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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5

    <735 – 누가 그랬어(6)>

     

    “너희 친구를 지키고 싶다면 교장에게도 내게 대들던 때처럼 그 배짱을 보여봐.”

     

    사다코 교수의 마법시계를 통해 981기 카타콤원정대 출신 학생들에게 전송된 메시지는 학생들을 발칵 뒤집었다.

     

    “이거 농담이지? 오크노디가 그런 위기에 처했다니, 말도 안 되잖아. 그렇게나 강한 아이인데!”

    “아니. 말이 된다.”

     

    자신에게 지혜를 구하는 모브 앞에서 자쿠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 녀석의 불가사의한 지식과 강함의 출처가 모두 재단이라는 사실을 잊었냐?”

    “그건…!”

    “작년 여름방학. 그때 우리가 보았던 재단의 저력을 잊은 건 아니겠지?”

    “그건… 그래도 오크노디가 물리쳤는걸!”

    “크루즈선에 동원된 재단의 인사는 교수급 장학생 한 명과 배를 지키는 사도급 전력 하나. 재단에게는 ‘고작’이라고 불러도 될 전력이다.”

    “고작이라고 해도 오크노디는 그걸 이겼어. 조나 교수님도, 리프 준교수님도 있고, 오크노디에게 호의를 지닌 사다코 교수님도 있는데 대체 왜! 아무에게도 도움을 구하지 않은 거냐고!”

    “…북부마계령 규모의 대규모침식. 사다코 교수는 이를 경고했지. 그럼 너, 북부마계령이 처음 탄생할 때의 비화에 대해서는 알고 있냐?”

    모브는 고개를 저었다.

    자쿠는 ‘도서관’에서 구한 마계의 역사서를 떠올렸다.

     

    “마계는 말이다. 기프트 아카데미와 교장의 행보에 엄청난 반감을 지닌 한 학생에 의해 탄생했다. 그 학생의 재능을 알아보고 호의를 표한 교수는 많았지만, 끝내 그 아이는 모든 호의와 도움의 손길을 저버리고 스스로 대륙북부에 마계를 침식시켰지.”

    “오크노디처럼 재학생이었던 사람이… 마계를 만들어 냈다고?”

    “그래. 그리고 그자는 마왕이 되었다. 그리고 오크노디에게는 다크프린세스라는 특별한 칭호가 있지. 그 아이가 제 2의 마왕이 되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어. 교장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테고.”

     

    대륙 전역의 자연환경을 뒤흔들며 계절을 변화시키는 수준의 <세계영역>을 지닌 교장이다.

    교장이 마음 먹은 이상, 자신만의 세계영역을 지니지 못한 오크노디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었다.

     

    “오크노디는…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어.”

    “왜 멋대로 포기하는 거야!”

     

    모브가 자쿠의 멱살을 거칠게 붙잡았다.

    자쿠는 이미 끝나버린 판에 열정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오크노디에게 진 빚은 남았지만, 이건 갚을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

     

    “사다코 교수님 때와는 다르다. 난 포기하겠어.”

     

    모브의 주먹이 자쿠의 얼굴을 가격했다.

    저항 없이 쓰러진 자쿠를 내려다보던 모브가 거칠게 돌아섰다.

     

    “난 포기하지 않아.”

    “멍청한 녀석.”

     

    모브가 떠나간 뒤.

    자쿠는 욱씬거리는 뼈마디에 인상을 찌푸리며 일어섰다.

     

    “더럽게도 강해졌군.”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의 소모임, 비밀장학결사.

    재단의 지령으로부터 해방된 장학생들이 담벼락 위로, 바위 뒤로, 건물 창가 너머로 모습을 드러냈다.

     

    “모브는 저대로 보낼 거냐?”

     

    핏물을 뱉어낸 자쿠가 차가운 눈으로 비밀장학결사의 2인자를 돌아봤다.

     

    “저 녀석의 성장치는 우리보다 높다. 개죽음에 함께 휘말리게 두지는 않을 거다. 더러운 일은 재단 출신인 우리에게 더 잘 어울리지.”

    “하긴. 지령 한 장 받아본 적도 없을 애송이한테 무슨 일을 맡기겠어?”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의 간부이자 비밀장학결사의 1인자로서 명령한다. 목숨을 걸고 재단 본부 어딘가에 감금된 오크노디의 영혼의 파편을 회수하라.”

     

    자쿠와 비밀장학결사 소속 장학생들이 재단을 적으로 선언하며 작전을 개시했다.

     

     

    * * *

     

     

    로지니는 마탑에서 올라온 서신을 보며 어이없음을 감추지 못했다.

     

    “봤어, 샌드쿠커? 적염학파의 선도자라며 추앙할 때는 언제고 교장을 도발하거나 자극하지 말라니. 이딴 사람들한테 도움을 구하려던 내가 어리석었지.”

    “황색마탑은 더 심해. 무조건 사리라고, 행동으로 나선다면 황색마탑에 다시는 발을 들일 생각 말라고 파문하겠단다.”

    “황색마탑이야 오크노디 때문에 많이 깨졌으니까 이해하지. 적색마탑이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로지니와 샌드쿠커는 오크노디의 여정에 이래저래 불리며 꾸준히 활약해온 단골마법사들이었다.

    실제로 오크노디의 도움으로 지식이 늘기도 했고, 다양한 마법시약을 손쉽게 구하기도 했고, 학파 내에서의 입지가 크게 개선되기도 했다.

    한쪽은 뭔가 보여드리는 환상의 불꽃 쇼 덕분에, 한쪽은 윗 계급 마법사들이 화병으로 졸도한 것에 이어 마법사들이 무더기로 죽어 나가던 언더월드 침공 덕분에, 라는 아주 큰 차이가 존재했지만!

     

    “안 그래도 이상하다 싶었어. 오크노디가 저런 약하고 소심한 애가 아닌데 기운도 없어보이고. 전부 알고 있었던 거야. 카타콤에서 구해봤자 그 아이가 우울한 이유는 교수들이 아니라 재단에 돌아가야 할 운명을 알아서였다고!”

    “어쩔 거야? 이번에도 구하려고?”

    “당연히 구해야지! 우리가 재단으로 돌아가는 자기를 말리다가 ‘교수님’처럼 손속에 사정을 두는 사람이 아닌 ‘재단’의 날것 그대로의 위협에 노출될 걸 두려워해서 말없이 떠났다가 돌아온 애의 모습이 분하지도 않아?”

    “분하지. 그런데… 니 말대로 우린 카타콤원정대에서도 결국 결정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했잖아.”

    “…!”

    “만일 우리가 재단에게도 적의를 드러내고 교장님 앞에서 항의라도 했다가 ‘진짜’ 살의와 마주하면 그때도 형편 좋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해?”

     

    로지니는 남자친구의 발언을 믿을 수 없었다.

     

    “오크노디의 처지를 알면서 지금 발을 빼자고?”

    “내게는 오크노디만큼이나 너도 소중해.”

    “샌드쿠커…”

     

    정도를 넘어선 위험은 사람의 용기를 꺾는다.

    샌드쿠커는 꺾인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로지니의 남자친구’라는 자신의 역할이, ‘여자친구 로지니’라는 존재가 인생에서 너무나도 커다란 비중을 지녔으니까.

    로지니는 달랐다.

    그녀는 적색마탑의 신흥주류학파 수장의 대제자이며 적염학파를 이끌어 나갈 뭔가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변방 마법사들의 우상이자 모두가 꿈꾸는 미래로서 모범을 보여야 할 사람이기도 했다.

    오크노디에게 너무나도 큰 은혜를 입은, 커다란 마음의 빚을 진 채무자이기도 했다.

    로지니와 샌드쿠커가 서로에게 지닌 마음의 비중은 같지 않았다.

     

    “그래. 그럼 헤어져.”

    “뭐?!”

    “난 갈 거야. 끝까지.”

    “그런 짓은…!”

    “안 된다는 말 따위, 하지 마. 어설픈 각오로 임해봤자 너도 결국은 관계자로 지목당하고 노려지게 되어있어. 교장님에게든, 재단에게든. 네가 남자친구로서 협력을 거부한다면, 나는 여자친구로서 널 차겠어.”

     

    서로가 걱정되기에 물러서겠다는 비겁한 변명 따위, 더는 할 수 없을 거다.

    자신은 어떻게든 위험에 처할 테니까.

    남은 건 샌드쿠커의 결단뿐이다.

    로지니는 천천히 등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

     

    방을 나서기까지 스무 걸음.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지난 추억이 떠올랐다.

    갈수록 무거워지는 추억의 무게에 더뎌지는 로지니의 걸음.

    로지니의 미련이 담긴 걸음이 문턱에 올라섰다.

    샌드쿠커는 끝내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로지니는 제 안에 차오르는 슬픔을 마음속의 불구덩이에 집어 던졌다.

    우린 여기까지야.

    마음속으로 건넨 작별 인사와 함께 로지니는 문을 넘어섰다.

     

    하지만 그것이 서로를 위하기에 엇갈렸던 한 커플의 마음이 파국을 맞이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후회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떠나보내도.”

    “로지니도 말했잖아. 어설픈 각오로 관계를 유지해봤자 양쪽 모두 위험에 처할 뿐이라고.”

     

    황색마탑의 변절자이자 대지마법의 고수.

    전쟁세대의 마법용사 아스타로트는 보기보다 굳센 샌드쿠커의 마음가짐에 그를 인정했다.

     

    “마음의 정리가 끝났다면 따라오십시오. 황색마탑의 유산을 제공하는 대가로 마법학부 선배들의 전력과 생산학부 선배들이 비밀리에 제작한 비공정을 임대받을 예정입니다. 마탑의 배신자가 될 각오는 끝마치셨습니까?”

    “로지니를 잃는 것보단 훨씬 나아. 의문이 있다면 오히려 너에게 있지. 넌 편입생일 뿐인데 왜 이렇게까지 오크노디를 도우려는 거지?”

    “황색마탑의 고리타분한 원로들을 무너뜨리며 더 깊은 마법의 비의에 다가설 수 있도록 기회를 베풀어 준 아이입니다. 나름 감사함을 느끼고 있죠.”

    “…별난 녀석.”

    “하하. 저런 귀여운 여친을 차고 애를 고른 남자에게 듣고 싶은 말은 아니군요.”

     

    황색마탑의 남은 유산까지 거덜 내기 위해 마탑으로 향하는 샌드쿠커와 아스타로트.

    그들의 뒤로 비공정 운행을 도울 수많은 마법학부 선배들과 생산학부 선배들이 함께 뒤따라 나섰다.

     

     

    * * *

     

     

    “내 이럴 줄 알았죠. 에휴.”

     

    마하바라타 교수는 만석이야 할 2학년 강의실이 초토화를 당한 것처럼 휑한 모습을 발견했다.

    학습 태도가 불량한 981기 학생들답게 대부분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 대부분에 속하지 않은, 티토소가가 같이 강의 듣자고 졸라서 수강신청을 하지도 않은 강의를 참관하려고 얼굴을 내비친 오크노디.

    만악의 원흉이나 다름없는 아이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손을 번쩍 들었다.

     

    “…뭔가요, 오크노디 2년생.”

    “저 모르는 무슨 개꿀잼 신규이벤트라도 열렸어요? 수강생 다 어디 갔어요?”

    “쯧. 사람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영문도 모르고 마하바라타 교수님의 눈총을 받은 오크노디가 억울한 마음에 울상을 지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크노디 놔두고 오크노디 구하러 떠나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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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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