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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6

    <736 – 누가 그랬어(7)>

     

    오크노디는 이상함을 느꼈다.

     

    “이렇게 단체로 무단결석하는 이벤트는 원작에서도 없었는데. 대체 다들 어딜 간 걸까?”

    “그, 그러게?”

    “티토. 솔직히 말해. 나 몰래 다들 무슨 개꿀잼 이벤트 즐기러 갔는지 알고 있지!”

     

    당연히 오크노디 밀착감시요원으로 아카데미에 남았던 티토소가는 식은땀을 흘렸다.

     

    “난 아무것도 몰라!”

    “거짓말. 그럼 즈앙이 왜 없어?”

    “으, 으으으. 그, 그래. 이거나 대답해. 오크노디는 내가 먼저야, 즈앙이 먼저야?!”

     

    티토소가라면 절대로 고를 수 없을 가불기 선택지를 던져 시간을 끌어보겠다는 허접한 발상!

    오크노디는 그런 티토소가의 풋풋한 모습에 오늘도 못된 장난을 떠올렸다.

     

    “티토소가가 던전스피드런에서 1분대를 기록하면 즈앙보다 더 좋을 것 같아!”

    “머어어?!”

    “얼른 던전 가자. 1분컷을 찍으면 티토소가가 더 좋아지는 거야. 스피드런 하러 가자, 스피드런!”

    “아니, 이렇게 갑자기? 나 혼자? 이거 맞아?!”

    “교수님 허가 받으면 돼!”

     

    던전테마파크를 관리하던 미노스 교수가 뚱한 얼굴로 도장을 들고 쾅쾅 찍었다.

     

    “요즘 한참 시끄러운 녀석이니 차라리 아카데미 내부시설에 집어넣는 편이 관리하기는 쉽겠지.”

     

    오크노디가 또 멋대로 사라져서 교수들이 사방팔방 수색을 다닐 바에야 차라리 이게 낫겠다 싶었던 미노스 교수는 흔쾌히 이용 허가를 내려주었다.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소리 지르기를 멈추면 몬스터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집단구타를 하는 소음공해던전에 들어간 티토소가가 열심히 함성을 내지르며 달리는 사이.

    오크노디는 옆에서 킥킥 웃으며 따라가면서도 투명모기에 새로 추가한 매료술식으로 온갖 소동물들을 테이밍해서 정보를 모았다.

     

    ‘앗, 도로시당!’

     

    위어드 교수님 강의 다시 들으러 가기는 좀 무서웠는데 아발론도 있고 도로시도 있으면 괜찮겠지?

    있다가 같이 강의 들으러 가자고 말해야지!

    근데 동물이 갑자기 사람 말을 하면 어떨까?

    엄청 재밌겠지?

    청개구리의 몸을 변형해서 도로시에게 말을 걸 생각에 신이 났던 오크노디가 멈칫했다.

     

    “어…?”

     

    오크노디가 자신을 지켜보는지도 모르는 도로시.

    그녀가 하는 말이 심상치 않았으니까.

     

     

    * * *

     

     

    도로시는 이제야 한동안 이상했던 오크노디의 행동이 이해되었다.

     

    “먹을 걸 쉽게 주는 애가 아닌데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어.”

    “휴학생 전용구역에서 체감했던 힘의 차이만 떠올려도 세상 무서울 게 없는 아이였으니, 재단이 아니면 그렇게 두려워할 상대도 없긴 하겠지.”

    “오크노디, <응애>랑 같은 처지가 되었겠지?”

    “헤스티아가 종종 기른다던 오크노디의 친구의 영혼이 깃든 식물 말이냐?”

    “응…”

    “아마도 그렇겠지. 영혼이 찢기고 분리되었다고 했으니까. 사다코 교수님이 교장님에게 들었다고 했으니, 정보의 신뢰도는 100%일 거고.”

     

    사람이 조금 유해졌다 싶더라니, 재단의 감정과 감각을 모두 박탈하는 <무감>이 깨질 정도로 착한아이의 모습을 되찾은 탓이었다니.

    아카데미에서 모두와 순둥순둥한 시간을 보내다가 인간성을 되찾은 오크노디의 모습이 그런 귀여운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괜히 막 오크노디가 불쌍했다.

     

    “지젤의 제안에 응하지 않아도 됐던 거냐?”

    “재단공습작전?”

    “그래, 그거.”

    “우리 말고도 뛰어들 사람은 많으니까. 게다가 영혼이 찢겼어도 이쪽에도 오크노디는 있는걸. 재단이 멋대로 가지치기하고 입맛대로 길들였다고는 해도 오크노디는 오크노디야. 혼자 아카데미에 놔두고 모두 떠나면 슬퍼하지 않을까?”

     

    오래도록 암흑상회의 정보망을 이용하여 재단을 색별, 추적, 감시해왔던 암흑상회는 재단을 향한 학생들의 분노가 정점으로 치닫는 순간, 재단과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자쿠도 샌드쿠커도 아이린도 다른 모두도 지젤의 작전에 협력하러 갔으니 정작 아카데미에 남아있는 오크노디의 곁에 머무를 사람이 없잖아.”

    “하긴, 그럴 만도 하군. 지젤 그 녀석이 계획한 작전이 보통 규모가 아니었으니.”

     

    자쿠를 비롯한 하급반 학생들은 암흑상회의 부족한 전투력을 충원할 전투부대로 자원했다.

    샌드쿠커를 비롯한 마법학부 학생들은 큰 거 하나 가져온다는 말만 남기고 행방이 묘연해졌다.

    북부대공녀 아이린은 전선을 크게 밀어 올리고 재단 스파이들을 잔뜩 제거하며 여유가 생긴 전력들을 이끌고 대군 지원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즈앙의 암습부대.

    아카디아와 지고쿠의 해상부대.

     

    그 밖에도 오크노디와 각별한 사이였던 수많은 학생이 지원 임무에 자원하였다.

     

    “그래도 왠지 난 꺼림칙한데.”

     

    록펠은 도로시와 달리, 지금의 오크노디를 마냥 불쌍하게만 여기지 않았다.

     

    “왜?”

    “인간성을 회복한 영혼이 찢겼다면, 지금의 오크노디는 인간성을, 우리들과의 유대관계를 모두 상실했다는 말이나 다름없지.”

    “그건… 그럴싸해!”

    “그럼 인간성을 잃었음에도 유대관계를 흉내 내는 지금의 오크노디는 우리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지 생각해 본 적 있나?”

     

    그건 대단히 섬뜩한 가정이었다.

    침묵과 함께 찾아온 부쩍 무거워진 분위기는 갑작스럽게 들린 울음소리에 깨졌다.

    개굴.

    청개구리 한 마리가 딸꾹질이라도 하듯이 불쑥 소리를 내었다.

    폴짝 뛰어오르며 나무 밑으로 뛰어내리려던 개구리가 도로시의 <당기기>에 붙잡혔다.

     

    “개구리가 보통 나무 위에서도 사나?”

    “여긴 기프트 아일랜드다. 상식을 논하지 마라. 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아.”

    “아앗, 얘 몸좀 봐.”

     

    도로시가 가엾다는 얼굴로 청개구리의 얼굴 아래를 만지작거렸다.

     

    “신체기관이 변형됐어. 실험실에서 탈출했나봐.”

    “이건… 인간의 성대기관인가?”

     

    안법을 사용해 개구리의 내부구조를 꿰뚫어본 록펠이 이내 흥미를 잃었다.

     

    “고작해야 실험용 개구리다. 일일이 마음 쓰지 마.”

    “그래도 불쌍하잖아. 이렇게나 공들여서 개조를 해놓고 멋대로 내팽개치다니. 쓸모가 다했다고 버려지는 실험체는 너무 불쌍해.”

    “후우. 괴수림에 흘러들어온 그것들이 떠오르기라도 한 거냐?”

    “숲에서 키우던 뽀삐도 연구소에서 탈출한 걸로 추정되는 애였잖아.”

    “그 거대한 녀석을 뽀삐라고 이름 붙인 네 센스가 경이로울 뿐이다…”

     

    고향 숲에 두고 온 애완동물 뽀삐 이야기를 하며 기운을 차린 도로시.

    그녀가 벌떡 일어나며 기운차게 말했다.

     

    “찜찜한 구석은 있어도 역시 난 오크노디가 좋아. 그러니까 우울한 얘기는 금지!”

    “…네가 정한다면 나야 따를 뿐이지.”

     

    록펠 역시 미심쩍은 기분을 애써 감췄다.

    개굴.

    청개구리가 다시 울음소리를 내었다.

    마음가짐이 달라져서 그럴까.

    그 울음소리는 어쩐지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사람이 개구리의 몸을 빌려 낸 소리가 아니라, 개구리 자신이 내는 소리처럼.

     

    “그 개구리, 키울 거냐?”

    “응? 고향에 가져가려고.”

    “그 살벌한 숲에, 그 조그만 녀석을…?”

    “뽀삐 간식으로 주려고!”

     

    본능적인 위기감각이 발휘되기라도 했는지 바둥거리려던 개구리가 도로시의 당기기에 재차 끌려왔다.

    케이스에 갇힌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부쩍 슬프게 들리는 한적한 오후였다.

     

     

    * * *

     

     

    친구들이 나를 무서워하고 있어.

    영혼이 찢어지고 유대관계를 잃었다니.

    저게 다 무슨 말이야?

    혼란스럽다.

    난 여기에 있는데 날 구하러 떠났다니, 이건 또 무슨 말이고?

     

    “힝잉잉, 오크노디 이 바보! 던전을 얼마나 돌게 만드는 거야!”

    “미안미안. 엘릭서 줄 테니까 화 풀어!”

    “갑자기 전설의 영약을?!”

     

    선황파파의 보물창고에서 건진 아이템을 주고 티토소가의 호감도를 다시 잔뜩 채웠다.

    화를 풀려는 목적도 있지만 높은 호감도를 이용해서 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은 의도도 있었다.

     

    “저기, 티토소가.”

    “왜애?”

     

    금세 기분이 풀려서 애교까지 부리는 허접소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혹시 ‘또 다른 나’를 모두가 다 알고 있어?”

    “히에엑?!”

     

    레고블록이라도 밟은 것처럼 부르르 떨며 머리카락을 쭈뼛 세우는 티토소가.

    소름이 가시지 않는지 닭살이 돋은 팔을 쓸어내리는 손이 분주했다.

     

    “으, 응애애… 나 바보소가… 어려운 말 몰라…”

    “알고 있었구나.”

     

    다크노디가 정체를 들킨 게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난리가 날 수가 없지.

    울면서 돌아온 다크노디.

    그 이유도 이제 알겠다.

    가짜인 다크노디가 있을 곳이 사라졌다고 생각해서 달아났고, 친구들은 다크노디를 찾고 있는 거구나!

     

    “그 애가 그렇게 좋았어?”

    “으우… 너무 일찍 들켰어…”

    “히히. 티토소가가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속는 거라면 모를까, 속이는 일은 티토소가한테 어울리지 않아!”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퍼…”

     

    어울리지도 않는 거짓말은 빠르게 단념하고 티토소가가 순순히 수긍했다.

     

    “근데 그 아이가 어딨는지는 어떻게 알고 찾아다니고 있는 거야?”

    “지젤이 말했어. 구출계획은 완벽하게 세웠으니 문제없다고. 곧 모두가 그리워하는 오크노디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헤에. 지젤이 그렇게 말했어? 지젤은 똑똑하니까 믿을 수 있을 것 같긴 하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근데 다크노디는 그렇게나 그리웠으면서 정작 나랑 만나서 반가워하는 친구들은 왜 이렇게 적어?”

     

    도로시도 록펠도 자신을 두려워한다.

    다른 친구들도 반응은 비슷했다.

    모두가 다크노디를 그리워하고 구하러 떠날 뿐.

    본체인 나를 반기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

    내가 진짠데.

    왜 나만 싫어해…?

    그런 슬픔이 담긴 물음에 티토소가가 주저주저, 머뭇머뭇하다가 내 삐진 얼굴을 보고는 다급하게 손을 저으며 말했다.

     

    “난 아니야! 난 어떤 오크노디도 다 좋아!”

    “정말?”

    “조명대를 몬스터가 물어가게 만들고, 조명대에 셀로판지도 붙이고, 조명대를 막 강화해서 미러볼 조명도 나오게 만들고, 나방울음소리를 내어서 거대나방들이 조명대에 잔뜩 몰려들게 만드는 장난은 싫지만, 그런 오크노디도 오크노디인걸!”

     

    얘 정말 나 좋아하는 거 맞아?

    의심이 무럭무럭 생기는 이야기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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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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