속 장학생들을 추려내야 한다거나 12세 이하 아동들을 정령계에 내던지고 정령계약을 체결해서 벌일 수 있는 수많은 범죄에 대한 분석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오크노디가 흘린 재단의 범죄들이 하나같이 심상치 않은 것들이기에 집중이 분산된 것이다.

     

    [요 건방진 쥐방울이 교수들의 눈을 흐리게 했군.]

     

    “히잉. 전 묻는 대로 말했을 뿐이잖아요.”

     

    [그래… 오늘의 심문은 이쯤에서 봐주지.]

     

    교장은 명령했다.

    오크노디가 흘린 정보의 조사부터 착수할 것을.

     

     

    * * *

     

     

    드래곤 교장과 교수들은 오크노디보다 그녀가 흘린 재단정보부터 수사를 개시했지만, 사다코 교수는 오크노디가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그 교장… 그대로 내버려두면 결국은 오크노디에게도 손을 대겠지…”

     

    옛 시대의 거악이었던 자신조차도 교장의 앞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오크노디 또한 그렇게 될 것이다.

    사다코 교수는 오늘, 교장이 교수들의 ‘협력’을 구하고자 아량을 베풀던 모습을 떠올렸다.

     

    막무가내처럼 보이는 교장도 최소한의 눈치는 본다.

    그럼 그 눈치를 교수들에게만 볼까?

     

    ‘학생들이 단체로 파업이라도 한다면 아무리 교장이라도 눈치를 보겠지.’

     

    학생들이 강의를 안 들으면 교수들도 난처하고, 기프트 아카데미의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게 되니까.

    지금 필요한 건 오크노디 친구들의 지지다.

    자신의 안식일에도 카타콤에 쳐들어올 정도로 행동력과 단결력이 높은 981기 학생들의지지.

    마침 그녀에게는 재료가 있었다.

    학생들의 지지를 얻을 재료가.

     

    -그때의 저와 지금의 저는 같지만 다른 존재예요… 저는 파파와 같은 과거를 반복하고 있어요…

    -제 친구는 몸과 영혼이 분리되었다고…. 아니면 영혼의 일부가 축출되어서 다른 몸에 가두어졌다고…. 그래도 남들에게 막 말하면 혼날지도 모른다고 파파가 비밀로 하라고 했는데…

     

    오크노디의 말을 사다코 교수는 완벽하게 이해했다.

    이는 이런 뜻이었다.

     

    “오크노디는 그녀의 식물 친구가 당했던 것처럼 영혼이 찢기고 분리되는 ‘벌’을 받았어. 재단 이사장의 후계자 교육은 비밀리에 계속 이루어지고 있었고, 얼마 전까지의 나약한 모습은 그 영향이었지.”

    “지금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으니 친구들과의 오랜 아카데미 생활로 되살아난 ‘인간성을 회복한 영혼’이 다시 도려내진 상태일 거야.”

    “심지어 오크노디가 사라진 뒤에 세계순력이 흐트러지며 북부마계령에 버금가는 새로운 초거대금역이 탄생할 뻔했어. 교장은 오크노디가 금역탄생의 매개체가 되기 전에 죽일 작정일지도 몰라.”

    사다코 교수의 폭탄선언이 981기 학생들의 마법시계 단말기에 투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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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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