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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4

        

         

       심상치가.

       않아…?

         

       박진성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들은 사단장은 프라이팬으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기라도 한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주술사의 입에서.

       심상치가 않다는 말이 나왔다고?

         

       “…자세히. 자세히 말해줘요.”

         

       북한이 저 꼬락서니가 된 것이 주술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주술사의 입에서 ‘심상치 않다’라는 말이 나온 것은…참으로 의미심장하고 무겁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진성은 심각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단장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보이십니까? 이 귀신들의 모습.”

         

       “그래요. 팔다리가 잔뜩 엮여서 만들어진 나무의 형상이지요.”

         

       “사람의 정신은.”

         

       박진성은 탁자를 톡톡 두들기고는 말을 이어 나갔다.

         

       “사람이라는 개체를 나누는 것은 과연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사단장에게 하는 말임과 동시에 혼잣말과도 같은 것이라.

         

       “그것은 육신이요, 영혼이요, 정신이라. 구분되는 외형과 분명하게 구분되는 하나의 몸뚱이. 그 몸뚱이에 깃들어진 영혼. 다른 경험을 쌓아가며 확연히 구분되어가는 자아.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사람을 규정하고, 타자(他者)를 구분 짓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사단장은 조용히 박진성이 하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다리 세 개를 가진 솥에서 다리 하나가 분질러지면 엎어지는 것처럼,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란 참으로 견고하면서도 연약하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모든 것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인지라, 피부가 없다면 고통에 미쳐버리고. 살점이 뜯어진 자는 외부의 병마와 감염에 취약해지듯이, 이 귀신이라는 족속 역시 육신이 없이는 풍파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육신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다.

       형체 없는 것을 고정하고 형상을 만들고 구분 짓게 만들어주는 방패요 틀이요 방어벽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없어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자신을 담아줄 그릇이 없어진다면 내용물은 바닥에 쏟아질 것이요, 방패가 사라진다면 쏘아진 화살에 속수무책으로 꿰뚫릴 것이요, 방어벽이 사라진다면 맹수에게 물려서 죽어 나가는 것이 순리가 아니겠는가?

       귀신 역시 그러하니.

       그렇기에 악귀니 악령이니 하는 것들은 사념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풍파에 깎여나가고 풍화되며 미쳐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저것을 보아라.

         

       “보십시오. 저것은 하나의 개체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군집.

       여럿이 뭉쳐서 하나의 형상을 이루고 있다.

         

       그것은 색색의 고무찰흙으로 조각상을 만들거나, 레고를 이용해서 구조물을 만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사람의 정신은, 영혼은 서로 섞이기 어려운 것이니까.

       서로를 구별 짓고 ‘개체’로서의 성질을 유지하려 하는 것이니까.

         

       그런데도 저렇게 들러붙어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가설이 있을 수 있겠군요. 사념이 옅어져서 풍화되어가는 것들 여럿이 들러붙었기에 저항이 없는 것일 수도 있고, 강력한 정신력을 가진 것이 핵이 되어서 저들을 재료로 형상을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고, 혹은 다른 사념들을 잡아먹으면서 몸집을 불려 나간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소리와도 같았다.

         

       “잠깐만. 그 소리는.”

         

       그리고 그 ‘이유’는 사단장에게 있어서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다.

         

       박진성이 입에 담은 여러 가지 가설이라는 것은 하나를 가리키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 소리는, 저거.”

         

       “예.”

         

       그동안 목격되었던 ‘특수 개체’와는 다른 성질을 가졌다는 것이다.

         

       수복이 가능하다는 것.

       풍화되는 것보다도 더 빠르게 몸을 불릴 수 있다는 것.

         

       “…이런 망할.”

         

       그래.

       앞에 대(大)가 붙을 수 있는 위험 개체.

       조건만 맞는다면 재앙으로 진화할 수 있는 존재가 출현했다는 말과도 같았다.

         

       “세상에, 세상에….”

         

       사단장은 대경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대악귀.

       상상을 초월하는 무게감을 가진 단어.

         

       고작 세 글자지만, 옛날 북한이 허구한 날 ‘남쪽 땅을 전부 덮어버리고도 남을 생화학 무기’, ‘도시를 날려버릴 수 있는 인민의 불꽃’이니 하면서 광고하던 것보다도 더더욱 무게감이 있는 단어다.

         

       대악귀는 국가적 재앙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수준의 괴물이었으니까.

         

       당장 북한 지역에 넘쳐나는 악귀와 악령들조차 토벌이 어려워서 이러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대악귀가 출몰한다고?

         

       파국이다.

         

       대악귀는 유유히 대한민국으로 들어와 국토를 짓밟을 것이고, 뚫려버린 DMZ 지역을 통해 수많은 귀신이 쳐들어오며 대한민국 전 국토를 귀신이 가득한 지역으로 만들어버리겠지.

         

       끔찍하다.

       상상만 하더라도 토악질이 나올 것만 같은 이야기였다.

         

       사단장은 암담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절망과 희망은 언제나 같이 있는 법.

       사단장은 절망을 느끼면서도,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큰일이 날 뻔했어.’

         

       본능이 보내오는 경고에 따라서 박진성 주술사를 불렀다는 것.

       그것이 바로 사단장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희망이요 등불이었다.

         

       만약 ‘흠. 특이 개체가 출몰했군. 조금 경계를 강화해야겠어.’라고 생각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더라면, 평소처럼 짤막한 보고서만 올리고 끝났더라면.

       만약 그랬다면 저 특이 개체가 어마어마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짐작하지 못한 채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으리라.

         

       만약에.

       만약에 저 악귀가 정말로 대악귀가 되기라도 했더라면.

       그렇게 된다면 진급이 문제가 아니다.

       책임을 지고 목숨을 끊어도 모자란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단장은 당장 움직이려고 했다.

       저 특이 개체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서.

         

       하지만 박진성은 그러한 사단장의 움직임을 제지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단장을 더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일곱 글자의 말로 말이다.

         

       “…더, 있어요?”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박진성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화면을 가리켰다.

         

       [ 토-옹. ]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특이 개체가 바다를 향해 무언가를 집어 던지는 모습.

       금속이 섞여 있는 무언가를 집어던지고, 작은 물보라를 일으키는 바로 그 장면이었다.

         

       “이 행동이 참으로 기묘하여 자세히 관찰해보았는데 말입니다.”

         

       “…자세히 관찰했는데…?”

         

       “이거. 그냥 금속이 아닌 것 같습니다.”

         

       박진성은 심각한 얼굴로 영상을 멈추고는 수 초 뒤로 영상을 돌렸다.

       그러고는 0.01배속으로 천천히 영상을 재생시키기 시작했다.

         

       “잘 보세요.”

         

       영상이 재생된다.

       기괴하게 얽힌 손과 발이 움직인다.

       꿈틀대며 움직이고, 영상 너머에서도 느껴지는 사악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탄성이 있는 듯 없는 듯.

       거센 바람에 한껏 휘어지는 나무가 그러듯 몸을 곡선으로 만들고, 밧줄이라도 묶인 것처럼 가지를 바닥으로 쑤욱 내리고는 떨어진 열매를 주워서 제 몸에 붙이는 것처럼 바닥에 놓인 낡아빠진 식칼을 꼬옥 쥐어 제 몸에 붙인다.

       자루가 아니라 날로 붙잡았음에도 피 한 방울 나지 않고, 도리어 제 몸에 박아넣은 것이 즐겁기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강하게 쥐어 손바닥으로 날을 삼킨다.

         

       그러고는 흔들.

       왼쪽으로 휘어졌던 몸체가 오른쪽으로 휘어지고, 가지 역시 그 움직임에 맞춰 흔들거린다.

       그러고는 마치 제 몸이 투석기라도 되는 것처럼 휘어지고, 손에 쥐고 있는 날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에 이르며.

       그렇게 귀신의 몸에 들어갔다 나온 칼날이 허공을 가른다….

         

       [ 토-옹. ]

         

       던지기를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물수제비에는 재주가 없는 것인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올랐던 식칼은 바다에 떨어지며 물보라를 일으키고, 그렇게 삼켜진다.

       삼켜지며 모습을 감추는 듯하다….

         

       “보이셨습니까?”

         

       “세상에. 아, 부처님. 아….”

         

       그리고.

       보인다.

         

       한껏 느리게 재생하고서야 눈치를 챌 만큼 아주 미미하게 그것이 보인다.

         

       사단장의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리고, 한숨이 토해지게 하는 그 장면이.

         

       그 장면.

         

       “식칼이, 왜 헤엄을 치는 거야.”

         

       던져진 식칼은 그대로 바다에 가라앉지 않았다.

         

       마치 물고기라도 되는 것처럼 앞으로 나아갔다.

         

       앞으로.

         

       그래.

       구체적으로 말해서….

         

       일본 쪽으로.

         

         

         

        * * *

         

         

         

       발견 이후 일어난 것은 혼란이었다.

         

       그것은 앞에 ‘끔찍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모자람이 없는 것이기도 했다.

         

       끔찍한 발견.

       끔찍한 혼란.

         

       아.

       대악귀로 진화할 수 있을법한 특이 개체의 출현에.

       무려 일본 쪽으로 ‘자기 몸에 담갔다가 빼낸 물건’을 집어던지는 행동.

       그리고 아마도 귀신이 들리거나 저주가 깃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물건이 바다를 헤엄쳐가며 일본 쪽으로 나아갔을 것이라는 믿기 힘든 사실까지.

         

       그 모든 것들은 대한민국 정부를 다시 진동시키기에, 충분한 것이기도 했다.

         

       재앙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대악귀, 일본….”

         

       국가적 위기에 더해서 외교적 위기까지 더해진다….

       하나만 있어도 골치 아픈 문제가 겹쳐있다니.

       누구도 거대한 위기를 겪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지만, 이건 도를 넘었다.

         

       정신을 놓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 말이다.

         

       거기에 더해서 상황도 좋지 않다.

         

       평소에도 일본과 얽히면 문제가 복잡해지기는 했지만…. 지금 상황은 평소보다도 심각하지 않던가.

       얼마 전엔 진짜로 전쟁 직전까지 갔고, 어찌 흐지부지되면서 화해 분위기에 접어들기까지 했다.

         

       그뿐인가?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미국은 어디 나사가 빠진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 않던가.

       오죽하면 한국과 일본이 전쟁을 벌이기 직전에 멈춰버리고 말았을까.

         

       그러니 미국의 도움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어디 또 다른 곳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가 하면…. 글쎄.

       중국에 도움을 요청할 수는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그놈들을 부른다면 다른 의미로 재앙이 찾아올 것이 분명했다.

       얼마나 뜯어갈지 감도 잡히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정부가 혼란에 빠져있을 때….

         

       일본의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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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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