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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4

       

        

        

        

        

        

        

        

       “상황은?”

        

       “센트럴 파크에 대한 불만이 가시화된 난민들의 식별이 이뤄지고 있고, 불만의 구체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젠슨 요원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듯합니다.”

        

       “HQ 내부에 상주하는 민간인들만을 확인했을 때 그 정도이고, 외부에서 활동하는 민간인들까지 포함한다면 분란의 규모는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도 더욱 거대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래. 젠슨 요원이 어떤 캐치프레이즈를 주입시켰는지 한 번 확인해보자고.”

        

        

        

        센트럴 파크 HQ, 6월 말.

        

        시시각각 더워지고 있는 날씨와 잊을 만하면 비를 뿌려대는 하늘 아래와는 달리, 여러모로 쾌적한 TOC 내에서 수많은 서포트 오피서들이 실시간으로 민사작전을 조율 중이었다.

        

        센트럴 파크의 의도적인 방조 및 조장 하에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한 불만 세력, 거기에 더해 일리치 젠슨 요원 같은 걸출한 딥커버 에이전트가 진행하는 효과적인 선전 및 선동까지.

        

        한 번 탄력을 받은 폭도들의 여론전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빨랐는지, 만약 센트럴 파크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더라면 HQ를 향한 충분히 치명적인 한 수가 될 수 있을 정도였다.

        

        미 정부를 완전히 주저앉힐 수는 없을지도 몰랐지만, 적어도 간신히 거동에 성공하게 된 중환자를 다시금 빈사 상태로 만들어낼 수는 있을 정도의 내부 분란.

        

        물론, 본래라면 그랬어야만 했단 소리였다.

        

        

        작전관들은 젠슨 요원이 전송한 선전 및 선동 문구를 눈으로 훑었다.

        

        딥커버 에이전트의 출중한 능력을 감안하면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 아직까지는 입소문 정도였으나, 해당 문구는 제대로 전파만 된다면 근시일 내로 HQ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여력이 충분했다.

        

        내용은 간단하지만 효과적이었다.

        

        

        

       “귀국 문제에 난민 차별 문제, 거기에 총알받이 선동까지. 아주 기가 막히는구만. 이게 통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미국인들이 중국인들에게 총만 쥐어준 후 고기방패로 써먹으려 한다라,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지만 해명하기도 마땅찮은 어구로군요. 상비군 제도는 현실이니.”

        

       “다행인 건, 젠슨 요원의 말에 의하면 HQ 내부에 터전을 잡은 중국계에겐 퍼지는 걸 막고 있답니다. 외려 센트럴 파크 외부의 난민들에게 집중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군요.”

        

       “딱 원하는 선에서 멈추고 있군. 다행이야. 어떻게 멈췄나?”

        

       “HQ 내부의 난민들에게도 전파했다간 그걸 빌미로 박해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명목입니다.”

        

       “흐음.”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종합한다면, 축출 작전은 큰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 생각하면서도, 작전관들은 계속해서 쌓이고 있는 여러 인텔을 지속적으로 확인했다. 중국 및 이슬람계 난민들 일부가 점차 센트럴 파크 외부로 거처를 옮기고 있다거나 하는 내용들이었다.

        

        딥커버 에이전트 및 작전관들은 이러한 방법론을 통해 흑백을 더욱 선명하게 가려냈다. 멀쩡한 민간인과 폭도를 확실히 구별하기 위한 조치는 차후 작전을 더 원활히 만들 것이었기에.

        

        거기에 추가적으로 이어지는 말.

        

        

        

       “더하여, 지난 번 브롱스 미션 와중 받아들인 제노비스 패밀리 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난민 측에서 손을 잡자는 말이 나왔고, 실제로 접촉 요청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결과는?”

        

       “제노비스 패밀리 쪽은 일단 알겠다고 말한 듯합니다만, 이렇게 별도의 메시지가 온 것을 감안하면 이번 일과 자신들은 관계가 없고, HQ에 무조건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 봐도 되지 않을지.”

        

       “당연히 그래야지. 그놈들이 왜 브롱스에서 설치다가 내려왔는지를 모르는구만.”

        

        

        

        제노비스 패밀리.

        

        다르게 말하면, 대거 팀과 센트럴 파크의 합작 작전을 통해 족히 수천 명이 넘는 갱단들이 일방적으로 도살당하고 있을 때,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밑천이고 나발이고 다 버리고 남하한 존재들.

        

        요한계시록 6번째 인이 떼어지고, 달 대신 브롱스가 피로 물들며, 별 대신 백린이 하늘에서 떨어져 묵시록이 도래한 순간, 스스로의 죄를 사해받고자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개심한 마피아 단원들은 현재 센트럴 파크의 가장 큰 협력자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선택지를 잘못 뽑아버린 난민들은 하필이면 진즉 개심한 이들을 협력자로 삼고자 했던 것이었다.

        

        작전관들이 웃음을 짓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외에도 대거 팀에 의해 발견된 차이나타운 연락망과 폭도들이 찾아다니고 있는 가나안에 대한 젠슨 요원의 언급이 있었습니다만, 크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

        

       “폭도들을 적출해낼 수 있는 작전안 및 진행 방식이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퍼센테이지를 감안하면 전원이 무장할 수 있을 정도이 화기 보유량 충족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좋아. 상신한 다음 밑준비 시작하자고. 그 전까지 끝내놓을 수 있는 것들은 전부 끝내놓게. 며칠 안에 일망타진을 끝내자고.”

        

       “알겠습니다.”

        

        

        

        말이 끝난 순간, 이들은 다시 본연의 업무로 돌입했다.

        

        어느덧 한 달이 가까워지고 있는 민사작전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고, 작전관의 말마따나 남은 것은 밑준비 뿐이었다.

        

        

        잠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높은 위치까지는 올라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중요한 것들은 전부 주워들을 수 있는 젠슨 요원의 데이터에 발맞춰 예상 봉기 시간을 어림짐작한다.

        

        대거 팀은 추후 있을 ‘정리’를 위해 폭도들이 어디에 어떻게 모일 것인지를 일일이 브리핑받았고, 계시의 날이 올 때까지 개인정비 및 훈련에 열중하며 간만에 마음 편한 시간을 보냈다.

        

        뒤늦게 합류한 제노비스 패밀리는 최대한 협조하는 척하면서 자신들의 구역과 그닥 관계가 없는 지역을 내주었고, 추후 폭도들이 집결하는 곳을 센트럴 파크의 TOC에 전부 알려주었다.

        

        그 결과, 폭도들의 움직임은 말 그대로 손금 보듯 훤히 들여다보였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일리치 젠슨 요원이 촉발 방식을 브리핑했다.

        

        

        

       -이미 센트럴 파크에서 이슬람 및 중국계, 그리고 이들과 협조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빠져나갔습니다. 아마 하루이틀 중으로 완전히 발을 뺄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그 수가 대략 150명 가량입니다.

        

       “생각보다 많군.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나?”

        

       -HQ에 남은 폭도들은 내일 아침 즈음에 의도적으로 시위를 벌여 센트럴 파크 바깥의 플라자 호텔에 구금된 후, 새벽 즈음에 근무하는 협조자들의 도움을 받아 차이나타운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합니다.

        

       “좋아. 우리 친구들이 제발로 나가고 싶다는데 방해하면 안 되겠지. 그러고 보니 그 협조자들은?”

        

       -당연히 이카루스 서포트 오퍼레이터 친구들입니다.

        

       “훌륭해.”

        

        

        

        흡사 2인3각 경기를 하듯.

        

        누군가가 발을 내딛으려고 하는 순간 그것을 읽고 마찬가지로 발을 앞으로 뻗고, 그렇게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내딛는다.

        

        오메가 바이러스 사태는 정부 뿐만이 아니라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복잡해져있던 관료제 전체를 완전히 산산조각내었고,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촉발될 수밖에 없는 느린 정보 공유를 타파했다.

        

        물론 그 대가는 심각하게 컸지만.

        

        

        좌우지간 센트럴 파크 HQ는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빠르고 유려하며 유연성 있게 작동하는 중이었고, 수십 년 전 독수리 발톱 작전과는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깔끔한 작전을 성공적으로 진행시켰다.

        

        그로부터 머지않아, 작전계획의 작성이 완료되었다.

        

        

        

        1. HQ는 작전 당일 민간인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일거리를 전달하는 노동청 – 임시로 설립한 기관이었다 – 인근의 인파를 차단하고 공사인력들을 센트럴 파크의 작전요원들로 대체할 예정이었다.

        

        추가적으로, 주변에 시위 소음이 퍼져나가지 않도록 소음 흡수벽 역시도 작동시킨다.

        

        2. 시위로 인해 구금된 인원들을 플라자 호텔로 이동시키고, 이후 새벽 즈음이 되었을 때 이들을 내보낸 다음, 차이나타운에 별도의 폭도들이 성공적으로 합류했을 때, 사전에 설치해둔 지대공 미사일 터렛을 작동시켜 고물 무인기 한 대를 격추한다.

        

        3. 저들이 자중지란에 빠졌을 즈음 폭도 사이에 숨어있던 일리치 젠슨 요원이 우발적인 사격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가장하고, 내전이 발발한 순간 타격팀을 투입한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나. 한 달보다는 적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길었군.”

        

       “이번 일이 끝나면 좀 더 무난하게 HQ 운영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오겠죠?”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지만, 일단 그러길 빌자고. 아직 할 일이 참 많으니 말이야.”

        

        

        

        그 말대로.

        

        이제서야 레드스톤 아스널을 비롯한 병기창에서 패트리어트 지대공 미사일들이 이송되고 있고, 방공망을 담당할 AN/TWQ-1 어벤져와 LAV-AD 수백 대 가량이 북동부 해안으로 이동 중이었다.

        

        최신형 능동형 위상배열 레이더인 AN/SPY-6(V) AMDR 및 이와 연동 가능한 지상형 이지스 시스템 역시도 시간이 늦기 전에 가동해야했다. 그렇지 않으면 연합군의 침공에 대비할 수 없었기에.

        

        칼날 위를 걸어가며 태풍에 대비해야만 하는 와중 급격한 복통으로 주저앉을 수야 없는 상황. 센트럴 파크는 대국적인 결단을 내렸고, 결과는 금방 밝혀질 것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이틀 뒤.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일거리를 찾으러 온 난민들이 전부 센트럴 파크의 에이전트로 교체되고, 주변에 소음 방벽이 쳐진 순간,

        

        마치 짠 것처럼, 미국에서는 쉽사리 볼 수 없는 인종으로 구성된 다수의 난민들이 노동청 내의 안내자들에게 부자연스럽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센트럴 파크의 윗놈에게 할 말이 있다. 너 말고 더 높은 사람을 데려와.”

        

       “여긴 노동청입니다. 정부 기관이 모여있는 섹터로 가서 건의하시면 됩니다.”

        

       “내가 너한테 이야기하고 있다. 내 말을 무시하는 거냐?”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이-”

        

        

        

        드드득!

        

        그와 동시에 순식간에 멱살이 잡히고, 안내원의 몸뚱이가 우악스럽게 위로 끌려올라갔다. 누가 봐도 자연스럽지 못한 상황이었으나 크게 상관은 없었다. 난민들을 제외한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으니.

        

        과장스럽게 울려퍼지는 목소리,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상투적인 멘트까지.

        

        

        

       “우리를 무시하는 거냐, 빌어먹을 승냥이 새끼들!”

        

       “오해입니다. 그러니 이 손 먼저 놓아주시지요.”

        

       “이봐! 그 손 놔!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건드리지 마, 이 새끼들아!”

        

        

        

        실로 어색하기 짝이 없는 연기였지만, 그냥 무시하기에는 시비를 거는 사람 뒤에 있는, 그리고 그 뜻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수가 상당했다.

        

        센트럴 파크 HQ 상공에 떠있는 광학미채 드론은 난민들을 스캔해 무기가 없는지를 확인했고, 서포트 오퍼레이터들은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하면서도 말리는 척 자연스럽게 화를 돋구었다.

        

        민간인으로 위장한 서포트 오퍼레이터 한 명이 안내인의 멱살을 잡은 남성을 거칠게 제지한 순간 발생한 작은 마찰은 부싯돌에서 터져나온 화염이 되었으며, 그 결과는 뻔했다.

        

        소규모 마찰이 패싸움으로 비화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뭔데? 막아, 막아! 저 새끼들 난리친다!”

        

       “제정신이 아니구만. 왜 저러는거야!?”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해라! 우리를 귀국시켜줘!”

        

       “미국 정부가 우리를 무장시키려고 하는 이유는 추후 있을 전쟁에서 사람들을 총알받이로 내보내기 위함이다! 속지 말아라! 소수자들이여! 우린 뭉쳐서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여러분들은 미국에게 속고 있습니다! 우리의 말에 귀기울이십시오!”

        

       “헌병! 헌병을 불러!”

        

        

        

        마치 짠 것처럼 높아지는 목소리, 그리고 시위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고성들.

        

        만일 해당 목소리가 목표한 타이밍에 제대로 퍼져나갔더라면 충분히 효과적이었을지도 몰랐다. 그것이 진실이건 거짓이건 간에 의혹을 주변 인부들의 머릿속에 심는 것만으로도 좋았으니.

        

        하지만 시위자들은 근방을 돌아다니는 민간인들이 전부 위장한 서포트 오퍼레이터란 사실을 몰랐고, 이 모든 것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조작된 상황이란 것도 알 수 없었다.

        

        폭도들의, 그리고 센트럴 파크가 입안한 개별적인 작전이 시작되었다.

        

        

        그 시작은 제107헌병중대가 허공에 발사한 총의 사격음이었다.

        

        

        

       ───투두두두!

        

        

        

       “멈춰라! 전부 바닥에 엎드려!”

        

       “손을 머리에 올리고 바닥에 머리를 갖다대라! 저항하면 사살할 것이다!”

        

        

        

        아비규환, 혹은 예상대로.

        

        예비 폭도들이 머리를 바닥에 갖다대고, 헌병중대는 하나둘씩 수갑을 채우기 시작했다.

        

        폭도들은 상황이 자신들이 상정한 대로 흘러간다는 점을 눈치채고 웃었지만,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폭도들이 땅바닥만을 쳐다보고 있단 사실을 확인한 파쿼슨 대위 역시도 로비의 안내원과 시선을 마주치곤 씩 웃었다.

        

        그 결과가 어떨지는 굳이 알 필요도 없었다.

        

        

        

        

        

        

        

        

        

        

        

        

        

        

        

        

       ───철컥!

        

        

        

       “드디어 왔군. 바깥은?”

        

       “간수들은 이미 전부 자고 있거나 다른 곳으로 갔으니 안심하십시오. 빨리 갑시다. 오래 끌수록 들킬 확률도 높아지니 말입니다.”

        

       “그러자고. 다들 일어나라. 지금부터 빨리빨리 움직인다! 목적지는 차이나타운이다!”

        

        

        

        깊은 새벽 언저리, 센트럴 파크의 코앞에 있는 플라자 호텔 고층에 반쯤 감금되다시피 한 백수십 명 가량이 쇳소리가 들린 순간 눈을 뜨고 일어선다.

        

        기다렸던 신호가 들려온 순간, 이들이 그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또한 사전에 짜놓았던 작전의 일부였고,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였다.

        

        차이나타운으로의 이동.

        

        

        이래저래 반쯤 타버린 곳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이점은 있었다. 폭도들은 차이나타운이 적어도 센트럴 파크가 요구사항을 들어줄 때까지는 얼추 버틸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특히 차이나타운의 깊은 곳에는 본국과 통신이 가능한 이런저런 설비도 있었고,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한 탓에 식료품 저장고도 많았다.

        

        300명 가량의 사람들이 한두 달 가량을 버틸 수 있을 정도로는.

        

        게다가 일부 인원들은 차이나타운의 연락망을 통해 연합군이 한두 달 이후에 맨해튼에 상륙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 진즉 밝혀졌지만 – , 그리하여 폭도들의 생각은 변질되기 시작했다.

        

        

        

       ‘여기서 충분히 버틴다면 연합군들이 올 거고, 그 즈음 되면 우리도 나름 대접을 받을지도 모른다!’

        

        

        

        물론 당연하겠지만 완전한 행복회로 그 자체였다.

        

        제정신 박힌 사람들은 이러한 생각에 찬동은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바로 그렇기에 센트럴 파크 HQ에 아직 남아있는 이슬람 및 중국 공동체원 절반 가량은 찬동하는 척만을 할 뿐이었다.

        

        몰살이라는 미래가 뻔히 눈을 희번덕거리고 있는데, 기약없는 희망만을 품은 채 성공이 아예 불가능한 계획을 실제로 실행하는 것은 말 그대로 자살행위. 반대자들은 그리 생각하며 신경을 껐다.

        

        그리고 그것이 맞았다.

        

        

        어둠을 틈타 백수십 명 가량의 인원이 빠르게 호텔을 빠져나와, 대략 6km 가량의 거리를 가로질러 차이나타운으로 향했다.

        

        얼마 전 센트럴 파크가 파악했듯, HQ에서는 이미 지속적으로 난민들이 빠져나가 센트럴 파크 외부에서 지내고 있었고, 이들이 차이나타운에 도달했을 때, 해당 섹터는 이미 재건이 이뤄지고 있었다.

        

        전원이 거의 도착했을 즈음,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근데, 이게 맞는 겁니까? 저희들이 도망친 걸 안다면 센트럴 파크가….”

        

       “그럴지도 모르겠지. 하지만 저들은 우리를 해코지할 수가 없어.”

        

        

        

        폭도들은 HQ가 자신들이 물자를 빼돌리고 별도로 무장하고 있단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들은 자신들을 죽이는 것은 비무장 민간인의 사살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라는 여론전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이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오전에 노동청 앞에서 시끄럽게 소란을 피운 것이었다.

        

        HQ는, 그리고 민간인들은 일거리 분배를 위해 아침에 적어도 수백 명씩 모이는 노동청 앞에서의 패싸움을, 그리고 폭도들이 준비한 구호를 절대로 무시할 수 없을 터였기에.

        

        요컨대 이들은 여론전을 통해 자신들의 목숨만은 무사한 상황을 만들고, 주도권을 쥐어 HQ의 입지를 약화시키려고 한 것이었다.

        

        

        차이나타운 곳곳에 숨어있던 사람들이 나와 폭도 고위층을 근방의 버려진 호텔로 안내했고, 이들은 도착하자마자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화기 목록을 살피기 시작했다.

        

        아직은 여론전의 시점이었기에 무기를 사용할 타이밍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보루는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법 – 물론, 누군가가 보기엔 그야말로 자기합리화의 끝판왕이었다.

        

        그리고 중간관리직을 꿰찬 일리치 젠슨 요원이 보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의 눈 앞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알림 : 무인기 이륙 완료. 지대공 터렛 가동 준비.]

        

        

        

       “어디 가십니까?”

        

       “잠시 바깥을 살펴보러 가겠다. 혹시나 따라붙은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알겠습니다.”

        

        

        

        아직 열심히 토론이 벌어지고 있는 건물 내부를 뒤로 한 채, 그는 적당히 대꾸하며 인터페이스에 안내된 위치로 향했다.

        

        이미 완전히 불타버린 것도 모자라 백린 가스가 벽과 바닥에 흡착되어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공간을 앞에 두고, 그는 옆에 자연스럽게 놓여져있는 잡동사니 더미를 뒤진 후 그 안에 있는 물건을 확인했다.

        

        하나는 가짜 혈액팩이었고, 다른 하나는 방독면이었다.

        

        안으로 들어간 뒤 그는 타버린 찬장 안에 놓여있는 웨어러블 태블릿을 왼손에 착용했고, 그것을 팔토시로 다시 덮은 다음 방독면을 갖다버리고 밖으로 나가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왼손에서 진동이 일었다. 하늘을 올려다본 일리치 젠슨 요원은 다른 것을 보았다. 하늘 한 켠이 적색으로 물드는 것이었다. 락온 표시였다.

        

        그가 오른손을 귀에 갖다댐과 동시에, 대략 백수십 미터 떨어져있던 옥상에서 푸슈웅 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폭발음과 불꽃이 하늘을 메우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콰아앙!

        

        

        

       “무, 무슨?”

        

       “저거 뭐야! 누구야!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모,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지상에서 연기가 치솟아오르더니 하늘로 날아갔습니다!”

        

       “이런 미친…!”

        

        

        

        그리고 그 순간, 폭도들은 미국의 군사적 자산을 공격한 공적이 되었다.

        

        그걸 만족스럽게 바라보던 젠슨 요원이 입을 열었다.

        

        

        

       “당소 리전. 봉화를 쏘아올렸습니다.”

        

       -무인기 파괴를 확인. 작전 시작하십시오.

        

        

        

        모든 제반사항이 어그러지는 순간부터가 그의 무대였다.

        

        축출 작전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에피소드 마무리 관계상 월요일 연재가 있고 화요일에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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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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